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나이의 정감 변천
그 사나이 청춘기엔 학업에 모대기고 워낙 수줍은 성미인 데다가 이성 동학 모두 누나 벌이어서 연애와는 인연이 없었고 연애에는 오직 호기심뿐이었다. 22세에 학업을 마친 후 친한 동창생의 알선으로 자기보다 한 살 어린 처녀와 연애 관계를 맺고3년이란 긴 세월의 시련 끝에 결혼했다.
양지 부부 생활로 말미암아 자식 셋을 아내 홀로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견지하였으니 얼마나 고생이 막심했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환한 일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아내께 미안한 생각이 들고 세상에서 아내처럼 현숙한 여인은 없다고 느낀다.
아내가 비 정년퇴직하고 가계를 꾸려 그 사나이도 앞당겨 퇴직하고 아내의 일을 도와 10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엄중한 질병에 걸려 가계 문을 닫았다.
사나이가 질병에 걸리기 전 어느 날 고등학교 시절의 동창회에 갔었다. 그 도시에 있는 남자 동창생 일곱 명 모여 공원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식당에서 색 바랜 옛날을 추억하면서 유쾌히 음주와 식사하고 노래방에 갔다.
그 사나이는 처음 노래방에 가는 터라 자기네끼리 노래 부르면서 노는가 하였는데 노래방에 들어서자 앉기도 전에 웬 아가씨들이 욱 쓸어 들어와서 망설이었다. 눈치 빠른 고등학교 시절 단지부서기가 그 광경을 보고 하였다. 단지부서기의 능청스러운 언어와 행동으로 만장일치의 폭소를 일으켰다. 웃음소리 끝나자 또 하여, 또 아가씨들의 폭소를 일으켰다. 그 사나이는 한마을에 사는 동창생이 2명이 있었는데 단지부서기가 그 가운데의 한 명이다. 그들은 사나이를 단련시켜야 하겠다면서 그들 셋이서 또 다른 노래방에 갔다.
그들 둘은 정년퇴직 전 모두 행정 공작에 종사하여 10년 전부터 상급에서 내려오는 손님들을 모시고 빈번히 노래방에 나들었단다. 몇 번 셋이 함께 노래방에 다니면서 사나이가 느낀 것은 아가씨들의 소질이 낮고 웃음 파는 기생처럼 저급 취미로 남성을 끌어 돈 버는 누추한 인간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 번은 그들 셋이 예전에 갔던 데를 갔는데 전번처럼 짝을 묶었다. 사나이와 동반하여 노래 부르는 아가씨가 사나이의 왼손을 당겨 자기 왼쪽 어깨에 올려놓더니 잠시 후에 제 가슴에 사나이의 손을 넣었다. 춤추는 다른 두 쌍의 눈에 뜨일까 봐 사나이는 급히 손을 빼었다.
사나이는 두 친구의 배양을 거쳐 집에 현숙한 장미꽃을 두고도 들꽃에 딴 눈을 팔게 되었다. 들꽃의 곡선미를 흠상하고 점차 앞 맵시의 감상에 만족하지 않고 뒷맵시도 빠질세라 감상하였다. 바람기 없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더니 그 말이 지당한 것 같다.
중한 질병이 완치된 어느 해 화분 꽃이 한 들꽃을 거느리고 집에 왔다. 사나이는 첫눈에 들꽃의 미모에 홀딱 반했다. 화분 꽃의 시야에서 체면 무릅쓰고 풍만한 그 자태 어여쁘게 소박한 그 모습 눈 잡고 놓칠 않았다. 한어의 一见钟情이라는 말 처음으로 체험하고 오매에 사모하는 고통을 맛보았다.
매달 한 번은 정기적으로 볼 수 있으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한 해는 쏜살같으나 그 한 달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지고, 보고도 또 보고 싶고, 손에 손잡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 했으며 점차 대방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지금쯤은 무엇을 할까? 몸에 탈이나 생기지 않았는지? 불편한 몸은 호전되었는지? 마음이 부풀어 있는지? 기분이 우울해 있지 않은지? 걱정하게 되고 참을 수 없어 무선을 누른다.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만으로도 전율을 일으키고 그 바람결에 가슴 설레어 피 끓고 청춘을 되찾아 언제나 함께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격정을 되찾아 자위의 환상 대상으로 그 들꽃을 사랑하고 심지어 그를 춘몽에서 가끔 만난다. 가슴 설레는 사념으로 향수를 감지하고 그리움으로 행복해했다
처음으로 화분 꽃을 두고 들꽃에 발목 잡혔다. 이리하여 청춘을 되찾은 느낌으로 젊어지는 환각 속에서 나날을 보내어 아주 행복해했다.
들꽃은 사나이의 이런 심사를 눈치 차렸을 거고 남들도 그 기미를 감촉했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짝사랑이 몇 년 지나니 정이 들만치 다 들었다. 그는 정신 차리고 자기감정을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 끝에 친구는 애정이나 친정보다 신성하기에 이성 친구로 들꽃과의 관계를 정리하였다. 들꽃도 쾌히 받아 드텼다.
그런데 자기감정을 너무 억제해서인지 빈번한 만남에서 인지 격정은 점차 무디어가고 정만은 더더욱 고개를 쳐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