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동이 지났지만 날씨가 여전히 따스하다. 추운 겨울이 싫어서인지 계절은 아직도 가을의 끝자락에서 바장이고있다. 하지만 철시는 못이기는듯 락엽이 우수수 흘러내린다. 쓸쓸히 떨어지는 락엽때문인지 적잖은 사람들이 계절병에 시달린다. 추억이 살아나고 유난히 외로움을 타며 괜히 슬퍼지기도 한다.
고독이라는 현대병, 슬픔이라는 계절병이 치유될수 있는 공간이 있다. 요즘 연변대학 미술학원에서 폴란드 브로츨라프미술학원 졸업생들의 판화작품전시회가 한창이다. 슬픈 계절에 첫사랑에 빠질듯 판화의 암향에 매료되느라면 혹여 외로움이 덜하지 않을가싶다. 더불어 이 계절이 감성의 계절, 문화의 계절임을 재실감할수도 있을것 같다.
5일, 연변대학 미술학원 전시관에 들어서니 넓게 트인 공간과 벽에 걸린 70여점의 판화가 한눈에 안겨오면서 금새 마음이 시원해졌다.
연변대학 미술학원 리승룡원장에 따르면 브로츨라프미술학원은 우리 나라 중앙미술대학에 맞먹는 폴란드의 명문대학이다. 폴란드 서남부에 위치한 브로츨라프시는 수많은 명문고적과 더불어 노벨상수상자를 9명이나 산출한 유서깊은 옛도시이다. 또한 근대, 현대 예술사에 큰 영향력을 부여하면서 세계예술중심으로 불리운다. 유서깊은 력사, 문화를 바탕으로 한 브로츨라프미술학원은 수많은 미술영재를 키워냈다. 이들은 폴란드판화계와 세계미술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저마다 나름대로의 예술풍격을 자랑하고있다.
소개를 들으면서 각양각색의 판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느라니 자신도 마치 미술인이 된듯한 느낌이 들면서 감회가 새롭다. 신고전주의를 시작으로 현대판화에 이르는 력사적공간과 다양한 판화기법을 통섭해 창작된 판화작품들이란다. 작업에 림하는 예술가들의 정신과 그것을 구체화한 다양한 판화언어를 얕게나마 읽을수 있는것 같았다. 그러느라면 바쁜 일상때문에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서서히 해소되고 마음이 치유되는듯싶다.
이런 느낌때문에 미술세계도 차를 마시고 독서를 하고 휴식을 하는 일상처럼 점차 친밀해지는것이 중요하다면서 부담없이 쉽게 즐기는 미술은 삶을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해준다는 어느 미술대가의 말이 상기되기도 했다.
지역적차이로 실제로 연변은 대가들의 미술작품을 감상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국제판화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감성과 함께 사유의 폭을 넓혀주고 깊이있는 대화거리를 만들어주며 지식을 쌓아주면서 흥취를 짙게 하는 작품전시회이기도 하다.
예술수양은 하루아침에 되는것이 아니라 일생동안 거쳐야 한다고 한다.판화작품을 둘러보면서 문화수준과 미적감수를 높이고 슬픈 계절의 한계를 벗어나는것도 좋을듯싶다.
가족과 함께 하면 가족애가 더 깊어지고 련인과 함께 하면 사랑이 더 달콤해지며 친구끼리 하면 친구애가 더 돈독해지고 혼자하면 자신만의 여유를 느끼면서 고독과 슬픔이 잊어지는 판화전시회,슬픈 계절만이 아니고 예술의 계절임을 느끼면서 마음의 식량을 쌓아가는것이 어떨가.
연변일보 정영철 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