(베스트 일레븐)
한때 리웨이펑(李瑋鋒)·황보원(黃博文)·펑샤오팅(馮瀟霆) 등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K리그에 몸담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오린(郜林) 등 중국 톱클래스 공격수들의 K리그 이적설도 나돌기도 했다. 요컨대 중국 선수들에게 있어 K리그는 이상향의 무대였다. 중국 매체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리웨이펑이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때 시나스포츠닷컴은 아예 리웨이펑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는 섹션을 만들었을 정도다. 아시아 최고 리그에서, 자국 선수들이 인정받으며 활약한다는 데 대해 뿌듯함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옛일에 불과하다.
중국 슈퍼리그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리오 콘카·이우케송·무리키 등 특급 외국인 선수를 두루 수혈한 광저우(廣州) 에버그란데가 중국 슈퍼리그를 넘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마치 경쟁하듯 클럽들이 돈을 물 쓰듯 쓰고 있다. 지금은 알렉스 테이셰이라처럼 유럽 빅 클럽이 노리던 선수마저도 빨아들인다. 한국 팬들은 중국 클럽들의 자금력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런 투자 열풍에 따라 중국 선수들의 몸값에 대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부임하기 전, 그러니까 지난 세 시즌 동안 딱 네 경기 나온 녀석이 있어. 그 녀석도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엄청난 고액에 광저우 푸리(富力)로 팔려 나갔어. 나로서는 팀을 갓 맡은 상황인 데다 로테이션 멤버로는 쓸 만하다고 생각해 어떻게든 잡으려고 했지. 그런데 최초 제안의 두 배 이상이 되는 영입 제의가 또 오니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구단에서 이적을 허락해 버리더라고. 거 참.”
상하이에서 만난 김상호 상하이(上海) 선신(申鑫) 감독의 말이다. 중국 슈퍼리그 이적 시장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던 중 중국 선수들의 몸값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 팬들에게 있어 중국 슈퍼리그 클럽들이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며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며 이에 시선이 몰린다고 하자, 중국 선수들의 몸값이 덩달아 폭등하고 있다는 김 감독의 증언이었다.
실제로 그렇다. 세계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를 살피면 중국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슈퍼리그 중국인 최다 몸값을 기록한 선수는 허베이(河北) 화샤(华夏) 싱푸(幸福)에 입단한 진양양(金洋洋)이다. 트랜스퍼마크트상에서 이적 시장 내 시세가 13만 파운드(2억 2,000만 원)에 불과한 선수다. 아스널 스타 알렉시스 산체스의 주급에 불과한 몸값 시세인 이 선수가 허베이에 입단하면서 기록한 몸값은 무려 812만 파운드(139억 5,000만 원)다. 이쯤 되면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다 못해 터져 버릴 지경이다.
이유는 중국 내 독특한 로컬 규정 때문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각 팀마다 한 시즌에 최대 다섯 명의 중국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단순히 이적 혹은 임대에 제한된 수치가 아니다. FA(자유 계약) 선수도 이 다섯 명의 범주에 포함된다. 돈만 많이 쓰면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와 달리 상대적으로 중국 선수들의 영입이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외부인 시선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로컬 규정이기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항저우에서 만난, 한 중국 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실 취지는 상당히 좋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중국축구협회(CFA)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같은 엄청난 재정을 등에 업은 중국 클럽들이 많아지자, 이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한 시즌 5인 영입 제도를 마련했다. 자금력을 무기로 중국 내 우수 선수들을 싹쓸이할 경우 리그 내 경쟁력과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독주 체제를 굳히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제동 장치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
이유가 있다. 중국 클럽들은 현재 중국 슈퍼리그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단순히 특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서는 어렵다는 점을 느낀다. 이 외국인 선수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국 선수층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가 성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애당초 타 팀의 영입 제안을 대단히 터부시한다. 선수 기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따른 결정이기보다는 보유한 선수층에 대한 유지 측면에서 일단 선수를 지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타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만큼 기량을 가진 중국 선수도 중국 시장 내에서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각 팀들은 중국 선수들을 어떻게든 지켜야만 한다.
가뜩이나 다섯 명밖에 영입하지 못하는데, 각 팀들이 중국 선수 이적에 대해 부정적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당연히 중국 선수 영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적 시장 내 시세 혹은 기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따른 몸값 책정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황당한 수준의 몸값이 오간다. 요컨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수준의 몸값을 제시해야만 중국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 제도의 폐해는 또 있다. 언급했듯 중국 슈퍼리그 내 팀 간 경쟁력 향상과 긴장감 조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비롯한 몇몇 상위권 팀들은 제도가 자리잡기 전 이미 중국 내 유명 선수들을 보유한 상태다.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한 제동 장치라고 했지만, 오히려 이들의 독주 체제를 굳히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당연히 돈은 많은데 이제 갓 투자를 시작한 클럽, 예를 들면 장쑤(江蘇) 쑤닝(蘇寧)과 같은 팀은 대단히 불리한 요건에서 클럽을 발전시켜야 한다. 다른 팀에서 선수를 빼오려면 당연히 더 많은 몸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상식적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선수 몸값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진 의문이다. 시장 가치를 깡그리 무시한 듯한 이 분위기가 중국 슈퍼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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