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성애 커플, 트리 아래서 공개 키스
리스마스는 미슬토(겨우살이) 밑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슬쩍 입맞춤하는 시기다. 이번 주 중국 상하이에서는 게이와 레즈비언(LGBT)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주장을 펴기 위한 일환으로 이같은 전통을 활용했다.
21일(토) 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인 100명 이상의 LGBT 커뮤니티 지지자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입맞추는 젊은 동성 커플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최신 유행의 쇼핑∙레스토랑 지구 신톈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참가한 오토 주(남, 22)는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게 좋다”며 “나에게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중국인들은 동성애를 보수적으로 본다. 젊은층조차 자신의 성정체성을 비밀에 부치는 게 낫다고 믿는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한다는 압박감도 엄청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격려의 말을 외치는 다수의 젊은 구경꾼들 앞에 선 동성 및 이성 커플 중에 머뭇거리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무대에 오른 커플은 금색 전등으로 장식한 18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늘어진 겨우살이 잎을 붙잡고 입맞춤을 하는데,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순간 전기회로가 연결되면서 트리의 전등은 온통 빨간색으로 바뀐다. 영국 아티스트 폴 콕세지의 설치예술작품 ‘키스’다.
입맞춤 한번 할 때마다 구개파열 아동을 위한 자선단체 ‘스마일엔젤재단’에 100위안(약 16달러)이 기부된다. 스마일엔젤재단은 여가수 왕페이가 전 남편인 은퇴한 배우 리야펑과 함께 설립했다.
애인과 함께 온 주주 수(여, 19)는 중국에서 동성애를 수용하는 수준은 연령대별로 다르다고 말한다.
“나이든 세대는 차별은 안 할지 몰라도 자녀가 동성애자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녀는 이번 ‘키스마스’ 같은 행사가 많이 열리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구경꾼(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모두가 이게 무슨 행사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을 기념해 데이트나온 일부 이성 커플도 뭐가 뭔지 헷갈리는 표정이었다. 동성애 커플들의 행사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어색한 웃음을 짓는 이들도 있었고 자리를 뜨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에서 이런 공적행사는 드물다. 관영 언론에 따르면 올 8월에도 중국의 발렌타인데이인 칠월칠석(정인절)에 동성 커플들이 베이징 거리에 모여 입맞춤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동성 커플들이 광저우 거리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난팡인사이더’ 웹사이트에 따르면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퍼포먼스 아트였다고 한다.
상하이는 중국 게이들의 수도로 여겨지며, 상하이시 스스로도 중국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감각의 도시라고 자부한다. 그렇다 해도 대만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화인(華人)들이 주류인 도시와 비교할 때 게이 커뮤니티를 위한 술집과 나이트클럽 수는 턱없이 적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켈빈 리(31)는 어깨에 어린 아들을 태우고 입맞추는 커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동성애는 “핫 토픽”이며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내 아들이나 딸은 이성애자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는 친구에게서 이번 행사를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귄지 6개월된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 “동성애자들이 무대에서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키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 홍보는 4개 단체의 도움으로 주로 소셜미디어와 입소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숀 첸(29)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미국인 자원봉사자는 2시간의 행사 동안 10쌍이 무대에 올라 키스를 했으며 7쌍은 여성, 3쌍은 남성 커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남성이 보인 부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무지개 깃발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고난 후 아이에게 깃발을 돌려주라고 한 것. 첸은 이번 행사는 단순히 게이나 레즈비언 문제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모두가 어우러져 사는 게 행복하다는 것,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동성애자들은 11월 21일 ‘키스마스’가 시작된 이래 트리 아래서 키스를 해왔지만, 지난 토요일 행사는 달랐다. 동성 커플이 많다는 걸 처음 보여준 ‘키스마스’였기 때문이다.
콕세지의 다양한 ‘키스’ 설치물은 2009년 밀라노와 2010년 런던에서도 전시된 바 있다. 그는 차이나리얼타임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토요일 행사에 대해선 알지 못했지만 “멋진 이벤트다. 키스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순간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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