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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 성폭력 폭로 문제 해결될거라 믿었는데
교육청 “징계 어렵다”통보 교회는 출교 조치로 마무리… 유명인 사건과 다르다는 느낌
김현주(가명·33·여)씨는 이달 초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던 정모(53)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문제가 곧 해결될 거라 기대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 달라진 건 없었다.
김씨는 30일 “언론에서도 제 일은 주목받지 못하고 교육청도 큰 사건에만 매달리는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김씨의 이야기는 미투 운동이 유명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뒷전으로 밀린 일반인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주소다.
김씨는 14세 때 중학교에서 정씨를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다정하고 친절한 음악 선생님이라고 여겼다. 정씨의 성추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김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겨울, 선생님이 저를 차에 태워 모텔로 데려가려 했다”며 “몸이 안 좋다고 잠깐 쉬다 가자면서, 차 안에서 몸을 쓰다듬고 만졌다”고 말했다.
추행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 한 교회 안수집사였던 정씨는 김씨를 교회로 불렀다. ‘심부름 해줄 게 있다’는 말에 교회로 찾아온 김씨에게 정씨는 강제로 입을 맞추고 몸을 만졌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사과를 하겠다며 불러내 술을 먹이고 모텔에서 성폭행까지 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10여년 만에 피해사실을 알리자 정씨는 김씨의 부모님에게 “(김씨의) 학창시절에 손을 잡고 안은 적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고 했지만 성폭행은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를 접하곤 가슴속 울분을 터뜨리기로 마음먹었다. 회개하고 구원받았다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간증 동영상과 같은 정씨의 태도도 김씨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김씨는 “정씨에게 사과하라고 하자 ‘이미 예수께서 죄를 사해주셨는데, 네가 왜 나를 정죄하느냐’는 식으로 나오더라”고 했다. 정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씨가 근무 중인 학교를 관할하는 경기도교육청은 감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교원의 성폭력 행위에 대한 징계시효가 5년에 불과해 감사가 끝나도 징계를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교원 성폭력 징계시효를 10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소급적용은 별개의 문제다. 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도 피해자의 사정을 듣고 안타까웠지만 사실상 징계를 내릴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회도 이달 초 정씨를 출교 조치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정씨가 해당 교회에 10여년 넘게 다녔고, 성추행 장소가 교회였던 만큼 교회에 추가 피해자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교회는 추가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씨는 “미투 했지만 나아지는 것도 없고, 돌아오는 것도 없다. 안타깝다는 말만 들어야 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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