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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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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편소설 황혼 제2권(33) 현시대 카시모도 김장혁 댓글:  조회:98  추천:0  2024-08-29
    장편소설 황혼 제2권                        김장혁        33. 현시대 카시모도       콧구멍만한 셋집 안에서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침묵이 한참 갑갑하게 흘렀다.     려향은 침대에 누워 눈물이 글썽한 외까풀눈으로 침침한 반토굴 천정의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벽 쪽에 눈물이 글썽한 눈길을 천천히 돌렸다. 벽 밑 책꽂이에는 영조사전과 한조사전, 한일사전 그리고 종호가 집필한 항일투쟁사 책들이 쓸쓸하게 꽂혀 있었다.     평소에 려향은 하학하기만 하면 아빠 부탁대로 그 사전들을 보풀이 일게 뒤지면서 항일투쟁사 책을 일어와 영어, 한어로 번역해 왔다. 일어판 항일투쟁사 책은 번역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오래지 않아 출판사에 교부할 수 있게 돼가고 있었다. 아직도 영어로 번역하자면 몇해 걸릴지 모를 일이였다.     책꽂이 옆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과 대하소설 “태백산맥” 책이 두줄로 쌓여 있었다. 반토굴 같은 셋집이였지만 각종 력사책과 문학서적이 두루 보이었다.     종호는 침묵을 지키는 려향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침묵 속에서 뭔가 폭발할가 봐 두려웠다. 뭐가 온양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어떤 심리변화가 번져지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바로 그것이 공포의 돛배와도 같아 향방을 분간하기 어려워 무서웠다.       “어험,”     종호는 건가래를 떼더니 무거운 입을 뗐다.     “얘, 이젠 졸업했는데 시간 있으면 저 조정래 대하소설도 읽어보렴. 참 읽을만한 대작이더구나.”     려향은 아빠를 향해 반쯤 모로 돌아누웠다.     “아빠, 저 책을 대학교 도서실에서 거진 읽어보았습니다.”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오- 그래?”    한참 후 려향은 침대에서 부시시 일어나더니 손으로 눈물에 절어 볼에 들어붙은 머리를 대충 쓸어올리고는 우쭐 일어났다.    그녀는 어디로 가겠는지 핸드빽을 들더니 출입문께에 가서 산다를 꿰 신었다.     “점심도 안 먹고 어디로 가니?”    려향은 아빠를 힐끔 돌아보며 억지로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었다.    “근심 말어요. 다 큰 딸이 굶어 죽지 않을게요.”    종호는 우쭐 일어섰다.    “얘, 아빠 끓여놓은 감자장국을 먹고 가라.”     려향은 핸드빽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리 급한 일이니?”     “네? 아니, 만날 사람이 있어요.”     종호는 한숨을 후-내쉬었다.     “혹시 최전무 만나러 가니?”    종호는 려향한텐 지도교수 내놓고 만날 사람이나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네.”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전무를 믿지 말라. 내 뭐라던? 최전무는…”     려향은 아빠 말에 시끄러워했다.     “그만 해요. 아빠 어떻게 최전무를 그렇게 아는가요?”     종호는 문꼬리를 잡은 려향의 손을 꽉 잡았다.     “내 대학교 동기 딱친구 성호하구 다 알아봤다. 성호네 딸 하나는 최전무네 강남 반도체회사 회장 비서야. 