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페미니즘 읽는 시간]여성에게 폭력적인 문학이라는 이름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7월4일 15시23분    조회:60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성별화된 사회문화 구조 비판한 케이트 밀릿의 <성의 정치학>


<성의 정치학>의 저자 케이트 밀릿. 한겨레 자료
2018년 출판계를 놀라게 한 뉴스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100만 부 돌파였다. 김훈, 신경숙, 공지영 등 한국 문단에서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닌 무명의 조남주 작가 작품이 최근 10년간 한국 소설이 낳은 최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출간 3개월 만에 13만 부가 팔렸고, 대만에서는 2만2천 부를 돌파했다. 18개국에 판권이 팔린 <82년생 김지영>은 이제 바야흐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항간에서는 이를 두고 페미니즘 전성시대라고 한다.

 

로런스·밀러도 비판의 대상

 

페미니즘 전성시대는 <82년생 김지영>이 1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혹은 한국문학을 여성작가 전성시대라고 정의하는 것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페미니즘 대중화를 설명하는 것은 문학과 문화 영역에서 여성 독자, 여성 관객, 여성 시청자가 활발하게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2017년 개봉한 영화 에 대한 보이콧이다. 이 영화는 장동건·김명민 등 인기 배우와 <신세계> 박훈정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기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봉과 동시에 비판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이 ‘시체1’ ‘시체2’ 같은 식으로 명명된 채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별일 없이, 스릴러 영화 공식으로 치부됐을 일이 영화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진 것, 이런 점이 페미니즘 대중화가 가진 힘이다. 영화에 대한 새로운 기준도 생겼다. 영화 속 성평등 측정 지수인 ‘벡델 테스트’가 그것이다. 남자들만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지, 여성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남자에 대한 것인지 등을 젠더 관점에서 꼼꼼히 살펴본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 영화를 여성들이 응원해주자는 일련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미쓰백>(2018), <걸캅스>(2019) 같은 여성 주인공 영화를 응원하고 ‘영혼 보내기’(표를 사서 상영관을 유지하는 것), 대관 상영 등으로 관객 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여성 영화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운동은 영화가 제작되는 환경을 바꿀 것이고, 그 영화를 보고 자라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문학작품, 심리학 등에 내재한 성차별성을 고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페미니즘 운동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 케이트 밀릿이다.

작가이자 조각가인 케이트 밀릿은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억압을 해소하기 위해 문학비평과 문화비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급진적 페미니스트인 그는 자신의 영문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성별화된 사회문화적 구조를 비판한다. 그것이 바로 <성의 정치학>(1970)이다.


<성의 정치학>은 D. H. 로런스(<채털리 부인의 사랑>), 헨리 밀러(<섹서스>) 같은 거장 작가들을 '가부장제의 대리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들이 문학을 통해 남성은 지배자이고 여성은 피지배자라는 인식을 확고히 했다는 점 때문이다. “남성에게 권력이 집중된 부권제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남성 거장 작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 책은 발간 2주 만에 1만 부가 팔릴 만큼 화제가 되었다. 밀릿은 ‘여성 운동의 마오쩌둥’(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단풍을 화냥기에 비유한 이외수의 시

 

밀릿은 참정권 운동을 중심으로 한 1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근본적인 사회변혁에 실패한 것은, 가부장제적 문화를 해체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콤플렉스와 같이 여성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이해하는 이론이 문화의 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얌전하고 관계지향적이며 수동적이라는 속성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에게 남성과 같은 일자리, 같은 임금,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남성중심주의는 물리적 힘이 아니라 생물학적이지 않은 가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에 달려 있다” “여성의 수동성은 항상 해부학에서 추론되는 것인 반면, 남성적 행위는 일반적으로 역사와 기술에서 추론된다”는 밀릿의 지적은 정전화된 문화, 규범, 문학이 만들어낸 가치 구조를 비판한다.

