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작가 김인순 "조선어는 위안과 어루만짐"
소설집 '녹차' 첫 국내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나의 핏줄과 가족의 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중국의 이른바 '치링허우'(70後·1970년대 출생자)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조선족 작가 김인순(金仁順. 중국발음 진런순·44)의 소설집 '녹차'(글누림 펴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작가는 '부모님의 타향과 나의 고향'이라는 제목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에서 나의 작품집이 출간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면서 "엄마와 아빠에게 드릴 수 있는 이보다 더 적당한 선물은 없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작가의 부모는 각각 일제강점기인 1938년과 1940년 어린 나이에 부모와 함께 조선을 떠나 중국으로 건너왔다.
중국어로 수업하는 초등학교를 다닌 작가는 "나는 줄곧 두 가지 언어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면서 "집에서는 할머니와 부모님들이 조선어를 쓰셨지만 집 밖에 나가면 온통 중국어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부모님들의 조선어는 어떤 위안과 어루만짐처럼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 젖어 있었다"면서 "나의 글쓰기는 일종의 추억이자 탄식이었다"고 했다.
또 "엄마와 아빠의 타향이 나의 고향이긴 하지만 당신들의 고향은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면서 글쓰기를 통해 핏줄과 가족의 정을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지린(吉林)성에서 태어난 작가는 지린예술학원 연극과를 졸업하고 '사랑의 냉기류' '달빛' '우리 커피숍' 등을 펴내며 중국의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에는 장편 '춘향'으로 중국 소수민족문학상인 제10회 '준마상'을 받았다.
소설집 '녹차'에는 표제작인 '녹차'를 비롯해 '복숭아꽃'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네' '달빛' '희미하게 은은하게' '펀팡' 등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왕잉은 작가가 "역사에 대한 상상과 여성스런 감정, 사유를 통해 가슴 속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민족적 정서와 회한, 민족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미련을 담아낸다"고 평가했다.
김태성 옮김. 448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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