하나는 최전무네 일가 정  황을 손금 보듯 한다더라. 며칠 전에 성호를 만나 하나하고 최군철 전무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댔다. 국내 S시 한국 반도체유한회사는 미국 상업부의 간섭하에 메모리생산설비수입과 메모피판매마저 제한하는 바람에 망했다더구나. 그 회사는 베트남으로 이전해갔는 모양이더라. 최전무는 베트남엔 가지 않고 한국 본사에 들어왔다더라.”     려향은 픽 하고 코방귀를 뀌었다.     “누가 뭐라던지. 난 최전무를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요.”    종호는 저으기 놀랐다.    “뭘 보고?”     려향은 외까풀눈으로 아빠의 얼굴을 훑으며 정색했다.     “최군철 전무는 저를 목숨걸고 구해준 구명은인입니다. 그런 분을 믿지 않으면 세상 믿을 사람이 더 있는가요?”    종호는 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었다.    려향은 재차 문꼬리를 잡으면서 억지로 아빠 앞에서 덫이까지 살짝 드러내며 어두운 얼굴에 미소를 지어보이었다.     “아빠, 근심 말아요. 취직하자고 면접 보러 가지. 선 보러 가는 건  아니잖아요?”    려향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궁리를 돌렸다.     (누가 뭐 시집가겠답디까? 아빠와 엄마처럼 살 거면 결혼해 뭘 해? 맨날 서로 티격태격 싸우구. 나중엔 독약을 먹여 죽이려고 미쳐 날뛰구. 결혼해 뭘 해요? 에이유, 참. 우리 집 일을 생각하면 골치 아파 죽겠다.)    종호는 려향의 속내는 티끌만치도 모르고 이렇게 한미디 보탰다.    “려향아, 내 유일한 희망은 네야. 네가 좋은 신랑감 만나 결혼해 애를 낳으면서 사는 걸 보았으면 두 눈을 꼭 감아도 한이 없을 거 같다.”     려향은 더는 아빠한테서 결혼하는 말을 듣기조차 싫었다. 에어콘도 없는 이 놈의 반토굴 셋집이 점차 싫어지기 시작했다.    (난 꼭 좋은 직장에 취직해 이 놈의 셋집에서 벗어나야 해. 이놈 반토굴 셋집에서 이대론 살 수 없어. 내 인생 다 망가진다.)    그녀는 아빠가 자꾸 결혼하라는 말에 슬그머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러나 아빠가 기분 상해할가 봐 그저 서글프게 웃어 보이었다.    려향이 문 밖으로 나서자 종호는 신도 안 신은 채 따라나가면서 물었다.    “저녁엔 돌아오겠지?”    “네. 돌아올 때 무더워서 좀 바람 쏘일까 해요. 어서 들어가요.”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었다.    “보라매공원에 가는 지하철교 밑에 가라. 지하철교 밑엔 그늘이 진데다가 개울물이 흘러 바람 쏘이기는 좋더라.”    “네. 알겠어요. 근심말아요.”    종호는 려향의 어깨를 손으로 다독이면서 말했다.    “저녁엔 나영이랑 지영이랑 불러서 밥 한끼 먹을까 한다. 일찍이 돌아오라.”    “네. 알았습니다.”    려향은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천천히 돌아섰다.    “아빠, 이젠 나영이언니하구 작작 거래하십시오.”    “왜?”     “글쎄. 듣는 말에 의하면 나영은 경찰들한테 쫓기워다니는 신세라던데. 무슨 죄를 졌기에 쫓기워다니겠지요. 딸의 충고를 들으세요.”     종호는 허구푼 웃음을 지었다.     “어째? 나영이 날 빼앗아갈가 봐 그러니?”     려향은 아빠를 돌아보면서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죠. 오전에 엄마 보고 아빠하구 리혼하라고 했어요.”     “그래?”     “네.”     종호는 씨무룩이 웃었다.     “그래. 리혼해주겠다더니?’     “그래요.”     려향은 신을 벗더니 아빠 손을 잡고 말했다.     “내 이젠 몇번이나 당부했습니까? 아빠는 엄마하고 리혼하고 새 출발해라고. 이젠 사랑도 없는 이 가정이란 정신감옥을 끝장내세요. 아빠, 살뜰한 안해 없인 이대론 못 살아요. 젊고 이쁜 녀자 만나서 전주 리씨 대도 잇으세요.”     종호는 그저 허무한 표정을 지으면서 려향을 어서가라고 손짓했다.     삼복염천 무더위는 얼굴로부터 목 안까지 홧홧 달아오르게 했다.     