밀릿은 로런스나 밀러가 재현하는 여성 섹슈얼리티는 남성이 원하는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문학사의 거장 작가들이 여성을 모욕하고 공격하기 위해 섹스를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밀릿의 외침은 최근 한국 사회가 경험하는 한국문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만난다. 일례로 ‘단풍’을 ‘화냥기’로 비유한 이외수의 시를 패러디하거나 김훈의 소설 <언니의 폐경>이 여성의 월경을 묘사하는 장면을 비판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소셜네트워크 공론장에 전해지고 있다. 이는 비평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비전과 시각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밀릿이 <성의 정치학>을 쓸 때, 그는 조각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대학 강사 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누구도 그가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고전을 저술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미학적인 것으로 정의된 가치에 물음표를 던지고 이데올로기화된 정전을 거슬러 읽었다. 이 방법은 페미니즘 문학 비평의 기본 원리가 되었다.

 

여성 반영한 새로운 비평과 문학 출현

 

페미니스트 시인 에이드리엔 리치는 “뒤돌아보고, 참신한 눈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비평의 방향으로 옛 텍스트에 진입하는 행위”를 ‘다시 보기’(re-vision)라고 명명했다. ‘#문단_내_성폭력’ 문제에 맞서 싸운 고양예고졸업생연대 ‘탈선’은 “더 이상 우리는 우리가 써내려갈 문학의 이름을, 환경에 종속되고 부여받는 성질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게르니카를 회고하며’, <문학과 사회> 2016년 겨울, 150쪽)라고 선언했다. 이는 새로운 문학을 만들 것임을, 성정치학을 본격화한 텍스트 읽기에서 더 나아가 텍스트 쓰기로 나아갈 것임을 의미한다.

<82년생 김지영>이 불러온 페미니즘 소설 열풍은 새로운 작가와 독자를 발굴했다. 이제 우리는 더 많은 여성 서사와 만날 것이다. 그래서 여성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투쟁이 된다. <성의 정치학>의 1990년 판본 서문에서 케이트 밀릿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 투쟁은 쉽지는 않아도 늘 흥미롭다. 그리고 인간 자유의 영역을 넓히는 일은 너무나 멋진 작업이어서, 여기에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그처럼 나 역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문학, 새로운 독자와 함께하는 것이 참으로 행운이다.

 

