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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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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샘물터에서 만난 처녀(10) 김장혁 댓글:  조회:966  추천:0  2024-01-11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김장혁              제2장 고향 마을의 사람들                        1.샘물터에서 만난 처녀                   서리발 나는 해볕이 개마고원 원시림의 숫구멍을 내리쪼이기 시작하였다. 개마고원에는 마가을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별유천지였다.     성칠은 적토마 배를 툭 차 박차를 가하면서 령길을 벗어나 적송이 우거진 산비탈을 내리달렸다.     한참 달리다가 저 멀리 고향 마을이 내려다보이자 목이 말라 마른 침을 꼴깍 넘겼다. 말배에 처맨 조롱박을 풀어 쳐드니 물방울이 몇 방울이 마른 입술에 떨어졌다. 성칠은 입술의 물방울을 혀로 감빨다 말고 저 멀리 보이는 샘물터에 눈길을 박았다.     “샘물을 실컷 마셔야 하지.”     좁다란 골짜기 막바지 샘물터에서 웬 처녀가 바가지로 샘물을 한 바가지 한 바가지 물동이에 퍼담고 있는 것이었다. 하얀 무명저고리로 감싼 가녀린 어깨 위로 외태머리를 치렁치렁 드리운 처녀, 깜장치마를 입은 처녀의 동실한 뒷모습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야 있겠는가.      (은년가? 은흰가?)       검둥이가 앞서 달려가려는 것을 성칠이 “휙!” 휘파람을 불어 불렀다.        그는 말을 달리다가 살짝 뛰어내려 살금살금 샘물터로 다가갔다.        (뒷모습은 은녀와 똑 같은데.)        성칠이 샘물터의 처녀 뒤까지 살금살금 다가갔는데도 처녀는 아직도 자취를 모르고 있었다. 성칠은 뒤로 다가가 두 손으로 처녀의 두 눈을 꽉 막았다.        “왁!”     “어마나!”     후닥닥 놀란 그 처녀는 두 손으로 성칠의 두 손을 잡고 손가락을 하나 꼭 잡아 푸느라고 안간힘을 다 썼다.     "누구야? 놔, 놔라니깐!"     성칠은 손가락에 힘을 더 주면서 걸걸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 누구겠꽁?”     “이걸 놔봐!”     “맞추고야 놓을 테야.”      “성칠 오빠겠꽁.”       “아니다. 은녀야.”       “그럼? 아냐. 성칠 오빠 맞다. 응응. 이걸 놔.”      성칠이 아무리 목소리를 숨기려고 하였지만 은녀의 귀를 속일 수는 없었다.      성칠이 두 손을 활 놓자 은녀는 그의 두 손을 잡은 채 돌아앉으면서 쌍까풀눈을 똥그라니 떴다.      “오빠 맞구나! 나쁜 놈!”      은녀는 성칠의 넓은 가슴에 주먹을 안기다가 성칠의 가슴을 활 밀어놓았다. 성칠은 준비 없어 벌러덩 엉덩방아를 찧었다.      “얘야, 목이 말라 째지는 것 같다. 물 한바가지를 주렴.”      “그래요.”      은녀는 강원도 영월군에서 이사해 와서 남대치 말을 곧잘 했다.      그녀는 물바가지로 샘물을 한 바가지 푹 퍼서 손바닥으로 바가지 밑에 흐르는 물을 쓱 닦았다.      "자요."      그녀는 두 손으로 물바가지를 쑥 내밀었다.      성칠이 급히 받아 마시려고 하자 은녀가 물바가지를 도로 가져갔다.      “야, 목이 말라 죽겠는데 무슨 장난이야.”      “아니. 급히 마시지 말아요.”     은녀는 물바가지에 풀잎을 하나 뜯어 띄워 놓은 후 다시 내밀었다.     “자, 드세요.”     성칠은 물을 마시려다가 풀잎을 보고 상을 찡그렸다.     “물바가지 안에 웬 풀잎이냐?”     은녀는 생글방글 웃으면서 종알거렸다.     “오빠가 바쁜 걸음을 달려온 후 물을 급히 마시다가 얹힐 가봐 그래요.”     “오, 그래?”     은녀는 옥 같은 이를 드러내며 쌔물쌔물 웃으면서 성칠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성칠은 물바가지 물에 뜬 풀잎을 후후 불면서 샘물을 꿀꺽꿀꺽 마시었다.       “어, 시원하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자, 한바가지 더 주렴.”      성칠이 물바가지를 내밀자 은녀는 샘물을 또 한바가지 폭 퍼 주면서 종알거렸다.       “자, 드세요. 땅 밑에 샘물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실컷 드세요.”      “그래, 은녀 샘물이 특별이 시원하구나.”     성칠은 시원한 샘물을 연속 두 바가지나 마셨다.     “호호호, 괜히 물배만 채우겠소.”     은녀는 또 한바가지 퍼서 두 손으로 내밀었다.     성칠은 그 한 바가지마저 다 마시고서야 뒤에 따라온 검둥이 대가리를 쓰다듬었다. 검둥이도 성칠과 은녀를 번갈아보면서 꼬리를 흔들거렸다.     성칠은 말배에 건 주머니에서 큼직한 곰의 고기덩이를 꺼내서 은녀에게 내밀었다.     “이건 뭐예요?”     "사냥한 거야. 집에 가져다 앓는 아버지한테 대접해라. 이 장꿩 꼬리털 하나만은 기념으로 잘 건사해.”    성칠이 정색해 말하자 은녀는 귀밑까지 발갛게 상기됐다.    “오빠, 은희 언니가 알면 괜히 오해하겠어요.”    “뭘, 오해한다는 거야. 오빠 너한테 주는 건데.  언제 셈평이 들겠니? 또 널 고와하면 뭐라니?”      “아이고, 부끄러워라. 호호호.”     은녀는 물바가지를 떨어뜨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외면했다.     가리마를 낸 귀밑에 칠색무지개가 더 곱게 피였다. 이팔청춘의 은녀는 실로 산속 숲속에 피어난 한 송이 함박꽃 같았다. 함치르르한 머리카락아래 짙은 눈썹아래 긴 속눈썹에 어울리게 새별처럼 반짝이며 새물대는 눈, 옥 같은 이, 구김살 하나 없는 빨간 입술,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에 귀밑머리 몇 오리가 흘러내려 가을 산바람에 하느작거렸다.      “보기는?”       “보는데 고운 얼굴이 축나니?”      성칠은 은녀을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그 넓은 품에 안겼던 은녀는 덴 겁을 한 듯이 바삐 뒤로 물러섰다.     “놔요. 저기 누가 온다는데도.”      짐짓 골짜기아래 저쪽으로 눈치하자 성칠은 그 곳을 내려다보면서 손을 놓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에이, 요게 어디서.”     “호호호, 아저씨가 이러면 되는가요?”     “그런가? 내 너무 한 겐가? 에크, 저게 네 엄마가 오는구나. 그럼 내 먼저 내려가겠다.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알려라."      성칠은 적토마 잔등에 훌쩍 뛰어올라 검둥이를 앞세우고 먼지를 뽀얗게 일구면서 굽이진 골짜기 아래로 사라졌다.       은녀는 촉촉한 눈길로 멀어져가는 성칠 오빠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골짜기 저 아래에서 한손으로 치마 자락을 걷어안고 올라오는 어머니를 보자 제정신이 펄쩍 들어 물동이를 이고 장 꿩과 곰 고기를 들고 아래로 치마자락이 휘날리게 내리 걸었다.        은녀가 인 물동이에서 바가지 물동이에 부딪치는 소리가 동 동 동 절주 있게 들려왔다.        은녀는 금방 있은 분간하기 어려운 일에 생글 웃다가 무거운 그림자가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햇님도 처녀 총각의 이런 연극을 많이 보았으련만 숫처녀의 웃음에 화답이나 하듯이 씨물 웃었다. 시원하고 맑은 가을 샘물은 여전히  뭘 조잘조잘 속삭이면서 흐르고 흘러 성칠이 네 집 앞을 굽이굽이 흘러내려갔다.       은녀는 물동이에서 얼굴에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손으로 닦으면서 어머니를 따라 집 안에 들어섰다. 그런데 응삼의 자그마한 주먹 낯을 보자 불길한 예감이 들어 주춤 멈춰 섰다.      “오, 은녀가 돌아왔구먼. 마침 잘됐다.”     응삼의 이지러진 애호박 같은 낯에 간사한 웃음이 흘러지나갔다. 은녀가 왼손에 쥔 장 꿩에 눈길이 닿자 주름살이 죽죽 간 그의 길쭉한 낯에 음흉한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은녀가 집안에 천천히 들어가 장 꿩을 부엌에 내리어 놓고 물동이를 내리어 물독에 쏴- 부었다. 그녀가 동이를 안고 다시 샘물터로 가려고 문 밖에 나섰다.      그때 집 안에서 쿨룩쿨룩 기침소리와 함께 엄창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은녀야, 가지 말고 들어오라.”     은녀가 집 안에 들어가니 아버지가 쑥 꺼져 들어간 가슴을 손으로 두드리면서 쿨룩 거렸다.     은녀는 바삐 물동이를 구들에 내려놓고 구들에 올라가 아버지 잔등을 두드려주었다.       창렬은 응삼을 내려다보면서 말하였다.      “작은 나리,  딱한 사정을 들어주오. 은녀를 데려가지 못하오. 내 병이 나으면 꼭 그 집에 들어가서 일해 빚을 갚아주겠소. 쿨룩쿨룩.”      은녀는 깜짝 놀라 발딱 일어나더니 이글이글 불타는 눈총을 응삼에게 쏘았다.      응삼은 개의치 않고 엄창렬에게 호통쳤다.      “애햄, 그래 자네가 언제 병이 나아서 3년 전에 진 빚을 갚는단 말이요? 약을 쓰겠다고 해서 뀌워줬더니. 참 량심없게 놀아? 은녀가 이젠 저렇게 컸으니 딸 신세라도 져야지 않겠소?”       부엌 쪽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창렬의 처 명순이 두 손을 마주잡고 통사정하였다.      “조금만 말미를 줍소. 애 아버지가 저렇게 앓는데 은녀까지 들어가고 나면 이 집 농사는 누가 짛겠소? 딱한 사정을 좀 봐줍소.”      “그것도 말이라고 해?”     응삼이 발딱 일어나면서 뾰족한 참새 입을  짹짹거렸다.      “염치 있소? 신세를 졌으면 갚을 줄도 알아야지. 딸년들이 저렇게 컸는데 일도 시키지 않는가? 그래 요리 간에 보낼 예산인가? 은녀 안 되면  은희를 가져가야겠소.”      납덩이 같은 침묵이 집안에 흘렀다.      한참 후 응삼이 일어나면서 구렁이 같은 말 한마디 내뱉었다.      “정 딸년들을 못 들여보내겠으면 처라도 들여보내오.”      응삼이 엉덩이를 툭 털면서 바닥에 내려가 신을 신었다. 응삼은 문을 박차고 나가면서도 우멍 눈은 은희의 하얗고 말쑥한 얼굴과 풍만한 젖가슴을 흘끔 곁눈질했다.      그때까지 아버지 잔등을 두드리던 은녀가 쌍까풀눈을 들어 응삼을 바라보았다.      “나리,  내 들어갈테니 엄마는 놔 두세요.”       응삼은 실 돌피 같은 몸을 돌려 창렬과 은녀, 은희를 번갈아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오, 그래 참 심청 같은 효녀로구나. 내일 인차 우리 집에 들어오라.”      창렬이 은녀를 밀치면서 일어나 손을 내저었다.     “저, 나리, 은녀는 죽어도 못 들여보내겠소. 내 눈에 곰팡이가 끼기 전에는 안 되오.”     응삼은 머리 뒤로 담배연기를 흩날리면서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독살스레 을러멨다.     “내일 보내게나. 오지 않으면 이 놈의 집을 허물어 갈 줄 알아라. 퉤! 배은망덕한 놈들.”     응삼이 삽짝문을 열고 나가자 창렬은 은녀와 은희를 붙안고 잔등을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은녀야, 안 된다, 안 돼. 내가 죽으면 죽었지 너희들을 남의  부엌데기로 들여보내지 못한다. 안 된다, 안 돼.”      은녀는 아버지 잔등을 두드려주면서 하얀 얼굴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었다.       뒤이어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헌 까래 위에 눕혀놓았다. 앓는 아버지 초췌한 얼굴을 내려다보는 은녀의 가슴은 한 오리 한 오리 저며 내는 것만 같았다. 눈물과 땀방울이 흘러내려 은희의 양 볼에 눈물범벅이 된 귀밑머리 몇 오리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이때 바깥이 어두워지더니 돌개바람이 사납게 불어쳤다. 순식간에 돌개바람에 창렬의 집 이영이 흩날려 하늘높이 날아났다. 앙상한 연목가지가 퍼런 하늘아래 덩그렇게 드러났다.  먹장구름이 덮쳐오더니 가을비 구질구질 쏟아져 내렸다. 을씨년스러운 하늘아래       집 안에서는 쿨룩쿨룩 기침소리에, 천정에서 새 떨어지는 물을 받느라고 분주한 소리, 명순과 은녀, 은희의 흐느낌소리가 반죽돼 상가집처럼 처량하게 귀를 아프게 했다.     은녀의 남동생 상호는 사내노라고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고 눈을 부릅뜨고 씩씩 거렸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 먹장구름이 흘러가고 가을비 멎자 기러기 몇 마리 끼룩끼룩 슬프게 울면서 날아 지나가고 있었다.
398    《욕망의 천지>> 아동문학계 들썽 리련화기자 댓글:  조회:305  추천:0  2024-01-01
                          “욕망의 천지” 아동문학소설계 들썽                                                                 - 소설가 김장혁씨 제3회 웰빙아동문학상 금상 수상          2015년 09월 11일 15시 04분  조회:460  추천:2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5월4일 09시12분 조회:93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지난 3월에 펼쳐진 제3회 웰빙아동문학상 시상식에서 김장혁이 장편과학환상소설 “욕망의 천지”로 금상을 수상했다.     과학환상소설은 현실을 초월한 환상적인 환경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환상적인 인물형상을 창조한다는것이 일반소설과 다른 독특한 특징으로 된다. 김장혁은 몇해전 펴낸 “야망의 바다”에 이어 속편 “욕망의 천지”를 펴내며 우리 중국조선족문단에서 여직 미개척지로 남아있던 과학환상소설분야에 본격적인 입성을 알렸다.      김장혁작가는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일찍 교원, 기자 사업에 종사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연변인민출판사 《로년세계》잡지사에 몸잠그고있다. 그가 아동문학에 손을 대게 된건 그의 말을 빌자면 처음에는 “환경의 핍박”에 의해서였다. 일찍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 장편정탐실화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실화집 “빨간 장미꽃 함정” 등 실화창작에 심혈을 기울이던 그는 출판사에 전근한후 사업의 요구에 의해 아동문학창작에 손을 대게 되였다.       그는 과학환상소설을 창작하기 위해 과학지식과 정보를 수집, 정리하면서 일찍 2000년대초에 중편과학환상소설 “지구촌보위전”, “클롱바우꼬마대통령모험기” 등을 펴냈다.       김장혁의 아동문학작품들이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 우수상, “동심”컵 중한아동문학상, “옹달샘”중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저자는 문학계 및 여러 문학지성인들의 편달과 지지에 창작용기를 얻고 계속하여 아동문학창작에 매진, “욕망의 천지”를 펴냈다고 한다.       오늘 지구촌은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인류에 의해 모진 몸살을 앓고있다. 인류의 절제없는 욕망아래 끝없는 산업개발과 더불어 지구생태환경은 여지없이 파괴되여가고있다. 김장혁작가는 이러한 현실에서 지구생태환경보호라는 중대한 공정과 황홀한 꿈이 자신을 불렀다고 말한다.       이번에 펴낸 “욕망의 천지”는 방대한 슈제트구성의 환상이야기로 기원 3978년을 배경으로 한다. 제10차 핵전쟁으로 하여 지구촌은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가스온난화로 남북극빙하가 녹아내려 수많은 대도시가 물에 잠긴다. 이런 환경에서 오염된 생태환경을 복구하기 위한 위대한 변혁이 이 소설의 발단으로 된다.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김만석회장은 “소설속 변화무쌍한 이야기는 과학적원리에 의하여 안받침되여있어 과학적이며 환상적인 이야기로 승화되였고 인물형상창조에서 기적인 인간, 환상적인 인물 형상을 부각했다”, “우리 문단에 둘도 없는 과학환상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저자 김장혁은 아동문학외에도 수필집 《리별》,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 《사랑은 요술쟁이야》를 펴냈고 중단편소설과 수필, 실화, 동화 등 300여편을 발표했다. 김장혁은 출판문화환경이 어려운 현실속에서도 작가의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끊임없이 자유분방한 창작의 필을 날릴것이며 필생의 정력을 대가로 영양가 있는 문학작품을 써내는데 심혈을 기울일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연변일보 문예부 리련화 주임기자
397    사막의 마라토너 김장혁 댓글:  조회:805  추천:1  2023-12-29
                          사막의 마라토너                                     김장혁     나는 사막과도 같은 문학권에서 장장 50년 동안 파란만장한 문학창작의 외나무다리 길에 들어서서 상처도 많이 입었고 곡절도 많이 겪었다. 또 그만큼 한도 많았다. 그래 정녕 가슴에 한이 맺혀야 글을 쓸 수 있는가?     나는 한 맺힌 가슴의 상처를 매만지면서 사막의 모래바람을 무릅쓰고 한편, 또 한편의 글을 쓰면서 외롭게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원래 나는 일찍 조선 궁정어의를 지낸 고조부와 증조부의 의술을 물려받아 아픈 사람의 병을 치료해주고 죽는 사람을 구하는 착한 의사로 되려는 꿈을 꾸었다. 대학시험을 치기 전까지도 지망을 연변의학원에 썼지만 불행하게도 색망이여서 어린 시절의 의사 꿈을 접고 청년시절의 꿈인 문학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나 나는 문학의 사막에서 매냥 마라톤을 해야만 한 숙명적인 리상개변을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문학이란 사막에 들어서서 별의별 고생을 다 했지만 오히려 민족을 위해, 인류의 정신세계를 개조하고 정신재부를 창조하는 문학창작사업에 한생을 바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더욱 보람찼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중에 입학한 후 김재권, 김설봉, 김철환, 김진산, 리광평 등 계몽은사님들의 가르침을 받아 점차 기자와 작가로 되려는 푸른 꿈을 꾸게 되였다. 대학에서 문학개론을 공부하면서 김만석교수님의 아동문학강의도 귀동냥해 들은 후부터 나는 곡절도 많았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고 장편아동소설을 쓰려는 강한 충동을 받았다. 그리하여 나는 대학교 시절에 나는 장편아동소설 "려명전야의 샛별"를 쓴 적이 있다. 그때 허룡구교수와 최문식 교수는 내 습작소설을 읽어보고 잘 다듬으면 성공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힘을 북돋아주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는 1979년도 그때까지 전례없는 장편아동소설을 한 문학애숭이에 의해 출판하긴 이르다고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나는 그  미발표작 장편아동소설 원고를 버리지 않고 35년 동안이나 보관해두었다가 대하소설 "제 6권과 제 7권에 나눠 삽입하여 끝내 발표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외람되게 외나무 다리를 건너 사막에서 작가의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나는 문학창작의 길이 어려운 사막에서의 외로운 마라톤인줄은 몰랐다.     나는 풍파도 많고 곡절적인 인생길에 질투와 무함, 상처를 받을 때마다 이를 악물고 상처를 매만지면서 교훈을 섭취하고 아픔을 원동력으로 삼아 한편, 또 한편의 글을 써냈다.     고중시절에 당시 조양공사 당위 선전위원으로 계신 김철환선생님과 방송소 소장으로 계신 리광평선생님 그리고 고중 어문교원 김진산선생님을 모시고 신문과 방송에 두부모만한 글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일로 해 “글을 써서 이름을 날리려는 야심가”라는지, “독서벼슬론”의 류독이 깊은 학생이라는지 별의별 모자를 다 쓰고 억울하게 고중을 졸업할 때까지 질투와 무함에 의해 입단도 하지 못하였다.    1976년에 억울함을 한 가슴 품은 채 귀향한 후 나는 당시 조양공사 문화소 소장으로 계신 김재권선생님을 문학스승으로 모시고 수많은 소설책을 읽고 문학에 어섯눈을 뜨기 시작하였고 민담정리와 소설창작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밭에 나가 일할 때도 김재권선생과 김철환, 김설봉 등 선생님들이 빌려준 누런 소설책을 호주머니에 넣고 가서 가물에 물을 만난 사람처럼 쉼시간이면 웃고 떠드는 농사군들을 피해 물도랑이거나 눈두렁에 숨어 책을 읽었다. 나는 소몰이군으로 산야를 달아다니면서도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가물에 물을 만난 사람처럼 소설책을 읽었다. 일부 무식한 사람들은 나를 두고 빈하중농의 재교육을 잘 받지 않는다는지, 빈농의 아들인데 농촌에 뿌리박고 새 농촌을 건설하려 하지 않는다는지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헐뜯어댔다. 그러건 말건 나는 고된 농사일에 지쳐도 밤이면 독서와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대학입시가 회복돼도 입시복습마저 마음놓고 할 수 없어 저수지공지에서 도망쳐 외지 큰누나네 집에 가서 숨어 공부하지 않으면 안됐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현문화관에 들어가려던 최저한도의 희망마저 물거품이 되여 중학교에 가서 코흘리개들을 마주 했을 때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룡정시 문련 주석으로 계신 김재권선생님은 나를 불러놓고 힘을 실어주었다.     “딱 문화관에 들어가야만 문학창작을 할 수 있느냐? 교원사업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문학창작을 할 수 있다.”     그 말씀에 삶의 용기를 얻고 절망에서 간신히 헤쳐나온 나는 그때부터 룡정시 문화관 원로작가들인 김재권, 리태수, 황병락 등 선생님들을 모시고 “보름회”라는 문학단체에 다니면서 문학창작수업을 하였다.그런데 소속 중학교 일부 책임자들은 “교수연구를 하지 않으면서 자기 글만 쓴다.”고 비평하면서 글을 쓰지 못한다고 제한했다. 이는 작가를 꿈꾸는 나의 문학생명을 짓밟는 조폭한 간섭과 더러운 수작이 아니고 뭔가? 비록 생물로서의 목숨은 붙어 있어도 작가로서의 령혼과 생명은 죽고 말것이 아닌가. 문학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없는 세상은 곧 지옥에서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나는 그제야 알것 같았다, 창작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니, 민주와 자유가 없으면 얼마나 암담한가를!     나는 물 한모금도 없고 불볕이 홧홧 달아오는 사막에서 마라톤 달리기를 잠간 멈추고 애어린 문학생명을 살려내려고 무등 모지름을 쓰지 않으면 안됐다. 교편을 잡고 합법적으로 문학창작을 해나기 위해 나는 담임교원 사업에 눈코뜰새 없으면서도 초중과외작문써클 지도교원을 주동적으로 맡고 수많은 학생작문을 지도해 신문과 잡지에 발표하였다. 학생들은 주와 성, 전국급 여러가지 작문콩쿠르에서 우수중학생작문상을 수두룩이 안아왔다. 그때 학생들 속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이 배출됐으며 그들 속에는 오늘날의 대학교 학원 원장, 교수, 박사, 이름난 가수, 성악교수도 있으며 중국조선족문단의 어마어마한 작가도 있다. 나는 그들의 지명도가 너무 높아서 줄곧 내 입으로 학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마치 그들의 지명도를 빌어 후광을 보려고 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은 언제나 나를 스승이라고 널리 외우고 있다. 인간수양을 제대로 닦은 그들이 장하기만 하다. 당시 나도 수차 교육잡지사와 전주 교육론문발표회에서 우수작문지도교원상과 우수작문지도론문상을 탔으며 학교에서 우수담임교원상도 탔다. 짤막한 소설도 신문과 잡지에 륙속 발표했다. 학교 책임자들과 교원들은 전교 교원성과전시회 때 전시된 나의 수두룩한 작품과 전주 우수교연론문상 그리고 학생들의 작문과 상장들을 둘러보고 나의 작문지도교수사업을 충분히 긍정했다. 나는 그때라고 나는 “교원이 글을 잘 써야 학생작문을 잘 지도할 수 있다.”, “글짓기에서 사로개척의 예술수법” 등 교수론문을 써서 여론조성을 했다. 기실 “교원이 글을 잘 써야 학생작문을 더 잘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문교원으로서의 간단한 상식이지 그 무슨 철리가 아니다. 더욱이는 대서특필할 론문거리도 아니였다. 그러나 나는 아주 힘들게 따낸 작문지도 성과로 그 간단한 상식적인 도리를 증명하고 내가 과외로 문학창작을 하는 것을 합법화해야만 하였다. 나중에 학교에서는 나를 보고 전주교수연구론문회의에서 우수상을 탄 교수론문을 전교 년말총화회의에서교류하게 하였다.     그후부터 학교와 조선어문교연실에서 더는 나의 과외창작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후에 부임돼온 주천을 교장과 유재환 교장은 나에게 고중교수와 전교 작문써글 지도교원을 맡기고 나의 문학창작을 지지해주었으며 어문교연실 교원들에게 문학창작활동을 폭넓게 벌릴 것을 호소하였다. 문학창작 연성환경을 마련한 후 나는 다시 용기를 얻고 퇴근한 후 세집에서 밥상을 놓고 곤한 눈을 집어뜯으면서 한편, 또 한편의 글을 써냈다. 그러나 작품은 써놓아도 발표하기는 아주 힘들었다. 중편련정소설 “사랑환상곡"은 지금 다시 읽어봐도 괜찮은 예술작품인 것 같다. 나는 소설원고를 가지고 숱한 잡시사를 찾아다녔고 편집들이 제기한 수개요구대로 16번이나 수개했다. 진짜 그 두툼하고 부동한 내용으로 된 수개원고로 전람회라도 열만 하였다. 하지만 그 중편소설은 국내에서 끝내 발표되지 못했다. 20년이 지난 후 나의 그 소설은 중단편소설수필집 "사랑환상곡"에 수록돼 한국에서 출판돼 한국에서도 제일 큰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버젓이 팔렸다. 지금도 컴퓨터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의 그 소설집 판매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몇십년이 지난 후 결과가 보여주다싶이 작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소설이 당시 편집들의 눈에 들지 못한 것 밖에 없다. 내 작품이 명작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한점만은 짚어놓고 지나가고 싶다. 편집은 명작가를 키울 수도 있고 명작을 죽일 수도 있다. 편집은 편집 도덕과 량심을 지켜야 한다. 작자의 문단서렬이나 권세와 면목을 보고 작품을 살생하면 한 작가에게, 아니,  문학사에 죄를 짓게 된다.      그 소설을 국내 편집부에서 퇴고를 맞은 그날 나는 뻐스를 타고 모아산 고개를 넘어 룡정에 돌아오면서 절망에 빠졌다. 필을 꺾으려고까지 했다. 나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발표되지 못한 그 소설 원고를 한장 한장 찢어 차창 밖으로 날려 보냈다. 이런 일은 기수부지이다. 35년 전 교원시절에 발표하지 못했던 문예평론 “리근전의 소설 ‘고난의 년대’에서 력사반영의 예술특징”은 한글자도 고치지 않았지만 그 잡지사 편집과 주필이 바뀌자 딱 그 잡지에 발표됐다. 그때 편집권세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가를 실감했으며 편집이라면 문학초보를 살려내기 위해서 어떻게 원고를 처리해야 하겠가하는, 편집의 직업도덕과 좌우명, 원칙도 깨닫게 되였다.     당시 나는 작품 발표가 좌절될 때마나 너무 애나 몇번이고 필을 꺽으려고 했다. 그때마다 김재권 선생님과 리태수 선생님이 계속 창작용기를 북돋아 주군 하였다. 그 덕분에 나는 완강한 의지로 문학창작에 달라붙었다. 지난 세기 80년대 초 교원시절에 나는 당시 "천지"잡지사 부총편 조성희, 료녕성 "새마을"잡지사 주필 전정환, 연변일보사 문예부 주임 리임원과 허봉남선생, "별나라" 편집부 주임 최문섭과 허호범, 허춘희, 리태학 등  편집선생님들, "청년생활"편집부 황기철주필과 김철환 부주필 등 선생님들의 방조하에 단편소설 “의심병 후유증”, “재수령감”, “꿈많은 향화”, 실화"참된 삶", 실화 "백만장자의 길" 등 수두룩한 작품을  “천지”, “연변일보”, “별나라” , "청년생활". "새 마을" 등 잡지와 신문에 발표하였다.     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훌륭한 문학창작 환경을 마련하려고 무려 15년 동안이나 또 전근마라톤을 해야 했다.  나는 천방백계로 노력해 연길시병원에 안해를 먼저 전근시키고 김철환, 김재권선생님의 방조하에 끝내 모아산 열두 아리랑고개를 넘어 연길에 들어와 청소년 시절의 꿈대로 연변인민방송국 당당한 기자로 되여 맹활약하게 됐다.     1988년부터 1996년까지 연변인민방송국 기자로 활약하는 한편  당시 연변인민출판사 부총편 리성권선생의 방조하에 연변인민출판사 특약편집으로 되여 아리랑에 실화 "중국조선족의학교육의 창시자 정규창교수"를 비롯한 실화 10여편을 문예총서 "아리랑"에 발표했다. 또 조성희 부총편, 장경숙  부총편과 허영순부총편 등의 방조하에 "천지"와 "연변녀성" 등 잡지에 단편소설이나 수필, 실화 같은 문장을 수두룩이 발표하였다. 그중 실화 "한 골과의사의 길"은 "아리랑문학상"을, 실화 "동북아황금삼각주-훈춘"은 "백두컵문학상"을 받았다. 또 리성권선생과 "천지"잡지사 소설편집부 김창석주임의 방조하에 실화 "동북아황금삼각주- 경신"을 천지에 발표하였다. 그후 신심을 가진 나는 연변인민출판사 김철환 주임의 배려하에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를 펴냈고 당시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부총편 리성권선생의 배려하에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를 펴냈다. 나는 지금도 리성권 부총편은 눈보라치는 엄동설한에 사업이 그렇게 다망하면서도 나를 데리고 왕청에 가서 왕청현법원 록도유 취재를 지도해주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사비를 털어 려비에 보태라고 200원을 내 손에 쥐워주기까지 하면서 나의 취재를 지지해주었다.  80년대말 당시 200원은 한달로임이나 되는 목돈이였다. 그는 심장병으로 불행하게 입원해사선을 헤매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자마자 문안을 간 나에게 첫마디로 "네 실화를 내준다던게 하마트면 못낼 번했구나. 그 책을 낼 때도 됐다."하고 말했다. 출원한 후 그는 진설홍 선생한테 위탁해 나의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를 한문으로 번역해 출판해 연변중급인민법원과 왕청현당위 선전부의 지지하에 연변주 각급 인민법원과 왕청현 각 향진에 도합 6천부나 발행했다.     방송국에 있을 때 나는 또 연변인민출판사 김철환 주임의 방조하에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를 냈었다. 림금산 부총편은 이 소설을 "료녕조선문보"에 련재되였으며 문예부 석화 주임은 이 소설을 연변인민방송국에서 2년 동안 련속랑독하게 하였다.     9년 후에 리성권 사장과 최일균 사장의 방조하에 나는 연변인민출판사에 전근해 편집사업을 하게 하였다. 그때로부터 22년 동안 나는 본격적으로 문학창작을 하였으며 창작과 본직사업에서 황금기를 맞이하였다. 물론 사업의 수요로 줄곧 그렇게 하고 싶었던 문예편집을 하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나는 종합간행물 "로년세계", "농가" 등 잡지 주필과 광고사업 그리고 신입편집들 양성 등 과중한 사업을 하면서도 여가에도 부지런히 문학작품을 창작해 창작과 사업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일부 아동문학작가들은 소년아동들을 대상한 종합간행물 편집으로 갓 나선 나를 두고 “성인문학작가이기에 아동문학을 창작할 줄 모른다.”, "출판사에 온지 1년도 안돼 부주필을 시켜? 뭘 안다고?" 하고 헐뜯었다. 하긴  그 로편집은 나를 헐뜯을만도 했다.  한뉘 편집해도 소조장도 못했으니까.     나는 “성인문학작가인 나도 아동문학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본때를 보이려고 아동소설 창작에 몰입하였다. 나는 공원에 가서 잰내비랑 호랑이랑 노는 걸 구경하면서 어떻게 인간세상의 소설감을 동물로 이인화하여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령감에 따라 한편 또 한편의 동화를 써냈다.     그러나 동화 "꼬리 긴 토끼"는  한 로편집에 의해 총살당할 줄이야.     알고 보니 그 로편집은 나를 뒤에서 늘 헐뜯고 있었다.      "네놈이 무슨 아동문학을 안다고 한뉘 아동문학을 한 이 전문가 머리 위에 앉아 주임 행세를 해? 주임이면 다냐? 동화는 그래도 내가 전문가지. 네 놈의 작품을 안내주면 네가 아무리 주임인들 어쩔테야?"    그 로편집은 소인배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배심을 먹고 내가 애나게 쓴 동화를 깔아둔게 뻔했다.        나는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그럴수록 나는 상처 자국을 매만지면서 한편 또 한편의 동화를 써나갔다. 또 교원사업을 할 때 관찰해두었던 학생들을 모델로 애들의 눈높이로 한편 또 한편의 아동소설을 창작해냈다. 총살맞았던 동화 "꼬리 긴 토끼"는 20여년이 지나 김선화 주필(현재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아동문학창작위원회 주임)의 손을 거쳐 잡지에 실렸다.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꽃동산"잡지사 주필 리영옥녀사와 "은하수"잡지사 주필 김성우 선생의 지극한 방조에 의해 나는 끝내 2002년에 첫 포로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을 출판했다. 그 작품집에는 그 편집이 깔아놓았던 동화 "꼬리 긴 토끼"도 번듯하게 실렸다.     지난해에는 단편과학환상아동소설 "조왕돌 모험기"를 한문으로 번역해 한문잡지 《小小说天池》에 발표하였다. 편집부에서는 나의 과학환상아동소설을 한족 어린이들도 아주 즐겨 본다면서 반응이 꽤나 좋다고 하였다.    나는 민족의 사명감과 의무감을 안고 우리 민족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줘야 하겠다는 의욕 밑에 필승의 신념으로 밤중까지 소설창작에 혼신을 불태웠다. 어떤 때에는 새벽부터 도정신해 글을 쓰다나니 시계를 올려다보고 출근 시간이 돼 짝짝 신을 다 신고 단위로 달려가서 편집들의 웃음거리를 만든 적도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휴식일이면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컴퓨터에 마주 앉아 까딱하지 않고 글을 수개하다나니 엉덩이에 썩 살이 배기고 부스럼과 종기까지 나서 너무 아파 엉덩이를 들고 쪼그리고 앉거나 가슴에 베개를 받치고 엎드려 글을 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창작에 너무 열을 올리다나니 눈이 너무 피곤해 피가 지고 고기가 동공에 씌우기 시작해 수술까지 했다. 그래도 나는 어디로 출장 가든지 핸드 컴퓨터거나 필기장과 필을 가지고 다니면서 소설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한번은 인천공항에서 글 쓰기에 도정신 하다나니 그만 항공편을 놓칠 번 한 적도 있었다. 한번은 길림신문사에서 수필문학상시상식이 있었는데 나는 시간이 아까워 수상하러도 가지 못했다.  또 한번은 길림신문사 로인수기상 평심위원으로 돼 50여편의 수기를 다 평심했지만 시간이 아까와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시간을 짜내  "로년세계" 편집사업을 하면서 소설창작에 몰두하였다. 제일 한심한 것은 그렇게 밤낮 애타게 창작한 파일이 컴퓨터 건판을 하나 잘 못 눌러 50만자나 없어진 사고이다. 그때 나는 컴퓨터기술이 차해 되돌리기를 할줄 몰라 파일을 원래대로 복원하지 못했다. 나는 너무나도 애나고 실망하고 맥이 풀려 한 주일이나 다시 컴퓨터에 마주 앉아 글을 쓰지 못했다.       나도 칠정육욕이 있는 사람이다. 남들처럼 술도 마음껏 마시고 장기도 놀고 싶고 아내와 함께 명승고적을 유람하기도 싶었다. 허나    항상 “놀 걸 다 놀고 언제 글을 쓰냐?”라고 하던 김재권 은사님의 가르치심을 되새기면서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놀고 싶은 야마를 정복하고 기나긴 “글 감방”에 갇혀 글을 쓰고 또 썼다.     리성권 사장과 한국 교문사 리완주 사장님, 김만석 교수님 등의 지극한 배려하에 중국조선족문단에서 첫 3부작 대하과학환상소설 (약 100만자) “야망의 바다”, “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을 창작해내 각각 연변인민출판사와 한국 교문사에서  출판하였다. 이런 아동소설은 한국 “아동문학세상”과 “서울문학”에도 소개되였고 “네이버”, “다음”, “모이자”, “조글로” 등 인터넷 블로그에도 널리 소개되였으며 15집 련속드라마로 각색돼 연변인민방송국에서 련속 방송되였다. 나는 선후하여 “웰빙아동문학상”, “동심컵 한중아동문학상”, “전국소년아동문학우수상” 등 국내외에서 10여개 아동문학상을 비롯한 30여개 문학상을 받아안았다.    일부 문우들은 내가 아파트 한채는 실히 쓸어넣고 소설책 20여권이나 냈다고 "바보"라고 했다. 경제시대에 아까운 돈을 팔아 보지도 않는 책을 냈다고 비웃는 것이였다. 하긴 한 수필가는 "작가는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쓸수록 돈이 엄청 들어갔다. 나는 문화사막에 돈을 처넣으면서 책을 하나 또 하나 낸 그런 바보-마라토너작가이다.   나는 진승의 명언으로 나를 바보라는 사람들한테 화답하고 싶다.        "참새가 어찌 고니의 큰 뜻을 알리오?"  나는 이전에 대하소설 (총 7권)을 한국에서 애나게 내서 국내로 반입할 때 겪은 고행을 생각하면 몸서리칠 지경이다. 20여 상자나 되는 책을 한국 우정국에 가져다 부치니 우편료만 해도 200여만원(한화)이나 들었다. 거기에 출판비용까지 하면 진짜 자그마한 집 한채는 들어갔다.    나는 우편료를 하나라도 남으려고 책을 꽉 채워넣은 배낭을 메고 책트렁크를 끌고 귀국의 길에 올랐다. 그런데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책트렁크를 안고 낑낑거리며 높은 층계를 올라가다가 그만 허리띠가 툭 끊어지는 바람에 괴춤마저 훌 내려가고 말았다. 숱한 사람들 앞에서 참, 창피하기로서니. 그때 한국의 착한 한 녀대생이 책짐을 봐주어서 지하철매대에 가서 허리띠를 사서 띠고서야 간신히 책짐을 메고 끌고 공항까지 나갔다.     그렇게 애나게 책짐을 메고 끌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 가져온 책을 동료들과 문우들한테 나눠주었다. 그러나 어떤 이는 먼지 새뽀얗게 끼도록 한페지도 펼쳐보지 않았다. 그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 내 심정인들 어떻겠는가. 참 안타깝다. 또 어떤 이는 책을 드리려고 하니 짐이 된다면서, 서재에 그 책을 둘 공간마저 없다면서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로실해서 좋긴한데 난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어 가슴이 미여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그 일들을 생각하면 다신 책을 인쇄해 낼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가 짧은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온라인시대에 조글로 작가 블로그나 핸드폰 위챗그룹에 올리면 복잡한 심열과정도 필요없고 출판비용도 들 필요없이 국계를 벗어나 숱한 독자들이 직접 소설을 볼 수 있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돈 팔아 책을 내고 그렇게 책짐을 메고 돌아다니며 고생하면서 수모를 당해야 하겠는가.그러나 나는 그런 간단한 도리도 모르고 시대의 무거운 책짐을 메고 다녔다.     나는 나를 질투하고 무함하고 나의 창작자유를 박탈한 분들한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터덜터덜하고 거친 숫돌을 만나야 칼은 더 날카롭고 서슬푸르게 날이 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허허허. 그들이 아니였더라면 내가 어찌 창작자유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알았겠는가! 그들이 아니였더라면 어찌 강한 문학창작의 의지를 련마했겠는가! 그들이 아니였더라면 내가 어찌 물 한 모금도 마시기 힘든 문학사막에서 상처를 매만지면서 아픔을 딛고 한편 또 한편의 문학작품을 창작해낼 수 있었겠는가!    나는 아파트 한채를 쓸어넣고 소설책 20여권 낸 바보, 무거운 책짐을 메고 사막의 외나무다리를 달리는 사막의 바보.     나는 그런 바보가 좋다.  난 사는 날까지 사막의 마로토너로 뛸 거야. 물 한방울 없는 사막의 한방울 단비로 될 거야. 책에 민족의 혼을 불어넣어 사막에 기어이 옹달샘물이 퐁퐁 솟게 할 거야.  진달래 만발하는 오아시스를 눈 앞에 그려보며...