려향은 양산도 쓰지 못하고 쨍쨍 내리쬐는 해볕을 완강한 의지로 이겨나가면서 끝내 대림역에 가서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 에어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려향은 시원한 바람을 쏘이자 기분이 확 바뀌었다.     그녀는 지하철에 앉아 달리면서 저도 몰래 아빠를 떠올리자 피씩 웃었다.     (어쩐지 아빠는 딱 카시모도 같아. 프랑스 대작가 빅또르 유고는  장편소설 (巴黎圣母院)에서 주인공 카시모도를 얼마나 개성이 독특한 인물로 형상적으로 부각했는가.)     려향은 유럽 고전문학까지 전공한 문학박사이기에 사유도 어느새 유럽 세계 명작 주인공 카시모도한테 련상이 닿았다.     (비록 아빠는 카시모도처럼 등곱쟁이도 아니고 못생기지도 않았지만 딱 카시모도를 닮았어. 카시모도는 집씨처녀 에메랄드를 얼마나 극진히 사랑하고 보살폈는가. 아빠는 카시모도가 에메랄드를 보호한 것처럼 나하구 나영이를 보살피지 않았는가? 나영도 집씨처녀 에메랄드와 비슷해. 한국에 나와 에메랄드처럼 쫓겨다니면서 살잖는가? 아빠는 또 내가 친딸도 아니라는 참혹한 현실을 모르고 바보처럼 나한테 딱 꽂혀 구석구석 보살피지 않는가?)     려향은 어처구니 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카시모도처럼 노는 가긍한 바보, 아빠가 한없이 불쌍했다.     어느 하루 밤중에 나영은 집으로 돌아왔다가 깜짝 놀랐다.    전등불을 찰칵 켜자 침대에서 난생처음 본 젊은 녀자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마나!”    려향은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다.    “놀래지 말라. 아빠 녀자친구야.”    아빠는 부엌 쪽에 맨 봉당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 앉지 않겠는가.    "녀자친구?”    “그래여. 전 나영이라고 불러요.”    나영이란 그 젊은 40대 초반 녀자는 창피한줄도 모르고 자아소개를 했다.    려향은 아빠 동거녀인가 해 셋집에서 되나가려고 했다.    “가지 말라. 엄동설한에 어디로 간다고 그래?”    “아빠 불편할 건데.”    “아니야.”    종호는 딸의 손을 잡고 해석했다.    “우린 그런 관계 아니야. 저 나영인 연길냉면점에서 일하는데 불시에 보수와 수 틀려서 보스한테 냉면점포에서 쫓겨났다. 엄동설한에 트렁크를 끌고 바깥에서 헤매는 걸 내 우리 집에 데려다 재웠다.”    그렇게 돼 려향은 그날 밤에 나영과 함께 한 침대에서 자게 됐다.    후에 려향이 안 일이지만 아빠는 진짜 에메랄드를 보살피고 보호한 카시모도처럼 나영이를 보살폈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아빠는 연길냉면 먹으러 갔다가 나영이를 면목익혔다고 한다. 트렁크를 끌고 엄동설한에 지하철역에서 헤매는 나영이를 집에 데려다 자게 하고 자기는 종각 지하철 역 층계에 가서 물앉아 쪽잠을 잤다고 한다. 그러는 걸 나영이 뒤쫓아가 셋집에 데려왔다고 한다. 그때부터 려향이 오지 않는 날이면 나영이 침대에서 자고 아빠는 부엌 먼 발치에서 잤다고 한다. 이상해. 아빠 말을 믿어야 하는가? 남녀가 한 집에 들었는데 그런 일 절대 없었다면 누가 곧이듣겠는가? 그러나 아빠는 계속 절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에이, 참. 알고도 모를 일이야. 아빠 나젊고 이쁜 나영이를 데리고 살면 뭐라느냐?)     려향은 금방 아빠를 보고 나영과 작작 거래하라고 한 말을 되곱씹으면서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리종호, 당신은 우리 집 카시모도, 사랑도 안해도 없는 바보, 카시모도입니다! 아, 현시대 카시모도와 에메랄드의 로맨틱한 사랑, …얼마나 랑만적인가!) 그녀의 허구픈 웃음기가 차창 밖으로 날아나가면서 허깨비처럼 탈춤을 추며 광대놀음을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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