허윤 문학연구자
한겨레21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10
  • 미술전·인물전 편찬·시낭송회·휘호대회 등 열어   재미동포 화가 변순득이 그린 윤동주.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재외동포들이 윤동주(1917∼1945년) 탄생 100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한미예술협회(회장 김병국)는 오는 23일부터 10월 7일(...
  • 2017-09-15
  • "영광(榮光)에 대한 자세에는 천진난만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다섯 살 아이의 어떤 기쁨을 느끼고 있다. 나의 시는 첩첩이 고난을 견뎌온 한국어 속에서 태어났고 한국어는 거의 기적처럼 연면(連綿)이 이어와서 오늘에 이르렀다."   화가를 꿈꾸던 소년, 길에서 만난 한하운의 시집 몇번이고 자살하려던 시...
  • 2017-09-13
  • 애심녀성포럼 제9회 워크숍의 일환으로 되는 ‘애심녀성컵’ 제3회 전국조선족녀성 생활수기 공모 시상식이 9월 9일 장춘시조선족중학교에서 펼쳐졌다.   심사평을 하고 있는 심사위원장 남복실 수필가 이번 공모에는 연길, 장춘, 북경, 청도, 심양, 할빈, 목단강, 위해, 연태, 서안, 일본 등 지역의 조선족...
  • 2017-09-13
  • 인터넷서점 예술·대중문화 서적 10위권 내 절반 이상이 대본집 '비밀의 숲' 등 골수팬 있는 작품… 흥행 히트작보다 시장성 있어 20~30대 여성들이 주 구매층 드라마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가 출판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예술·대중문화 서적 9월 2주 종합 베스트셀...
  • 2017-09-13
  • [서울신문] 2009년 김주성 기조실장 주도  靑에 VIP일일보고 형태 보고  김제동씨 출연방송 폐지 유도 이명박(MB) 정부 시기의 국정원이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 및 퇴출, MBC와 KBS, SBS 등의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 조치 등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17-09-12
  • 일본의 한국문학 전문가 오무라 교수 주장 “육필원고와 현재 시집 사이에 차이 있어” 펜클럽 주최 세계한글작가대회 특별강연     12~15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참가하는 한국문학 전문가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 명예교수. 자료사진  ...
  • 2017-09-11
  • ㆍ황석영 작가에게 듣는 광주와 북한, 그리고 한국 작가 황석영씨가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정발산동 자택 부근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작가 황석영(75)의 자전(自傳) 을 읽다 보면 그의 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개의 ‘지리·정치적 공간’과 ...
  • 2017-09-08
  •   지난 1월 중앙SUNDAY와 인터뷰했을 때의 마광수 교수. 이미 그때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또 하나의 영웅이 퇴장했다. [중앙포토] ‘마광수’가 죽었다. 외람되게도 부고에서 이름 석 자만 쓴 것은 마광수라는 이름이 우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기호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 2017-09-06
  • 소설가 김혁이 제25회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자 김혁 9월 1일 연길시 대주호텔에서 열린 제25회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상 시상식에서 중견작가 김혁이 장편소설 《춘자의 남경》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상은 김동리, 박종화, 서정주, 조병화 등 한국문학대가들로 반세기의 계보...
  • 2017-09-05
  •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주철기)은 제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작 총 30편을 발표했다. 재외동포문학상은 재외동포들이 한글로 문학창작활동을 함으로써 우리글을 잊지 않고, 차세대 재외동포에게 모국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1999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재외동포 문학 창작의 축제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재외동포...
  • 2017-08-29
  • 민족문화유산을 소장할데 관한 공지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조선족문고가 없는점을 감안한 단군문학상리사회에서는 우리 민족의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하여 단군문학관을 건설하여 민족문화에 관계되는 여러가지 작품과  문화유산들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의 문화에 관한 서적과 ...
  • 2017-08-29
  • 네번째로 되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언어문자의 날’을 맞으면서 연변가사협회가 주최하고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어문사업위원회에서 주관한 “제4회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언어문자의 날’ 맞이 가사공모 시상식”이 28일 연길시에서 개최됐다.   공모된 가사는 성인가사와 동요가...
  • 2017-08-29
  • ‘시향만리’문학상 시상식 한 장면. 최근년간 제13회 ‘정지용문학상’, 제32회 《연변문학》문학상, 제3회 호미문학상을 련속 수상하면서 유명세를 탔던 김문세 시인이 시 《겨울새》 (외2수)로 제4회 연변시인협회 ‘시향만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8월 28일 오전 연변시인협회의 주최하...
  • 2017-08-29
  • 대상 수상자 권성순(왼쪽)과 김정연(오른쪽 두번째)학생. 8월 26일 오전, 연변작가협회와 가야하정보과학기술유한회사가 주최하고 금정학원이 후원하는 제7회 연변작가협회 ‘가야하’인터넷문학상 시상식이 연변도서관에서 개최되였다. 연변작가협회는 2011년부터 가야하정보과학기술유한회사와 손잡고 조선족 ...
  • 2017-08-28
  •   연변작가협회에서는 조선족 문학예술을 비롯한 민족 문화의 자취를 보존하고 그 력사적 흔적들을 수집하여 보관, 관리하기 위하여 사회 각 계 인사들에게 이하와 같은 제안을 드립니다. 각종 도서와 잡지(이미 정간되거나 페간 된 잡지도 포함)를 소장하고 계시는 분들께서 연변작가협회에 도서들을 기증해주시기를...
  • 2017-08-24
  • 어느새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1년 중 독서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은 한잔의 차와 가슴을 따스하게 적시는 책이 잘...
  • 2017-08-22
  •     마타요시 나오키의 처녀작 소설 《불꽃》이 신화넷이 선정한 7월을 빛낸 도서로 꼽혔다.   책은 개그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한 두 무명 개그맨의 삶을 살아내고 버텨내는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콤비 개그, 만담 개그로 이름을 알린 일본의 코미디언인 저자 마타요시 나오키의 이 소설은 153회 아쿠...
  • 2017-08-22
  • 길림시조선족문학예술연구회 산하의 길림시문학사랑학회에서는 8월 17일과 18일 량일간 송화호의 아름다운 진주ㅡ오호도에서 시랑송대회 및 문학창작학습회를 열었다. 이번 활동에 참가자는 길림시구의 회원들과 장춘, 교하, 안도에서&nb...
  • 2017-08-21
  •   연변작가협회,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 도문시문화관광국에서 공동 주최,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 도문지회, 도문시청소년문화중심에서 주관하고 ‘칠전팔기’와 동도교류협회에서 후원한 제4회 두만강국제청소년시화전이 19일&nbs...
  • 2017-08-21
‹처음  이전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