      나는 다년간 리근전의 “고난의 년대”, 리기영의 “두만강”, 천세봉의 "고난의 력사", 라관중의 “삼국연의”, 시내암의 “수호전”,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과 “태백산맥”,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등 력사소설을 탐독하면서 이런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연구한 후 나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에서 중국 조선족의 백년력사를 예술적으로 반영하려고 모진 애를 썼다.       광범한 독자들께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료해하시는데 도움을 주고저 몇해 전에 에 실린 나의 이 문예평론을 싣는다. 나는 대학교 졸업론문으로 "리기영의 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썼기에 이 문예평론에서는 "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력사소설창작에서 읽기 구수한 이야기속에서 그 시대 전형환경에서의 개성이 독특한 전형형상을 부각해 자연스레 한시기 력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수호전"이나 "삼국연의"는 이야기성과 전형인물 형상성이 어찌나 강한지 읽으면 읽을수록 구수하고 자연스레 그때 당시 력사를 알게 한다. 그렇지 않고 력사소설을 창작한다는것이 깡마른 직설로 력사를 서술하는데 그친다면 그것은 문학성과 예술성을 상실한 "변종된 력사책"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 이른바 "력사소설"을 읽기보다 독자들은 아예 력사책을 읽으면 시간도 남고 력사를 더 전면적으로 알수 있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창작에서 관건은 력사반영의 예술 수법과 기교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연구와 활용이 필요한것이다.                                      김장혁                                              2023. 12. 25.              문예평론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 대하여                                                                                        김장혁         중국조선족의 이름난 작가 리근전선생은 장편소설 에서71명의 개성이 독특한 인물형상을 창조하고 독특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동만을 중심으로 조선북부와 전 동북을 넓은 무대로, 19세기 말엽으로부터 20세기 “8.15”해방에 이르는 반세기란 기나긴 력사시기 조선족인민들의 피눈물 나는 이민사,  중국 공산당의 령도아래 한족 등 형제민족과 어깨겯고 이 땅을 개척하고 일제와 벌린 수많은 피어린 투쟁사를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때문에 리근전작가의 장편소설 는 중국조선족인민들의 투쟁력사의 기념비적거울로 될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리근전작가의 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깊이 연구하는것은 중국조선족문학사, 나아가서 중국당대문학사에서 리근전작가의 창작과 그 지위를 반석우에 세우며 금후의 장편력사소설창작에 아주 큰 문학적의의와 현실적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리근전작가의 와 프랑스 작가 발자끄의 , 중국 작가 라관중의 , 조선 작가 천세봉의 ,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과 “아리랑”.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등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대조해 연구해보기로 하자.       프랑스 작가 발자끄는 무려 96편이나 되는 소설로 이뤄진 “인간희극”에서 주로 부동한 소설에서의 동등한 인물재현의 예술수법으로 프랑스의 나뽈레옹제정시대(1799년)부터 1848년혁명에 이르는 기나긴 력사시기 천태만상의 “인간희비극”을 보여주고있다. 세계 명작가 발자끄는 객곽세계를 호상 전형적련결에서 고찰하며 사회현상을 지배하고있는 기본법칙들을 찾아내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여 그는 96편의 소설로 된 “인간희극”에 2천여명이나 되는 전형인물을 부각하여 등장시키고 부동한 소설의 부동한 환경에서 동일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혹은 차요인물로 재현시킴으로써 부동한 환경에서의 인물성격의 진일보 발전을 보여주면서 주제를 심화시켰으며 여러 소설을 하나의 정체—“인간희극”으로 유기적으로 통일시켰다. 하여 부동한 소설에서 보여준 부동한 력사환경은 의연히 프랑스 사회를 떠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프랑스 사회 력사를 련결적으로, 거폭의 형상적화폭으로 보여주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은 조선반도와 중국, 로씨야(구쏘련),  태평양 미국의 하와이, 지어 싸이판과 괌, 동남아세아, 일본까지 배경으로 해 20세기 초엽으로부터 1945년 광복까지 력사시에 일제의 폭압에 맞서는 우리 민족의 피어린 항일투쟁과 민족의 이민사, 끈질긴 생존과 투쟁을 다룬 민족의 대서사시이다.      조정래 작가는 지삼출, 대근, 송수익, 신세호, 방영근, 남용석, 감골댁, 보름, 수국, 정분, 김창봉, 정재규, 장칠문, 장덕풍, 김봉구, 방태수, 무주대, 임덕구, 주성춘, 손판식, 기생 옥향; 백종두, 주재소장 하야가와, 요시다, 쓰지무라 등 허구된 수많은 전형인물들을 부각하여 반세기나 되는 그 시대 력사화폭을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또 허구된 인물의 허구된 이야기와 력사적으로 실존한 리승만, 김구, 의병장 임병서, 최익현, 임병찬 등의 진실한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이 시기 민족의 력사를 아주 넓은 화폭으로 예술적으로 반영하였다.       일부 력사이야기는 작중 허구된 인물의 대화속에서 예술적으로 삽입해 보여주었다. 례하면 작중의 방영근과 남용석의 대화에서 당시 하와이에서의 반일단체와 이승만의 항일투쟁사를 정면으로 보여주었다.       일부 력사이야기는 사회배경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직설적으로 보여주었다. 례하면 조선 서울의 3.1독립운동과 중국 룡정의 3.13반일운동, 의병장 홍범도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구쏘련에 전이한 과정 등 력사이야기는 작자가 사회배경을 소개하듯이 직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광복후로부터 6. 25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분단이후 여순반란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한국 태백산맥을 따라 남으로 나가면서 지리산구를 근거지로 삼고 남로당(박헌영의 령도하에 있은 남조선 주재 조선로동당의 약칭임.) 유격대의 유격투쟁활동과 한국 계엄사령본부와 경찰대, 토벌대가 지리신지역 남로당유격대를 진압한 과정의 력사이야기를 폭넓게 보여주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 조정래는 “실화소설” 같은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당시  염상진대장, 안창민대장, 하대치 등 유격대 두목과 골간들의 투쟁이야기를 주선으로 소설로서의 진실한 인물화폭을 그리면서 진실한 력사를 반영하는 예술수법을 쓰고있다. 진짜 력사와 예술의 혼연일치를 보여준 걸작이라고 할수 있다.        우선 작가는 실존한 력사인물들을 피도 있고 살도 있는 아주 전형화된 인물로 형상적이고도 생동하게 형상화해 유격대 투쟁과 정부군, 토벌대의 진압의 력사이야기를 반영했다. 작중에는 보성군 유격대 대장 염상진과 보성군당위원장 겸 후임 대장 안창민을 비롯한 하대치, 오판돌, 강동식, 이해룡, 고두만, 손승호, 강동기, 김임일, 이영생 그리고 계엄사령관 심재모, 신임사령관 백남식, 보성경찰서장 남인태, 토벌대장 임만수, 검찰총장 권승렬, 중부경찰서장 윤기병 등 실존한 전형인물들을 아주 성공적으로 부각하였다. “태백산맥”에서도 조정래 작가는 작중 인물의 대화를 통해 력사이야기를 보여주는 예술수법을 적지 않게 썼다. 례하면 작중인물  손승호와 김범우의 대화를 통해 백범 김구가 암살당한 력사사건을 보여주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밴산맥”에서 허구된 인물의 허구된 에피소드를 양념처럼 많이 삽입해 독자들을 력사이야기를 감염력있께 읽게 흡인하는  예술수법을 보조적으로 썼다. 례하면, 염상구에게 강동기 안해가 장기적으로 강간당해 임신까지 한 에피소드, 허출세에게 외서댁이 강간당한 에피소드, 그외에도 작중 인물의 진한 사랑과 치정  에피소드 등을 들수 있다.          중국 조선족작가 리근전선생의 동일한 하나의 소설인 (상, 하집)에서,  조선의 작가 리기경선생은 "두만강" 에서  발자끄처럼 부동한 소설의 부동한 력사환경에서가 아니라 부동한 력사시기 환경에서 동일한 인물을 재현시키고 인물들을 혈연적, 사회적, 계급적으로  련결시키고 충돌시키면서 인물성격을 발전시키고 력사사건들을 유기적으로 련결시키면서 보여주고있다. 때문에 “인물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발자끄의 력사반영의 예술수법과 류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부동한 소설에서”와 “동일한 소설에서”의 부동한 력사시기에서 인물재현이라는데서 발자끄의 과 리근전선생의 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범이 서로 다르다는것을 알수 있다.      다음, 중국 작가 라관중의 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대조해 연구해본다 첫째,  라관중의 에서는 력사상의 실재인물들인 조조, 류비, 손권, 제갈량 등을 주인공으로, 주요하게 적벽싸움과 관도싸움 등 력사적전형환경과 력사인물과의 관계속에서 전형성격을 부각하면서 해당시기 력사를 반영하였다. 그러나 리근전선생의 에서는 주요하게 주인공 박천수, 박윤민 등을 비롯한 71명 인물들은 모두 허구된 인물들로서 춘황폭동, 5월폭동 등 력사사건과 천수동민란, 동맥휴학 등 허구된 사건과 허구된 인물관계속에서 부각하면서 해당 시기 력사를 형상적으로 반영하였다. 둘째, 에서 각 력사사건의 발생, 발전, 고조, 해결은 주인공에 의해 제약되고 추동되는 예술수법으로 력사사건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리근전선생의 에서는 력사사건에 력사인물 대신 허구된 작중인물을 바꿔넣거나 차요한 위치에서 참여시키면서 작중인물의 이야기, 회억, 대화속에서 자연스레 력사사건을 반영하였다.      때문에 사건과 인물관계가 력사적인것인가, 허구적인것인가 하는데서 라관중의 와 리근전선생의 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 부동하다.         다음, 조선 작가 천세봉의 와 대조해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연구해보면 허구된 전형인물형상을 부각하여 력사를 보여준 점에서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 류사하지만 일부 부동한 점도 있다. 첫째, 천세봉의 는 순전히 허구적인 사건들인 소작인동맹건립, 보돌공사장폭동, 박진우환갑식, 대검거참안 등을 통해 현재진 일가 5형제, 최선도, 최창국 등 인물형상을 부각하여 당시 력사정형을 반영하였다. 그러나 리근전선생의 에서는 허구된 사건외에도 력사적사건속에서 박천수, 박윤민 등 인물형상을 부각하고 당시 력사정형을 반영하고있다. 이런 예술수법은 리기영의 "두만강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둘째, 천세봉의 에서는 전형적사회력사환경을 작자의 정면서술로 밝히지 않았고 자연환경도 “XX군 송하면 월하리” 등 허구적으로 모호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리근전선생은 에서 작자의 정면서술로 사회력사환경을 밝히였으며 자연환경도 허구적인 “천수동”뿐만아니라 실재한 륙도구, 국자가 등을 삼고있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리깅영의 두만강에서도 제2대혁명자 "씨동"의 활동 자연환경은 두만강 량안의 조선 중북부와 중국 동만으로 삼고 있다.           총적으로 리기영선생과  리근전선생은 고금동서 명작들의 부동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서 정화를  섭취하여 계승하고 발전시켜 독특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창조해냈다.         그럼 리근전선생의 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은 구경 어떤것인가? 첫째, 전형환경에서 전형인물을 부각하여 해당 시기 사회력사를 반영한 예술수법이다.         똘쓰또이는 자기 창작은 “인물형상을 부각할뿐만아니라 그 형상을 통해 력사를 보여주기 위한데 있다.”고 하였다. 리근전선생은 동서고금의 력사물명거작들의  력사반영의 예술정화를 섭취하여 “고난의 년대에서 륙도구와 천수동을 동북의 축영으로 형상화하고 그속에서 자기로서의 얼굴과 웃음, 말본새를 가지고 자기 신분에 알맞는 행위를 하는, 개성이 독특한 각이한 인물을 71명이나 형상적으로 부각하였다.  이런 인물들은 당시 전변하는 사회적계층의 어느 한 계층을 각각 대표하는 전형인물로 등장하면서 매개 인물들의 개인적운명의 발전속에 몰락하는 계층과 발전하는 세력간의 계급투쟁, 민족투쟁에 의한 력사적진로를 표시해놓았다. 하여 우리는 력사의 흐름에 따른 륙도구와 천수동의 변화와 그속의 인물성격의 변화를 통해 사회력사 제특성들의 변화를 통해 당시 력사 발전을 찾아볼수 있다.        이제 작중에서 전형인물들의 개성적얼굴들을 찾아보면서 그 전형형상이 당시 력사정형을 어떻게 반영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주인공 박천수는 시대적제한성으로 하여 로동계급의 혁명리론으로 무장하지는 못했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의협심과 결단성이 강하고 봉건통치배들을 반대하는 강의한 개성과 일반화정도가 높은 애국적농민의 전형형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순박하며 선량하며 의협심이 강한 한족농민 왕덕후, 말수 적고 심성이 곧은 김성녀, 착하고 어진 김명도, 강직하고 반항심이 강한 최창두를 비롯하여 장서방, 강도룡, 조월래 등 농민들의 형상을 개성적이고도 살아 움직이게 그려 봉건지주와 통치배들의 압박과 착취 밑에서 생활난을 껵다가 각성하여 반항하기 시작하는 당시 조선족과 한족 형제민족농민들의 력사적제특성을 예술적으로 재치있게 반영했다. 그외에도 조장희, 리광국 등 전형형상을 통해 당시 민족주의자들로 무어진 반일단체의 제 력사정형을 보여주었다. 또 비굴하고 탐욕스러우며 잔인하고 횡포무도하며 교활한 친일주구 오영길, 음탕하고 아첨을 일삼는 앞잡이 마상수, 탐욕스럽고 강직하며 량반의 체모를 중히 여기는 상인 최영세를 비롯한 매판자본가 김경필, 김만호, 팽국장과 향악지주 주천림, 김소래 등을 비교적 개성적으로 인물형상화하여 해당 력사시기의 자본가, 지주들이 일제와 봉건통치배들에 아부굴종하고 인민을 잔혹하게 압박착취한 시대적 제 특성을 잘 보여주고있다. 이밖에도 교활하고 잔인한 스즈끼총령사, 특무 고산, 경찰서장 고자끼, 친일주구 김목사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형상화해내 그 부류인들의 죄악적력사도 예술적으로 반영했다.      작자는 이상의 늙은세대의 긍정적, 부정적인 인물형상들을 통해 주요하게 19세기말부터 20세기 10년대말의 력사와 그제반특성 및 각 계층 특성들을 반영하였다.      다음, 소설에서 이런 늙은세대에 의해 보여준 미적리상과 인민투쟁력사의 계승자로서 슬기롭고 용감하며 심중하고 강직한 당원 박윤민을 비롯하여 왕주, 김범도, 순희, 윤길, 영심, 귀동이와 큰동이, 당조직 지도자 리진과 안경림 그리고 명화와 기생 김벽선, 향화 등을 개성적으로 부각하면서 그들이 부정인물 오창수, 오창덕 및 일제놈들과의 갈등과 투쟁을 통해 1919년 5.4운동이후로부터 1945년 8.15해방이전 력사시기 당의 령도아래 조한 형제민족 인민들이 단결하여 진행한 반제, 반봉건 투쟁력사를 예술적으로 반영하였다. 그리고 작품 결말에 제3대 인물인 귀섭이 형상을 등장시킴으로써 조선족인민들의 투쟁력사는 계속됨을 암시해주고있다.        이런 3대에 걸친 수많은 인물형상체계의 중심에는 박천수와 박윤민이 련이어 서서 끌고나가고있으며 이들과 기타 인물들의 혈연적, 사회적, 계급적 련결과 갈등속에서 인물성격을 발전시키고 해당 시기 력사를 예술적으로 반영하고있다. 때문에 매개 력사사건은 동떨어진감이 없이 련결되여 독자들로 하여금 형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매 시기 력사정형을 리해하게 하였다.       둘째, 작자가 정면서술한 력사환경(력사사건을 포함)에서 작중 인물이 활동하거나 작중 사건의 발전속에 력사사건을 삽입시키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장백산봉금령반포와 개간국설치, 한족과 조선족 동북이주력사, 신해혁명, 1911년 룡정 력사환경, 룡정통감부 간도파출소와 일본령사관 설립, 3.13폭동, 20년대 반일단체활동, 1923년 대검거참안, 녕안위만군 탄약탈취 등 력사를 반영하였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은 작자 정면서술의 지루함과 무형상성 그리고 작중 인물의 활동으로써 전반 력사환경을 제시하기 어려운 결함을 피면하고 장점을 취해 독자들로 하여금 피와 살이 있는 개성적인물들의 움직임을 여겨보면서 당시 력사정형을 완정하고도 형상적으로 감칠맛이 나게 알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인물의 이야기, 회억, 대화속에서 력사사건을 보여주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 그리고 이런 제 수법과 작자 정면서술을 서로 결합시켜 력사사건을 반영하는 예술수법이다. 이는 작자가 작중에서 제일 많이 쓴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제31장에서 윤길과 김성녀의 대화, 제32장에서 순희의 회상속에서 3.13폭동을 보여주었다. 김범도와 왕주, 윤민의 대화와 이야기속에서 경신년대토벌을, 귀동의 이야기에 의병단 및 왕청 배초구습격사건을, 스즈끼와 김벽선의 대화, 리진의 분석과 작자 정면서술로 일제 “만몽침략계획”과 9.18사변을 반영하고있다. 그외에도 선바위 부근에서 12만 5천원 탈취한 사건, 춘황폭동도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스즈끼나 친일주구 오창덕, 오창수와 같은 부정인물들의 대화, 이야기로 9.18사변의 내막이나 일제의 만몽침략야심, 일제의 “문치주의”와 “무단정치”의 본질을 드러내 보여준것은 력사제재 장편소설창작에서 거둔 창신적인 예술성취라고 본다. 이같이 부동한 장절에서 여러 인물의 대화, 회억, 이야기 그리고 작자 정면서술을 서로 결합시켜 력사사건을 반영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딱딱하고 지루한감이 없이 다측면적으로 형상적인 력사교과서를 보는듯한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독자들의 다시각적형상을 통해 력사를 알려고 하는 심미적수요에 맞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력사적인물 대신 작중 허구적인물의 이름을 바꿔놓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력사상 약수동토벌참안때 실제 존재한 항일렬사 김순희의 감동적사적을 반영하기 위해 작자는 제55장 “대참안”에서 렬사 “김순희” 대신 작중 윤길의 처 “백봉선”이란 허구된 인물을 바꿔넣고 등장시켰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춘황폭동, 5월폭동, 12만 5천원 탈취, 해란강대참안 등 력사를 핍진하게 반영했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은 작중인물과 력사적인물, 작중 사건발전과 력사이야기를 유리시키지 않고 통일적인 전일체로 련결해 반영하였다.       다섯째, 인물의 설정과 인물의 신분, 활동경력, 인물이 처한 사회와 자연 환경 등은 모두 인물의 성격을 부각하고 생활론리에 맞으면서도 력사를 반영하기 위한데 복종시킨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작자는 1911년 룡정력사환경, 춘황폭동, 3.13폭동, 경신년대토벌, 반일단체활동, 의병단활동, 5.30폭동, 12만 5천원 탈취, 항일련군 항전투쟁 등을 반영하기 위해 주인공 박윤민을 두만강변으로부터 륙도구 자선학교, 천수동, 륙도구술공장, 할빈, 봉천, 왕청과 의란 산속, 녕안현, 중쏘변경, 연안 등지로 번개같이 드나들게 하였다. 그리고 신분도 배사공, 교원, 로동자, 지하당원, 의병단 부단장, 항일련군 군관, 지위 서기로 바뀌고있다. 이는 다 생활론리에 맞게 박윤민이란 인물성격을 부각하면서도 력사반영의 수요에 따라 그의 신분도 변화시키면서 중요하거나 차요한 위치에서 력사사건에 참가하거나 참여시키면서 박윤민이란 인물의 대화, 회상, 아야기 등으로 력사를 반영하는 예술수법을 쓴것이다. 이는 동일한 소설의 부동한 력사사건과 환경에 동일한 인물을 재현시키는 재치있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이밖에 짙은 지방민족생활색채, 흥미진진한 민담, 민요, 속담 등의 광범하고 적절한 응용과 향토적이고 형상적인 언어 등은 작품의 감염력을 높여 작중 력사반영의 예술수법들의 효과성을 높이는 보조적인 력사반영의 예술수법과 같은 작용을 놀았다. 허나 옥에 티라고나 할가.   하집에서 작중 인물의 회억, 이야기, 대화에 의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지나치게 많이 썼기에 력사반영의 형상성을 약화시켰다고 본다.       필자의 수준제한으로 하여 저명한 중국 조선족작가의 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상 거둔 예술성취를 제대로 긍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더욱 깊이 연구한다면 력사제재 장편소설창작에 매우 큰 방조를 주리라고 믿는다.                                                                                                                           2009.1. 22
395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9) 진달래와 사냥군 김장혁 댓글:  조회:1241  추천:0  2023-12-13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9 .사냥꾼과 진달래             햇빛도 비껴들지 못하는 원시림은 다시 무서운 정적을 되찾았다.     구철과 성칠은 발구에 곰과 이리 몇 마리를 싣고 귀로에 올랐다. 말을 탄 진달래는 앞에서 혹시 야수들이 덮쳐들까봐 앞길을 살피면서 달려 나갔다.     집에 돌아와 곰을 부리어 창고에 끌어 들여가고 나니 어느 덧 점심 때도 훨씬 지나갔었다.     성칠은 구철을 보고 “집식구들이 기다릴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구철은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극구 말렸다.     “이 사람아. 숱한 짐승을 잡아 놓고 고기 한점도 먹지 않고 가겠나? 며칠 묵게나.”    성칠은 “아닙구마. 집을 떠나온 지 오래기에 가야 합니다.”라고 하며 기어이 떠나려고 했다.     “그럼 저 곰 고기와 멧돼지 고기를 얼마간 가지고 가게나.”    구철은 딸을 돌아보았다.    “멧돼지야, 오빠를 배랠 차비를 해라.”     “예, 알았어요. 아버지.한가지 여쭐 말씀이 있어요.”      멧돼지는 구철을 보면서 지청구를 들이댔다.      “왜 그래?”     구철은 나무장작을 안아 부엌에 들여가다가 몸을 뒤로 반쯤 탈면서 물었다.     멧돼지는 몸을 흔들어댔다.     “아버지, 이젠 멧돼지라고 부르지 마세요."      구철은 씨무룩이 웃었다.       "왜?"       진달래는 입이 뽀로통해 종알거렸다.      "성칠 오빠 나한테 고운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뭐겠공?"       구철은 성칠과 진달래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뭔데?"      "진달래, 어때요?”     “그래?  참 좋구나. 백두산의 진달래는 눈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지. 진달래야, 해가 지련다. 어서 오빠를 모시고 갈 준비를 해라.”     “예.”     진달래는 생글방글 웃음 지으면서 나무장작을 한 아름 안고 아버지를 따라 부엌에 들어갔다. 이윽고 그녀는 집안에서 호랑이가죽옷을 한 견지 들고 나왔다.     “오빠. 이걸 바꿔 입어요. 가죽옷이 다 째졌어요.”    진달래는 성칠의 째진 웃옷을 봇기고 새 가족옷을 갈아입히면서 마음이 아파했다.    "에이고, 잔등이 멧돼지 이빨에 깊숙이 긁히었어요. 쯧쯧 , 피고드름이 다 맺혔어요.”     성칠은 호랑이가죽옷을 갈아입은 후 검둥이를 불러 뒷간 쪽으로 데리고 가서 검둥이의 째진 귀에 대고 오줌을 쌌다.      그러자 검둥이는 대가리를 흔들어 오줌을 털어버렸다.      “검둥이야, 오줌은 우리 조상 때부터 물려온 명약이다. 아까운 약을 털어버릴게 뭐냐?”       진달래는 피씩 웃었다.      (오줌이 무슨 명약이람? 진짜 명약은 우리 백두산 약초인데.)       구철은 벌써 곰의 각을 뜯어내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성칠은 구철을 도와 각을 뜯고 진달래는 나무토막을 안고 집에 들어가 물을 끓인다, 쌀밥을 짓는다 하면서 복숭아이마에 땀방울을 줄줄 흘렸다.      한참 후 성칠은 쌀밥에 멧돼지고기장국을 두 사발이나 먹었다.       구철은 더 만류할 수 없음을 알았다.       “성칠이, 저 곰 두 마리와 이리 두 마리를 가지고 가게나.”       그러나 성칠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게 많이 어떻게 가지고 가겠습둥? 이 심산 밀림에서 굶어 죽을 번 했는데 덕분에 살아 남은 것만 해도 고맙습니다.”       구철은 아주 통이 큰 사내대장부였다.       “에끼, 이 사람아. 야수들에게 죽을 번 하면서 숱한 야수를 잡았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보내겠나. 저기 적토마 옆구리에 싣고 가면 돼. 곰의 열도 둬 개 빼놓았는데 가지고 가게나. 내장 병에 참 좋은 약이지.”      성칠은 한 마을에 사는 엄창렬이 폐병이 심한 것이 머리에 또 올라 곰의 열 두 개는 받아두었으나 적토마마는 재삼 사양하였다.     “적토마를 보내고 뭘 타고 사냥하겠습니까?”     구철은 손까지 내저었다.      “적토마 두 마리나 되는데 걱정인가. 저 적토마는 새끼를 밴 암말이네. 명년 봄이면 망아지를 낳을게야. 근심두 팔자야. 곰 네 마리나 잡아두고 가는데 말 한필을 주는게 무슨 그리 대순가?”      구철은 통쾌하게  “허허허” 웃었다.     성칠은 적토마에 곰의 고기를 백여 근 달고 떠나게 됐다.     진달래가 고개를 갸웃하고 궁리하다가 성칠을 따라 나섰다.     “오빠를 바랠 게요. 가다가 또 야수무리를 만나면 어쩌겠어요.”     성칠은 말 잔등에 오르면서 히쭉 웃었다.      “근심하지 마오. 사냥꾼이 야수를 두려워 처녀의 호송을 받겠소? 소 웃다가 꾸러미 터지겠소.”      “멧돼지야! 아니, 진달래야. 조심해 갔다 오라!”      “예.”     성칠은 구철에게 큰 절을 올리고 진달래와 함께 적토마를 타고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떠나갔다.     검둥이와 얼룩이는 신이 나서 앞에서 쌍쌍이 꼬리를 휘저으면서 달려 나갔다.      그들은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바라고 말을 타고 원시림 속을 달렸다. 적토마를 탄 성칠과 백마를 탄 진달래는 참말로 한 쌍의 백마왕자와 백마공주 같았다.      성칠이 피뜩 보니 말을 타고 개털 모자를 쓴 진달래의 얼굴은 눈 속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매화꽃송이 같았다. 진달래는 성칠의 눈길을 느끼자 부끄러운지 두 다리로 말배를 툭 차더니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들은 눈보라 속을 헤가르면서 원시림에서 한참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식경이나 달리니 눈 덮인 수림이 사라지고 단풍이 든 원시림이 나타났다.      성칠은 말고삐를 낚아채더니 진달래를 바라보며 당부했다.     "진달래, 이젠 해가 져가는데 어서 집으로 돌아가오.”     진달래는 말머리를 나란히 하면서 개털 모자를 벗어 다시 꾹 눌러썼다.      “괜찮아요. 여기부터 야수들이 많이 출몰하는 곳인데요. 좀 더 바래드릴게요.”      성칠은 진달래를 쫓아가면서 “아니야. 이젠 돌아가라고.”라고 하였다.      그러나 진달래는 계속 달려가면서 말머리를 돌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또 한참 내리달렸다. 이젠 원시림이 끝이 나고 가둑 나무와 싸리 밭이 나타났다.      성칠은 또 말렸다.      "진달래, 이젠 돌아가오.”      그제야 진달래는 닫는 말을 천천히 멈춰 세웠다.      그녀는 개털 모자를 벗어 쥐고 성칠을 빤히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성칠은 곰의 고기를 넣은 가죽주머니를 바로잡아놓으면서 물었다.       “뭘?”       진달래는 먼 수림 속을 바라보다가 성칠에게 철색얼굴을 돌렸다.        “집에 어린애 몇인가요?”       성칠은 말채찍을 매만지면서 반문했다.       “아, 그걸 왜 묻소?”       진달래는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면서 쌍태 머리를 매만졌다.       “물으면 안돼요?”      성칠은 한숨을 후- 길게 내쉬더니 솔직하게 말하였다.      “어, 괜찮지? 난 아직 자식이 없소.”       그 말에 진달래는 숙였던 고개를 들면서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왜요? 오빠는 아직 장가를 들지 않았는가요?”      그러자 성칠은 솔직히 대답하였다.       “아니요. 장가를 간지 15년이 되는데 자식을 하나도 보지 못했소.”       “그래요?”       진달래도 한숨을 호- 내쉬였다.       “형님은 아주 예쁘지요?”      성칠은 헤벌쭉 웃었다.      “어? 저, 그저 그래. 옛날부터 아내 자랑을 하는 건 상 머저리지.”      그러자 진달래는 손으로 입을 싸쥐고 사내애처럼 깔깔깔 웃었다.      “알았어요. 묻는 내가 우둔하지요.”      성칠은 원시림 쪽으로 되돌아보더니 물었다.      “진달래, 이젠 야자 해도 되지?”      진달래는 호호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되고말고요. 열두 살이나 이상 오빤데요. 얼마나 어색하구 장벽이 있는 것 같았는지 몰라요.”      성칠은 또 재촉했다.      “이젠 어서 돌아가라. 이 다음 사냥하러 이 근방에 오면 내 꼭 여동생 집에 올 거야.”     진달래는 떠나려 하지 않고 흉금을 털어내놓았다.     “오빠, 난 이 인적 없는 원시림이 싫어요. 생각 같아서는 나서 자란 고향으로 가고 파요. 어려서 돌 뿌리기를 연습하던 고향의 강가로 돌아가고 싶어요. 눈 감으면 고향의 강이 막 떠올라요. 그러나 아버지가 일본 놈을 쏴 죽인 죄로 돌아갈 수도 없어요. 오빠네 명천 산골에라도 가서 살고 파요. 그 곳에 큰아버지도 계시거든요. 아버지는 일본 놈들에게 잡힐까봐 이 산속을 떠나지 않거든요. 이렇게 짐승처럼 원시림에서 한 발작도 못나가고 5년 동안이나 갇혀 살았어요.”       성칠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아직 우리 명천에는 그 쪽발이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도 잘 대해주면 그렇게까지 악독할까?”       진달래의 눈에서는 불길이 이글거렸다.       “오빠는 그 놈들을 몰라요. 얼마나 악독한 놈들이라고.”       “알았다. 내라고 그 쪽발이들을 고와 그러겠니? 그저 지껄이지 말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자는 거지.”       이어 그는 진달래의 손에서 말고삐를 잡아 채 말머리를 돌려놓으면서  작별인사를 하였다.       “이젠 돌아가라. 시간이 나지면 우리 명천에 아버지와 함께 놀러 오렴. 구장 큰아버지도 만나고. 빨리 돌아가라.”       진달래는 갈라지기 아쉬워하면서 이슬 맺힌 깜장 눈을 끔쩍이면서 작별인사를 하였다.      “오빠네 일가와 구장 큰아버지를 보면 인사를 전해줘요. 잘 돌아가세요. 오빠!”       “다시 만나자!”      적토마와 백마도 갈라지기 아쉬워 “오 호 홍!”, “투루루!”하고 투레질하면서 말머리를 돌려 서로 응시하였다.      적토마와 백마는 주인들이 박차를 가하자 남북으로 갈라져 천천히 달려 나갔다. 백마와 적토마는 점점 멀어져가고 말 잔등의 남녀는 자꾸 서로 뒤를 돌아보았다. 서로 흑점이 돼 아물거리다가 진달래는 눈 덮인 원시림 속으로 사라지고 성칠은 누런 개마고원 산기슭으로 사라졌다.       사냥군과 진달래는 공간적으로는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나 앞을 갈릴 수 없는 눈보라 속에 진달래와 사냥군의 알고도 모를 정은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씨를 뿌리고 점점 깊어만 갔다...
