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지역별, 나라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그 지역의 문화적인 특징을 뚜렷이 나타낸다. 지금에 와서 중국 조선족은 민족의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중국이나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복합적이고 톡특한 결혼문화를 형성했다.
정란(32세)씨는 거의 8년간 결혼식촬영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가정의 결혼식절차를 직접 리드해온 촬영가이다. 결혼식 당일, 례식장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모든 스케줄은 대부분 정란씨와 같은 촬영가들이 안내한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대부분 가정이 결혼식 당일의 전통적인 절차거나 세절적인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기때문이다.
가슴에 꽃을 달고 장갑을 끼는 등 같이 아주 작은 부분까지 모두 정란씨가 시키는대로 움직인다. 다년간 촬영과 겸해서 웨딩플래닝을 해오면서 정란씨는 우리 민족의 결혼문화에 관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며 그 전통과 유래를 알기에 힘썼다.
정란씨가 연길시 조선족들의 결혼식을 대개 살펴본데 의하면 결혼식 당일 오전에 거의 대부분의 절차를 소화하기때문에 눈코뜰새없이 바삐 움직이게 된다. 신랑과 대반이 신부집에 도착하면 먼저 함을 들인다. 신부측에서는 치마폭에 함을 받는데 원래는 신부의 한복치마로 받아야 하지만 생략하고 함을 받는 사람의 치마폭으로 받는다.
함을 들인 사람은 다시 나가고 신랑부터 신부집에 발을 들인다. 량가 소개에 이어 부모와 친척들한테 차례로 절을 올리고나서 함을 열어본다.
요즘은 흔히 함속에 신부의 금붙이 3종세트, 패물, 청실홍실, 솜, 오곡주머니, 쌀주머니, 신부옷, 애기띠, 애기포대기 등을 넣는다.
“재미있는것은 혼례와 같은 경사는 보통 짝수로 준비하는데 금붙이만은 3금이라고 해서 반지, 목걸이, 팔찌 이렇게 홑수로 준비합니다. 또 몇년전까지만해도 함에 신부의 밍크코트를 넣는 집이 많았으나 요즘은 밍크코트가 적어지고 대신 명품가방을 넣는 집이 많아졌습니다.”
그밖에 젖값과 함돈이 있다. 젖값은 신부어머니한테 드리는 돈이며 함돈은 신랑신부가 새살림을 차리는데 보탬이 되라고 신부한테 주는 돈이다. 함에 거울을 넣는 집도 있는데 이는 앞길을 훤히 비춘다는 뜻에서 넣는것이며 한국의 습관을 따라한것으로 보인다고 정란씨는 말했다.
“전통에 의하면 신랑신부가 떠날 때 신부집에서 마련한 새이불을 신혼집에 보내는 풍습이 있는데 최근에는 거의 보기 힘듭니다.”
신랑이 신부와 함께 집을 나설 때는 신부의 동생들이나 친구들이 길세를 받는다. 서로 싱갱이질 하는 장면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재미를 더해준다.
“한족들은 신랑이 신부집에 들어가기전에 받으나 조선족들은 나갈때 받습니다. 함을 받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죠. 한족들은 신랑신부가 집을 나설 때 신부의 신을 감추는 필수절차가 있어 신랑들이 반드시 신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성미급한 조선족 신랑들은 신이 없어으면 아예 신부를 건뜻 들고 나가죠.”
집을 나서면 결혼식차량이 빨간 풍선을 달고 례식장으로 향한다. 광장이나 유서깊은 장소에 들려 사진까지 찍어야 하므로 바삐 움직여야 한다. 신랑신부가 례식장에 도착하면 비로소 결혼식이 시작된다. 예전에는 신부를 위해 특별히 대기장소를 마련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신부대기실을 화려하게 꾸며놓고 돈을 받기 시작했다. 친척,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싶은 신부의 마음을 읽은것이다.
신랑신부의 입장은 보통 남녀화동 한쌍을 앞세워 꽃잎을 뿌리며 입장하는것이 전통이였으나 요즘은 화동을 생략하고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절반 입장한 뒤 신랑에게 신부의 손을 넘겨주고 나머지 절반을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하는 집도 많아졌다.
“전통과 서양식이 결합된것입니다. 한족 및 한국의 결혼식 절차들을 보는대로 다 받아들이고 유래도 모른채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다보니 이렇게 짬뽕이 된듯 싶습니다.”
잔치상에는 우리 민족이 길상물로 여기는 닭이 오른다. 사회자들은 신랑더러 닭목을 비틀어 호주머니에 넣으라고 하기도 한다.
“과거에 사위가 닭목을 비틀어 주머니에 넣는것은 처가에서 륭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증거였지요. 그런데 와전돼서 잔치상의 닭목을 비틀게 된것으로 보입니다.”
잔치상을 받고나면 신랑신부는 한복으로 바꿔입고 하객들에게 술을 붓는다. 하객들이 식사를 끝내면 새벽일찍부터 다망했던 결혼식은 비로소 막을 내린다. 모든 하고싶은 결혼식절차들을 반나절속에 쓸어넣는셈이다.
정란씨는 혼례의 절차와 민족의 전통에 대해서 모르는것에 대해 리해는 하지만 큰절 올릴줄도 모르는 신부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최근 례의범절과 전통문화에 대해서 유치원생이나 소학교 차원의 교육이 많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정작 관혼상제에 맞다든 어른들이 몰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면서 “적어도 혼례를 올리기전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배우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가요?” 하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밖에 결혼식의 모든 절차는 촬영가나 결혼식 사회자에 따라 순서가 뒤바뀌거나 생략된다. 촬영의 편리를 위해서, 혹은 결혼식 사회자의 스케줄에 맞춰야 하기때문에 생기는 어이없는 일들도 많다.
“유래를 파헤쳐보면 너무나 재미있는 우리 민속, 우리 전통입니다. 그것들을 배울수 있는 기구가 생기거나 혹은 제대로 된 전문적인 웨딩컨설턴트(기술적 상담을 하는 전문가)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정란씨는 우리 주 8개 현시마다 결혼문화가 약간씩 다르지만 앞으로 더는 뒤죽박죽이 아닌, 전통적이고 반듯한 결혼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내비쳤다.
연변일보 리련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