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쿵경영대학원(CKGSB) 샹빙 원장
"내수만 잡아도 글로벌기업 되는 中, 韓·日기업과 달라
대기업은 일자리 창출 등 더 많은 사회적 책임 져야
글로벌 리더, 동·서양서 통하는 지식·통찰력 갖춰야"
[한국경제신문 ㅣ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과거 30년 중국이 세계화의 영향을 받았다면, 미래 30년은 세계가 중국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샹빙(項兵) 청쿵경영대학원(長江商學院·CKGSB) 원장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장악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20년 안에 글로벌 기업 간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대해서도 “비록 MBA가 서방에서 들어왔지만 글로벌 리더는 중국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서양과 동양 양방향에서 통할 수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며 청쿵경영대학원이 세계 최고의 MBA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쿵경영대학원은 중화권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베이징에 설립한 중국 최초의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이다. 설립 10년 만에 상하이의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과 맞서는 명문 MBA로 성장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은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 경제는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높은 비중이 그 개방성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의 개발 모델이 동아시아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은 고유의 개발 모델을 가지고 있다. 개방경제로 인해 다양하고 도전적인 요소들이 융합돼 가장 독특하며 다른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중국 경제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국내외 기업 모두가 보다 편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상하이 경제자유무역지대는 이런 중국의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시사점이다.”
▷중국은 현재 경제개발 모델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중국의 경제개혁은 긍정적이다. 중국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에 비해서도 도시화율이 낮고 서비스 부문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또 중국은 다양한 정치·경제적 모델에서 풍부하고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 미래 변화에 가장 적합한 개방성을 보유하고 있다. 1820년에 중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했다. 따라서 아직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중국 경제 성장에 걸림돌은 없나.
“물론 소득 불평등,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우려, 혁신 부족, 소비경제 취약 등 문제점도 많다. 그러나 중국은 수출과 투자를 기반으로 한 성장 모델이 이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은 선진국가들이 부진한 성장과 높은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은 ‘내적 개발’로 얻은 경제 성장의 이익을 자국민에게 돌려주고 싶어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미래 경제 성장을 이끌 더욱 굳건한 내수시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중국은 전례 없는 성장을 하고 있으며 이런 성장과 개발은 인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비대한 국유기업들이 혁신적인 민간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람들은 흔히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와 국유기업이 중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수치를 보면 중국의 민간 부문이 중국 경제의 기적을 이루는 가장 큰 요소이자 초석이다. 나는 국유기업들이 중국 경제의 비효율성과 부패를 가져온 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유기업들은 민간 부문과 또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는다. 국유기업들은 중국 기술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산층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전문적인 기업처럼 더 나은 운영과 개선이 이뤄진다면, 국유기업은 미래에도 중국 경제 발전에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의 최근 정책들은 앞으로 국유기업 개혁이 지속될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진정한 글로벌 기업을 꼽는다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세계 2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들 수 있다. 레노버도 세계화된 중국 기업이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 AMC를 사들여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 기업이 된 완다 등이 손꼽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과거 30년 중국이 세계화의 영향을 받았다면, 미래 30년은 세계가 중국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앞으로 10~20년 안에 글로벌 기업 간 경쟁구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규모는 크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일본의 기업과 중국의 기업이 걸어가는 길은 다르다. 중국 기업은 세계화를 하지만 국내 시장도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차이나모바일은 시가총액 세계 1위 통신서비스업체다. 그러나 해외에선 파키스탄과 홍콩 등에서만 일부 사업을 할 뿐이다. 중국생명(中國人壽)도 거의 중국에서만 사업을 하지만 세계 생명보험사 중 가장 크다. 내수시장만으로도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 중국 기업은 화웨이처럼 스스로 한발 한발 전진하거나 싼이중공업 레노버 완다 지리차 푸싱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할 것이다. 푸싱은 클럽메드를 인수했지만 관리는 프랑스에 맡겼다. 경영이 앞섰다고 반드시 세계시장에서도 앞서 나간다고 말할 수 없다. 중국의 큰 내수시장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여러 갈래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기업과는 다른 특징이다.”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다. 기업인들에게는 큰 고민이 될 것 같다.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혁신과 창업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정부도 일부 기업을 지나치게 지원해서는 안 된다. 경쟁이 치열하면 반드시 부도 나는 대기업이 생기게 마련이다. 모든 대기업이 승자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는 경쟁력과 관리 그리고 행운도 작용한다. 올림픽 경기와 비슷하다. 실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한다. 기업들은 성공할 확률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운은 어차피 통제가 불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 특히 대기업을 눌러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있다.
“대기업은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의 부 분배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그렇다. 세금으로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만일 대기업이 이런 책임을 지지 못하면 사회 안정에 큰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부자들이 사회에 돌려주는 기부가 GDP의 2~3%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의 기부는 GDP의 0.2%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에는 ‘빈곤은 두렵지 않지만, 불평등은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다. 아마 이는 미국 한국 일본 모두에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청쿵경영대학원 같은 중국 MBA는 서양의 MBA와 무엇이 다른가.
“현대 경영학 교육은 서구에서 시작됐다. 청쿵경영대학원 교수진도 대부분 미국 명문 비즈니스스쿨에서 학위를 받은 인재들이다. 그러나 중국이 새롭게 급부상하면서 청쿵경영대학원은 동양과 서양의 학문 교류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교수진은 서양의 경영 이론에 정통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겸비하고 있다. 우리는 2004년 이미 커리큘럼에 인문학을 도입했다. 청쿵경영대학원이 중국의 비즈니스와 변화가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고의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샹빙(項兵) 원장은 재무관리·기업전략 전문가…국유기업 민영화에 반대
샹빙 원장은 41세의 젊은 나이로 청쿵경영대학원(CKGSB) 초대 원장을 맡아 10년째 학교를 이끌고 있다. 중국 명문 대학인 시안교통대에서 공학 학사학위를,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9년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대학) 교수를 맡은 뒤 중국에서 처음으로 EMBA 과정을 개설했다. 상하이에 있는 명문 MBA인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창립 교수, 홍콩과기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재무관리와 기업전략을 전공한 그는 중국에서 정부와 기업의 관계, 국유기업의 혁신, 중국 기업의 국제화 등에 대한 다양한 글을 발표해왔다. 특히 중국은 국유기업을 민영화해서는 안 되며 국유기업을 통해 사회 부의 재분배와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그는 또한 EMBA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영교육 분야 혁신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화웨이 TCL 메이더 페트로차이나 중국해양석유공사 등 중국 국유기업은 물론 IBM GE 지멘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했으며 많은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온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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