394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8) 원시림의 총소리 김장혁 댓글:  조회:826  추천:0  2023-12-13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2015년 04월 17일 09시 33분  조회:1567  추천:2  작성자: 김장혁                     8.원시림의 총소리            사나운 산바람에 눈사태가 공포스럽게 원시림에서 무너져내렸다. 눈너울을 들쓴 미인송들이 소소리 하늘을 꿰지르고 흐리멍텅한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데 무시무시한 원시림에서 어둠이 죽음의 노래를 부르며 휩쓸어와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성칠과 검둥이가 백두산 기슭으로 한 둬 시간 내리 걸으니 눈 덮인 수림 속 저 멀리에 희미한 등불 빛이 가물거리는 것이 보였다. 인가가 있다고 생각하자 성칠은 피곤기가 오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나면서 시장기도 났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간신히 그 등불이 켜진 토굴집 앞에 이르렀다.      “왕 왕 왕!”      갑자기 송아지 같은 얼룩개 한마리가 덮쳐 나왔다. 허나 그 놈 얼룩개는 검둥이를 보자 꼬리를 흔들면서 서로 붙어 끼깅거렸다.     집 안에서 늙은이의 기침소리가 나면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났다.     뒤이어 문 여는 소리가 나면서 웬 개털모자가 쑥 나와 두리번거렸다.     “주인님, 사냥을 왔다가 길을 잃었는데 하루 밤 묵으면 안 되겠습둥?”     “들어오오.”     집 안의 늙은이 목소리다.     “고맙습구마.”    성칠은 개털 모자를 따라 집 안에 들어갔다.    집 밖에서는 검둥이와 얼룩이가 서로 좋다고 뛰놀았다.     어두운 집안을 둘러보니 벽에는 호랑이와 멧돼지 등 산짐승가죽들이 줄줄 걸려 있었다. 곰의 가죽을 시꺼멓게 깐 구들에는 한 백발로인이 이불로 반신을 가리고 누었다가 상반신을 겨우 일으켜 반쯤 앉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절을 받읍소.”   성칠은 구척장신을 굽히더니 털썩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절까지 무슨?”    늙은이는 황망히 몸을 앞으로 굽히며 절을 받았다.     개털모자는 그때까지도 경계에 찬 눈길로 성칠의 아래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하긴 아닌 밤중에 이 무인산골에 뛰어든 낯선 사냥꾼을 누가 소홀히 믿겠는가?     “얘, 뭘 하느냐? 저녁상이나 놓을 게지. ”      호랑이가죽옷을 입은 개털모자는 모자도 벗지 않은 채 “예,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은방울을 굴리는 듯 아녀자의 목소리었다.     성칠은 사냥총을 벗어 벽에 걸어놓고 그물망태기를 벗어 개털모자에게 주었다.      “사냥이 잘 되지 않아서 꿩 둬 마리밖에 잡지 못했습니다. 이걸 끓입소.”      늙은이는 사람 좋게 히죽이 웃었다.     “에이, 늙은 사냥꾼 집으로 왔는데 아무리 살기 막막하기로서니 그래 자네가 먹을 게 없을라고? 그만두게나. 사냥을 하노라면 사냥이 잘 안 되는 날이 있지.”     개털모자는 솥에서 김이 문문 나는 삶은 감자와 고기를 놋그릇에 담아 구들의 밥상 우에 올려다 놓고 은저 한 쌍과 숟가락을 갖춰 놓았다. 그리고 바깥으로 개 먹이를 들고 나갔다. 이윽고 개들이 먹이를 맛있게 먹으면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리었다.      “어른신도 함께 저녁을 잡숩시다.”     늙은이는 상반신을 일으켜 앉으면서 “우린 진작 먹었네.”라고 했다.     성칠은 눈속을 헤매면서 배고팠기에 삶은 감자 한 사발과 멧돼지고기 한 사발을 게 눈 감추듯 다 먹어치웠다.      그러자 음식에 취해 눈까풀이 천근 무게나 되는듯하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가 다리 아파 깨나 보니까. 등잔불 밑에서 아까 그 개털모자가 구들에 범의 가죽을 씌운 이불 밑에 누운 자기 다리를 자그마한 손에 눈을 쥐여 비비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개털 모자를 벗은 것을 보니 그제야 쌍태 머리 아녀자인 것이 완연히 드러났다. 산 속에서 자란 처녀애지만 꽤나 예뻤다.      성칠이 일어나려고 하자 늙은이가 옆에서 말리였다.      “누워있게. 겨울 신을 신지 않아서 발이 얼었구만. 멧돼지야, 눈으로 계속 비벼 냉기를 빼라. 그러잖으면 고생할 거야.”     늙은이는 기침을 쿨룩쿨룩 하며 뒷말을 이었다.     “여기 장백산은 가을에 눈이 펑펑 쏟아지네. 이후부터 장백산에 들어와 사냥하겠으면 겨울복색을 든든히 갖춰 가지고 오게. 나도 며칠 전에 산에 들어갔다가 불시에 눈이 터져서 혼났네. 고뿔에 걸린지도 며칠 됐네. 얘 멧돼지가 없으면 이 산골에서 내 홀로 얼어 죽었을 게요.”     성칠은 처녀애를 멧돼지라고 부르자 자기 귀를 의심했다.     (참, 마음씨 착하고 고운 처녀애를 멧돼지라니?)     한참 후 멧돼지라는 처녀애는 대야에 담았던 눈을 밖에 내다 던지고 들어왔다. 토막나무를 안고 들어와 부엌아궁이에 서리었다. 부엌아궁이에서 불길이 세차게 타 번지면서 부엌 쪽을 환히 비췄다. 그 불빛에 멧돼지라는 이름과는 달리 쌍태 머리를 가슴 앞에 늘어뜨린 처녀애의 예쁜 모습이 환히 보였다.     호랑이가죽옷을 입은 그녀는 숲 속에 핀 진달래 같다고 할까?      짙은 눈썹아래 이글이글 타 번지는 예리한 눈길과 우뚝 솟은 코, 두툼한 입술. 참말로 눈 속에 피어난 한 떨기 건실한 매화꽃송이와도 같이 예뻤다.     “그래, 젊은이는 어데서 왔게?”    늙은이 물음에 성칠은 멧돼지에게서 눈길을 뗐다.    “예. 명천군 상우남면 쪽에서 왔습구마. 김성칠이라 부릅구마.”    늙은이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글쎄. 함경북도 사투리 보니 그렇게 짐작했네. 난 최구철이라고 부르는 늙은인데 황해도 개성에서 이 산골에 온 지 한 오륙년 되네.”     최구철은 담배를 말아 붙이었다.     “상우남면에 우리 개성 최 씨 네 집안 형님이 있네. 그 형님이 산골에서 서당 훈장질을 한다던데.”     “예- 바로 우리 산골 앞에 그런 분이 계십구마. 혹시 최구장, 그 분을 그러지 않습니까?”     최구철은 “맞아. 바로 그분이야.”라고 말하고 뒤 말을 이었다.     “큰아버지 구장형님을 데리고 우리 개성에서 떠나서 명천에 들어갔지. 구장 형님네 큰아버지는 모두 잘 있는지 모르겠소. 또 조카들은 다 잘 있는지 모르겠구먼.”     성칠은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일일이 소개해드렸다.    “에이, 그 황막한 산골에서 뭐 심으면 잘 살겠습둥? 최구장의 부친은 세상을 뜬지 몇해 되고 자녀들도 모두 잘 있습니다.”    최구철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이걸 보오. 세상은 넓으면서도 좁지. 두루두루 알아보면 면목이 있거든. 구장 형님은 자식농사를 잘했네 그려. 허허허.”     아버지 말에 부엌아궁이 앞에 있는 멧돼지도 의심의 눈길을 완전히 풀었다.    솥에서 쌕 김이 쌕- 하고 나기 시작하였다. 멧돼지는 솥뚜껑을 열고 나무꼬챙이를 넣어 훌훌 저었다. 그리고 물을 좀 더 붓고 솥뚜껑을 닫은 후 또 나무토막을 부엌아궁이에 더 서리어 넣었다.     한참 후 멧돼지는 꿩고기를 걸이어 모태에 놓고 툭툭 찍어 돔박돔박 썰더니 세 사발에 담아왔다. 셋은 한집 식구들처럼 둘러 앉아 꿩 국을 후후 불면서 맛있게 먹었다.    최구철은 성격이 아주 시원시원했다.    “자, 이젠 밤도 깊었구먼, 곤하겠는데 한잠 푹 자기요.”    멧돼지는 웃방에 따로 성칠의 이불을 펴드렸다.    이튿날, 성칠이 눈을 떠보니 창살 밖이 벌써 환하였다.    정주간에서 흘러드는 구수한 장국냄새가 코를 찔렀다.    두런두런 부녀간이 낮게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리었다.    “어제 따뜻한 꿩국을 먹어 그런지 몸이 거뿐하구나. 열두 쑥 빠진 거 같다. 손님한테두 멧돼지장국을 푹 끓어대접해라.”    “예. 알았어요. 그런데 멧돼지 고기 거덜 났어요.”    “일없다. 내 오늘 사냥하러 가겠다.”     그 말소리를 엿들은 성칠은 하루라도 더 있기 미안하였다. 그런데 일어나 앉으니 다리가 얼었는지 띠끔 띠끔 아파났다.     이때 최구철이 미닫이문을 열고 문턱너머 들여다 보는 것이었다.     “어, 일어났어? 간밤에 드문드문 신음소리를 내더구먼. 자네 다리 언 거 같소. 여기서 며칠 푹 쉬게나.”     성칠은 일어나 정주간에 절룩거리면서 나갔다. 그는 억지로 다리를 절지 않으려고 했지만 절룩거리는 다리가 발각나고 말았다.     “에이, 그 다리가 얼어도 웬간히 언 게 아니구먼.”      성칠은 대수롭잖게 여겼다.      “좀 지나면 나을 겁니다.”      성칠은 방바닥에 내려가면서 대야를 쥐고 밖에 나갔다. 그는 조상의 비방을 쓰기로 작심하고 집 동쪽에 간 그는 오줌을 대야에 받았다. 그때 검둥이와 얼룩이가 껑충껑충 뛰어와 끼깅거리면서 주둥이로 성칠의 바지를 들췄다. 성칠은 꿇어 앉아 손으로 검둥이의 뒤덜미를 쓰다듬어 준 후 언 다리에 오줌을 바르고 주물렀다.     최구철은 밖에 나와 소변을 보려다가 성칠을 보고 이상해 하였다.     “뭘 하나?”    “오줌으로 언 다리를 찜질합구마.”    “오- 오줌 약?”     최구철은 양미간을 찌푸리더니 대야의 누런 오줌을 들여다보면서 신기해하였다.     “오줌으로 어떻게 언 다리를 치료하겠는가? 이 사람아, 추운데 집안에 들어가게나.”      성칠은 최구철을 쳐다보면서 설명했다.      “때간에 오줌냄새를 피울빠봐 그럽니다. 이 오줌 찜질은 궁정 어의를 지낸 우리 증조부 때부터 물려받은 비방입니다.”    최구철은 오줌대야를 내려다보며 신기해했다.     “그래? 그래도 추운 겨울에 바깥에서 이게 뭔가? 들어 갑세.”  들어갔다.      성칠은 하는 수 없이 오줌대야를 들고 구철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가서 숯불에 오줌 대야를 놓아 좀 따끈따끈하게 덮인 후 꺼내 한참 오줌 찜질을 하니 다리가 시원한 감을 느꼈다.      아침에 시원한 멧돼지고기장국까지 먹은 후 성칠은 사냥총을 메고 바깥에 나가는 최구철을 따라 총을 메고 나섰다.     구철은 말렸다.      “아니, 자넨 집에서 쉬게나. 언 다리를 가지고 어디로 간다고 그래?”      “괜찮습구마.”     성칠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라고 하면서 기어이 따라 나섰다.      이윽고 구철과 성칠은 적토마를 타고 산 아래 수림 속으로 뛰어갔다. 그들의 앞에서 검둥이와 얼룩이가 길잡이로 나서 눈이 뒤덮인 수림 속으로 냄새를 맡으면서 뛰어다녔다.     그들이 말을 타고 한 20리 달렸을 때다. 백두산에 언제 눈이 있었느냐는 듯이 하얀 은세계는 사라지고 누런 옷을 입기 시작한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 높이 소소리 솟아있는 원시림이 나타났다.      백두산 꼭대기는 눈 덮인 엄동설한이었지만 여기 원시림은 아직 가을 풍경이었다. 아름드리나무들 속에서 말을 타고 들어가 하늘을 쳐다보면 나무 가지와 나무 잎들이 뒤덮여 새파랗게 보일뿐 푸른 하늘을 찾아 볼 길이 없었다. 다만 소소리 치솟은 아름드리나무로 이루어진 밀림 속으로 부채 살처럼 비쳐드는 실실이 은실금실 해 빛을 보아야만 맑은 날과 흐린 날을 가릴 수 있을 뿐이다. 밀림 속에는 천년 묵은 나무 잎들이 썩은 검은 부식토가 깔려 있어서 푹신푹신한 푸른 주단 같았다. 어떤 곳에는 썩박나무가 넘어가 다른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거기에는 버섯과 이끼, 가느다랗고 파란 잔풀이 듬성듬성 돋아있었다. 이따금 산새들이 수림 속에서 지저귀면서 노래했다.        검둥이와 얼룩이가 앞에서 달리다가 멈춰서면서 꼬리를 흔들거렸다. 한참 말을 타고 천천히 걷는데 산새들이 하늘로 풍겨오르면서  지저귐 소리 자지러지다가 멎어버렸다. 앞쪽 원시림 속에서 육중한 꺼먼 무리들이 오른쪽으로부터 왼쪽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달리던 적토마들도 겁이 나서 멈춰 섰다. 구철과 성칠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면서 히쭉 웃었다. 그들은 곰 대여섯 마리가 무리를 지어 거의 지나가기를 기다려 뒤에 떨어진 곰을 목표물로 정하고 앞으로 말고삐를 놓아 달려 나갔다.      구철은 방아쇠를 당겼다.      땅!     야무진 총소리가 고요하던 장백의 림해를 깨웠다.     총소리와 함께 곰 한마리가 쓰러져 나뒹굴었다. 한 마리는 배때를 맞고 주춤 하다가 장탄하는 그들을 발견하고 수림 속으로 죽기내기로 도망쳤다. 검둥이와 얼룩이가 뛰쳐나가 쓰러졌다가 되 일어나 도망치려는 곰을 물어재꼈다.      그들이 말을 놓아 덮쳐나갔을 때였다. 수림 속에서 웬 나무숲을 가르는 와삭와삭 소리가 요란스레 났다. 금방 앞에서 지나갔던 곰의 무리가 되 덮쳐 왔다. 적토마들도 놀라 앞발을 쳐들면서 “오 호 홍!”하고 말머리를 돌려 내뛰기 시작하였다.      “에크!”       뒤에서는 동료를 잃어 성난 곰들이 무리를 지어 검둥이에게 덮쳐들었다.      “검둥아! 이쪽으로 오너라!”     검둥이와 얼룩이는 귀를 뻘쭉 하더니 이쪽으로 도망쳤다.     구철과 성칠은 토론이나 한 듯이 두개 방향으로 나눠 달리다가 말머리를 홱 돌리었다.     구철은 제일 먼저 덮쳐오는 곰에게 명중탄을 안겼다.      땅!      저쪽에서 성칠도 명중탄을 퍼부었다.      땅!      곰 두 마리가 쓰러지자 뒤따르던 곰들이 끼깅거리면서 멈춰 섰다.     이때 성칠의 잔등 쪽에서 쉭- 하고 소리 났다. 머리를 홱 돌리는 순간 멧돼지 한마리가 거리대날 같은 이발을 빼물고 덮쳐들었다. 성칠은 몸을 홱 탈아 피하면서 총 탁으로 멧돼지 주둥이를 탁 갈겼다. 멧돼지는 이발이 깨져 비명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에 나 떨어졌다.      그러나 성칠도 그 놈의 앞발에 잔등을 긁히어 가죽옷이 죽 미여졌다. 수림 속 사처에서 곰무리들과 멧돼지들이 덮쳐 나와 위기일발에 처하게 되였다.    “성칠이! 도망칩세.”     “예!”     성칠이가 말머리를 돌려 도망치려 할 때다. 뒤에서 곰 한 놈이 뛰어나와 적토마 다리를 꽉 깨물었다. 놀란 말이 앞발을 쳐들었다가 내뛰는 바람에 성칠은 말 잔등에서 뒤로 퉁 떨어지고 말았다.     곰이 성칠을 물려는 위기일발의 순간이다.     쒹-     난데없는 돌멩이가 날아와 그 놈 곰의 주둥이를 까부셨다. 곰이 피를 토하면서 무서운 비명소리를 질렀다. 그 놈 곰은 대가리를 돌려 껑충껑충 수림 속으로 도망쳤다.     쒹- 쒹-    연이어 돌멩이가 날아와 뒤따라 성칠을 덮치던 곰의 대갈통을 연신 까부셨다. 곰은 황급히 수림 속으로 도망쳤다.     성칠이 마른 풀숲에서 일어나면서 여겨보니 뜻밖에도 호랑이가죽옷을 입은 쌍태 머리 멧돼지가 원숭이처럼 백마를 타고 달려오면서 돌멩이를 홱홱 뿌리고 있었다.     “메돼지 왔냐?”     “예!”     멧돼지가 연신 멧돼지와 곰들을 돌로 까부시자 힘을 얻은 성칠과 구철은 사냥총을 쏘아 곰 무리를 쫓아버렸다.     “오빠! 괜찮아요?”     멧돼지는 성칠의 째진 잔등을 보고 머리에 맸던 이봉을 풀어 잔등의 상처를 닦아주었다.     성칠은 대수럽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괜찮소.”     그는 적토마를 끌고 수림 속에 들어가 웃통을 벗더니 오줌을 누면서 손으로 오줌을 받아 자기 상처 입은 잔등에도 쓱쓱 발랐다.      구철은 성칠이가 끌고 오는 적토마의 다리를 굽어보며 혀를 끌끌 찼다.      “쯧쯧, 그 아픈 다릴 해가지고."      "비방 오줌 약을 썼으니 괜찮습구마."     "빨리 멧돼지와 함께 가서 발구를 몰고 오게나.”    성칠은 “제가 여기서 지키겠습니다. 가서 발구를 몰고 옵소.”    구철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말을 타고 집 쪽으로 달려갔다.    “아버지하구 함께 같이 가오.”    성칠의 말에 멧돼지는 깜장 눈으로 빤히 쳐다보면서 “짐승들이 덮쳐오면 어떻게 해요?라고 했다.     멧돼지는 성칠의 이글거리는 눈길을 피해 몸을 외로 틀며 쌍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올해 열 몇 살이오?”     멧돼지는 고개를 숙이면서 “열일여덟은 돼 보이는구먼.”라고 하는데 눈덮인 숲속에 피여난 매화처럼 이뻤다.    멧돼지는 나리꽃 한 송이를 뜯어 꽃향기를 맡으면서 “참말로 향기로운데. 난 올해 열아홉이예요.”라고 대답하고 나서 고개를 숙이고 쌔물쌔물 웃었다.    성칠은 후- 한숨을 쉬었다.     “한창 꽃피는 나이구먼. 그런데 아주 고운 처녀애에게 멧돼지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구먼.”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진달래라고 부르면 어떻소?”     멧돼지는 그 말에 반색했다.     “진달래? 최진달래? 호호호. 그 이름이 참말로 내 성미에 맞아요. 아버지는 멧돼지처럼 닥치는 대로 마구 뒤져 먹고 강하게 자라라고 멧돼지란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성칠은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방 난 내 눈을 의심하였소.어쩌면 처녀애가 말 타고 달리면서 돌을 백발 백중할 수 있단 말이오?”     멧돼지는 나무숲을 살피면서 종알거렸다.     “우리 집은 개성에서 한다하는 사냥꾼이었지요. 난 어려서부터 나무에 바라 오르기 좋아했죠. 또 그네를 뛰기 좋아했는데 이 나뭇가지 위에서 저 나뭇가지 위를 뛰어 다니기를 연습하였지요.”      성칠은 “돌멩이는 언제부터 뿌렸기에 그렇게 백발백중을 할수 있단 말이요?”라고 하였다.      그러자 멧돼지는 말고삐로 백마의 잔등을 살짝살짝 건드리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어려서 나도 아버지나 오빠처럼 사냥꾼이 되려고 사격을 배우려고 하였지요.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계집애가 무슨 사냥을 한다고 그러는가 총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산골 강바닥에 나가 돌을 뿌리는 연습을 했지요.”      그녀는 옆구리의 돌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보라는 듯이 날아가는 새를 겨누고 씽 날렸다. 날아가던 새가 돌에 맞아 푹신푹신한 주단 같은 땅바닥에 뚝 떨어졌다. 그러자 얼룩이가 달려가 입에 물고 꼬리를 휘휘 저었다.      “얼룩아, 검둥이와 함께 나눠 먹어라.”      “오빠는 올해 춘추가 어떻게 돼요?”     성칠은 나이를 속이지 않았다.     “올해 이젠 서른하고도 두 살이나 되오.”      “어머! 그럼 우리 큰 오빠와 동갑이네요.”     “오빠 있소? 오빠를 두고 처녀애가 무슨 사냥이오?”    순간 멧돼지의 철색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흘러갔다.     그녀는 수림 속을 쓸어보며 머리를 숙였다.     “오빠는 일본 놈들에게 어디로 잡혀갔는지 알 길이 없어요.”      멧돼지는 팔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돌아섰다.     “몇 해 전에 일본파출소의 마쯔무라 소장 놈이 개성에서 몇십리 떨어진 우리 산골에까지 들어 사냥을 하지 못한다고 윽박지르지 않겠어요. 우리 여섯 식구는 손바닥만 한 땅도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사냥을 해서 사는데 이건 입을 닫아 매고 죽으라는 게 아니고 뭐예요? 우리 집에서 계속 사냥을 하자 하루는 마쯔무라 소장놈이 개다리들을 앞세워가지고 와서 사냥총을 빼앗아가겠다고 야단치지 않겠어요. 성이 꼭뒤까지 치민 경호 큰오빠는 사냥총 탁으로 일본 놈을 한대 갈겼죠. 그러자 마쯔무라 소장놈은 ‘이 놈을 강제징용에 끌어가야겠다.’고 을러메더니 사냥총을 빼앗고 경호 오빠를 마구 끌고 가지 않겠어요. 경호오빠는 강박군대에 끌려가 간도에 들어갔다고 해요. 경호오빠가 끌려간 후 며칠이 지나서 마쯔야마 놈이 또 경환 둘째오빠마저 끌고 가려고 했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분이 치밀어 김치 움에 치워놓았던 사냥총으로 그 놈을 쏴 눕혔지요. 일본 놈들은 뜻밖의 습격을 받자 다리를 맞고 쓰러진 마쯔무라 놈을 업고 꼬리 빳빳해 달아났지요.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요. 우리가 도망치려고 보 짐을 싸가지고 집에서 나올 때 도망쳤나 했던 일본 놈들이 우르르 들이닥쳐 앞길을 가로 막았어요. 일본 놈들의 총질에 경환 오빠와 어머니가 가슴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 당장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어요. 악에 받친 아버지는 사냥총으로 맞불질해 일본 놈 두 놈을 쓰러뜨리었어요. 혼 줄이 난 놈들은 혼비백산해 사처로 달아났어요. 그러자 나와 아버지는 마구 간에서 말고삐를 풀어 말을 타고 도망쳐 인적이 없는 여기 장백산 원시림 속까지 들어 왔던 거예요.”      성칠은 멧돼지의 하소연을 듣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오-  참 안 됐구만. 명천 우시장에도 쪽발이들이 들어왔다오. 허나 아직 우리 마을에까지는 들어오지 않았소. 큰 경을 칠 놈들이오.”      그제야 성칠은 자기가 집에 들어갔을 때 멧돼지가 경계의 눈길을 보낸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이때 검둥이와 얼룩이가 “왕 왕!”, “왕 왕!”하고 요란하게 짖어댔다.     동시에 사처에서 나무숲을 와삭와삭 헤치는 소리가 났다.      성칠이와 메돼지가 여겨보니 숲속에서 굶주린 호랑이무리와 이리무리가 곰의 고기 냄새를 맡았는지 아니면 사람과 말을 보고 잡아 먹자고 왔는지 몰려오고있었다.      성칠과 멧돼지는 토론이나 한 듯이 말 잔등에 뛰어올랐다. 성칠이가 먼저 호랑이무리에 대고 총을 쏘았다. 숱한 철 알이 우박 치듯 호랑이무리에 날아갔다.      호랑이들이 겁을 집어먹고 달아났다. 그러나 교활한 이리무리들은 적토마와 백마를 전후좌우로 슬슬 돌면서 포위하더니 불시에 우르르 덮쳐들었다. 백마가 다리를 깨물려 “오 호 홍!”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앞발을 쳐들었다가 이리를 내리 짓밟고 뒤발로 차기도 하였다. 이때 멧돼지가 백마잔등에서 나무 가지에 뛰어 올라가 허리에 찬 가죽주머니에서 닭 알만 한 돌을 꺼내 연신 승냥이의 대가리를 겨누고 날렸다.    앞장서 덮쳐들던 승냥이 몇 마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검둥이와 얼룩이도 승냥이들에게 덮쳐들어 깨물었다.    땅!    이때 또 원시림에서 야무진 총소리가 났다.     피뜩 보니 수림 속에서 구철이 발구를 몰고 달려와 합세해 총탄을 퍼 부었다.     그들 셋이 총질과 돌팔매질을 하자 이리무리도 몇 마리 주검을 남기고 수림 속으로 꼬리 빳빳해 도망쳤다.
393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7) 김장혁 댓글:  조회:1069  추천:0  2023-12-11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7. 민족의 성산 백두산              치마봉 아래 산기슭은 벌써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고 마른 풀잎들이 선들바람에 흐느적거렸다. 영월동 앞의 적송과 백송, 미인송이 빼곡히 들어선 원시림과는 달리 치마봉 기슭에는 잡목이 빼곡히 들어섰다.     푸르른 하늘에서 매가 돌개바람에 휘감겨 날리는 연처럼 빙빙 선회하다가 줄 끊어진 연처럼 내리 꽂힌다. 이때라고 생각한 성칠은 누렇게 번진 풀 속으로 검둥이를 추겼다. 검둥이가 코를 풀 속에 파묻고 냄새를 맡으면서 내달리다가 매가 돌던 하늘아래에 가서 멈춰서더니 꼬리를 휘청휘청 저어댔다.     “킁킁!”     개 코 방귀 소리를 들으면서 성칠은 그리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웬걸!      알락달락 무늬 간 장 꿩 한 마리가 긴 꼬리털을 흐느적거리면서 까투리와 함께 뭔가 주둥이로 쪼고 있었다.      “휙~”      성칠이 휘파람을 불자 검둥이가 슬슬 그 자리를 피한다.      땅! 땅!      까투리는 폴싹 쓰러졌다.      푸드득!      총알을 빗맞은 장꿩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땅! 땅!     장꿩은 맥없이 내리 꽂히더니 풀숲에 퉁 떨어졌다.     검둥이가 씽- 풀숲 속에 달려나가  꿩과 까투리를 한입에 물고 되돌아와 꼬리를 저어댔다.     성칠은 장 꿩과 까투리를 받아 쥔 후 요도로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검둥이에게 주고 그물가방에 그 두 마리 꿩도 걷어 넣었다.     이젠 해도 숫구멍을 내리쪼이기 시작하였다. 그물가방을 툭툭 치던 성칠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멧돼지나 곰이나 호랑이라도 잡으려고 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원시림을 걷고 걸어 어디까지 들어갔는지 짐작하기 어려웠을 때였다.      웬 일가?       불시에 수림속이 어두워지더니 때 아닌 안개가 뒤덮였다. 희끄무레하고 담담한 해 빛이 짙은 구름층을 겨우 뚫고 나왔는데 몽롱한 안개바다 속에 빨려 들어가 대지는 어둠속에 잠겨있다. 숨 막힐 듯이 구름 밑에 안개 밑에 지지눌린 산봉우리가 삼라만상을 두꺼운 안개 속에 감춰버렸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안개는 천길 절벽의 천년 이끼 낀 청석 낭떠러지를 보일락 말락 하게 씻어 올리고 있었다. 참말로 미묘한 절승경개에 성칠은 가슴 뿌듯해 혀를 끌끌 찼다. 그 바위 틈 사이로 노란 잔등에 토색 줄이 쪽 간 다람쥐가 깡충깡충 뛰놀다가 쪼르르 나무우로 기어오른다.      자오록하던 안개가 기암괴석에 빨려들어갔는지 수림 속에 스며들었는지 차츰 하늘이 개이었다. 그런데 9월말 날씨에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웬 일일까? 혹시 꿈을 꾸는 게 아닌가? )     성칠은 검둥개를 앞세우고 한참 눈 덮인 수림을 빠져나가니 수림이 끝나고 애나무가 자란 앞에 눈 덮인 깎아지른 절벽이 앞을 막았다. 그는 절벽을 톺아 올라 넘으면 사냥할 산짐승들이 있을 것 같았다. 절벽너머 세상을 보고 싶은 호기심과 충동에 의해 그는 돌 뿌리를 잡고 바위틈에 손톱과 손가락을 박으면서 눈 뿌리 아찔한 천길 절벽을 톺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절벽에 부석부석한 돌 뿌리는 훌렁 빠져 나왔다. 결국 그는 한길 너머 올라갔다가도 눈 덮인 땅바닥에 퉁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래도 포기할 성칠이 아니었다. 그는 완강한 의력으로 손가락이 긁히어 피가 흘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의악스레 절벽을 톺아 올랐다. 검둥개는 절벽에 올라가지 못하고 절벽 우에 올라간 주인을 쳐다보면서 “왕왕!” 짖어댔다.     해님이 방실 웃음 지을 때 칠성은 피 나는 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절벽 앞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눈앞에는 백설을 뒤집어 쓴 산봉우리들 복판에 웬 바다같이 넓고 푸르른 천지물이 나타났다.     (하늘에 닿은 높은 산봉우리 복판에 바다와 같이 넓은 푸르른 천지가 있다니? 참 괴이한 일이 아닌가!)     성칠은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말로 인간세상에서 보기 드문 절승경개었다. 눈 뿌리 아찔하게 솟은 산봉우리들이 눈꽃노을을 쓰고 그에게 손짓하고 있었고 발밑에 있는 맑고 푸른 거울 같은 천지물이 파란 빛으로 그를 맞이해 주었다.     “이게 아버지 늘 말씀하시던 천하절승 백두산이 아닌가?”     성칠은 두 손을 입가에 벌려대고 목청껏 고함쳤다.      "야- 백두산아! 내가 왔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백두산에 성칠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메아리쳤다. 검둥개도 벼랑아래에서 “왕 왕 왕!” 하고 요란하게 짖어댔다.     성칠은 백두산 꼭대기의 청신한 공기를 가슴 뿌듯이 한껏 들이마시고 자기가 선 봉우리를 둘러보았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백두산인가! 백설이 뒤덮여있는 산봉우리아래 얼음굴이 숭숭 뚫린 곳에서 선인이 금단을 구웠다는 관면봉, 안개와 구름이 감도는 저 가마 덮개와 같은 화개봉, 독수리의 두 날개와 같은 예리한 두 암석이 치솟은 천곡봉, 천층만층 절벽으로 이루어진 신비석 같은 용문봉, 용이 드나드는 문이었다고 하는 용문봉 남쪽으로 하여 빨간 노을이 비낀 자하봉, 눈 밑에 절벽이 드문드문 검푸르게 치솟은 철벽봉, 옥기둥처럼 서있는 석벽 우에서 은실 같은 하얀 실 폭포가 쏟아져 천지에 흘러드는 옥주봉, 잔등에 사닥다리폭포를 업고 있는 제운봉, 눈을 뒤집어쓴 호랑이가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것 같은 와호봉, 하늘에 장검을 찌른 것 같은 백운봉…      성칠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백두산의 절경을 둘러보았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어떤 봉우리는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바위에 날아내려 앉은듯하고 어떤 봉우리는 용녀가 거울을 마주하여 머리를 빗는 듯했다. 어떤 것은 흉측한 사자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원숭이가 장기 쪽을 들고 앉아 있는 것 같았으며 어떤 것은 큰 눈을 부릅뜬 백발 로인과도 같았다.      천변만화하는 백두산의 하늘에는 안개가 또다시 뭉게뭉게 피어올라 뭇산 봉우리들에 베일을 씌어 주더니 스르르 사라졌다. 갑자기 까만 구름이 서북쪽으로부터 둥둥 떠오더니 천지 못 속으로 스며들었다. 뒤이어 동남쪽으로부터 흰 구름송이가 떠올라 천지를 한 바퀴 빙 돌더니 천지 못 속으로 들어갔다. 한참 후에 흰 구름과 검은 구름이 천지 못 속에서 불끈 솟아오르더니 한데 뒤섞여 타래 쳐 오르더니 우르릉 꽝꽝 하고 우레 소리가 울리고 번개가 번쩍였다. 그것은 똑 마치 서북쪽의 흑룡과 동해바다의 백룡이 천지의 용과 천지에서 만나 잔치를 벌리었다가 영토분쟁이 생겨 싸움판이 벌어 것 같이 보였다. 뒤이어 하늘에서 눈 덮인 백두산과 퍼런 천지에 밤송이 같은 박재를 마구 쏟아부어댔다.        “아니! 이거 눈 덮인 천지간에 우박이 쏟아지다니!”      칠성은 놀란 소리를 지르면서 그물망태기를 들어 우박을 막았다.      아, 천하절승 백두산! 백두산 열여섯 봉우리는 하늘아래 어깨 겯고 우뚝우뚝 솟아 금수강산을 지켜선 대장부들 마냥 어깨 겯고 천지의 물을 굽어보고 있었다.      성칠은 청신한 산 공기를 마음껏 가슴 뿌듯이 들이켜고 나서 백두산의 천하절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전설에 의하면, 먼 옛날에 한 도인이 하루는 눈이 뒤덮인 절벽을 내려 천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헌데 못 속에서는 몇 마리의 잉어가 새빨간 꼬리를 하느작거리면서 헤염쳐 다니고 있었다. 도인이 잔파도에 들어서 잡으려 하니 그 고기는 하느작거릴 뿐 달아나지 않아 단번에 붙잡혔다. 이어 또 다른 한 마리를 잡으려고 하다가 꿈꾸던 도인은 발이 미끄러져 물에 쑥 빠져 들어가 다시 나올 수 없었다. 그가 바위를 붙잡고 백 길을 더 내려가니 돌층계가 사다리처럼 놓여있었다. 사처로 두리번거리며 여겨보니 전각과 용을 새긴 옥기둥이 금빛이 반짝거리는데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가 한가운데 화려한 궁전으로 들어가니 백발이 성성한 한 로인이 수정 침대 우에 누워 우레 소리같이 요란하게 코를 고르고 있었다. 도인은 더 앞으로 못 다가가고 옥전에서 뒷걸음을 치다가 돌아서서 못 속에서 헤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한 백발자국 와서 머리 돌려 궁전을 바라보니 오색영롱한 것이 눈을 부시면서 은파 속에서 번쩍이는 것이었다. 도인은 사지 나른해지면서 맥이 없었다. 그는 돌층계에 기대서서 숨을 돌렸다. 그러나 온 몸이 한 토막의 나무와 같은 감이 들더니 파도에 따라 둥둥 뜨면서 불씨에 잠이 오는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도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의 곁에 사냥꾼 둘이 서 있었다. 눈을 번쩍 크게 뜨고 바라보니 자기는 이미 승자하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두 사냥꾼은 못에서 한 사람이 둥둥 떠오자 원래는 서쪽비탈에서 동쪽비탈에로 헤엄쳐 가는 사람인가 했는데 건지고 보니 못에 빠진 도인이었다고 하였다. 사냥꾼에 의해 구원된 도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천지에 용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고 한다. 성칠과 검둥이는 넓은 보천석 위에 올라가 앉아 한참 쉬다가 승자하를 따라 내려갔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천지 용궁에는 용왕의 다섯 마리 태자교룡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온 몸에서 린광이 번쩍이었는데 바람을 불러오고 비를 몰아 올수 있었다고 한다.       어느 해 봄, 배꽃이 키 다툼하며 피어날 때 이 다섯 형제는 가만가만 못 우에 떠올랐다. 아, 보지 못했으면 몰라도 이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운 풍경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구름과 안개를 잡아타고 백운봉에 올라 천지의 물에 굴절돼버렸던 열여섯 봉 절승경개를 보고 완전히 도취돼버렸다.       그들이 지난 자리에는 다섯 갈래 깊고 깊은 골짜기를 남겼다. 그러나 봄빛은 좋으나 오래있지 못하게 됐다. 맏이는 사형제를 데리고 용궁에 되돌아가려 하였다. 그중에서 삼태자만은 인간춘색에 미련을 두고 도주에 슬그머니 사형제를 떨어져 달아났다.      꽈르릉!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산봉우리가 갈라지면서 한 가닥 빛이 서북쪽으로 날아가고 깊고 깊은 협곡이 하나 생겼다. 하여 천지의 물은 그 협곡을 따라 흐르게 되였으며 은파가 번쩍거리게 되였다. 이것이 바로 성칠이가 본 오늘의 승자하인 것이다.     그 후 셋째태자 용남은 용궁에 오래간만에 돌아왔다. 용왕이 그를 용궁의 규례를 어겼다고 쫓아버리자 배 한척을 무어가지고 그 우에 앉아 승자하를 따라 동해 바다 속의 용왕을 찾아가려고 하였다.      원래 천지 용왕과 형제간인 동해 용왕이 이 소식을 듣고 맏아들을 보내왔다. 천지동쪽으로 커다란 흰 구름송이가 날아오더니 셋째태자 용남이가 탄 배가 머무른 승자하 상공에 둥둥 떠 내려왔다. 구름 속에서 숱한 채색구름이 내려왔다. 그것들이 차츰 오색찬란한 비단옷을 입은 선녀로 변해 내려와 용남의 둘레에 달려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그를 옹위하였다. 뒤이어 흰 구름이 둥둥 떠내려와 용남과 선녀들을 감싸더니 하늘로 솟아올라 동해바다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하여 용남이가 탔던 그 배는 주인이 없어 방향을 잃고 물길에 떠밀려 승자하 동쪽 기슭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성칠은 썩은 배를 총탁으로 두드리면서 개탄하였다.       “어허, 네 처지 가련하구나. 주인 잃고 물에 밀려 바위 우에 걸쳤으니까. 제 어이 동해바다에 떠가서 만리 창해를 헤가르며 달리랴. 오늘은 썩은 나무로 돼 어이 하여 후세사람들의 의논거리로 돼 답답한 한탄만 자아내는가!"      성칠은 바위를 부시면서 소리치며 급물살을 타는 승자하를 따라 한 3 리를 내려갔다. 갑자기 발밑에 우당탕퉁탕 천둥소리와 같은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천천히 바위 돌을 잡으면서 절벽 굽을 따라 내려가면서 보니 백길 절벽에서 거센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하! 이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늘 외우던 민족의 성산 백두산의 폭포구나!”      백설 같은 폭포수는 눈사태가 무너져 내리는 듯이 청석옥석을 부시며 쏟아지고 있었다. 그 절경은 마치 흰 용 두 마리가 백설을 쏟아 붓는 것 같기도 하고 흰 한복을 입은 백화암의 궁녀들이 절개 굳게 뛰어내리는 것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 맑은 물은 부서져도 흰 물 바래로 쏟아지고 물갈퀴와 안개를 사처로 펼치면서 아치교처럼 칠색무지개를 꽃피웠다. 아마 견우와 직녀도 여기 아름다운 아치교 같은 칠색무지개를 보면 은하수에서 만나 부둥켜 안고 울기 전에 먼저 여기 백두 폭포에 와서 아름다운 절승경개에 취해 웃고 떠들면서 놀리라!       폭포 옆 절벽 길을 내린 후 성칠은 한숨을 후- 쉬면서 폭포를 돌아다보았다.      “아, 참말로 백두폭포는 천하절승이구나.”       성칠은 폭포와 그 주위의 절벽을 둘러보면서 눈 덮인 바위 우에 앉아 숨을 돌렸다. 그런데 사냥꾼 성칠은 별스럽게 노린내가 어디선가 풍겨와 코를 간질이는 것을 발견하였다.      “왕 왕 왕!”     성칠은 대뜸 주위에 뭐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사냥총을 들고 날카로운 눈길로 검둥개가 짖는 쪽을 바라보았다.      “에크!”     그리 멀지 않은 너럭바위 우에 얼룩호랑이가 우뚝 서서 불지가 뚝뚝 떨어지는 눈깔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성칠이 사격거리를 줄이면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앞으로 나갈 때었다.      “따 웅!”      백두산이 떠나갈듯이 호랑이가 울었다. 호랑이는 성칠이 다가가자 팔뚝 같은 꼬리를 휘젓다가 꼬리 빳빳해서 도망치는 것이었다. 성칠이 보니 호랑이가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어느새 산비탈에 오르더니 흐릿한 하늘과 눈 덮인 산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성칠은 맥이 진해 호랑이를 뒤쫓지 않고 검둥이와 함께 산 아래로 부랴부랴 내리기 시작하였다.      백두폭포에서 쏟아진 맑은 물은 집채 같은 청석바위를 부시면서 흰 물갈퀴를 일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쏜살같이 흐른다. 마치 성난 백마가 수없이 청석바위우로 달리는 듯 쏴-쏴 소리치며 산기슭으로 굽이굽이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오- 이 강이 바로 천지 동북쪽에서 흐르는 백하겠구나. 저 내륙에 가서는 송화강이고.”     성칠은 눈을 빠드득빠드득 밟으면서 그 백하에 다가가 맑은 물을 두 손으로 퍼 시원히 마셨다. 그러니 가슴에 백두 열여섯 봉이 솟는 듯 새 힘이 솟구쳤다.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백하는 천고의 원시림을 적시면서 흘러지나 동북평원을 적시면서 송화강으로 탈바꿈하여 나중에 흑룡강과 우쑤리강과 합쳐 동해바다로 흘러들어간다고 했다. 백두산 동남쪽기슭에서 발원한 700리 두만강은 동해바다로 흐르고 백두산 서쪽기슭에서 발원한 푸르른 압록강은 서쪽으로 흘러 발해와 황해 어구에 흘러들어간다고 했다.)      그렇다, 송화강과 두만강, 압록강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원동의 이 땅을 적시면서 흐른다. 더 많은 수난사를, 더 높은 소리로 두런두런 아야기를 나누려고, 민족의 빛나는 력사를 더 높이 노래 부르려고 골짜기 어구에서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더 크고 세찬 강을 이루면서 바다로  몇천년, 아니, 몇만년 줄곧 흘러갔다.지만 끝내는 넓은 바다에 가서 만나서 서로 부둥켜 안고 바다에 오는 길에 수많은 수난을 겪은 이야기하면서 대성통곡치지 않는가.      백두산은 줄기줄기 뻗어 개마고원의 수많은 산과 태백산과도 이어졌고 북으로 줄기줄기 뻗어져 대흥안령과 소흥안령과 이어졌으며 서북쪽으로 료동 반도와 발해에까지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동으로는 장고봉을 넘고 우쑤리강을 넘어 저 동해에까지 천고의 비밀을 안고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이때 검둥이가 또 앞으로 뛰여나가면서 “왕!왕!” 짓기 시작했다.     성칠은 어께에서 총을 내리어 개가 짖는 쪽으로 겨냥하면서 살펴보았다. 금방 달아났던 호랑인가고 경계하였는데 웬 사슴이 절룩거리면서 김이 물물 나는 강물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검둥아! 축!”     성칠이 지령을 받고 검둥이가 사슴을 쏜살같이 쫓아갔다. 사슴은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절룩거리며 눈밭에서 도망쳤다. 그러나 상한 다리를 가지고 뛰면 어디로 뛴단 말인가! 검둥이가 사슴을 거의 따라 잡을까 말까 할 때 사슴은 김이 물물 나는 강물에 풍덩 뛰어들어 건너갔다.     웬 일일까?     그 김이 물물 나는 강물을 건너더니 사슴은 다리를 절룩거리지 않고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었다. 검둥이가 아무리 쫓아가도 거리는 좁혀지기는커녕 점점 멀어졌다.      “제길! 그럴 줄 알았더면 총을 갈겼겠는걸.”      성칠은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듯 하였다.      “검둥이야! 돌아오너라. 호랑이라도 만나겠다.”      검둥이는 꼬리를 흔들거리면서 뛰어왔다. 사슴을 놓쳐 미안하다는 듯이 검둥이는 대가리를 눈밭에 파묻을 상하면서 엎드린 채 끼깅거렸다.     “괜찮아! 어서 내려가자! 날이 어두워지는구나!”     백두산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고 풍설이 일면서 무서운 귀신의 곡소리와 같은 비명소리를 내고 있었다.     성칠은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골짜기를 따라 내려갔다. 미끄러져 넘어지면 일어나고 허기지면 그물 속에서 꿩 다리를 빼서 검둥이와 함께 끊어 먹고 갈증이 나면 눈을 한 움큼 움켜쥐어 먹으면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힘겹게 산 아래로 걷고 또 걸었다.     마가을 해는 빨리도 지고 있었다. 벌써 해는 빛을 거둬가지고 물러서고 어둠이 원시림에 도사리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휘파람을 불려 여기저기 수림에서 으르릉거리는 이리떼들의 소리와 무시무시한 죽음의 노래를 연주고하고 있었다.
392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6) 김장혁 댓글:  조회:1051  추천:0  2023-12-10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6.묵은 빚                 먹장구름이 기운봉을 칭칭 감싸더니 가을비를 구질구질 내리쏟아부었다. 먹장구름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꿍꿍이를 쑥덕거리다가도 제 밸에 맞갖지 않으면 다 익어가는 호박에 말뚝이라도 박지 못하는 것이 한인지 돌멩이질하듯 호박과 가을배추에 우박까지 투당투당 쏟아부었다.      "하늘도 무심하지."      "가을에 웬 우박이람?"     농사군들은 흐리멍텅한 가을하늘을 쳐다보며 두두거렸다.      한길수는 병완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자기 집에 들어 살게 했을뿐만 아니라 쌀도 십여 말이나 주었다. 그런데 병완이 이 산골 막바지에 집을 짓고 든 후부터 마을 인심이 병완에게 쏠리고 자기 말이 잘 서지 않았다. 그러자 길수는 날이 갈수록 병완이가 아주 불편하게 생각 됐다. 지어 그를 이 산골에서 쫓아내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길수는 뒷짐을 지고 마루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곰방대를 홱 휘두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그 놈에게 빚더미를 들씌워서 쫓아내야지.”       그는 중문 밖에 대고 소리쳤다.      “거 응삼이, 영팔이!”      “예꾸마!”      대답소리와 함께 응삼과 영팔이 마루아래에 뛰어왔다. 마루 위에 서서 불호령하는 번대머리의 우멍눈에서는 무서운 번개불빛이 번쩍였다.       “거 머슴꾼들까지 다 데리고 병완의 집에 가서 빚재촉을 하게나.”       “예? 우리가?”      응삼과 영팔은 겁기 어린 눈길로 서로 마주 쳐다보다가 머리를 뚝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뭣들 하는가! 얼른 떠나지 않고.”     땅방울 같은 호령소리에 누가 언감 거역하겠는가.     그들은 목안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해 놓고 마지못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그들의 뒤 잔등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항우 같은 병완이라도 견디기 어려울걸.”     길수는 곰방대를 휘두르면서 염소수염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길이 어디로 가면 어디에서 이글이글하는 불길이 타 번질 것만 같았다.      그는 마루 위에서 호랑이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주춤 멈춰 섰다.       “아니야! 그 물소 같은 병완을 응삼이 후릴 수 있겠는가! 내 직접 가봐야지.”      길수는 집에 들어가 벽에 걸어놓은 중절모자를 번대머리 우에 올려놓고 특제개화장을 들고 문 밖을 나섰다.     이때 정주간에서 한창 분칠하던 월선이 문을 벌컥 열고 쫓아 나왔다.      “여보, 괜히 자는 호랑이 콧구멍을 들쑤셨다가 무슨 경 치려고 그래요? 병완이 누군데?”      그래도 길수는 개화장을 홱 휘두르면서 큰소리를 땅땅 쳤다.       “그깐 놈이 언감 어쩔라고.”      그러나 월선은 두툼한 입술을 계속 너펄거렸다.      “코나 떼우지 말구 오세요.”      “그 주둥아리를 다물지 못할까!”      그 호령소리에 월선은 입울 삐쭉거리면서 정주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길수는 개화장을 휙휙 휘두르면서 득의양양해서 중문을 지나 대문 밖을 나갔다.       실개울을 건너 골짜기 막바지로 올라가는데 저 멀리 덩그런 팔간 초가집 앞에서 나무를 패는 병완의 소잔등 같은 잔등이 보였다.       벌써 응삼이 장부책을 옆구리에 끼고 영팔 등 10여명 머슴을 데리고 올라가더니 장부책을 펼치고 뭐라고 꽥꽥 소리치면서 손으로 병완의 낯에 대고 삿대 질 하는 것이 보였다.      “10년 묵은 빚을 올해 안으로 다 갚도록 하게나.”       그 말에 집안에서 창준과 기준이 등이 다 뛰쳐나와 입을 짝 벌렸다.       그런데 괘씸한 병완은 근본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끼를 휘둘러 나무만 팡팡 패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길수는 헐금씨금 숨이 바쁘게 달아올라가 꽥 소리쳤다.     “병완이. 빚 문서를 들었겠지?”     “흥!”     병완은 아니꼬운 눈길로 피뜩 길수를 보고는 계속 시퍼런 도끼로 나무를 팼다.     길수는 개화장을 짚고 서서 실돌피 같은 응삼 쪽으로 낯을 돌렸다.      “응삼이, 저 자식한테 장부를 불러줬는가?”      “예. 불러 주고 말구요.”      “아마 이 양반이 잘 듣지 못한 거 같네. 이 집 식구들이 다 듣게 그 10년 묵은 빚 장부를 다시 잘 불러주게. 아마 대대로 물어도 다 물것 같지 못할 거니까.”      “예. 알았습꾸마.”      응삼은 병완의 잔등에 대고 곡이나 하듯 빚 장부를 내리 읽었다.      “1903년, 아니. 1902년 노일전쟁 당시 12월 6일에 김병완은 일가식솔 열을 데리고 우리 주인님 한길수 씨의 집에 들어와 얹히어 살았다. 이듬해 1903년 9월 16일에 집을 짓고 나갔다. 열 식구 숙비를 계산하면 하루에 3원 50전으로 눅게 치더라도 280일이면 980원이라. 물 값은 하루에 10전으로 계산해도 28원이라. 변소사용세에 문턱세. 공 먹은 공기 세에 밟은 땅값까지 합치면 도합 67원 80전이라. 합계를 하면 총 빚은 1,075원 80전이라. 거기에 해마다 3푼 이자로 계산하면 10년이면 도합…”       “닥치지 못할까!”      그때까지 도끼로 나무를 팡팡 패던 병완이 시퍼런 도끼를 들고 돌아서면서 우레 같은 소리로 고함쳤다.       그 바람에 응삼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풀썩 물앉았다.       이때 한길수가 개화장으로 땅바닥을 쿡 찍으면서 한 발자국 나섰다.      “아하, 병완이, 사람이 빚을 졌으면 갚을 줄도 알아야지. 웬 고함질인가?”      “어쩌자고 이러오? 누가 이 골 안에 오겠다는 걸 오라 해놓구 지금에 와선 이게 무슨 짓이요?”      “아따. 아무리 결의형제라도 공 게면 공 게고 빚이면 빚이지. 그래 생떼를 쓰면 단가? 아름차하지 말고 천천히 갚도록 하오. 빚을 갚지 못하겠으면 이 집을 내놓고 내 개척해 놓은 이 마을에서 썩 물러가란 말이오. 그럼 그 산더미 같은 빚을 갚지 않아도 돼. 어험, 에헴. 헙. 쯧쯧쯧.”       “쳇! 그리 쉽지 않을걸!”        “어디, 두고 보자. 이 마을에서 배기는가?”      “나도 한마디 해두지만. 당신이 의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나도 사정을 두지 않을게요.”      “그저 이 자식을!”      약이 오를 대로 오른 한길수는 개화장을 휘둘러  내리치려고 하였다.     옆에 섰던 영팔이가 긴 마른 장작을 쥐여 병완의 어깨를 탁 내리쳤다. 장작깨비 툭 끊어나 푸르르 날아 저 멀리 땅바닥에 가서 떨어졌다.           병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떡 버티고 서서 영팔을 쏘아보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장작개비에 맞았으면 진작 어깨뼈가 부러졌거나 푹 꺼꾸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병완은 시퍼런 도끼를 떨어뜨렸을 뿐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뚝 부릅뜬 퉁방울눈으로 한길수를 쏘아보았다.     게다가 창준과 기준마저 괭이와 도끼를 들고 다가왔다.      창준은 키가 자그마하고 성질도 순한 편이었지만 기준은 아버지를 닮아 키도 크고 억대우 같이 생긴데다가 성깔이 아주 사나왔다.한길수는 숱한 사람들 앞인지라 순순히 물러설 위인이 아니었다. 그는 개화장을 들어 병완을 힘껏 내리쳤다. 병완은 어느 결에 개화장을 받아 쥐어 비틀면서 길수의 허리를 감아 안아 둘러메쳤다. 길수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겨우 벌벌 기어 일어나 질겁한 나머지 개화장을 쳐들었다가 스르르 내리웠다.      그는 뜻밖에 성난 사자처럼 덤벼드는 병완을 보고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말투마저 고쳤다.       “허허, 어험, 병완이, 이러지 말게나. 우린 의형제기 아닌가! 영팔이, 자네도 그만하게. 병완이, 내 무정한 게 아니요. 자네가 열 식구를 데리고 근 열 달이나 살았으면 빚을 갚는 게 옳지!”     병완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침을 퉤 뱉었다.     “그럼 내 당신네 헌 집에 있으면서 저 고래 등 같은 새 집을 지어준 목수공전은 얼마나 되는가? 내 당신네 집 농사를 10년이나 일전한푼 받지 않고 지어주건 어쩌겠는가? 그걸 3푼 이자로 계산하면 10년이면 얼마나 되는가? 우리 열 식구가 들어 산 것과 어느 게 더 많은가?”      그 말에 길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입이 쩍 벌어졌다가 딱 막혔다.      그는 남이 자기 신세를 진 것만 따졌지 자기가 남의 신세를 진것은 꼬물만치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한참만에야 길수는머리 돌았는지  제 쪽에서 오히려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자네가 우리 집에서 살면서 진 인정 빚에 못 이겨 한 일이 아닌가? 그래 의형제라는 게 그런 수고비까지 받겠는가? 배은망덕한 놈.”     병완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어째 당신은 짝 시비만 하오?”     도리를 따지나 힘으로 싸워 보나 이기지 못하게 되자 길수는 시에미 역정에 개 배때를 차듯 개화장으로 응삼의 엉덩이를 툭 치면서 고함쳤다.     “바보 같은 놈, 돌아가자. 이런 시비곡직 없이 무지막지한 놈과 더 말해봤자 본 전도 못 찾겠다.”     “허허허.”      “하하하.” 병완 일가 식솔들은 길수가 기 꺾여 돌아가는 낭패상을 보고 모두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마당을 감돌아 흐르는 물도 시원한지 쿨쿨 소리치면서 웃음 싣고 구름 싣고 흘러내려갔다. 그러나 웃는 애들 속에 서 있는 병완과 성희의 얼굴에는 수심에 찬 검은 구름이 스쳐지나갔다.     “아이고, 나 죽는다. 아이고, 허리, 다리, 팔이 다 아프구나. 좀 꽉꽉 문지르오.”     길수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구들에 마구 쓰러져 죽는 상을 했다.      월선은 길수의 허리를 문지르면서 비꼬아댔다.      “그래 숱한 사람들을 끌고 가서 빚을 받았는가요?”     “말도 말아. 병완 놈이 어찌나 우악스러운지 촉도 못 걸겠더군. 빚이야 갚지 않고 어디 견디는가 보라지.”     길수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에이, 그 놈 새끼를 내 놔두는가 보지. 이 산골에서 살기나 하겠소. 아이고, 병완이 생각만 하면 골통이 뻐개지는 것 같다니까.”     그러나 월선은 영감의 허리를 문질러주면서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었다.     “내 이전에 뭐라 했어요? 소같이 우둔한 병완을 끌어들이지 말라는데도. 혹을 떼버리지도 못하고. 이젠 길러준 개한테 발을 물리게 됐구먼.”     길수는 번들이마를 뒤로 쳐들어 돌리면서 잔소리를 했다.      “에이유, 쓸데없는 잔말 말구 좀 꽉꽉 문질러.”     “그만하면 됐지. 어쨌다고 잔소린기여?”     그러자 번들이마는 아예 반듯이 돌아누웠다.     “안 되겠소. 거 부엌 여를 와서 문지르라 하오. 젊은 게 손에 힘이 더 있겠지.”     월선은 영감한테 쌍까풀눈을 흘기면서도 시끄러워 머리를 곁채로 돌렸다.    “얘, 부엌 여야. 여기 오너라!”    “예.”     곁채에서 부엌여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신을 작작 끄는 소리가 다가왔다.     월선은 집안에 들어서는 부엌 여를 쏘아보면서 욕부터 퍼부었다.     “에이, 저 망할 년. 주인이 아파 야단인데 인사말 한마디도 할 줄 몰라? 주리를 틀어놓을 년, 어서 나를 도와 주인님의 아픈 허리와 다리를 주물러 드려라.”      “예. 어데 모질 아픈가요?”      부엌 여는 구들에 꿇어앉아 길수의 허리를 꽉꽉 문질러주었다.     그제야 길수는 번들 이마를 베개에 붙이면서 두 눈을 사르르 감았다.      "그래, 그래도 젊은 게 손이 달라. 손에 힘이 있단 말이요.”     한참 후 번들이마가 눈을 번쩍 떴다.    “여보, 이젠 내 아픈데 없소. 조용히 자게 해주오. 은녀야, 거 냉수 한 그릇  떠오렴.”     “예.”     그제야 월선은 한숨을 호 내쉬더니 버릇처럼 또 두덜거리기 시작하였다.     “영팔이랑 큰소리나 쳤지. 병완 앞에서는 호랑이를 본 개 새끼처럼 주먹을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꼬리 빳빳해서 달아나다니? 참, 기막힌 일이 아닌가요? 무용지물들을 한 무리나 기르는 거면 개를 기르겠어. 쯧쯧쯧.”     “시끄럽소. 정주간에 나가오.”     한길수는 월선을 활 밀어버렸다.     월선은 뒤로 밀려나면서 빈정거렸다.     “에이유, 시어미 역정에 개 배때를 찬다더니 이건 어데 가 꺾이고 누구하구 신경질을 써요? 흥!”      “썩 나가지 못할까!”     월선이 두덜거리면서 나가는데 부엌여가 냉수 한 그릇을 퍼들고 들어섰다. 길수는 비단요 우에 일어나 앉아 냉수를 받아 꿀꺽꿀꺽 마시고 사발을 주면서 부엌 여를 힐끔 쳐다 보았다.      어깨 넘어 치렁치렁한 쌍태 머리, 쪽 갈라 금을 낸 가리마아래 훤한 이마, 짙은 눈썹아래 물기 일고 정기 도는 한 쌍의 머루알눈, 주름 없는 말쑥한 얼굴, 꼭 닫힌 입술…     “후~”     길수는 한숨을 후- 내쉬었다.     부엌 여는 길수의 눈길을 피해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면서 물 사발을 들고 정주간으로 나갔다.     “후~”      그녀의 등 뒤에서 길수가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뜨겁게 들리었다.      이때 마당 쪽에서 신을 끗는 소리가 작작 나더니 응삼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르신, 어르신!”     번들이마는 미닫이를 활 열면서 “왜 그래?”하고 물었다.     실 돌피 같은 응삼이 어느새 집안에 들어와 길수의 귀에 대고 쑥덕거렸다.    “주인님, 지금 고을에는 일본 사람들이 득실거립구마. 일본 사람들에게 병완을 밀고해버리면 어떨까요?”    “쉿!”     길수는 입가에 손가락을 대더니 부엌 여를 힐끗 눈길질 했다.     “부엌 여야, 그만 문지르고 부엌에 나가 봐.”     부엌 여가 일어나 나가자 길수는 상을 찡그리면서 일어나 앉았다.    “일본 오랑캐 말인가? 흥!”    길수는 말 이빨 새로 흘러내리는 게 침을 쓱 문대고 이었다.    “건 신중해야 하네. 일본사람들이 그러지 않아도 전번에 저 뒤 산 수림을 보더니 목재가 욕심나 하더라. 자칫하면 호랑이를 쫓아내고 승냥이를 끌어들이는 격이 될 수도 있어.”     그제야 응삼은 길죽한 머리를 조아렸다.    “예, 그러고 보니 난 하나만 알았지 둘은 몰랐습구마. 그래도 주인님의 도량이 바다처럼 넓습니다. 해해해.”    이때 서울에서 공부하는 길수의 맏아들 철주가 트렁크를 들고 들어왔다. 학생모에 학생제복을 입은 철주가 늠름해 보였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길수는 아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입이 단통 쩍 벌어졌다.     “응, 그래. 서울에 가 공부를 하더니 시골 때를 말끔히 벗었구나. 말투도 서울말씨고.”     길수는 일어나려다가 엉거주춤 물앉았다. 허나 철주 뒤에 따라 들어서는 박단춘과 손자 녀석 명호를 보더니 꾹 참고 상을 찡그리면서도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철주와 박단춘은 명호를 데리고 절까지 올렸다.     “오, 그래. 일어나라.”    철주와 단춘은 일어나 정주간에서 들어오는 월선에게도 절을 올렸다.    “에이고, 요 내 새끼야.”    월선은 손자 녀석을 그러안고 핥을 상을 하였다.    단춘이 정주간에 나간 후 철주는 길수를 보면서 물었다.    “허리를 상했는가요?”     “응, 길러준 개한테 물렸다.”    “예?”    철주가 일어나 상처를 보려 하자 길수는 그만두라고 하고 나서 병완과 있은 일을 죽 이야기하면서 수를 대달라고 하였다.    길수와 응삼이, 아들 철주가 한자리에 앉아 쑤군덕거리기 시작했다.    앞마당 살구나무 위에서 참새 몇 마리가 짹짹거렸다. 마당개도 왕- 왕- 짖어댔다. 집 안에서는 세 사람이 뭐라고 떠들썩거리다가 웃고 떠들었다.
391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5) 김장혁 댓글:  조회:1039  추천:0  2023-12-09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5.양반집 건달           추석 이튿날, 하늘은 가없이 높고 맑고 파랗다. 꽃구름송이들이 듬성듬성 떠 춤추며 흘러가고 있어 더욱 낭만적이고 기분이 좋았다. 다람쥐들도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볼이 뽈록하게 도토리를 입에 물어 굴에 들여가느라고 분주하다. 토끼도 겨울나이 준비에 승냥이 방어할 굴을 여러개 파느라고 뺑뺑 맴돈다.      병완과 성칠 부자는 곰의 가죽과 고기를 수레에 싣고 명천 우시장 쪽으로 떠났다. 겨울에 먹을 쌀을 얼마간이라도 장만해야 했다.      그들이 마을에서 벗어나 산골짜기 어구에 거의 들어설 때였다. 뒤에서 급촉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병완이 흘끔 뒤돌아다보았다.      한길수가 자주 빛 말을 타고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한길수는 말을 타고 수레와 나란히 가며 지껄여댔다.      “병완이, 당신 배은망덕해도 한두 가지 아니구먼.”    그의 길쭉한 낯은 바위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우멍눈은 보기에도 무섭게 음험한 독살이 차넘쳤다.     “건 무슨 말이요? 어제 애들을 보내 데리러 가니 당신이 오지 않아가지구두. 그래 곰의 고기를 기준한테 보내지 않았소?”     “쳇, 옛말이면 듣기나 좋지.그 걸로 어느 코에 발라?”     한길수는 말을 탄 채 말상을 흔들면서 침까지 퉤 내뱉었다.     병완은 원래 인품이 후했다. 그는 수레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허리춤에서 시퍼런 칼을 빼내 곰의 고기를 열 근은 실히 되게 썩썩 베 한길수에게 넘겨주었다.      그제야 한길수는 고기덩이를 받아쥐고 이리저리보더니 낯의 근육이 느슨히 풀렸다. 그는 말 잔등에 채찍을 날리면서 달려 가 버렸다.       하늘과 금을 그어놓은 듯 한 산등성이 령길에서 병완부자가 탄 수레와 한길수가 타고 되돌아가는 말은 점점 멀어져갔다. 가을바람이 우수수 불어친다. 벌거숭이 누른 땅 위에 맥없이 서있는 옥수수 마른 이파리들이 너풀거린다. 붉게 타는 듯 한 단풍잎이 어느새 철이 지난 듯이 지기 시작하였다. 저 멀리 높은 하늘에서 기러기 떼들이 줄지어 끼룩끼룩 남으로 날아갔다. 독수리가 검은 날개를 쭉 펴고 나래 치면서 먹이를 찾는 상 싶었다. 기러기 떼들이 산산이 피해 날아 나 버린다.     병완 네가 몇 해 전 봄에 짐짝을 메고 처음 영월동에 왔을 때 이 산골에는 한 씨 네 밖에 없었다. 그때 한씨 네는 억대우 같은 병완을 보고 밭이나 소작을 주어보려고 자기 집에 머물게 한 적이 있었다.     목수재간이 있는 병완은 손바닥 같은 몇 뙈기 묵밭보다도 산골짜기에 들어선 아름드리나무들이 제일간 마음에 쑥 들어왔다.     (저 아름드리나무들을 찍어서 함지를 파 팔면 쌀 근심은 할 게 없겠다.)     동상이몽이라고 한길수는 소작농으로 병완을 쓰려고 궁리하였고 병완은 목수 질하여 살 궁리를 하였다.     이튿날부터 병완은 산에 올라가 나무를 찍어 집을 지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길수는 기어이 자기 집부터 먼저 지으라고 야단쳤다. 그리하여 병완은 넓은 골짜기 어구 새 집터에 한길수네 집을 지어주고 산골짜기 막치기 쪽의 더 좁은 집터에 자기네 집을 지었던 것이다.      그 후 선후하여 이 산골짜기에 덕성과 덕팔, 엄창렬, 성팔 네가 알몸신세로 처자를 데리고 이사해왔다.     한길수는 제손으로 농사를 하기 싫은데다가 병완이네 부자는 목수재간과 사냥재간으로 살아가기에 그들의 손을 믿고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소작농을 얻자고 그들을 오는 족족 받아주었다. 병완은 이 적적한 산골짜기에 친구가 생겼다고 그들을 먼저 자기 집에 들게 하였다.  봄이 오자 그들에게 새집을 지어주었고 함께 묵밭을 떠서 옥수수라도 심어 먹으면서 살아 왔던 것이다. 원래 이 마을은 한길수 네가 달이 솟아 오르는 산골이라는 뜻으로  승월동이라고 이름을 지었댔다. 그런데 병완과 엄창렬 네가 다 본이 영월이여서 아예 영월동이라고 불렀다. 그 바람에 덕성과 덕팔, 성팔이 네도 영월동이라고 따라 불러 영월동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한길수는 자기 딴에는 영월동에서 땅 몇 십 헥타르를 가진 부자노라고 어깨 으쓱하였다. 형님 한길주와 짜고 들어서 명천군 아전 질을 하던 자기 조부와 면장노릇을 하였던 아버지 산소가 이 산골에 묻혔다는 구실로 명천군 군수에게 금과 은냥을 먹이고 이 산골을 독차지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저 병완이 온 후 덕성과 덕팔, 성팔, 엄창렬이 네 마을의 인심을 다 가져가서 점차 자기가 뭐라고 해도 말이 통 서지를 않았다. 그는 내내 어떻게 무슨 구실로 병완이 네 일가를 이 산골마을에서 쫓아내고 다시 이 마을을 쥐락펴락 하고 싶었다.      한길수는 고래 등 같은 기와를 얹은 팔간태청의 넓은 마루에 앉아 곰방대로 번대머리를 썩썩 긁으면서 높다란 토성 너머 먼 산을 바라보며 음흉한 속궁리를 하고 있었다.      (병완아,어디 두고 보자. )      그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던지 곰방대를 쥐고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마름을 불렀다.      “여보게, 응삼이!”      “예-”     곁방 문이 열리면서 실돌피처럼 생긴 응삼이가 괴춤을 쥔 채 맨발 바람으로 뛰어 나왔다. 그는 머리가 삼검불 같았지만 주인에게 해시시 웃어 보이면서 허리를 연신 꼽싹거리는 것만은 잊지 않고 있었다.     “주인어르신님, 무슨 분부가 계십둥?”     “에이, 저 함경도 말투만 들어도 정이 뚝 떨어져. 쯧쯧.”     길수는 버릇처럼 곰방대로 번들 이마를 쓱쓱 긁더니 뒷말을 이었다.     “거 병완이 10년전에 우리 집에 와서 살았잖아. 그 장부를 가져오게나.”      “예, 그런데 그걸 불시에 찾아 뭘 하겠습니다”      응삼은 입버릇처럼 또 함경말투를 쓰고 혀를 홀랑 내밀며 말투를 바꿨다.     “장부를 가져다 뭘 하려구?”     “앗따, 가져오라면 가져올 게지. 무슨 잔말이 그리도 많아?”     “예, 알았습구마.”     응삼은 뒤짐을 짚고 몸채에 홱 들어가는 번들 이마를 보고 투덜거렸다.     “난 또 무슨 큰일이나 났다고. 괜히 식전 아침부터 설치면서 남의 재미를 깨버릴 건 뭔가? 흥.”      누구의 명이라고 어기겠는가. 응삼은 바지 괴춤을 춰 입으면서 신을 작작 끌고 곁채로 들어갔다.     곁채 구들에는 아직도 이불이 어지러이 나뒹굴었다. 그 이불 한 쪽이 들렸는데 음삼의 여편네의 허연 허벅다리와 흘러내린 박속 같은 젖무덤이 드러나 있었다. 문소리가 덜컥 하자 응삼의 여편네 춘실은 이불귀를 들어 젖가슴을 가리었다.     “무슨 일이기이기에 식전부터 지랄인가요?”     “에이, 주인어른이 아마 또 병완과 맞붙을 예산인 모양이요. 장부를 가져오라고 하는걸 보니. 그 둥글 소 같은 녀석을 어쩌자고 지껄이는지 모르겠소. 어디 또 한번 혼나고 싶은 모양이지.”     응삼은 궤짝에서 장부를 꺼내더니 들고 나가려다가 앵돌아져 눕는 여편네에게 눈길이 돌아갔다. 그는 이불을 들어 덮어주더니 춘실의 볼을 살짝 매만지면서 구슬렸다.      “요, 귀염둥이야. 얼른 갔다 올게. 이젠 해도 한발 떴으니 일어나 밥이나 해라.” “알았어요.”     춘실은 이불을 잡아당겨 턱에까지 더 꼭 쓰면서 눈을 곱게 흘겼다. 아마 춘실은 작달막하고 실 돌피 같은 나그네라도 살뜰한 멋에 붙어사는 것 같았다.     응삼은 장부책을 쑥 뽑아 들고 몸채에 들어갔다.     한길수는 염소수염을 쓸쓸 어루만지면서 밥상에 마주 앉아있었다.     “자, 여기 앉게. 거 장부책에 있겠지? 병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우리 집에 와 있었다는 게 말이야.”     “예. 여기 있습구마.”     주인의 눈치를 살피던 응삼이는 주인의 가까이에 설설 기듯이 다가가 앉더니 근시안경을 걸고 장부책을 내리 훑었다. 담배 대여섯 모금을 빠는 새 응삼은 안경알 안의 빈대떡 같은 눈알을 데굴거리더니 장부책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1903년입니다. 그해 노일전쟁이 있은 해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1903년 음력 2월 9일부터 그해 가을 9월 16일까지 있었습니다. 한 반년 푼하구먼요.”    “고작인가? 거 2월을 12월로 고치게나.”    응삼은 안경알을 춰올리면서 번대머리를 건너다보며 난감해했다.    “아니, 그럼 년도가 틀립니다.”     한길수는 곰방대로 밥상을 탕 쳤다.     “에끼, 이 멍청아, 년도를 1902년으로 하면 될게 아닌가?”     “그런데 더 써넣을 자리도 없는데 어떻게 글씨를 고치겠습둥?”     “가져 오게.”     한길수는 장부책을 당겨가더니 퉁방울눈을 뚝 부릅뜨고 들여다보았다.     “이걸 보게나. 여기 건너금 두개 밑에 한 개를 더 그으면 한자로 3자가 되고잖는가? 여기 2자 앞에 열십자를 하나 더 써넣으면 될게 아닌가.”      응삼은 안경테를 붙잡고 빈대떡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주 절묘합구마. 되겠습니다. 주인 어른신은 원래 이런걸 아주 묘하게 고치는데 이골이 텄습니다.”      “에끼. 이 자식. 한대 딱 맞고 싶은가?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고쳐놓게.”     한길수가가 곰방대를 쳐들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아이고!”     응삼은 머리를 싸쥐고 비명을 지르면서 장부책을 안고 무릎걸음으로 비실비실 뒤로 물러서다가 사랑채로 나갔다.     한길수는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바삐 끌신을 끌고 물러가는 응삼의 가는 뒤 잔등을 바라보며 뒤 근심도 없지 않아 있었다.     “저 병완이를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어쩌다가 내 할아버지가 여기 함경도에 정배를 와서 이런 구렁텅이에 빠졌나? 저런 물귀신 같은 병완과 자웅을 또 결해야 하다니. 참 억이 막힌 일이다.”          한길수는 쩍 하면 할아버지를 원망하군 하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원래 황해도에서 아전노릇을 하였다. 그런데 무너져가는 조정과 매관매직의 그릇된 행위를 보고 바른 말을 하였다가 그만 도절도사에게 잡혀 곤장을 맞고 웅진에 정배를 왔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대바른데다가 지식이 있어서 몇 해 되지 않아 함경도 명천군청에 들어가 아전노릇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길수의 부자간은 할아버지와 판판 달랐다. 길수의 아버지는 서당공부는 뒷전이고 전문 도박놀이터에 가지 않으면 기생놀음을 하였던 것이다. 가산을 탕진하게 되자 그의 아버지는 두 아들을 남기고 독주를 마시고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자 길수의 어머니도 그날로 남편이 마시다가 만 독주를 마저 들이켜고 세상을 떴던 것이다.       하루 사이에 부모를 잃은 한길수는 아주 절망에 빠졌다. 원래 한길수는 아버지만은 달리 할아버지의 가르침 밑에 서당공부도 잘하고 참하였다. 그러나 부모가 돌아가자 굴레 벗은 말처럼 마구 구을러 다니며 못된짓이란 짓은 다 했다.       그는 점차 서당에는 다니지 않고 못된 짓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무장사군들의 나무단에 불을 지르지 않으면 나무꼬챙이로 어린애들의 언 귀를 짱짱 쳤다. 뒷간 옹이구멍으로 여인들의 허연 엉덩이를 훔쳐보지 않으면 똥구덩이에 돌멩이를 들이뜨려 똥 벼락을 맞게 하기도 하였다. 막내로 자란 그는 점차 돼지 심술을 꽉 묶어놓고 만든 고약한 심술쟁이로 변해갔다. 똥 누는 애를 물 앉혀 놓기도 하고 방아 호박에 똥오줌을 싸 넣기도 하였으며 되는 호박에 말뚝을 박지 않으면 칼로 호박껍질을 동그랗게 도려내고 호박 속을 파낸 후 똥을 싸 넣고 호박껍질 덮개를 살짝 덮어놓기도 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한길수는 술집을 드나들면서 술이나 처마시고 쩍 하면 걸고 들어 싸우기가 일쑤였다. 우시장거리에서 한길수 무리가 왔다하면 모두 썩 피해갔다. 심지어 애들마저 한길수 말만 하면 울음을 딱 끄칠 지경이였다.      어디 그뿐인가?      어려서부터 녀자들 변소간을 옹지구멍으로 엿보더니 커가면서 개버릇이 커갔다. 길거리를 다니다가도 반반한 여자만 보면 오금을 못쓰고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지껄여댔다. 이쁜 녀자를 그날 안으로 재껴치우지 않고선 시름놓지 못했다.  반반한 딸을 가진 집에선 한길수 온다면 숨이 한줌만 해서 딸을 숨겨 놓느라고 야단쳤다.      한길수는 또 명천 우시장 거리 기생집에 오입하러 문턱이 다슬게 다니었다. 요즘엔 일본 기생년들 궁둥이 맛을 들여 집에 붙어있지 않았다. 아무리 기생출신이라도 월선은 영감이 기생행골에 이를 쁙쁙 갈았다.       한길수는 굴레를 벗은 말이요, 우리에서 뛰쳐나간 호랑이새끼 같았다. 그는 말이 양반집 아들이지 실지는 비단에 감싼 심술쟁이요, 싸움꾼이요, 오입쟁이었다.       한번은 길수가 씨름판에 구경을 갔다. 웬 키가 훤칠한 사내가 숱한 상대를 하나하나 이기고 황소를 타고 씨름판을 한 바퀴 도는 것을 보고 심술이 났다.      그는 팔소매를 썩썩 걷으면서 구경꾼들 속을 비집고 나가면서 자기 앞을 지나가는 황소를 탄 사내대장부를 보고 걸고들었다.      “어이, 당신은 일등이라지만 이 한길수와 씨름을 해보지도 않고 어찌 일등이라고 할 수 있겠소. 그 황소 잔등에서 내려오게나. 한판 겨뤄보겠나.”      그 거동은 거만하기로 짝이 없었다. 일등을 한 사내대장부는 흥이 다 깨지고 기분이 잡쳐서 소잔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는 소고삐를 자기 친구에게 넘겨주고 나섰다.       “장사는 누구신지 통성명이나 하기요.”       한길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빈정거렸다.       “아니, 그래 당신은 이 명천에서 이름이 짜한 싸움꾼 한길수도 모르고 황소를 탔소?”     그 사내대장부는 넉가래 같은 손을 척 내밀었다.     “오, 그렇구먼. 나 상우남면 운주동의 김병완이오.”     “그래? 당신 키는 구척이요. 힘 깨나 쓰는 모양인데. 나와 한판 붙어 보겠는가?”      한길수가 걸고 들었지만 병완은 점잖게 받아 넘겼다.      “이보시오. 씨름판은 끝났으니 명년에 다시 씨름판에 나와 겨뤄 보는 게 어떻소?”       그러자 한길수는 우쭐해났다.      “아니, 일등을한 양반이 무슨 겁이 그렇게 많아? 어째 황소를 이 어른께 빼앗길 까봐 그래? 잔말 말고 한판 붙어보자.”      병완은 황소 잔등에서 훌쩍 뛰여내렸다.      그는 팔소매를 걷더니 씨름판 복판으로 들어갔다.      한길수는 병완의 뒤를 따라 들어가면서 모래바닥에서 돌멩이를 슬쩍 오른 손에 감춰 쥐었다.     심판이 그들 둘의 잔등을 치면서 “시작!” 하고 소리치기 바쁘게 길수는 오른손에 쥐였던 돌멩이로 병완의 무릎을 딱 치면서 뒤로 꺼꾸러뜨렸다.     구척장신이요, 힘장사인 병완은 무릎이 너무 아파서 힘도 못써보고 상을 찡그리면서 맥없이 뒤로 넘어졌다.      한길수는 손에 쥐였던 돌을 모래바닥에 떨군 후 발로 모래를 차서 푹 덮어 버리었다. 뒤이어 그는 어깨가 으쓱해서 씨름판을 한 바퀴 돌면서 빈정거렸다.     “보라고, 황소를 탄 일등이 내아래 무릎을 꿇었어. 흥! 일등도 그저 그래! 퉤퉤!”     이때 병완이 아픈 무릎에 묻은 모래를 툭툭 털더니 일어났다.     심판이 다가와 한길수에게 말했다.    “삼판양승이니 아직 두 판을 더 해야 결판나오.”     한길수는 손에 쥔 돌이 없어 당황해났지만 성난 사자처럼 황소숨을 거칠게 몰아 쉬면서 으르릉 거렸다.     “이 자식, 어디 죽고 싶으면 덤벼 봐라!”     그러나 병완은 쓰거운 듯이 피씩 웃으면서 길수에게 다가섰다. 그러자 한길수는 자신이 없으면서도 어찔 수 없어 마주 붙었다.     “시작!”      심판이  두 손으로 씨름군들의 잔등을 탁 치며 고함쳤다.     한길수는 왝왝 고함치면서 억대우 같은 병완을 이리저리 떠밀기도 하고 옆으로 밀어 붙이었다.     한길수도 한다하는 싸움꾼이였기에 병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한길수가 떠밀고 밀어 붙혀도 당하는 척 하였다. 그러나 한길수가가 숨을 돌리느라고 동작을 멈춘 순간 다리를 끌어당기다가 왼손으로 오른팔을 어깨 위에 둘러메고 오른손으로 왼다리를 당기다가 사타구니 밑에 오른팔을 쑥 넣고 건뜻 쳐들었다. 한길수는 숱한 구경꾼들의 머리 위로 두 다리를 뻐둑거리면서 두 손을 허우적거렸다.     “물러가라!”      병완은 길수를 머리 위로 강아지 휘두르듯 빙글빙글 휘두르다가 구경꾼들의 머리 위로 테 밖에 내동댕이쳤다. 어지간한 사람이면 면상이 모래에 박혀 잘못됐을 것이다. 그러나  날랜 길수는 허공 날아 떨어지는 순간,  원숭이처럼 살짝 모래불에 곤두박질하면서 다시 벌떡 일어났다.       "개자식, 어디 죽어봐라! 퉤!"       길수는 종아리 각반에서 시퍼런 비수를 뽑아들고 음흉한 우멍눈으로 병완을 쏘아보았다.       그래도 병완은 겁기가 하나도 없었다.       구경꾼들은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와야 하고 흩어졌다. 길수가 비수를 휘두르면서 달려들어 배를 겨누고 푹 찌르자 병완은 옆으로 몸을 탈면서 오른발을 날려 비수를 차 떨어뜨렸다. 길수가 비수를 쥐는 순간 병완은 왼발을 날려 아래 배를 콱 걷어찼다.       “억!”       길수는  아래 배를 끌어안고 쓰러졌다.      구경꾼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길수는 다시 덮쳐들고 싶었으나 숨이 꺽 막혀 맥을 쓸 수 없었다. 한길수는 아래배를 붙안고 창피한대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았다.       그 후 앙갚음을 하려고 길수는 싸움꾼 친구들을 불러가지고 병완이네 집까지 쫓아가 걸고 들었다.     "야, 이놈아, 오늘 씨름 결판내자."       병완은 길수가 덤벼드는 족족 멨다가 처박어주었다.      그는 길수를 꽉 안아 바자 밖으로 훌 내던졌다. 길수는 기신기신 기여 일어나 엉덩이의 먼지를 툭툭 털며 또 덤벼들었다. 이번에는 병완은 배잡이로 멋지게 길수를 짱 넘어뜨리었다.        "3판 양승이니 내 이겼소. 결판 났으니 어서 돌아가오."      길수는 손으로 턱에 묻은 진흙을 쓱 문대며 랭소했다.      "흥! 모레 또 해보자!"       따라왔던 싸움군 친구들도 길수가 병완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아냈다.       "형님, 그만하오. 상대가 아닌 것 같소."     "개소릴 작작 쳐! 내 그놈 허리를 뚝 분질러놓지 않는가 봐라! 퉤!"       길수는 날마다 지면서도 사흘이 멀다하게 찾아와 계속 병완과 걸고 들었다.      하루도 아니고 연 보름동안 길수는 병완과 씨름을 걸었지만 날마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중에 그는 시퍼런 작두를 들고 와서 죽기내기로 싸움을 걸었다.      미운 놈을 떡을 더 준다고 병완은 길수와 같은 자는 꺾어 놓는 것이 상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번에 한길수가 찾아왔을 때었다.       병완은 미리 준비해 놓은 집안의 술상에 길수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그럼 그렇겠지. 이 길수가가 누구라고 언감 이긴단 말인가! 허허, 으흠.”       길수는 병완이 주는“항복술”을 받아 마시고 개 잡은 포수처럼 어깨 으쓱해서 싸움군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그 후에는 우시장에서 싸움을 걸고들 때마다 먼저 상대방에게 이렇게 묻군 하였다.      “너 운주동 일등씨름군 병완을 아느냐?”       상대방이 눈이 휘 동그래졌다.     “병완 힘장사 어떻게 아오?”       길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우쭐렁거리며 흰소리를 쳐댔다.       “병완도 다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놈이 술상 차려놓구 무플을 꿇고 두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비니 가만놔뒀지.”       병완의 결의형제라는 말만 들어도 대부분 싸움꾼들은 무릎을 푹푹 꿇었다.      "형님, 눈이 있어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소. 용서하오.”     "그럼 술 한잔 내야지. 으흐흐."      한길수는 이렇게 낯선 싸움군들한테서 항복술 한잔 얻어마시고 개 잡은 포수처럼 어깨를 살구고 우쭐렁거리며 길거리를 싸다녔다. ㅎㅎㅎ      
390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4 김장혁 댓글:  조회:917  추천:0  2023-12-07
     김장혁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첫 등고일: 2015년 04월 01일 11시 45분  조회:1712  추천:1  작성자: 김장혁                      4.충신 김려생             이튿날 이른 아침에 벌써 병완은 베 모자를 쓰고 베적삼과 베 바지를 입고 일가 로소를 데리고 할아버지 김수종의 산소로 떠나갔다.      함경도 명천군 상우남면 쪽으로 산등성이를 넘어 운주동 뒷산 기슭으로 가니 벌써 큰집 형님 병권과 하나밖에 없는 조카 관준과 큰손자 상철, 둘째손자 상렬까지 모두 베옷을 입고 산소에 와있었다.      어제 큰집에 갔던 창준도 산소 옆에 있다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는 것을 보고 마중 나와 인사했다.      “아버지, 어머니 오셨습둥?”      “오, 그래. 에이, 그 놈 함경도 사투리, 참.”      남편이 눈을 뚝 부릅뜨자 성희는 작은 앵두 입을 닫고 말았다.      병완과 병관 두 집 식구들은 산소 앞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병완은 억대우처럼 생겼으나 형님 병권은 선비처럼 허약하게 생겼었다. 병권과 병완, 둘 밖에 없는 형제는 할아버지 김수종과 아버지 김승중이 과거를 본 후 궁정에 들어가 어의로 되였다가 봉변을 당한 것을 보고 과거장에 가지도 않았다. 하나 밖에 없는 녀동생 곰순은 남존녀비 세월에 공부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병권은 후토에 술을 부어놓고 큰절을 세 번 하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간 잘 계셨습니까? 자손들이 제를 지내러 왔습니다. 인사 받으십시오.”     아낙네들은 산소 앞에 제사상을 차리고 남정네들은 벌초를 하기에 바빴다.     병권과 병완은 벌초를 마치자 자손들을 죽 차례로 세우고 제주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할아버지, 그간 조상들께서 저희들을 잘 보우해주셔서 우리 일가가 대대로 아무런 액운이 없이 앞날이 활짝 열렸습니다. 할아버지들의 바다같이 깊고 하늘같이 큰 은공을 우리는 대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조상들께서 계속 우리 후손들을 행복하게 보우해주옵소서. 할아버지, 후손들의 절을 받으십시오.”      병권이 목이 메 말하자 모두들 넙적 엎드려 큰절을 세 번씩 올렸다. 병완은 산소 앞에 차린 제사상에서 차조이밥사발을 받쳐 들고 숟가락으로 큼직하게 한 숟가락 떠서 산소 옆으로 해 파묻었다.      “아침 대접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할아버지.”      그들은 할아버지에게 제사를 올린 뒤 아버지와 어머니를 합장한 산소에 옮겨갔다.      “아버지, 아침식사가 늦었습니다.”      병권은 후 토에 술을 붓고 절을 한 뒤 병완과 함께 벌초를 하면서 눈물을 파란 풀잎에 뚝뚝 떨어뜨렸다. 자손들도 옷자락으로 얼굴을 닦았다.      제주를 붓자 누군가 먼저 흑흑 흐느껴 울자 모두들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병권은 하얀 수염을 흩날리면서 산소 앞에 꿇어앉아 흰 종이에 붓으로 쓴 글을 곡을 붙여 읽기 시작하였다.      “서울에서 궁중 어의로 계시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 어인 일입니까? 이런 산골짜기에 묻힌 지도 어언 3년이나 됩니다. 이 도리깨자식들이 불효하여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잘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불효자식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대대손손 산소를 잘 모셔드리겠습니다. 구천에서 자손들을 도와주시면서 굽어 살피소서.”      제사행사가 끝나자 병권은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형제와 자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얘들아, 너희들은 들어라. 우리 할아버지는 원래 이씨 조선 순조왕대에 궁중 어의였느니라. 할아버지는 조상들에게서 대대로 물려받은 오줌 비방 약을 잘 썼는데 그만 손조왕 왕실에 썼다가 그만 들키어 쫓겨났다. 내 아버지 명함은 김승중이셨는데 역시 순종조의 궁중 어의였다. 왕은 할아버지를 내쫓았다가 자존심을 꺾으면서 다시 할아버지를 황궁에 모셔 들여가지 못하고 아버지를 모셔갔다. 그런데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오줌약을 썼다가 쫓겨 날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      병권은 목이 꺽 메여 술잔을 들어 꿀꺽 마시고 뒤 말을 이었다. 모두들 병권을 바라보면서 귀를 도사리었다.      산소 옆의 소나무에서 까치가 우짖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 고향은 서울이었다. 그러나 그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의 고향인 상우남면 바로 이곳으로 낙향하였다. 너희들이 생각해보아라. 아버지는 얼마나 자기 고향 서울을 떠나기 싫었겠느냐? 그러나 효자인 아버지는 떠나기 아쉬운 자기 고향을 버리고 할아버지가 항상 외우던 할아버지 고향으로 내려 왔단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 형제를 낳았단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 서울이 얼마나 그리웠겠느냐? 하긴 고향 서울은 그리웠겠지만 그 멍청이 같은 순조왕이 있는 서울을 떠난 것도 잘 된 일이였지. 아버지는 생전에 그렇게 효자였다. 할아버지를 위해서는 자기 모든 것을 버리셨다.”      병권은 말을 마치자 모두들 일어나 산소에 술을 부어 올리고 세번씩 큰 절을 올렸다.     병권과 병완이 곡을 부르자 모두들 울면서 곡을 했다.     한참 후 제사상에 둘러앉자 병권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아버지는 낙향한 후 병을 잘 보았을 뿐만 아니라 지식이 있어 이 상우남면에서 받들린 분이었다. 그래서 명천군읍에서 문서 벼슬을 하라고 면장이 추천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벼슬에 흥취가 없고 그저 할아버지 이 고향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병만 보았단다. 우리 영월 김 씨는 원래 경주 김씨에서 내려온 김씨 돼 그런지 심지가 굵고 어지간한 일에 머리를 숙이는 법이 없었다. 이전에 천년 신라를 통치해온 우리 경주 김 씨의 후손들은 다 그렇게 대틀이었지. 그까지 순조왕이 다 뉘라더냐?”      병완이 병권의 무릎을 툭 다쳤다.       “형님, 누가 듣겠소.”      병권은 병완의 무릎을 치면서 대수럽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뭐라니? 아버지는 고향이 너무 보고 싶으면 돈을 벌어가지고 서울에 드문드문 가서 어린 실절 친구들도 만나보군 하였단다.”      이때 기준이가 움쭐 일어나면서 이렇게 물었다.      “큰아버지, 그럼 왜 우리는 경주 김씨라 하지 않고 영월 김씨라 합둥? 이 영월동과 무슨 관계있습둥?”      “그래, 아버지 말해 주지 않은 모양이구나. 허, 이러기에 족보를 만들어야 한다. 전번에 집안 문장 어른이 후손들의 이름을 적으러 왔던데 저기 상우랑 상훈이랑 다 적어갔다. 이 다음 족보를 찍을 때 다른 애들도 낳는 족족 일일이 찍어 넣어야지.”      병권은 기준에게 얼굴을 돌렸다.      “잘 물었다. 우리 영월 김 씨가 어째 경주 김 씨에서 나왔다고 하는가? 그럼 모두 들어두어라."      모두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병권의 옛말을 들었다.       “이조 제6대왕 단종 때 있은 일이다. 그러니까 1453년 좌우 되였을 때다. 그때 단종은 겨우 13살 밖에 안 되는 어린 임금이었다. 내 14세 조부 김려생(金丽生)은 그때 단종왕 때 궁정의 통정대부 정1품 벼슬을 했다.”      병완은  놋그릇에 물을 부어 형님에게 주었다.       병권은 물을 한 모금 꿀꺽 마시고는 뒤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단종왕의 삼촌이 되는 수양대군은 일당을 모아가지고 단종왕을 왕위에서 끌어 내리고 자기가 왕이 되였단 말이다. 그자가 바로 이조 제7대왕 세조왕이었지. 김려생 할아버지는 그때 사육신들인 김종서 등 보다 못지않게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지조를 버리지 않았지. 그는 벼슬을 버리고 가만히 단종왕을 따라 강원도 영월군으로 내려갔다.”       병권은 너무 비통해 한숨을 후 내쉬고 나서 뒤이야기를 이었다.       “우리가 영월 김 씨로 된 데는 비장한 옛말이 있다. 그때 세조왕은 단종왕을 따라 다니는 충신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려고 미쳐 날뛰었다.그래서 려생 할아버지는 감히 단종왕이 영월로 가는 마차를 따라 큰길로 가지 못하고 령길을 타고 묵묵히 따라 갔단다.그때 세조왕은 단종왕에게 시종 한사람과 시녀 두 사람을 딸려 보냈고 지금 영월읍 서북쪽으로 난 골안에 6간 집 한 채를 지어주고 살게 하였다. 그리고 늘 군사를 보내 어디로 도망치지나 않는가 감시했다. 그런 형편에서 려생 할아버지는 늘 먹을 것도 장만하여 가져갔다. 한번은 단종왕을 보고 도망치라고 권유하였지. 그런데 어린 단종왕은 삼촌인 세조왕이 두려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였다. 단종왕을 그냥 그자리에 모셔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려생 할아버지는 단종왕을 억지로 모시고 영월 북쪽에 있는 절로 가서 구경하는 척 하면서 도망칠 궁리를 하였다. 그런데 밀고가 들어가서 세조왕의 군사들이 단종왕을 잡으러 절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려생 할아버지는 바삐 단조왕을 절의 큰 구리종 속에 숨겨두면서 ‘누가 와서 불러도 까딱 대답하지 말고 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십시오.’라고 했다. 그런데 단종왕은 뜨거운 구리종 속에 들어가 앉자마자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물을 마시게 가져오라고 했다. 려생 할아버지는 절에 들어가 물을 찾았으나 중들이 물을 다 치워놓고 우물에 자물쇠를 잠가 놓아 물을 퍼올 수 없었다. 그래서 별수 없이 헌 바가지를 들고 물을 뜨러 산골짜기에로 내려가 냇물을 한바가지 퍼들고 올라왔지. 그가 거의 절에 돌아올 때 군사들이 들이닥쳐서 단종왕을 찾느라고 온 절을 발칵 뒤졌지. 려생 할아버지는 조마조마해 애 태웠단다. 그런데 일이 되지 않으려니까 그랬던지. 한 병졸이 단종왕을 찾다 못해 신경질이 나서 창으로 단종왕이 숨은 구리종을 떵 치면서 ‘이 놈 단종왕 나오지 못하겠는가?’하고 고함치자 단종왕은 자기가 거기 숨은 걸 아는가 해 벌벌 떨면서 구리종에서 나왔단다. 그리하여 단종왕은 다시 영월읍 서쪽 집에 갇히고 말았단다. 그 후 세조왕은 단종왕을 따르는 충신들이 영월에 모여서 다시 역모를 꾸밀까봐 고민했지. 세조왕은 단종왕을 죽이라는 간신들의 말을 듣고 독주를 내려 단종왕을 죽이고 말았다.”      “헤이, 삼촌이란 왕이 자기 조카를 죽이다니? 쯧쯧.”      관준이 혀를 끌끌 찼다.     "세조왕은 지독하였지. 세조왕이 두려워서 누구도 감히 단종왕의 시체를 거둬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단다. 그때 려생 할아버지는 영월리 호장 엄흥도를 가만히 불러 상의한 후 엄흥도의 아들들과 함께 밤중에 단종왕의 시체를 관작에 넣어 영월읍 서쪽으로 하여 산중턱에 아늑한 양지바른 작은 둔덕 위에 모셨단다. 그리고 엄흥도와 함께 낮이면 나무 위에 올라가 단종왕의 산소를 누가 다치지 않나 지키고 밤이면 산소 옆을 돌면서 지켰단다. 하루도 아니고 3년 동안 그렇게 지키노라니 얼마나 고생이 막심하였겠니? 려생 할아버지는 단종왕의 3년 제사까지 지냈지. 세조왕의 추포영이 내리자 려생 할아버지는 영월에서 도망쳐 가솔들을 거느리고 여기 함경도 명천군에 와서 변성명을 하고 감자농사를 짓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자시면서 살았단다.”      모두들 “오~” 하고 한탄하였다.      기준은 조용히 듣다가 궁금해났다.     “큰아버지, 그래 엄흥도 양반은 후에 어떻게 되였습둥?”      “엄흥도 양반은 도망치기는커녕 자손들에게 ‘내가 선왕의 시신을 거둔 것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그게 신하된 도리가 아닌가? 그게 죄라고 구족을 멸한다 해도 나는 두렵지 않다.’라고 하면서 계속 그 자리에서 살았단다. 우리 려생 할아버지는 내내 단종왕을 잊지 못해 낙루하면서 한식이거나 단오 때거나 추석이면 늘 단종왕이 묻힌 강원도 영월군 쪽에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올리곤 하였단다. 후에 려생 할아버지는 임종시에 부인 순천 박씨와 아들들인 복중과 복덕, 손자들인 산룡과 대룡, 언룡을 불러놓고 이렇게 신신당부하였단다.‘나는 생전에 나를 그렇게 사랑하고 아껴 준 단종왕이 묻힌 곳을, 강원도 영월군을 잊을 수 없구나. 너희들부터 경주 김씨로부터 영월 김씨로 고쳐라. 그러면 우리 자손들도 대대로 목숨을 보전하는데 안전할 것이다. 너희들은 자손들을 꼭 공부를 시켜라. 그러나 과거 보러 가지는 말라. 벼슬을 하면 구족을 조사할 터이니 너희들이 내 자손인 것을 알면 잡아 죽일 것이다.”      “오- 그래 우리가 영월 김씨로 되였구먼요.”      “그런데 어째 증조부와 할아버지는 궁정의사를 해도 붙잡히지 않았는가요?”      “그건 160여년이 지난 후 이씨 조선 왕은 려생 할아버지를 이씨 왕조에 충성한 충신이라고 반포하고 단종 왕을 왕으로 추대하였지. 그리고 영월군 영월읍 서쪽으로 한 3킬로메터 떨어진 장릉에 단종왕의 기념비와 왕릉를 그럴듯하게 건설했지. 그 후에야 우리 일가도 마음대로 과거를 보고 벼슬도 하게 되였다. 그래서 할아버지도 과거에 합격된 후 뛰어난 의술로 하여 궁정의 의사로 될 수 있었구 붙잡지 않았단다.”      “예-”     기준이랑 모두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창준이 또 한마디 물었다.       “우리가 어째 영월 엄씨네와 통혼하지 않는다고 합니까?”       “오, 그래. 충신 김려생 할아버지와 엄흥도 호장은 목숨을 내걸고 단종 왕을 보호하고 시신을 거두어 장례를 지내였고 또 그 산소를 3년이나 지키면서 생사고락을 같이 하였지. 그때부터 려생 할아버지와 엄흥도 할아버지는 피를 나눈 친형제처럼 지냈단다. 그래서 려생 할아버지와 엄흥도 호장은 후에 ‘우리는 친형제와 같기 때문에 자손들은 서로 통혼을 하지 말자.’고 약속하였단다. 그때부터 영월 엄 씨와 영월 김 씨는 통혼하지 않았단다.”      “예-”      여기저기에서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긴 감탄이 흘러나왔다.       성칠은 큰아버지를 바라보면서 한마디 더 물어보았다.      "그럼 우리 집 안에선 우리 마을 엄창렬네하구 통혼하지 말아야 합둥?" 그 말에 하옥은 남편을 흘끔 곁눈질하면서 언짢아하는 눈치를 보였다.     병관은 그저 지나가는 물음으로 여기고 제꺽 대답했다.      "그래. 엄씨는 다 영월 엄씨야. 형제 집안과 어떻게 통혼하니?"     병완은 맏아들을 이상해  돌아보았다.     (혹시 저 자식이 개울 건너편 집 창렬이네 은녀를 좋아하는가? 하옥이를 두고? 아니야. 절대 그러지야 않겠지? 본댁을 두고 무슨 짓을?)     기준은 병권 곁에 바싹 다가앉았다.     “큰아버지, 그래 려생 할아버지 산소랑 어데 있습니까?”      그러자 병권은 긴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잘 물었다. 려생 할아버지의 산소는 아직도 명천군 상우면 동남쪽 67리 되는 포하동 풍무덕에 있단다. 이전에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 려생 할아버지의 산소에 가 보았는데 그 산소자리가 명당자리더라. 남쪽에는 출렁이는 동해 바다물이 출렁거리고 사면에는 낮은 산 둔덕이 둘러있고 북쪽에는 양지바른 둔덕이 양팔을 들어 벌리고 있는 자애로운 품 같은 것이 서있어 아주 아늑하더라. 오늘도 우리가 려생 할아버지 산소가 너무 멀어서 가지 못하는 것이 한이구나. 보통 자손들이란 자기 부모부터 가까운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가는 것이 상례로구나. 원래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 할아버지와 조상들의 산소를 다 찾아보아야 하였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구나. 참 안타까운 일이야.”      가을바람에 병권의 새하얀 염소수염도 흩날리었다.      “이젠 이야기를 그만하고 다시 제주를 붓고 절을 올린 후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집으로 내려가자.”      “예, 알았습구마.”      성희와 며느리들은 아침 제사상을 차렸다. 조부모와 부모의 산소에 절을 올리고 곡을 하는 병권과 병완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떠나가자 산소는 다시 처량하게 적막강산으로 되였다. 소나무들도 조용한 산소를 내려다보면서 서늘한 가을바람에 서글프게 휴- 휴- 설레었다. 까마귀가 나무가지에 앉아 꽁지를 들썩이며 까욱- 까욱 처량하게 울었다. 화답이나 하듯 건너편 수림 속에서 뻐꾸기가 "뻐꾹", "뻐꾹" 애처롭게 울었다.
389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3 김장혁 댓글:  조회:842  추천:0  2023-12-06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3.달밤의 북장구소리         성희는 성칠의 상한 팔을 붙잡고 저고리 동전으로 눈물을 찍었다. 성칠의 아내 하옥은 부엌쪽으로 돌아서서 저고리 고름으로 눈 굽을 찍었다.     하옥은 눈물을 훔치고나서 얼른 치마자락을 쭉 찢어 달려나와 성칠의  팔을 싸매주었다.     성칠은 히죽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머니, 괜찮아요. 아버지가 오줌 약을 쓰라 해서 지혈시켰어요.”     "그래, 오줌은 참 좋은 약이지. 나도 한산 이 씨 가문에서 이 영월 김 씨 가문에 들어섰을 때에는 네 할아버지 오줌 약을 곧이듣지 않았던 거야. 후에 써보니 참 좋은 약이데. 나도 한번은 나무하러 갔다가 생 긁을 밟았어. 건데 할아버지 말씀대로 따뜻하게 덥힌 오줌에 발을 잠그니 인차 지혈되고 소염 되잖았겠나? 자, 빨리 집에 들어가 이 팔의 상처를 오줌 물에 씻어."      어머니 말에 성칠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내 하옥도 뒤따라 들어갔다.     병완은 마당에서 곰을 튀 하면서 오줌에 아들의 팔을 씻어주는 며느리를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한 식경 후 병완은 곰을 다 튀를 해 각까지 뜯어 얼마간 갈라 바깥에 임시로 건 큰 가마에 넣었다.      그때 동산마루 소나무 숲에 구리바라 같은 둥근달이 걸려 영월동에 금빛을 내리비췄다. 둥근달은 밝은 얼굴을 내리드리워 성칠 일가의 동정에 살폈다.      병완은 곰의 각을 뜯다가 기준을 보고 부탁했다. “저 개울 건너 덕성과 성팔을 놀러 오라고 해라. 저 토성 안 한길수 주인영감도 오라고 해라. 곰의 고기 생겼을 때나 함께 한잔 하야지.”       “예. 알았습꾸마.”     기준은 인차 개울 건너로 뛰어갔다.      이윽고 이웃들인 덕성과 성팔이 등이 느릿느릿 걸어왔다.      “아따, 이 집에서는 무슨 일로 이렇게 초저녁에 온 동네가 떠나가게 야단법석이오?”     성팔이 길쭉한 얼굴을 잔뜩 쳐들고 오면서 하는 말이다.     병완은 바깥 부엌아궁이에 나무토막을 넣다가 호랑이 몸뚱이 같은 몸을 일으키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게나. 우리 맏이가 곰 한 마리를 사냥했는데 나눠 먹자고.”     얼굴이 네모 둥글하게 생긴 덕성은 코까지 벌름거리면서 사람좋게 웃었다.     “흠흠, 무슨 구수한 냄샌가 했더니 곰의 고기 익는 구수한 냄새구먼. 허허허.”      "건데 왜 한길성인 안 보이는가?"      병완은 기준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한영감이 집에 없데?"    기준은 서성거리며 대답했다.    "있습데. 건데 가난뱅이들 하구 안 논답더구마."    "뭐라고?"    "흥!"     덕성과 성팔은 콧방귀를 뀌었다.      병완은 주춤 일손을 멈췄다가 도리머리를 홰홰 저었다.     어느새 병완은 다리 두개씩 넣은 마대를 덕성과 성팔의 앞에 척 가져다 놓았다.     “자, 많지 못해. 가져다 먹게나.”      “덕분에 잘 먹겠소.”      덕성과 성팔이 가려고 하자 병완은 말렸다.      “그걸 가져다 두고 인차 와서 곰의 고기에 한 잔씩 마시이요.”      “이 집 아주머니 거룬 막걸리가 시원하던데. 곰의 고기에 시원히 마시지 뭐.”      성희가 생글 웃으며 반겼다.      “그래요. 어서 갔다가 동서랑 식구들을 다 데리고 오세요.”      “그럽세.”      덕성과 성팔은 흐뭇한 지 코 노래까지 흥얼흥얼 부르면서 곰의 다리 든 마대를 메고 둔덕 아래로 내려갔다.     성희는 남편을 보고 “저 고개 너머 시아주버니네 식구들은 어쩔까요?” 하고 물었다.      병완은 좀 궁리하다가 두툼한 입을 열었다.      “내일 제사에 가겠는데 이 밤에 어떻게 승냥이들이 욱실거리는 령 길을 형님이 어떻게 넘어온다고 그러오? 저 창준을 보고 곰의 고기를 가져가게 하기요.”      “예, 알았어요.”     성희는 곰의 고기보따리를 챙겨 둘째아들 창준에게 줘서 보냈다.     “령 길을 주의해서 갔다 오너라.”     “예, 이걸 보세요.”      창준은 방망이를 들어보였다. 그래도 성희와 둘째며느리 곱단은 못내 시름을 놓지 못하는 눈치였다.      “늦은데 돌아오지 말고 큰집에서 쉬고 내일 그 길로 산소에 오너라.”     “예. 알아서 하겠습니다.”     병완은  “어째, 한 영감은 까딱 하지 않을까?” 하고 의아한 눈길로 개울 건너 토성 안의 덩실한 팔간 집 쪽을 내려다보았다.     “어이구, 저 한영감댁이야 부자노라고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들과 한자리에서 술을 마시자 하겠어요?”     성희  말에 병완은 “글쎄-” 하고 말하면서 곰방대에 담배를 채워 붙여 물고 뻑뻑 빨았다.     “그래도 미운 걸 떡을 더 주라고 기준에게 곰의 고기를 좀 들려 보내오.”     “예. 알았어요.”     성희는 내키지 않았지만 수긍하였다.     그는 언제 남편의 말을 듣지 않은 적이 없었다. 욱 하면 벽이라고 차고 나가는 남편의 성미를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 남편의 말을 순순히 듣는 것을 숙명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때 병완의 큰며느리 김해 김 씨 하옥과 둘째 며느리 전주 김 씨 곱단이, 셋째며느리 개성 최씨 사련은 벌써 서늘한 마당에 멍석을 깔고 그 위에 큰상 세 개를 벌려놓고 식기며 수저를 가져다 놓느라고 치마 자락을 날렸다. 기준의 처 사련은 가마뚜껑을 열고 김을 호호 불면서 식칼을 넣어 곰의 고기가 익었나고 콕콕 찔러보았다.     “익었느냐?”     “예. 익었습구마.”     사련이 허리를 굽히면서 시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시어머니와 작은며느리는 곰의 고기 덩이를 꺼내 통나무칼판에 놓고 찬물에 손을 묻혀 호호 불면서 곰의 고기를 돔박돔박 썰었다.     병완은 성칠과 함께 마당 한가운데 장작개비를 모아놓고 우등불을 피웠다. 우등불은 마당을 너머 저 멀리 산발을 따라 수림까지 대낮처럼 환하게 밝혜 놓았다. 침침한 어둠이 한순간에 모두 놀라 도망가며 자리를 내주었다.     이윽고 덕성과 성팔이 네가 식솔들을 다 데리고 왔다. 성녀는 며느리들과 함께 우등불 옆에 큰상 세 개를 차려놓았다.     상좌에는 병완과 덕성, 성팔, 엄창렬이 앉고 아래 상에는 성칠과 기준 그리고 덕성의 아들 칠백과 칠성이, 성팔의 아들 용철과 용구가 앉고 말상에는 성희를 비롯해 하옥이, 곱단이, 사련이, 기준의 여동생 곰순 등 아낙네들과 상우, 상훈 등 애들이 죽 둘러앉았다. 실로 큰 잔치나 벌어진 것 같았다. 밤하늘의 별들도 내려와 밥상을 기웃거리며 군침을 흘린다.      병완은 소발굽 같은 손으로 막걸리 동이를 들어 덕팔과 성팔, 창렬의 잔에 차례로 돌아가면서 붓고 잔을 높이 들었다.     “자, 내일 추석인데 오늘 저녁에 곰의 고기에 막걸리를 마음껏 마시고 춤도 추고 놀아 보기요.”     “들기요.”     잔을 딱딱 마주치고 여럿은 허허 호호 웃으면서 떠들썩하게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문문하게 삶은 곰의 고기를 맛나게 먹었다.     구중천의 달도 막걸리아 곰의 고기 먹고 싶어 군침을 흘리면서 밥상에 슬밋슬밋 다가앉는다.     “옛소. 이게 웅담이요.”     병완은 거의 주먹만큼 한 웅담을 담은 사발을 성팔과 창렬의 앞에 밀어놓았다.     “웅담이 쓰지 않소?”     “쓴 게 약이라오. 위장이 좋지 못한데 먹소. 만 병 통치약이요. 창렬이, 자넨 페가 좋지 못한데 웅담을 먹소.”     “야, 이걸 팔면 명년 식량은 해결하겠는데 내 어찌 혼자 먹는단 말인가?”      성팔이  웅담그릇을 들고 아래 상에 가더니 성칠의 앞에 놓았다.      “옛다. 웅담은 상한 팔에 좋아. 팔을 긁어 놓은 곰의 웅담을 먹으면 팔이 인차 나을 게다.”      성칠은 우쭐 일어났다.      "아니, 이래서야 되겠어요? 나눠 잡숩깁소.”    그는 기어이 웅담을 숟가락으로 끊어 덕팔과 성팔이, 아버지 앞의 접시에 놓았다.     “야따, 거 웅담이 뭐 그리 맛있겠다고 그리 야단이여? 그럼 서로 사양하지 말고 조금씩 맛이나 보세."    덕성은 둥글넙적한 얼굴에 난 수염을 손으로 쓱 닦으면서 저가락으로 웅담 꼬치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야, 쓰다.”     “쓰거운 게 약이라오.”     병완은 껄껄 웃었다.     “자, 막걸리를 들라고. 인차 씻어 내려가게. 쓴 게 밸에 들어가면 잡 벌레가 다 죽을게요.”      제일 아래 상에 앉은 하옥과 사련이, 곱단이 네는 곰의 국을 몇 술 뜨다가는 놓고 곰 고기를 썰어 국물에 담아 이 상 저 상에 올리느라고 행주치마를 두른 채 송골송골 내돋은 땀을 손으로 훔쳤다.     나그네들은 달빛이 담긴 막걸리 사발을 들어 마시니 가슴에 달이 뜨고 흥이 저절로 났다.     어린 상우와 상훈이 등은 "양양, 맛있다. 오래오래 맛있다."라고 짝짝 쿵을 쳐대면서 먹어댔다.    한참 후 술이 거나하게 된 성팔이 길쭉한 턱을 잔뜩 쳐들고 마당에 쫙 깔린 달빛과 우등 불을 둘러보면서 말하였다.    “홀 잊었구먼. 그렇지, 거 병완이, 자네 집에 북이 있잖소? 그걸 내다 치면서 한바탕 춤을 추며 놀게나.”    “그래, 좋아, 놀아보세.”     춤을 추면서 논다는 말에 애들은 좋다고 밥상에서 일어나 우르르 마당에서 빙빙 돌면서 뛰놀았다.     병완이가 북을 내오자 성팔이 받아 쥐어 둥두둥 둥두둥 가락맞게 두드리면서 마당 한가운데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그러자 덕팔도 일어나고 병완도 일아나 함께 도라지를 부르면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자, 젊은 각시들도 일어나 춤을 추오.”     성팔이 말하자 색시들은 부끄러워 옷고름으로 낯을 가리면서 슬슬 뒤로 좀 물러나 얌전하게 도라지를 추었다. 애들도 어머니들을 따라 아기장 아기장 걸으면서 그것도 도라지라고 팔을 나풀거리면서 춤을 추었다. 아낙네들은 하나둘 부엌에 들어가 그릇들을 부시고 바깥 암시부엌 아궁이에 토막나무를 더 서리어 식은 곰 고기 국을 덥혔다. 성희와 곱단은 큰집에 간 창준이가 언제 돌아오겠는가고 개울 건너 쪽을 자꾸 내려다보았다.      남정네들은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춤을 추다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술상에 돌아와 앉았다.     병완은 잔을 들고 “자, 또 한 사발 듭세.” 하고 덕팔과 성팔의 막걸리사발과 마주쳤다. 성팔은 한 사발 들고 막걸리사발을 상에 내려놓으면서 피뜩 무엇이 떠오른 모양으로 우쭐 일어났다.     “내 집에 가서 피리를 가져다 불게.”     그러자 성팔의 아들 용철이 따라 일어섰다.      “아버지, 어두운데 내 갔다가 오겠습니다.”     “오, 그래.”     성팔이 떠나간 후 덕팔이 술상을 저 가락으로 두드리면서 노래를 흥얼흥얼 불러댔다.             한양 천리 떠나간들 너를 어이 잊을 소냐?           소랑당 고개 마루 나귀마저 울고 가네           춘향아 울지 마라 얼싸 안고서          그립던 이 내 마음 아서 아서라           어느 때 어느 날자 함께 즐겨 웃어 보랴         덕성의 걸걸한 노래를 들으면서 막걸리를 둬 사발 드는 새에 이윽고 용철이 대나무피리를 가지고 왔다. 성팔은 피리를 입술에 대고 몇 번 불어보더니 제법 맑게 불렀다. 덕성이 드문드문 북을 둥둥 피리 절주에 맞춰 두드려 흥을 돋우었다.       달빛이 깔린 시골마을에 맑고 부드러운 피리소리가 북장구에 맞춰 곱게 울리었다. 그 은은한 피리소리와 가락 맞게 울리는 북장구소리가 밤 정적을 조용히 깨우며 수림 속으로 오래도록 메아리쳐갔다. 물레방아 쪽으로 벽계수가 달빛과 구름을 싣고 피리소리에 맞춰 촐랑촐랑 노래하면서 흘러갔다.      마당 한가운데 피워놓은 우등 불도 흥겨워 가을미풍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은빛 달님도 마당에 내려와 색시들과 함께 그 아름다운 선율에 도취돼 예쁜 얼굴로 웃음 지으며 춤 추고 있었다.       밝은 달빛 아래 시골 농가 오락판풍경은 진짜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방불케 하지 않겠는가.
388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2 김장혁 댓글:  조회:996  추천:0  2023-12-05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2. 곰과 생사박투        성칠은 추석을 쇠려고 사냥총과 요도를 차고 사냥에 나섰다. 하늘아래 첫 동리인 영월동을 벗어나 산등성이 몇 개를 타고 넘으니 무시무시한 원시림이 나졌다. 호랑이와 이리떼들의 굶주린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왔다. 무시로 들이닥칠 야수들을 경계하면서 성칠은 살금살금 원시림 속을 누비면서 헤쳐 나갔다. 그러나 점심이 되도록 꿩 꼬리도 만져보지 못했다.       “후~”      성칠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면서 사냥총을 푸른 이끼 낀 너럭바위에 기대 세워놓고 기대앉았다.      순간 노린내가 물씬 풍기어오면서 코를 찔렀다. 성칠은 노련하게 본능적으로 손을 사냥총에 가져갔다. 그가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볼 때였다.     “에크! 저게 뭐야?”      너럭바위 앞 낭떠러지에서 얼룩 곰 한마리가 커다란 바위 돌을 들고 앉아 있지 않겠는가.      어미곰이 쳐든그 바위 돌 밑에서 새끼 곰 두 마리가 짐승의 뼈다귀를 아드득아드득 널고 있었다. 이 놈의 곰은 짐승을 잡아 각을 뜯어 너럭바위를 겨우 들어다 짓눌러놓았다. 어미 곰은 새끼 곰들을 데려다 바위 돌을 들고 먹이고 있었다.      성칠은 민첩하게 바위 뒤에 숨어 사냥총을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땅!       야무진 총소리가 원시림의 고요를 깨뜨리며 메아리쳤다.       순간 깜짝 놀란 얼룩 곰이 바위를 뚝 떨어뜨렸다. 얼룩 곰은 자기 새끼가 바위 돌에 깔려 죽은 것도 모르고 낑 하고 고함치면서 어디에 사람이 있나 껑충껑충 뛰면서 헤덤볐다. 그러나 바위 뒤에 숨은 성칠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이 보이지 않자 어미 곰은 다시 돌아와 금방 떨어뜨린 바위 돌을 움쩍 들었다. 그제야 새끼가 바위 돌에 깔려 죽은 것을 발견하고 얼룩 곰은 꽥 삼림이 떠가갈듯이 비감하게 소리쳤다. 그 놈은 성이 꼭뒤까지 치밀어 올라 새끼 곰의 각을 앞발로 쭉쭉 뽑아 사처에 던졌다.      성칠은 너무 우스워 목구멍을 마구 떠미는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낭떠러지 아래를 살폈다. 얼룩 곰은 새끼 곰들의 각을 다 뜯어 사처에 쥐여 뿌린 후 끼깅거리면서 산중턱을 따라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래도 성칠은 얼룩 곰이 돌아올 까봐 아주 노련하게 낭떠러지아래 수림 속을 한식경이나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그는 얼룩 곰이 확실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새끼 곰의 각을 주으러 조심조심 내려갔다. 그는 주위를 예리한 눈길로 살펴본 후 아무런 기척도 없자 새끼 곰의 다리며 갈비뼈며 주섬주섬 주어 주머니에 넣고 아구리를 바줄로 꽁꽁 묶었다.        “끼깅!”        갑자기 등 뒤에서 얼룩 곰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성칠은 주머니를 활 던지고 사냥총에 손이 갔다. 몸을 홱 돌려보니 간 것 같던 얼룩 곰이 시뻘건 혀와 톱날 같은 이빨이 다 보이게 뾰족한 주둥이를 짝 벌리고 덮쳐왔다.       성칠은 총을 쏠 새도 없어 사냥총을 쥔 채 몸을 훌 날려 얼룩 곰의 잔등을 뛰어넘어 갔다. 얼룩 곰이 둔중한 몸을 훌 돌리면서 덮쳐들 때다. 성칠은 땅을 구르면서 척 나무 가지를 하나 잡아 쥐었다. 뒤이어 발을 우로 걸더니 쉭 나무우로 올라갔다. 얼룩 곰은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듯 나무 위를 멍해 쳐다보았다. 얼룩 곰은 원쑤를 갚으려고 악을 딱딱 쓰면서 나무를 안고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칠은 나무 가지를 발로 구르면서 다른 나무 가지 위로 날아가 서서 사냥총에 총알을 재워 넣었다. 곰은 또 이쪽 나무에 따라와 아득바득 기여오르려고 악을 썼다. 그는 얼룩 곰이 가까이 엉금엉금 기어오르기를 기다렸다. 짝 벌린 곰의 아가리에 대고 “땅!” 총을 놓았다.       얼룩 곰은 아가리에 명중탄을 맞고 피를 튕기면서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둔중한 얼룩 곰은 아주 교활했다. 성칠이 사냥총을 안고 땅바닥에 뛰어 내렸다. 죽은 것처럼 너부러져 있던 얼룩 곰은 벌떡 일어나 성칠한테 덮쳐들어 사냥총을 덥석 틀어쥐었다. 성칠은 얼룩 곰에게 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꽉 틀어쥐고 안간힘을 다 썼다. 헛수고였다. 얼룩 곰은 아주 쉽게 사냥총을 빼앗아 뚝 끊어버렸다. 얼룩 곰은 아주 장난이나 칠 듯이 사람처럼 앞발을 들고 직립하여 덮쳐들었다. 그 찰나에 성칠은 옆구리에 찼던 보도를 쑥 뽑아 얼룩 곰의 숨통을 콱 찔렀다. 그런데 얼룩 곰은 날쌔게 오른 앞발로 보도를 콱 쳐버렸다. 뒤이어 얼룩 곰은 성칠을 안아 쓰러 눕히고 깔고 들어앉아 장난이나 치듯이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성칠은 아무리 일어나려고 악을 써도 육중한 얼룩 곰의 엉덩방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칠은 그만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범에게 물려도 정신만 올똘히 차리면 살 구멍이 있다고. 성칠은 땅바닥에 떨어진 보도를 피뜩 보았다. 그는 너무 숨이 막히고 아파 상을 찡그리면서도 얼룩 곰이 엉덩이를 들 때마다 간신히 조금씩 보도 쪽으로 기어가 손에 보도를 덥석 잡아 쥐었다. 그는 보도로 엉덩방아를 찧는 곰의 사타구니 새의 불 중태를 힘껏 찔렀다. 한 번, 두 번. 연속 칼질에 얼룩 곰은 모진 비명을 지르더니 성칠의 팔을 앞발로 내리쳤다. 성칠은 머리를 옆으로 탈면서 날아드는 얼룩 곰의 앞발을 보도를 쥔 오른손을 들어 막았다. 그러나 날아드는 곰의 앞발을 피하지 못하고 팔을 썩 긁히었다. 순간 찢겨진 그의 팔에서 뻘건 피가 주르르 흘렀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얼룩 곰이 자기 쪽에 돌아앉는 순간 불 중태에 보도를 쑥 박아 넣고 마구 휘저었다. 얼룩 곰은 피를 콸콸 쏟으면서도 성칠을 깔고 들어앉아 놓지 않았다. 성칠은 몸을 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육중한 얼룩 곰에게 깔리어 몸을 뺄 수 없었다. 그때 난데없는 병완이 쏜살같이 달려오면서 고함쳤다.      “이 놈 곰놈아! 어디 죽어봐라!”      병완은 쇠 발족 같은 무쇠주먹으로 얼룩 곰의 대가리를 연신 떵떵 쳤다. 얼룩 곰은 눈 통에서 피가 마구 튕겼다. 얼룩 곰은 드디어 입을 쩝쩝 다시더니 몸뚱이를 홱 돌려 병완한테 달려들었다. 그때 병완은 어데서 그런 힘이 났던지 날쌔게 얼룩 곰의 잔등에 돌아가 곰의 목을 끌어안고 홱 뿌리쳤다. 성칠도 그 틈을 타서 보도로 목 아래 시허연 삼각형 명줄에 콱 박아 넣었다. 얼룩 곰은 병완의 부자 앞에 쿵 쓰러졌다.        병완은 육중한 얼룩곰에게서 눈을 떼고 성칠에게 눈을 돌렸다.         “괜찮니?”        “아이고, 아파 죽겠습니다.”       성칠은 피 범벅이 된 오른 팔을 감싸 쥐고 상을 찡그리면서 발로 곰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곰은 대가리가 피 못이 된 채 꿈쩍도 하지 못하였다.       원래 병완은 무슨 감각이 갔든지 나무를 패서 다 쌓아놓자 맏아들이 근심돼 찾아 떠났던 것이다. 그는 반나절이나 찾아서야 여기서 곰에게 깔려 봉변을 당하는 성칠을 찾았던 것이다.       “얘, 그 긁힌 팔에 오줌을 눠라.”       “예? 피 나는데 오줌을 싸면 아리지 않습니까?”      병완은 성칠의 팔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줌 약은 조상들이 물려준 밀방이다. 오줌은 소염을 해. 손을 벴거나 긁을 디뎠을 때 오줌에 불구면 인차 지혈이 되고 독을 뺄 수 있다. 자, 여기에 오줌을 눠라.”      성칠은 돌아서서 팔에 대고 오줌을 누웠다. 처음에는 좀 아린 감이 나더니 대번에 팔에서 흐르던 피가 멎고 아픈 감이 덜 났다. 참말 신기하였다.     병완은 옷깃을 쭉 찢어 성칠의 오른팔을 꽉 싸매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의 노할아버지 김수종과 할아버지 김승중은 모두 대대로 이씨 왕조 궁중 어의였다. 한번은 왕실의 어린 왕자가 저 서울에 있는 창덕궁 뒤 산에서 뛰놀다가 묵은 나무 긁을 딛여 발바닥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아파서 발을 싸주고 땔, 땔 굴면서 대성통곡 쳤단다. 그래서 시종들이 그 어린애를 업고 어의인 너의 증조부한테로 찾아왔단다. 그때 너의 증조부는 미리 받아둔 오줌을 담은 그릇을 꺼내 오줌이라는 말도 하지 않고 그 왕자의 발을 불궈 주었단다. 그러자 대번에 피가 멎고 한 반시간 불구니 발에서 피가 더 나지 않고 애도 아프다고 더는 울지 않았단다. 그런데 후에 왕실의 어른이 치아가 통세 나서 증조부가 그 오줌 약을 입에 물게 했다가 들통이 나서 화를 입었단다. 미리 받아놓은 오줌이 없어서 증조부는 약방 뒤 문으로 나가 오줌을 눠서 도자기그릇에 쏟아 줬는데 그만 오줌이라는 것이 들통이 나서 곤장 20대를 맞고 궁중에서 쫓겨났단다. 그러나 그 왕실의 어른은 오줌을 입에 물고 치아 병을 치료했다는 말을 하면 왕실의 위엄에 손상이 갈 까봐 까딱 말을 내지 않았단다. 후에 왕의 동생이 그만 위병과 대장염에 걸려 항상 배를 끌어안고 땔, 땔 굴렀단다. 그래서 왕궁에서는 다시 증조부를 불렀으나 증조부는 다시 궁중에 들어가지 않았단다. 그러자 황궁에서는 만약 다시 왕궁에 들어오지 않는 날엔 구족을 멸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내렸단다. 그래도 증조부가 가지 않아서 대신 할아버지가 왕궁에 들어가 그 왕제의 동생을 치료해주었단다. 그런데 후에 또 왕의 동생에게 오줌을 대접해 위병과 대장염을 치료한 것이 드러나 할아버지는 황궁에서 곤장 50대를 맞고 쫓겨나고 말았단다.      “그런데 왜서 왕은 우리 증조부나 할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그게야 더러운 오줌을 대접받았지만 병이 나았으니 죽이지 않았겠지.”      “그럼 왕궁에서 쫓지 말 것이지.”      “그러나 왕실의 위엄을 보이느라고 내쫓았겠지. 자 , 팔에다 한 번 더 오줌을 눠라.”     “할아버지가 계속 왕궁에서 어의를 했으면 우리도 서울에서 계속 살았겠는데. 참, 이런 산골에서 산단 말입니다.”     “얘, 우린 이 산골이 딱 제일이다.”      “글쎄 골안에서 살아도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의사를 하면서 서울에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큰아버지는 의사를 하지 않습니까? 아버지는 왜 하지 못합니까?”      “예로부터 맏이에게 재간을 물려주는 법이다. 난 병권형님의 의사공부 뒷시중을 하느라고 명천군 상우남면 운주동에 있을 때 어려서부터 일했단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가 힘이 센들 왕이 되겠니? 그래도 할아버지 김수종 대로부터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비방 책을 물려받은 병권형님이 더 잘 살게 됐지. 병권 형님네 큰집조카 관준이나 어린 큰집손자 형내까지 대대로 그 밀 방을 이어받아갔다. 나는 힘깨나 쓰니까 씨름판에나 돌아다녀 황소나 타고 말았지. 다 팔자 소완이지. 난 네가 맏이지만 사냥하는 재간밖에 물려 준 게 없다. 둘째 창준이나 셋째 기준에게는 물려준 재간이 하나도 없다.””      “아버지 힘을 물려받았으면 됐습니다. 허허허.”      “그래?”     병완은 해를 피뜩 올려다보더니  뒤 말을 이었다.      “가을해는 짧기도 하고나. 해지기 전에 집에 들어서지 못하겠다.”     병완은 성칠이가 오줌을 팔에 다 누자 천으로 싸매주고 나서 3백 근 되는 곰을 척 들러 메더니 앞에서 산아래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성칠은 보도를 허리춤에 찬 후 왼손에 총을 주어들고 뒤따랐다. 아버지의 잔등에 척 내리 드린 곰의 반 몸뚱이와 사람 발 같은    곰의 발을 보면서 성칠은 아버지의 근력에 저도 몰래 혀를 끌끌 찼다.      그들이 마지막 산등성이에 올라섰을 때에는 그들의 그림자가 몇 백미터 되게 길어보였다. 산들도 긴 그림자를 남기면서 영월동을 뒤덮어 놓고 있었다.       이때 검둥이가 뛰어와 꼬리를 휘휘 저으면서 끼깅거리며 그들 부자를 반겨 맞았다. 원래 성칠은 사냥할 때면 검둥이를 데리고 다녔지만 오늘 데리고 가지 않았다. 한 것은 검둥이는 쩍 하면 조심하지 않아 꿩이랑 날아나게 하는 폐단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곰에게 물린 성칠은 검둥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것을 여간 후회하지 않았다.      (검둥이를 데리고 갔더라면 되돌아선 곰의 자취를 미리 알 수 있었을 걸.)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도 마지막 황혼 빛을 뿌리면서 구름까지 태우는 듯 저녁노을을 붉게 불태웠다.
387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1 김장혁 댓글:  조회:1314  추천:0  2023-12-04
 조글로 첫 등고 2015년 03월 25일 08시 57분  조회:3137  추천:6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김장혁 저                                                                                    제1장 천하장사와 양반집 아들                       1.물레방아 집 힘장사     희끄무레하고 담담한 해가 짙은 구름층을 겨우 뚫고 나왔다. 한줄기 밝고 강한 햇빛이 금빛을 반짝이며 어둠침침한 수림 속을 부채살처럼 비춘다. 그것도 잠간, 희미한 해빛은 을씨년스런 수림을 춤추며 스치고 지나가더니 인차 몽롱한 안개와 구름 바다 속에 빨려 들어갔다. 가증스런 어둠은  악마처럼 악착하게 해빛을 휘감고 태질하며 몰아낸다. 암흑은  수림에 독사처럼 똬리를 틀고 도사리고 들어앉아 뻘건 혀를 날름거린다. 대지의 삼라만상은 또다시 어둠침침한 흑흑칠야를 방불케 하는 암흑 속에 묻혀 버린다.     희미한 장막이 숨 막힐듯이 금수강산을 짓누르며 구름 밑에, 안개 속에 지지눌린 영월동을 비참하게 짓밟고 있다. 이윽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미묘한 안개 속 수림바다의 절승경개를 자랑하려는 듯이 낙낙장송이 천천히 드러나고 있었다. 여기저기 기암괴석이 안개 속에 륜곽을 드러내려고 애쓰고 있다. 철갑을 두른 소나무가 기암괴석 틈새로 하늘을 찌르며 안개 속에 장군마냥 가슴을 쭉 내밀고 거연히 서 있다.     가녀린 잔디도 돌덩이를 떠밀고 일어나려고 애처롭게 기지개를 편다.     웬 일이지?     가을에 흑흑칠야 수림 속에 연분홍진달래꽃이 천년이끼 낀 바위 틈새에 듬성듬성 피여 가을바람에 하느적거리며 어깨춤을 당실당실 추고 있다. 철죽꽃, 모란꽃이 소나무 사이에서 가냘프게 방실방실 수줍게 웃음짓는다. 가녀린 나리꽃도 수풀 속에 숨어 이쁜 얼굴을  반쯤 내밀고 무시무시한 사위를 살피며 산바람에 가만히 한들한들 춤을 춰 본다.        “뻐꾹, 뻐꾹”       뻐꾸기 처량한 울음소리가 고요한 수림 속의 정적을 가늘게 깨우고 있었다.       따- 웅-      이때 산중 왕 호랑이가 아직도 자기 존재를 알리려는듯 수림 속의 고요를 뒤흔들면서 울부짖었다. 산새들이 놀라 나무가지에서 포로롱 포로롱 날아났다. 희미한 안개 속에서 이슬 맺힌 파란 풀을 뜯어 먹던 사슴 떼들이 놀라 수림 속으로 깡충깡충 달아났다.      안개가 차츰 개이면서 수림의 정체가 천천히 드러났다. 아름드리나무들을 꿰뚫고 저 먼 곳에서 하얀 파도를 끊임없이 일구는 퍼런 바다가 아득하게 바라보인다. 수십 길씩이나 되는 미인송들이 비탈을 덮고 산기슭까지 내려와 깎아지른 낭떠러지에 와서 주춤 멈춰 서 버렸다.     그 아래 좀 평평한 땅바닥에 통 소나무를 기둥으로 척척 세우고 지은 팔간집이 목수의 재간을 자랑하면서 우뚝 솟아있었다. 턱턱 갈라터진 뻘건 기둥들은 이 집이 지은 지 퍽 오래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상 싶었다. 개마고원기슭 삼림 속에 자리 잡은 영월동 제일 서쪽 집은 산골의 독특한 멋을 피우는 듯이 통나무 굴뚝이 지붕보다 훨씬 높이 솟아 있었다.      건뜻 들린 지붕과 추녀 너머 뒤 산골짜기에서 맑은 벽계수가 청석옥석을 부시면서 새하얗게 물갈퀴를 일구며 쿨쿨 쏟아져 굽이쳐 흘렀다. 맑은 벽계수는 집 앞으로 굽이쳐 흐르다가 물방아 함지를 힘 있게 친다. 그 맑고 힘 있는 물을 맞아 물방아가 세차게 돌면서 쿵더쿵 쿵더쿵 쌀 방아를 찧는다.      물방아 공이가 쿵 하고 방아 호박 안의 쌀을 치고 건뜻 쳐들리면 옆에 오또기처럼 쪼크리고 앉은 성칠의 아내 하옥이가 방아 호박 안에 흩어진 쌀을 방아 호박 복판에 쓸어 모아 놓곤 하였다. 흰 한복을 입은 김하옥은 세월과 생활난에 부대끼었지만 아직도 그제 날   예쁘던 얼굴이 엿보였다.     복슬복슬하고 걀쭉한 얼굴에 버들잎같이 굵직한 눈썹, 정기 도는 어글어글한 두 눈, 시골 아낙네답지 않게 빨갛고 얇은 입술, 어디를 보아도 산골에서 감자를 파먹고 사는 여인답지 않게 예뻤다.      쿵더쿵 쿵더쿵.      방아소리가 절주 있게 울린다.     시어머니 리성희와 며느리들인 하옥과 곱단이, 사련은 추석맞이떡가루준비에 바빴다. 굴뚝 저쪽 산기슭에서는 키가 훤칠한 김병완이 지게에 땔나무 대여섯 단을 해지고 허리를 구부정하고 내려 왔다.      혈기 왕성한 벌건 얼굴에 짙은 눈썹아래 이글이글 빛나는 눈, 우뚝 솟은 코에 두툼한 입술, 실로 잘 생긴 사내대장부였다. 쩍 벌어진 어깨라든가 소다리 같은 팔, 큼직한 손을 보면 힘을 쓸 사내대장부라는 것이 엿보였다. 하긴 그는 나무를 하러 가면 근본 낫이나 도끼 같은 것을 가지고 가는 법이 없었다. 빈 지게에 바 줄을 얹어 지고 가면 다였다. 어진간한 팔뚝 같은 나무도 밑둥을 거머쥐고 어깨를 들이대고 “윽.” 하고 들이밀면 뚝 부러져 나가곤 하였다.      “헤이 차!”     병완은 지게를 벗어 나무무지에 기대여 놓고 머리 수건을 벗어 먼지를 툭툭 털고 얼굴과 목의 땀을 쓱쓱 닦아버리고나서 나무 잎도 수건을 휘휘 휘둘러 털어 버렸다. 검둥이는 두 다리사이에 대가리를 파묻고 마당에 엎드려 있다가 껑충 뛰어 일어나 주인에게 달려가 앞발로 주인의 품을 짚으면서 "끼잉-" 하고 서적을 부렸다.      “이 놈 개, 저리 가!”      검둥이는 땅바닥에 뛰어내려 서서는 “끼깅” 거리면서 병완의 바지를 들추면서 코 김을 불어넣었다.     병완은 검둥이가 귀여워 마디 굵은 다섯 손가락으로 검둥이의 뒤 덜미를 썰썰 어루만져주었다.     이윽고 병완은 검둥이를 밀어 보내고 나무 단을 풀어 토막나무 위에 올려놓고 시퍼런 도끼를 휙휙 휘둘러 잔 나무들을 팡팡 팼다. 맏아들 성칠은 사냥을 가고 없었고 둘째아들 창준과 셋째아들 기준은 나무 짐을 메고 오더니 나무를 패서 무지기 시작하였다.      성희는 방아를 다 찧은 떡가루를 버치에 담아 들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나무를 패는 남편과 아들들을 보고 반색하였다. “땔나무를 많이 해 와서 추석을 잘 쇠겠어요.”      성희의 본가 집은 원래 경상남도여서 남대 말을 계속 하였다. 하여 여기 함경도 아낙네들은 그를 남도치 혹은 남대치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성희는 “그럼 너거는 고슴도친가 베."하고 웃으면서 말대꾸를 하군 하였다.       "이 산골에서 어데서 하얀 찹쌀을?"       성희는 부엌 칸으로 들어가면서 한숨 섞인 말을 하였다.       "보리 고개도 넘기 힘들었는데 어데 가 쌀을 얻었겠어요? 저 개울 건너편 칠백이네 집에서 떡가루를 내러 왔다가 한 대야 내주더군요. 호- ”        “그래도 작년 추석이겠소?”      병완은 손바닥에 침을 뱉어 양손을 쓱쓱 비비더니 도끼를 쥐여 나무를 팡팡 패서 훌훌 쌓아 놓았다. 한식경을 패니 나무토막이 무더기를 이루었다. 그는 나무토막을 와락와락 한 아름씩 안아 부엌에 들여갔다. 나머지 나무토막은 가로 세로 에를 얽으면서 척척 쌓아 놓았다.     병완은 원래 재간이 대단한 목수였다. 나무자도 없을 때에는 나무를 오른손으로 받쳐 들고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가늠해가면서 찍고 깎고 밀고 닦아 문을 짜면 문이 귀 간 곳이 없이 쑥쑥 들어가 맞았다.     그가 저 아래 산골 어귀 토성안집 부자 한길수 영감네 팔간대청을 지을 때 일이다.     병완이 한창 문을 짜느라고 대패질을 할 때다.     며칠 사이에 출입문에 창문을 10여개나 짠 것을 보고 한길수 영감은 길쭉한 말상을 가로 저으면서 우멍 눈을 껌벅이더니 미심쩍은 눈길로 병완이가 대패질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창문 하나를 쥐고 어슬렁어슬렁 문틀 쪽으로 가더니 들어맞나 맞춰보았다. 그런데 이게 뭔가?! 창문이 문틀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병완이, 이걸 보게나. 숱한 문을 짜더니 이게 뭔가?!”    병완은 대패질을 그만두고 대패 틀 안의 대패 밥을 손가락으로 파내면서 이쪽에 눈길을 돌렸다.    “뭐 어쨌다고 그리 야단이요?”     “문이 문 틀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니까! 흥!”     그  말에 병완은 알만하다는 듯이 스적스적 다가가더니 창문을 들고 보았다. 그는 두말없이 창문 네 변두리의 먼지를 손으로 싹싹 닦고 입으로 푸푸 불어버리더니 창문을 들어 턱 맞췄다. 창문은 문틀 안에 들어가 딱 맞고 실오리만한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굿이나 보던 한길수 영감은 그제야 무릎을 탁 치면서 도리머리 질까지 하면서 통 어이없어 하였다.     마루 돌을 메여다 올릴 때다. 작은 마루 돌은 일군들이 다 메 올렸다. 이제 네 사람이 겨우 목도를 하여 겨우 수레에 실어온 엄청나게 큰 청석 마루 돌은 누구도 메기 싫어 뻔히 보고만 있었다.    “아니, 멍청해들 뭘 해? 엉? 당장 정문 마루 돌로 올려 앉히지 못 할까?!”      한 영감이 막대기로 땅바닥을 쿡쿡 찌르면서 땅방울같이 을러멨다. 그러자 여러 머슴들은 세줄 그물을 청석 마루 돌 밑에 들이대었다. 그러나 아무리 넷이 달려들어 한쪽 귀를 들어보려고 해도 움쩍하지 않았다.    “이봐라, 지레대로 떠들어라! 에이, 머리통은 뒀다 뭘 하느냐?”     칠백의 애비 덕성과 용칠의 애비 성팔이 목도채로 한쪽 귀씩 떠들어 겨우 큰 쇠줄그물에 청석 마루 돌을 담았다. 그리고 앞뒤에 둘씩 목도를 멨다. 그들 넷이 목에 손가락만큼 한 피 줄을 일구면서 상통을 찡그리며 목도를 떠 메여 드니 우드득 우드득 목도채에서 소리 났다. 그들 넷은 힘겹게 한발자국한발자국 대뜰 아래로 다가갔다.      앞에서 비칠거리던 덕성이 갑자기 푹 꺼꾸러졌다. 그러자 한영감태기는 씽 달려들어 벼락같이 을러메면서 덕성을 마구 막대기로 후려 갈겼다.     “손을 떼오! 남은 쓰러졌는데도 때리다니? 흥.”     반공중을 짜개면서 울리는 병완의 천둥 같은 웅글진 목소리.     “이 놈이, 뉘 하고 큰 소리냐? 제 집 머슴을 치는데 상관이냐?”      한영감은 막대기로 병완의 앞에 대고 휘휘 삿대질하면서도 비실비실 뒷걸음 질 쳤다.      “마루 돌을 옮겨가면 되지 사람을 칠 건 뭔가? 흥! 퉤!”      병완은 버릇처럼 손바닥에 침을 뱉어 쓱쓱 비비더니 팔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성큼성큼 청석 바위 돌 쪽으로 다가갔다. 성팔과 덕성이 거들어주려고 하니 병완은 한손으로 밀어 부쳤다. 그는 숨을 길게 들이쉬더니 꿈틀거리는 용 같은 두 팔로 청석바위를 끌어안아 한쪽을 움쩍 쳐들어 어깨에 기대 세웠다. 그는 “끙” 소리와 함께 그 큰 청석 마루 돌을 어깨에 둘쳐 메고 엉덩이를 일으켰다.      한영감의 눈이 다 새 똥그래졌다.       “아니, 저게 사람인가? 황소인가?”       병완은 청석 마루 돌을 메고 성큼성큼 걸어 나가 대뜰아래에 슬쩍 내려놓았다.       쿵!       순간 바람이 쉭 일면서 먼지가 마루 돌 밑에서 일었다.     모두들 그 장면을 보고 입을 짝 벌렸다. 눈이 새 똥그래졌다. 그들은 어깨 먼지를 툭툭 터는 병완을 쳐다보았다.     손에 비지땀을 그러쥐고 뒤따라가던 덕성과 성팔 등 머슴들은 한숨을 후- 내쉬였다. 그들은 욱 병완한테 밀려가 함께 지레대로 청석 마루 돌을 바로잡아놓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영월동에서는 병완을 천하장사라고 혀를 끌끌 찼다…     성희는 병완이 패 들여온 나무를 아궁이에 꽉 쑤셔놓고 불을 그어댔다. 쏴- 소리와 함께 불이 일면서 구들 고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떡가루를 물에 반죽해 솥 안의 시루 위에 얹으니 이윽고 가마에서 김이 문문 났다.     시루떡이 다 돼 가는데 사냥을 나간 맏아들 성칠이 돌아오지 않았다. 병완은 마루에 걸터앉아 곰방대에 담배를 쑤셔 넣고 불을 붙여 물고 자꾸 산 쪽을 올려다보았다. 속이 탄 연기가 입안에서 꾸역꾸역 풍겨 나왔다.     먹장구름이 뭉게뭉게 덮쳐오더니 영월동 동쪽 기운봉에 여러가닥의 뻘건 혀를 쫙 뻗친다.    꽈르릉 꽝! 꽝!    천둥소리 뭘 알리자고 저러는지 하늘 땅을 마구 뒤흔들어놓는다.    세상의 풍운조화는 무시무시하리만큼 헤아리기 어렵게 번져가고 있었다.  
386    대하소설 졸혼 113- 종장 김장혁 댓글:  조회:880  추천:0  2023-12-03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종장-113         졸혼의 쁠랙홀    졸혼의 쁠랙홀은 신비한 신기루, 구름 속에서 무수한 허영심에 들뜬 혼을 불러 새하얀 눈사람으로 만들어놓고 눈을 곱게 흘기며 유유히 사라진다. 눈사람들은 봄장군이 오자 그 부드러운 눈길에도 스르르 녹아 종적도 남지 않는다.    새하얗게 색바랜 혼은 아직도 하품하며 기지개를 펴더니 풋잠기 묻은 눈길로 뭇사내들에게 추파를 보내며 유혹한다-    "눈길로 포옹하지 말고 사랑의 드넓은 가슴으로 내 마음을 안아 주세요."   모성애와 참사랑, 효성과 참사랑, 결혼과 리혼, 졸혼이 호수가에서 마구 부딪치며 뻘겋고 파란 불찌가 호수물에 퉁퉁 떨어진다.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흰 비둘기들이 깜짝 놀라 날아난다.  무수한 의문부호가 먹장구름이 눈을 흘기는 하늘과 파도 세찬 퍼런 호수면을 스나미처럼 스쳐지나간다. 솥뚜껑 같은 게들이 몰려와 호수에서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뻘겋고 퍼런 별찌를 보고 깜짝 놀라 퉁사발거적눈이 뒤집혀질 지경이다. 깊은 호수 물 속에서 무수한 기포들이 수면으로 솟아올라 물기인지 안개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호수 상공을 뒤덮는다. 별들이 자맥질하며 노닐던 호수 물 속에서 갑자기 돌개바람이 세차게 꼬리치더니 뻘건 별찌가  밝은 등대처럼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보름달처럼 둥둥 솟아올랐다. 그 별찌는 혜성처럼 금빛 꼬리를 달고  밤하늘 높이 솟아올라 오로라처럼 황홀한 졸혼의 서정서사시를 쓴다. 졸혼의 유령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싱숭생숭해진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졸혼의 유령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되여 밝은 등대처럼 전통적인 가정의 살림살이에 지치고 어두워진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얼어들었던 차가운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있지 않겠는가.그 한줄기 밝은 불빛은  수전노, 악어들이 욱실거리는 어두운 사막을  등대마냥 밝게 비춰 그 놈들의 정체를 만천하에 드러낸다.     저게 뭔가? 참사랑의 유령인가?       순간 눈 앞에 고향 망아산 수림 속  방공호 동굴이 나타났다.  색마가 숱한 아가씨들을 데려다가 간음하던 블랙홀이 아닌가! 권세, 금전과 색을 교역하던 더러운 장마당 블랙홀이 아닌가! 첫사랑도 무참히 집어삼키고 음탕한 트림을 하던 첫사랑의 블랙홀이 아닌가! 처참한 참사랑도 훌러덩 함정에 빠뜨린 허위에 찬 블랙홀이 아닌가!     눈 덮인 원시림에 눈구덩이와 절망에 찬 협곡이 나타났다. 미츨한 미인송과 협곡 위에서 란무를 추는 소나무가 부둥켜 안고 흐느낀다. 지하에서 맺은 참사랑의 흔적이 아닌가!     망아산 방공호 동굴, 원시림의 눈구덩이, 협곡이 마구 소용돌이치며 고민과 함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버린다. 그 고민의 블랙홀은 티없이 깨끗한 참사랑을 한입에 꿀꺽 삼켜  무섭게 소용돌이치고 있지 않는가!  참사랑은 고민의 블랙홀에 소용돌이쳐 빠져들어가고 허위와 음흉한 음모를 더러운 가래와 함께 뱉어낸다. 졸혼이란 방패로 눈을 가리고 통간의 신음소리 참사랑의 무덤에 타리대를 치고 앉아 하품을 한다.       한쌍의 황혼 락조는 끝없는 고민의 블랙홀에 빠져 저녁노을에 부채질해 더욱 뻘겋게 불태우고 있다.     희망의 돛배는 저승사자한테 붙잡혀 몇번이나 염라전에 갔다 왔다 하며 서서히 서산 넘어 지평선에서 사라져간다.     원앙새 참사랑은 절망의 블랙홀에 빠져들어가며 절망의 미련의 꼬리를 휘둘러친다. 블랙홀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태풍에 색마가 가발을 벗어쥐고 번대머리를 번뜩이며 음충한 미소를 짓는다.      색마는 우멍한 눈을 부릅뜨고 대성질호한다.      "우둔한 금욕주의자야, 세상에 어디 참사랑이란게 있다고 그래?"      "늙어 썩어빠지기 전에 그때 그때 미녀들을 데리고 즐겨야지. 바보야, 그게 최고 락인 거야. 허허허."     "한평생 남편을 속인 "조강지처"의 간사한 웃음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참사랑을 추구하는 사랑의 신이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빼들고 고민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다가 훌러덩 엉덩방아를 찧으며 비명을 지른다. 누가 렬녀라고 홍살문을 세우고 렬녀 기념비를 세워주랴 … 졸혼은 지루한 정신감방 같은 가정생활,사랑도 다 매말라간 부부 생활, 고루한 생활에서 해탈되려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새 휴식터를 마련해줘 자기만의 인생을 향수하게 하지 않는가.졸혼은 민족과 년령,성별에 관계없는 새 슈퍼혼인풍속도가 아니겠는가?    졸혼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언덕에서 메마른 사랑이 고개를 쳐들고 할랑거리는 가슴이 무섭게 설레인다. 어디선가 님을 찾는 치마소리 분주하게 파도친다.  님을 찾은 새악시 복숭아얼굴이 참살구처럼 바알갛게 익어가고 새 둥지를 짓는 지저귐소리 귀방울을 간지른다. ㅋㅋㅋ   그 거대한 졸혼의 쁠랙홀에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 허파에 바람이 찬 사람들이 유혹됐는가? 그 얼마나 많은 사랑과 가정, 인생이 그 쁠랙홀에 매몰됐는가? 또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가정에서 해탈돼 자기만의 인생을 살려고 새 혼인풍속의 새 길을 개척하면서 싸워왔는가? 졸혼의 유령은 먹장구름 속에서 신비한 신기루처럼 정체를 드러냈다 숨겼다 하면서 사람들을 때론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때론 희망도 주고 절망도 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볶는다. 저게 뭔가?  망아산 소나무숲이 통채로 훌렁 꺼진다. "사랑" 글자가 새겨진 소나무도 그를 비웃으며 쁠랙홀에 빨려들어갔다.     참사랑주의자는 아주 깊고 깊은 암흑 속으로, 쁠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귀전에서 소나기가 울고 흐릿한 눈 앞에서 번개 치고 불티가 탁탁 튀였다.     시꺼먼 쁠랙홀에서 번대머리가 우멍눈을 부릅뜨고 비웃고 있었다. 발레리나가 조개턱을 쳐들고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친다.      아, 세상에 이렇게 어둡고 깊고 처참한 참사랑의 쁠랙홀도 있단 말인가!   참사랑주의자는 머리가 뜨끈뜨끈해지며 새까만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어 붕 하늘로 날려올라갔다. “사랑”이 아프게 박힌 소나무껍질이 타버리며 신음소리를 낸다. 리지의 방선이 “사랑”을 거머쥐고 쁠랙홀에 휘감겨 분신쇄골이 돼 절망의 대문을 두드린다.  절망의 소낙비가 간사한 웃음을 머금고 희망의 푸르른 언덕을 스믈스믈 파먹으며 이발에 끼운 허위를 뱉어낸다. 망아산이 통채로 마구 꺼져들어가며 숫총각소나무와 숫처녀들의 팔을 마구 비틀어 실망스런 한줄기 연기로 타래쳐오르며 푸르른 하늘을  간음한다.  허위가 간사하게 웃으며 잔나무밭에 숨어 요사하게 란무하며 진실을 롱간하고 순박한 나그네를 유혹해 사랑의 쁠랙홀에 풀러덩 빠지게 한다. 청순을 잃은 대지는 요사한 여우한테 기만당해 풀친 발목을 붙안고 구슬프게 대성통곡친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소리에 뒤이어 세상의 귀가 뻥 뚤리며 세속의 어지러운 소리 다시 희미하게 들린다. “여보, 죄송해요. 난 더러운 녀자입니다. 뺑덕어미입니다.” 아니, 바레리나 목소리 아닌가? 저 앞에 바레리나가 허위에 찬 참사랑 쁠랙홀에 휘말려들어가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지 않는가. 아낙네들이 바가지를 빡빡 긁는 소리, 짜증나는 잔소리 시끌벅쩍 귀청을 간음하며 시끄러운 쇼를 논다.    도끼에 반토막 난 탐욕스런 녀인의 머리도 카운터에 걸려 뭐라고 씨벌여댄다. 얼기설기 흉터난 뚱뚱한 우유빛배에서 번대머리 색마의 야망의 씨가 발버둥질치며 수술칼을 씹어 삼킨다. 저쪽에서 번대머리가 철창 속에서 게슴츠레한 우멍눈으로 야들야들한 우유빛허벅다리를 게걸스레 훔쳐보며 입을 쩝쩝 다신다. 나어린 가수가 쓸쓸하게 소설 같은 비극적인 인생의 노래를 부르며 정신병환자처럼 한국 도처 가요무대를 돌아다닌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졸혼이란 무엇인가? 구경 졸혼에 사랑 자유가 있고 인생 자유가 있는 걸가? 졸혼은 왜 이다지도 사람들을 들볶고 애타게 하는 걸가? 색마는 쇠살창을 거머쥐고 흐리멍텅한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 자유와 졸혼의 신이여! 그대는 지금 이게 뭡니까?” 그때 하늘에서 문걸의 목소리가 울리는 상 싶었다.      “아, 참사랑의 유령이여, 그대는 어데 있는가?” 순간 강남의 안개 자오록한 호수에서 원앙새들이 쌍쌍이 호수물에 떠노닐면서 종알거리지 않겠는가.    "세상에 순박한 참사랑이 어디 있는가요? 우리 원앙새도 기실 짝꿍이 눈을 피해 가만가만 바람 피우는데요."     찰나, 어둠침침한 하늘에서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졸혼을 걸치고 보기 싫게 펄럭거리며 날아지나가며 콧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성자유의 유령과 참사랑신이 밤하늘에서 꽝 격돌해 폭발했다.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별찌가 강남 호수에  퉁퉁  떨어진다. 호수에 강렬한 기포가 일어나고 호수물이 부글부글 끌어번진다. 원앙새들이 어둠침침한 호수에서 암암리에 바람 피우다가 깜짝 놀라 푸드득푸드득 흐리멍텅한 하늘로 풍겨오른다.    웬 일일가?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는가?    거부기들과 게들이 모여왔다.      "아니야, 참사랑의 별이야."     "아니야, 전번에 호수에서 건진 뻘건 참사랑의 심장이야."      자유와 참사랑에 슴배인 펄떡펄떡 높뛰던 심장이 하늘로 솟아올라 참사랑의 별이 되지 않았던가.     그 자유와 참사랑의 신이 별찌로 떨어져 호수물 속에서 북극 상공의 오로라처럼 빨갛고 파란 한줄기 빛이  빛발친다. 백길 물 속에서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아닌가.      참사랑의 오라라 찬란한 빛발에 음침한 허위가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이다.     후수에서 시뻘건 번개가 번쩍이며 뻘건 혀로 호수의 잡 것들을 핥아버린다.  천둥소리 하늘땅을 진동하며 호수를 들었다 놓으며  격조 높은 참사랑의 서정시를 폭발시킨다.     어둠침침한 호수에서 암암리에 바람 피우며 짹짹거리던 원앙새와 사다새들이 푸드득푸드득 도망간다.    그대는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살며시 감고 귀를 도사려보라.    들리는가? 참사랑 신의 목소리를,    정녕 못 들었는가?신의 신성한 그 목소리를,    강남 호수가 밤하늘에서 뜨거운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멜로디가 은은히 메아리친다.     참사랑의 신은 자유와 참사랑 유령마저 사라진 세상에서 살기도 싫었으리라.     "졸혼의 허울을 훌훌 벗겨버리고 참사랑의 한줄기 밝은 빛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밝게 비주치라."    저게 뭔가?    숱한 미녀들이 다이로와 우멍눈을 복판에 두고 밤하늘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사랑의 유령처럼 너울너울 졸혼원무를 추고 있지 않는가.              탐욕스런 색마가 쇠살창을 거머쥐고 우멍눈을 뚝 부릅뜨고 미녀들을 노려보며 게춤을 흘리면서 성자유를 달라고  버둑질한다.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철조망을 두른 쇠살창에 걸려 발버둥질친다.  아, 졸혼의 유령이여! 자유와 참사랑의 신이여!    참사랑주의자 외까풀눈에 염라전이 희미하게 보였다. 미녀로봇이 금발머리를 흩날리며 참사랑에 칠색무지개를 놓는다. 그러나 음산한 쁠랙홀에 돌개바람이 불어쳐 홧홧 달아오른 기와장과 잿빛벽돌을 우당탕퉁탕 날려보낸다. 칠색무지개도 더러운 수전노의 주산알에 산산히 부서져 튕겨난다.  벌겋게 달아오른 화장터, 무수한 원혼이 그스럼냄새와 함께 자기 인생 너무 허무해 쓸쓸한 추도곡에 맞춰 원무를 추며 적막강산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염라전 층계마다 공포가 요사하게 도사리고 앉아 입을 쩝쩝 다시며 하품하며 낮잠을 청하고 있다. 저승사자가 퉁방울눈을 부릅뜨고 쏘아보고 있었다. 어떤 저승사자 부릅뜬 놋뚜껑 같은 퉁방울눈깔에서 불길을 내뿜고 어떤 저승사자 눈확에서는 독사가  디룽디룽 매달려 혀를 날름거린다. 어두운 밤하늘에 디룽디룽 내리드리웠던 얼룩독사가 백골의 눈확을 간음하며 파먹더니 간사하게 꼬리를 눈확 속에 감춘다.    매지구름이 우는 하늘에서 불비가 마구 쏟아져 염라전에 퉁퉁 떨어지며 세상을 공포감방에 몰아넣으며 저승길을 재촉한다.  이승에서 받은 실련과 파혼의 모든 고통을 훌훌 날려보내고 비명소리, 아우성소리 천지를 진동하고 무인도 녀인네들의 신음소리, 흐느낌소리 마음을 아프게 파먹는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라도 이루려고 미련을 가진 유령들이 총망히도 염라전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염라왕은 너무나도 쉽게 유령들을 자기 식구로 먹어버린다. 그것도 미녀유령을 먼저 삼켜 뚱뚱하고 헐럭한 배에 잠재워버리고 놋뚜겅 같은 입짝을 쩝쩝 다시며 뱃 속에 든 미녀들을 간음한다. 썩은 악취가 염라전에 물씬 풍긴다. 미녀들은 염라왕한테 간음당하고도 이승에서 못 맺은 사랑을 저승에서 이뤘다고 신나서 콧노래를 부른다.ㅋㅋㅋ      쩍 아가리를 벌린 염라전 대문 안에 숱한 관작과 백골더미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죽어서도 뱀띠, 룡띠라는 것만은 잊어버리지 않고 손에 띠패를 꼭 쥐고 갈망의 추파를 보낸다. 얼룩반점이 박힌 얼룩독사들이 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푹 꺼져들어간 백골 눈확으로 스르르 기여들어가 대골을 파먹는다. 쥐들이 찍찍거리며 놀라 오르르 백골더미 속으로 도망치다가 가는 꼬리 끼워 백골에 끼여 찍찍거리며 소란을 부린다. 저 앞에 개턱처럼 쳐든 조개턱이 보인다. 이 좋은 세상을 두고 저명한 녀바레리나는 어디로 그리도 총망히 갔는가. 번대머리 색마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자유를 갈망하는 가슴에 맺힌 한이 연기로 소용돌이치며 터져나온다. 자유세상으로 달려나갈 유일한 희망이 산산히 부서졌다.    꽃밭에 힌들 들어누울 꿈이 한줌의 연기로 타래쳐 흐리멍텅한 하늘로 날아나며 쓸쓸한 죽음의 노래를 부른다.     성파쇼의 잠꼬대 같은 고함소리는 식인악마들이 욱실거리는 녀인도에서 타리태를 치고 앉아 하품을 한다.     망망한 남태평양도 무인도 식인야만인들한테 질겁해 거세찬 파도를 타고 두터운 어둠 속으로 도망간다. 색마들의 성욕으로 불타는 거친 숨소리 파도마냥 무인도 정적의 치마폭을 찢고 하얀 허벅다리 얼굴에 더러운 씨앗을 쏟아붓는다. 아녀자들의 아우성, 흐느낌소리, 신음소리 귀청을 간음하며 죽어가는 비명소리 가냘픈 날개를 파닥인다.    번대머리는 자포자기하고 코를 드르렁드르렁 굴며 또다시 꿈나라로 들어갔다.  그의 눈앞에는 망아산 수림 속의 방공굴이 피뜩피뜩 나타났다. 그 수풀 속의 방공굴은 그가 숱한 아가씨들을 데리고 가서 놀던 쁠랙홀, 성해방과 성자유 쁠랙홀이 아닌가.  구풍이 불어치는가? 번대머리가 소용돌이치는 쁠랙홀에 마구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지른다. 소용돌이에 숱한 이쁜 아가씨들이 휘말려들어간다. 미녀들은 쁠랙홀에서 헤여나오려고 아우성치며 허우적거린다.  그 미녀들 속에 아우성치는 조개턱도 보인다. 볼우물을 옴폭 파던 보름달얼굴도 보인다. 공포에 질린 새까만 포도쌍까풀눈도 보인다. 반토막 난 머리도 데굴데굴 소용돌이치며 날려다닌다. 가녀린 녀가수의 구슬픈 노래소리 염라전의 목탁소리에 간음당하면서 귀전에 두드린다.      색마는 살려달라고 내민 숱한 손 속에서 바레리나 길다란 손을 골라 잡았다. 대머리는 싸늘하게 차디찬 바레리나의 그 손을 잡아 쁠랙홀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이게 생시요? 저승이요?”     “아마 저승 같은데요. 전 이미 한줄기 연기로 돼 염라전에 왔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돼?”    바레리나는 대머리 손을 풀며 아우성쳤다.    “년놈들, 저승에 와서도 놀고 있어?! 이승에서도 남의 눈을 피해 간통하더니 개 똥을 먹는 개버릇 어디 고치겠니?”     대머리는 질겁해 영희 손을 활 놓고 소나무숲 속으로 도망갔다. 바레리나가 망아산 수림 속 방공굴 참사랑 쁠랙홀에 휘말려 들어가며 비명을 지르며 처량하게 손을 허우적거린다! 아니, 저게 뭔가! 색마의 숱한 피해녀들이 손 저으며 아우성치지 않겠는가! 한국의 기생과 일본 기생도 고함치지 않겠는가! 겨울도 아닌데 저게 뭔가?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에서 눈송이들이 날아내리는가? 아니, 숱한 연분홍치마자락이 흩날려내린다.      웬 일인가?     소용돌이치는 쁠랙홀에 숱한 미녀들이 치마자락을 흩날리며 눈송이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지 않겠는가. 얼마나 황홀하고 자유로운 하늘인가?       첫사랑박사가 푸르른 하늘나라에서 복제기술로 숱한 아가씨들을 복제해 내려보내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아가씨들아, 기다려! 변강쇠 간다!"       번대머리는 두 팔을 벌리고 미친듯이 고함치며 꽃나비처럼 연분홍치마폭을 날리면서 춤추며 날아내리는 미녀들한테로 달려갔다.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아가씨들을 받아 안으려고  마주 덮쳐나갔다. ㅋㅋㅋ    참사랑이 벌컥벌컥 높뛰는 심장이 갑자기 고층아파트에서 창문을 박차고 호수에 철렁 뛰여든다. 참사랑에 전 심장은 호수에서 부글부글 끓으면서 무수한 기포를 일으킨다.     태호와 동정호 왕게들이 모여가 가긍한 그 참사랑심장을 떠받들고 호수가에 아득바득 기여오른다. 참사랑에 전 사랑은 졸혼의 언덕에서 우박을 창창 맞으면서도 가슴을 설레이며 높뛴다.     그 불처럼 뜨거운 심장은 참사랑을 이루지 못한 모든 죄를 혼자 떠메고 고행의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 참사랑의 뻘건 심장은 재생의 꼬리로 졸혼의 로맨틱한 서정서사시를 쓰려고 몸부림친다. 우박이 창창 떨어져 불쌍한 심장을 마구 들부셔도 그대의 앞길을 막지는 못한다.        저게 뭔가?        펄떡펄떡 뛰는 심장은 골고다 언덕에서 두 팔을 벌리더니 먹장구름 속으로 씽 날아올라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갑자기 참사랑에 부글부글 끓던 심장은 뻘건 불덩어리로 돼 한줄기 눈부신 참사랑의 레이자빛을 발산한다. 그 한줄기 밝은 빨간 빛은  먹장구름을 산산히 부신다.  어둠침침한 하늘에서 우박과 함께 번대머리 가발이 흩날려 떨어진다. 섬나라 오랑캐변태의 콧수염이 흩날려 내린다. 다이로교수와 마끼의 걸작인 실험관 애기, 복제애기 하늘에서 발버둥질치며 호수에 퉁퉁 처박힌다.    노아의 방주는 저승사자를 싣고 남태평양 녀인도를 벗어나 자유깃발 휘날리며 자유세상을 찾아 거세찬 파도를 헤가르면서 망망한 바도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사막의 마라토너는 책짐을 메고 진달래탑만 앙상하게 남은 사막에서 ㄱ, ㄴ, ㄷ, ㄹ 씨앗을 심고 민족의 혼을 훅 불어넣는다.  환각인가?  마라토너 애쓴 보람으로 모래바람이 윙윙 불어치는 행방없는 사막에서 옹달샘이 퐁퐁 솟구친다. 시들어가던 ㄱ, ㄴ, ㄷ, ㄹ가 아름다운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무더기로 활짝 핀다.  아,  사랑의 오아시스 아닌가! 꽈르릉 꽝꽝! 갑자기 모래바람이 불어치는 사막에서 화산이 폭발했는가? 오색령롱한 한줄기 빛이 하늘로 솟아올라 오로라처럼 삭막한 사막의 지평선에서 오색령롱한 빛을 뿌리지 않겠는가!  희잡을 쓴 성자유의 람루한 깃발이 자유의 녀신동상 어깨를 넘어 맨허튼 하수도 밑구멍에 처박힌다. 희잡에 가려진 새파란 눈에서 추파가 오라라처럼 현란하게 빛뿌린다. 에펠철탑에서 성자유문화의 파란 눈길이 동양 금욕주의자들의 몰골을 비웃으며 흘겨본다.     성자유의 깃발을 든 변강쇠는  졸혼의 방패를 들고 몸부림쳐보지만 철창에 발목이 걸려 가냘프게 신음한다. 성자유의 펑펑 구멍  뚫린 색 바래진 깃발이 가련하게 허허벌판에서 마가을바람에 펄럭거린다. 허위적인 사랑의 파편들, 저렬한 성애의 관널쪼박들이 한줄기 레이자빛을 맞아 산산히 부서져 우박처럼 호수에 쏟아져 처박히며 비명을 지른다. 참사랑의 한줄기 밝은 빛이 지나간 하늘에는 어둠이 산산히 부서지며 맑고 푸른 선이 눈시리게 아물거린다.  동녘하늘에 칠색무지개가 서서히 다리를 놓고 그대들을 손짓해 맑은 하늘로 부른다.     먹장구름을 부시며 사투를 벌이는 심장, 참사랑에 젖은 그 나약한 심장불덩어리가 가엽다. 먹장구름은 빨간 빛에 흩어졌다가도 빨간 불덩어리를 포위해오면서 두터운 어둠으로 뒤덮어버린다. 한줄기 빛으로 먹장구름이 뒤덮인 어둠침침한 하늘을 몽땅 빨갛게 밝히기는 너무나 어림도 없다.        졸혼의 쁠랙홀에서 애처러운 졸혼의 메아리가 참사랑의 혼을 부르며 흐리멍텅한 하늘에서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며 훨훨 나붓긴다. 졸혼에 기댄 사랑의 모든 죄책감을 혼자 다 짊어지고 성인이 십자가를 메고 올라간 골고다언덕을 따라가 넘고 넘어 기나긴 졸혼 여운의 날개가  휘파람을 불며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사막에서, 안개 자욱한 호수에서 유유히 나래친다. 락조로 뻘겋게 물든 바다는 사랑의 신, 자유의 신을 꿀꺽 삼키더니 게트름을 한다. 바다는 별들이 노닐던 자리에 검푸른 자유파도를 베고 누워 하품하면서 낮잠을 청한다.    희말라야 가파로운 둔덕에서 오색령롱한 오로라가 황홀한 빛 뿌린다. 독재의 칼과 창을 들 대신 올리브를 심어 백성들을 살려낸 구세주 헤라, 자유녀신 헤라가 알프스산정에서 사랑의 오아시스에 오라고 손짓하며 목메여 납함한다.   
385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머리말 김장혁 댓글:  조회:1215  추천:0  2023-12-03
   조글로 첫등고 댓글:2  조회:3264  추천:13  2015-03-18 수정 삭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머리말             반만년을 피 줄을 이어온 우리 조선민족은 피눈물 나는 수난도 많이 겪어왔다. 특히 한일 합방 후 야수 같은 일제의 철 발굽 아래 망국노의 설음을 맛 볼대로 다 맛보았다.      나의 증조부와 할아버지, 아버지의 고향은 조선 함경도 명천군의 한 두메산골에 있었다. 일본 놈들은 소잔등 같은 바위돌이 더덕더덕 들어 눈 돌밭에, 심지어 터 밭에마저 곡식을 심지 못하게 하고 소나무를 심으라고 핍박하였다. 손바닥만 한 밭마저 없게 된 우리 일가는 “만주에 가면 땅이 넓어 배불리 먹으면서 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1925년 동지섣달 눈이 풀풀 흩날리는 엄동설한에 정든 고향을 떠나 중국 만주에 들어왔다. 그때 나의 아버지는 일곱 살 밖에 안 됐다. 아버지는 큰아버지의 지게에 올라가 앉기도 하고 몸이 얼어들면 지게에서 내려 걸으면서 부모를 따라 만주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나의 일가가 걸어온 길은 수천수만의 중국조선족들의 피눈물 나는 이야기속의 하나이다. 중국에 들어온 우리 조선족들은 이 땅에 첫 괭이를 박아서부터 해를 이고 나가 달과 별을 지고 돌아오면서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 벌을 만들었고 이 땅을 보호하기 위해 형제민족들과 함께 피를 흘리면서 목숨까지 바쳐 일제 침략자들과 결사적으로 싸웠다. 한반도와 만주에는 항일투사들의 발자국이 역력히 찍혀있다. 의병대장 홍범도 장군, 김좌진 장군, 항일의사들인 안중근, 윤봉길… 등 항일투사들의 얼이 이 땅에 살아 숨 쉰다. 휘날리는 오성 붉은 기에는 우리 조선족 선열들의 선혈도 물들어있다. 그들은 일제를 몰아내고 광복의 기쁨을 맛보았으며 분단의 아픔도 맛보았다. 조선족들은 한족을 비롯한 형제민족들과 함께 중국공산당의 영명한 영도아래 토지개혁을 하여 토지를 분배받았으며 따뜻한 대가정의 현명한 민족정책 아래 이 땅에 연변조선족자치주까지 일떠세웠으며 나라의 진정한 주인으로 되였다. 그들은 중국공산당의 영도아래 이 땅에 두 번째 고향을 개척하였으며 새로운 장렬한 민족의 서사시를 엮었다.        나는 수많은 조선족 할아버지들의 이민사를 정리하면서 그들이 일제 통치하에서 정든 고향을 떠나 신음하며 살아온 피 눈물 나는 이야기, 항일투사들의 피어린 항일투쟁사 그리고 해방 후 당의 영명한 령도 하에 우리 조선족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여온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보고 정리해냈다. 이 내용을 주선으로 조선족 백년 역사의 한 폐지를 보여준 대하소설을 써서 조선족들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를 세워 주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받았다. 그리하여 대학을 갓 졸업한 열혈청년교원시절부터 쉰 고개를 넘어설 때까지 과외시간에 프랑스 작가 발자끄의 “인간희극” 속의 수많은 장편소설들, 조선 작가 리기영의 장편소설 “두만강”, 한국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과 “아리랑”, 한국 작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중국 조선족작가 리근전의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 등 수많은 역사제재소설을 읽으면서 장편소설에서 역사반영의 예술특징을 연구하고 역사제재 소설 창작기량을 닦으려고 모지름을 썼다. 하루 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나는 계몽스승들인 김재권 선생, 김진산 선생, 김설봉 선생, 김철환 선생, 리광평선생의 고무와 지도를 받고 용기를 내여 지난 세기 80년대 초에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창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교원사업이 힘든데다가 대하소설 출판가능성을 저울질하다나니 약 55만여자 창작하고 필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일반교원인 내가 대하소설을 창작하여 출판한다는 것은 중국 조선족 문단과 출판부문으로 놓고 말한다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스스로 정신 기둥이 무너져 물러앉은 셈이었다. 그후 20여 년 동안 십여 차 이사하면서도 나는 그 초고를 버리지 않고 간직해왔지만 감히 계속 써내려갈 엄두를 내지도 못하였다.      그후 20여 년 동안 연변인민방송국의 기자와 연변인민출판사의 편집사업을 하면서 나는 한동안 핍박에 의해 양산박에 오르듯이 “구멍 막기 식 땜질 문학창작”을 해왔다. “성인문학 작가이기에 아동문학창작을 잘 할 수 없다.”는 일부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문학 창작에 몰입하여 아동문학 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꾼”과 장편 과학 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와 “욕망의 천지”를 창작하여 세상에 내놓았으며 “동심컵” 한중아동문학상과 “옹달샘컵” 한중아동문학상도 탔다. 작가협회 수필분과에 속한 작가로서의 체면을 차리려고 수필집 “리별”도 펴내고 수필집출간식도 가졌으며 제1회 두만강수필문학상을 비롯해 대소 수필상도 6개 받았다. 방송국 기자로 사업하면서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와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를 연변인민출판사 김철환주임선생님, 리성권 전임사장과 김근총주임선생님의 방조하에 출간하였다. 그후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을 한국 학술정보사에서 출판하였으며 문학작품집 “사랑은 요술쟁이야”와 실화집 “빨간 장미꽃 함정”을 연변인민출판사와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에서 출판하였다. 그외에 나는 중편과학환상소설 "괴물 클론바우 꼬마대통령 모험기", 중편과학환상소설 "지구보위전", 중편소설 "사랑환상곡", 중편소설 "애인바람", 중편소설 "무덤으로 향한 참사랑" 등 300여편의 중단편소설과 동화, 수필, 실화를 발표하였다.       문학창작에서 신심을 얻은 나는 대담히 다시 필을 들고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창작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구사회로 돌아가 밤이면 밤마다 우리 민족의 조상들과 항일투사들과 함께 당시 생활을 함께 하면서 팬 밤이 그 얼마인지 모른다. 어떤 때에는 꿈에 나타난 그분들과 함께 숨 쉬고 담소하고 울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내 필 끝에서 우리 민족의 조상들과 수많은 항일투사들이 재생했고 작품 속에서 활동하게 되였다. 다년간 방송국 기자 사업과 여러 가지 종합잡지 편집사업을 해왔기에 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보면 어쩐지 열혈 청년시절에 쓴 것보다도 생동하지 못한 곤혹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는 대하소설창작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민족의 사명감과 의무감을 안고 우리 민족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줘야 하겠다는 의욕 밑에 필승의 신념으로 밤중까지 이 대하소설창작에 혼신을 불태웠다. 어떤 때에는 새벽부터 도정신해 글을 쓰다나니 시계를 올려다보고 출근 시간이 돼 짝짝 신을 다 신고 단위로 달려가서 편집들의 웃음거리를 만든 적도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휴식일이면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컴퓨터에 마주 앉아 까딱하지 않고 글을 수개하다나니 엉덩이에 썩 살이 배기고 부스럼과 종기까지 나서 너무 아파 엉덩이를 들고 쪼그리고 앉거나 가슴에 베개를 받치고 엎드려 글을 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창작에 너무 열을 올리다나니 눈이 너무 피곤해 피가 지고 고기가 동공에 씌우기 시작해 수술까지 했다. 그래도 나는 어디로 출장 가든지 핸드 컴퓨터거나 필기장과 필을 가지고 다니면서 소설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한번은 인천공항에서 글 쓰기에 도정신 하다나니 그만 항공편을 놓칠 번 한 적도 있었다. 한번은 길림신문사에서 수필문학상시상식이 있었는데 나는 시간이 아까워 수상하러도 가지 못했다.  또 한번은 길림신문사 로인수기상 평심위원으로 돼 50여편의 수기를 다 평심했지만 시간이 아까와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시간을 짜내  "로년세계" 편집사업을 하면서 소설창작에 몰두하였다. 제일 한심한 것은 그렇게 밤낮 애타게 창작한 파일이 컴퓨터 건판을 하나 잘 못 눌러 50만자나 없어진 것이다. 그때 나는 컴퓨터기술이 차해 되돌리기를 할줄 몰라 파일을 원래대로 복원하지 못했다. 나는 너무나도 애나고 실망하고 맥이 풀려 한 주일이나 다시 컴퓨터에 마주 앉아 글을 쓰지 못했다.       나도 칠정육욕이 있는 사람이다. 남들처럼 술도 마음껏 마시고 장기도 놀고 싶고 아내와 함께 명승고적을 유람하기도 싶었다. 허나    항상 “놀 걸 다 놀고 언제 글을 쓰냐?”라고 하던 김재권 은사님의 가르치심을 되새기면서 부글부글 끓어번지는 놀고 싶은 야마를 정복하고 기나긴 “글 감방”에 갇혀 글을 쓰고 또 썼다. 나는 20여 년 기나긴 세월 글 감옥에 갇혀 우리 조선민족을 위해 뭔가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끝내 만들어 냈다는데서 더 없는 긍지감을 느낀다. 오늘 “글 감방”에서 나오면서 “글 감방”에 갇혀 살아온 지나간 나날들을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생행로에서 아주 보람차게 살았다고 가슴깊이 느낀다.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에 많은 흠집이 있으리라고 생각되면서도 우리 민족 조상들이 살아온 한 폐지를 찾아볼 수만 있고 우리 조선민족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주었다면 행운으로 여기겠다. 나는 평생의 정력이 깃든 이 대하소설을 항일전쟁승리 70돐과 우리 사랑스런 조선민족의 광복 70돐에 삼가 드리는 바이다.      생전에 많은 역사제재를 제공한 우리 민족의 조상들에게 감사의 큰 절을 올린다. 그리고 이 대하소설의 출판을 위해 용기와 신심을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삼가 감사를 드린다. 특히 한국 새 천년 민주당 전임대표이며 세계선린회 서영훈 이사장님, 이웃사랑복지회 이정호 회장님, 한국 경기도 교육삼락회 채순목 회장님, 계몽스승들인 김재권선생님, 김설봉선생님, 김철환선생님, 김진산선생님, 그리고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이성권 전임사장과 료녕민족출판사 조문편집실 전임주임이며 심양시 고려경제문화교류중심 이사장 전정환,  그리고 이 대하소설을 힘써 내준 한국 교문사 이완표 사장님과 편집선생님 여러분께 삼가 감사를 드린다.         저의 작품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드넓은 민족심으로 널리 량해할 것을 바란다.                                                                         저자 김장혁                                                                                                                                                        2013년 1월 31일 중국 연길에서
384    《울고 웃는 고향》은 “민족혼의 대 서사시” 김태국 기자 댓글:  조회:593  추천:0  2023-12-02
   《울고 웃는 고향》은 “민족혼의 대 서사시”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9-20 10:22:45 ]        지난 9월 16일 오후,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77학번 동창회의 주최로 연길시 한성호텔 커피숍에서 개최된  기조발언에서 문학평론가 김몽(김룡운)은 다산작가 김장혁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민족혼의 대 서사시’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1981년 12월에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를 졸업하고 선후로 룡정중학교 교원,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임과 주필을 력임하고 2018년 5월에 편심으로 정년퇴직한 김장혁작가는 30여년 동안 대하소설 《진달래소야곡》(총 4권),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 《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중문), 장편정탐실화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수필집 《리별》,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 등 저서 10여부(20권)를 펴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혼인 풍속도를 보여주는 《졸혼》(총 3권, 현재 〈조글로〉에 련재중)을 창작하여 독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또한 백두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등을 30여차 수상하면서 문단과 독자들의 인정을 받은 실력파 작가이기도 하다.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77학번 동창들과 문인들이 참가한 좌담회에서 평론가 장정일, 김성우, 허휘훈, 소설가 정세봉, 손룡호, 시인 전병칠, 박춘월 등이 자유발언을 하였는데 김장혁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년대기식 대하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한 세대를 새롭게 조명했다.”, “허구적인 인물을 통하여 시대적 인물을 재조명했다.”, “정착의식, 망향의식, 주인공의식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한 동시에 작가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사유를 가지고 있으며 사유의 끈을 이어가는 면이 돋보인다.”, “미칠 정도로 소설 창작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다산 작가이자 가슴에 뜨거운 민족애를 품은 작가이다.”고 각각 평가했다.     특히 평론가 김몽은 라는 제목의 기조발언에서 소설, 실화, 수필, 과학환상소설 등 여러 쟝르의 작품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창작하는 다산작가인 김장혁은 “가슴에 민족애를 품은 사람이다. ”고 하면서 그가 30여년간의 심혈을 몰부어 창작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웃음보다 울음의 빛갈이 짙고 찬양보다는 비판적 요소가 다분하며 인물형상 창조에서 긍정인물이든 부정인물이든 모두 한폭의 생생한 그림을 보듯이 실감이 나게 부각하였기에 독자들의 구미를 돋구었다고 지적하였다.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중국으로 온 고난의 이민사, 당의 령도하에 형제 민족들과 함께 일제에 맞서 싸운 감동적인 항일투쟁사 및 토비숙청, 토지개혁, 항미원조 등 부동한 시기를 반영했을 뿐만아니라 해방후 이 땅에 제2의 고향을 건설하고 반우파투쟁, 대약진 등 정치운동, 개혁개방이후의 민족 대이동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민족혼의 대 서사시’라는 평을 받는다.     김장혁작가는 답사에서 “나는 대학시절에 리기영의 장편소설 을 읽은 후 1900년대 초부터 말까지 아우르는 조선족 백년 력사의 한페지를 보여주는 장편소설을 써서 조선족 조상들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주고 싶은 강한 충동을 받았다.”고 대하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파란곡절 끝에 평생 정력을 다해 350여만자 분량의 총 7권으로 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써냈다고 힘들고 지루했지만 사명감으로 불탔던 창작과정을 설명했다.    
383    통신 소설창작 그것은 나의 평생직업 리련화기자 댓글:  조회:877  추천:0  2023-11-05
    “소설 창작, 그건 나의 평생직업…”                                                                                                                  발표시간 2022-09-23 10:11:52       지난 2022년 9월 16일, 김장혁소설문학좌담회가 연길에서 있었다.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77학번 동기생 및 평론가, 소설가, 시인 등 20여명이 모여 김장혁 작가의 소설 출간을 축하하고 그의 작품에 대한 평론 및 소감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담회에서는 평론가 김룡운이 김장혁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 대해 라는 평론을 발표, 김장혁을 “소설, 실화, 수필, 판타지 등 다양한 쟝르의 작품을 창작한 다산작가”라고 평가하면서 “저자가 20여년에 걸쳐 빚어낸 이 대하소설은 비판적사실주의 작품이며 전편에 걸쳐 따스한 민족애가 잔잔히 관통돼있다.”고 서술했다. 이날 김룡운의 평론에 이어 장정일, 김성우, 손룡호, 정세봉, 허휘훈 등도 김장혁의 작품에 대해 진솔한 평가를 했다.    《울고 웃는 고향》은 20세기초로부터 우리 조선족이 걸어온 100여년의 력사를 그린 이야기이다. 김장혁은 지난 세기 80년대초부터 집필을 시작해 장장 30여년에 걸쳐 총 7권, 350여만자에 달하는 이 작품을 탈고했다. 창작후기에서 그는 우리 민족의 백년 력사를 보여준 장편소설을 쓰려고 리기영의 《두만강》, 박경리의 《토지》, 라관중의 《삼국연의》,  시내암의 《수호전》 등 수많은 력사소설을 열독하고 이런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특징을 연구하고 학습했다고 털어놨다. 또 소설창작에서 사실주의 창작원칙을 위주로 국내외 작가들의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답습해 력사진실과 예술의 진실을 구현하면서 지난 세기부터 현세기초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백년 력사를 보여주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나의 부모님을 비롯한 수많은 조선족 로인들은 일찍 나에게 일제의 철발굽 아래 신음하면서 어렵게 살아온 눈물겨운 가정사를 천하루밤의 이야기처럼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소설을 쓰다가도 해방 전 일제 때 창씨개명 등 대목에 걸리면 아흔고개를 넘은 고령의 어머니한테 묻군 했었죠.”      뒤늦게 완성된 작품집, 그러나 부모님들도 기다려주지 못했고 문학창작의 길에서 끊임없이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고 진정어린 가르침을 주었던 스승 김재권도 김철환도 계시지 않았다. 어린시절 문학의 길로 이끌어줬던 김진산 선생님만이 다행히도 작품집을 기다려냈다.      김장혁은 1958년에 연길현 조양공사에서 출생했고 1981년 12월에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를 졸업했다. 지금까지 룡정시 룡정중학교 교원,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연변인민출판사 편집 및 《로인세계》 등 잡지의 주필로 몸담았고 2018년에 정년퇴직했다. 그는 교원, 기자, 편집 사업을 하는 한편 아동문학, 장편판타지, 수필, 장편실화 등 300여편을 창작, 발표했고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 수필집 《리별》,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 등 작품집도 20여권을 출간했다.       “문학창작의 길이 어려운 사막에서의 외로운 마라톤일 줄은 몰랐습니다. 풍파도 많고 곡절도 많은 인생길에 질투와 무함, 상처가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이를 악물고 아픔을 동력으로 삼아 한편, 또 한편의 글을 써냈습니다.”      창작에 몰두한 나머지 시력저하가 와서 수술까지 받았고 컴퓨터 앞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부스럼과 종기까지 나기도 했다. 어디로 가든지 컴퓨터나 필기장을 갖고 다니면서 창작을 멈추지 않던 나날이 계속됐고 지어 항공편을 놓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지금껏 다른 취미생활은 포기하고 창작에만 몰두해온 김장혁은 기나긴 세월을 자칭 ‘글의 감옥’에 갇혀 지냈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나를 기자, 편심, 작가로 키워준 당과 인민의 충성스러운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나의 필명 ‘민성’이라는 이름 그대로 백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글을 쓰면서 외나무다리를 타고 기어이 가람을 건너 온 누리에 꽃을 활짝 피우고 싶습니다.” 요즘 그는 새로운 혼인 풍속도를 그린 장편소설 의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이다. 현시대 중,           로년들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생활상을 그린 이 작품은 온라인에서 꽤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단편으로 시작했다가 중편으로 마무리했고 독자들의 뜨거운 반향에 힘입어 현재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중이다.      “지금은 온라인시대입니다. 국내 출판에 얽매이지 않고 네티즌들의 반향을 념두에 두고 창작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창작방향을 수정하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평론가이고 편집이며 소설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독성 있는 작품만이 오래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김장혁은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평생직업이라고 하면서 여생에 사명감과 의무감을 안고 꾸준히 예술성과 가독성을 겸비한 작품을 창작할 것이라 밝혔다.                                                   글· 사진 리련화 기자  
382    통신 문학소년의 꿈 김태국기자 댓글:  조회:841  추천:0  2023-11-05
​     인물통신      문학청소년의 꿈                               김태국 기자        1970년대까지만 해도 문학은 수많은 조선족청소년들의 꿈이였다. 1975년 6월, 조양공사 방송소에는 한 고중생이 견습기자로 들어섰다. 그가 바로 조양공사 5.7중학교 고중문학반의 문학에 각별한 애호를 가진 문학청소년,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김장혁이라는 학생이였다.        김장혁은 김진산선생의 지도하에 학교작문써클에서 활동하는 한편 짤막한 신문보도와 학생작문을 써서 연변인민방송국과 연변일보에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그가 고중을 졸업하던 1976년에는 대학입시가 없었기에 농촌에 내려가 소몰이군을 해야 했다. 그때 그는 조양공사 문화소 소장인 김재권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수많은 소설책을 읽으면서 문학에 어섯눈을 뜨기 시작하였고 민담정리와 소설창작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그는 밭일을 나갈 때에도 소설책을 호주머니에 넣고 가서 쉼시간이면 떠들썩하게 수다를 떠는 아낙네들을 멀찍이 떨어져 물도랑 옆이거나 논두렁 아래에 누워 소설책을 열심히 읽었다. 소방목 할 때면 항상 책을 가지고 가서 소를 산이나 강가에 몰아놓고 소설책을 읽군 하였다. 문학에 뜻을 둔 청소년은 소궁둥이를 치는 자기 신세 너무 쓸쓸하고 답답하면 산에 올라가  소몰이를 하면서 한 많은 사래긴 밭을 내려다보며 쓸쓸히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책을 놓지 않고 탐독하였다. 그리하여 "농촌에 뿌리 박을 생각을 하지 않는 "책벌레"로  빈하중농들의 눈에 나기도 하였다. "독서무용론"이 살판치거나 "더러운 아홉째(지식분자를 홀대하던 말)를 비판하던" 당시 세상형편도 문학의 꿈을 꾸던 한 청소년의 독서와 창작의 굳은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배우고           중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다        그 이듬해 대학입시가 회복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입시복습을 하려하였지만 생산대에서는 허락하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그는 교하현에 시집간 큰누나네 집에 가서 숨어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에 진학하였고 그 시절 그의 꿈은 대학을 졸업한 후 현문화관에 들어 마음껏 문학창작을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룡정중학교에 배치받아 조선어문 교원으로 되여 거의 절망상태에 빠진 그를 보고 룡정시문련 주석으로 사업하던 김재권 선생이 그에게 “교원사업을 하면서도 문학창작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힘과 용기를 주었다. 계몽스승님들을 모시고 문학창작을 시작        손바닥만한 조양천에 비하면 룡정은 큰 도시였고 그때만 해도 룡정시 문화관 창작실의 김재권, 리태수, 황병락 등 연변에서 꽤 유명한 작가들과 문학애호가들이 많았다. 김장혁은 그들을 따라 ‘보름회’라는 문학단체에 다니면서 문학창작수업을 하였다. 그는 휴식시간을 리용하여 수많은 조선족할아버지들의 이민사와 그들이 일제 통치하에서 정든 고향을 떠나 신음하며 살아온 피 눈물 나는 이야기, 항일투사들의 피어린 투쟁사 그리고 해방 후 당의 영명한 령도하에 눈리는 행복한 생활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하루 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은 아마 김장혁 작가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는 용기를 내여 1980년대 초에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창작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힘든 교원사업보다도 당시 대하소설 출판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저울질하면서 약 55만자가량 쓰고 필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다        그가 마음껏 창작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가 연변인민방송국의 기자와 연변인민출판사의 편집사업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동안 그는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와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를 출간하였고 그후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 《사랑은 요술쟁이야》와 실화집 《빨간 장미꽃 함정》과 중편과학환상소설 , 중편과학환상소설 , 중편소설 , 등 300여편의 중단편소설과 동화, 수필, 실화를 발표하였다.         《로년세계》잡지 주필시절.       그의 말을 빈다면 아동문학창작을 하게 된 계기는 그가 연변인민출판사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였다. 그 시기 그는 아동문학 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꾼》과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와 《욕망의 천지》를 창작하여 세상에 내놓으면서 “성인문학 작가가 아동문학창작을 잘 할 수 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을 잠재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문학창작에서 신심을 얻은 김장혁은 20여년 전에 접어두었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창작을 다시 조용하게 꺼내들었다.         그는 장황한 미사려구에 기댄 문학성보다도 그저 백성들이 재미있게 즐겨 읽는 통속적인 소설을 창작하는데로 방향을 잡았다.           독자와 문단의 인정을 받다         “독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평론가들이다. 문학이 텅 빈 내용으로 장황한 미사려구나 음풍영월을 늘어놓으면 인민성을 떠나고 사실주의를 떠나게 되여 생명력이 없어 질 것이다.” 이는 김장혁 작가가 늘 하는 말이다.       지난 9월 16일에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77학번 동창회의 주최로 연길시 한성호텔 커피숍에서 개최된 에서 문학평론가 김룡운은 다산작가 김장혁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대 서사시’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그번 좌담회에서 김장혁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년대기식 대하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한 세대를 새롭게 조명했다.”, “허구적인 인물을 통하여 시대적 인물을 재조명했다.”, “정착의식, 망향의식, 주인공의식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장혁 작가가 근 40년 시간을 들여 창작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중국으로 온 고난의 이민사, 당의 령도하에 형제 민족들과 함께 일제에 맞서 싸운 감동적인 항일투쟁사 및 토비숙청, 토지개혁, 항미원조, 사회주의 건설시기와 개혁개방시기 등 부동한 시기를 반영했을 뿐만아니라 해방후 이 땅에 제2의 고향을 건설하고 반우파투쟁, 대약진 등 정치운동, 개혁개방이후의 민족 대이동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대 서사시’라는 평을 받는 동시에 중국조선족문단의 대표적인 대하소설이라는 평을 받는다.          제1회 두만강수필문학상을 수상하고        작가의 꿈을 가졌던 당돌하고 끈질긴 문학소년 김장혁은 대학을 졸업하고 선후하여 중학교 교원, 방송국 기자, 출판사 편집을 거쳐 편심으로 정년퇴직하는 비교적 원만한 인생행로에서 대하소설 《진달래소야곡》(총 4권),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3부작 대하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 《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중문), 장편정탐실화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수필집 《리별》,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 등 저서 20여권을 펴냈다. 백두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등을 30여차 수상하면서 문단과 독자들의 인정을 받는 실력파 작가로 성장하면서 작가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기까지가 아니다.          꿈에 이어 사명을 다할 터       “작가의 평생 사명은 창작이다.” 작가로 되는 꿈은 이루었지만 사명을 끝까지 하겠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요즘 그는 새로운 혼인 풍속도를 그린 장편소설 《졸혼》(총 6권)을 창작하여 인터넷에 련재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이다. 현시대 중, 로년들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생활상을 그린 이 작품은 온라인에서 꽤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단편으로 시작했다가 중편으로 넘어갔고 다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응원에 힘입어 현재 계속 6권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온라인시대이다. 출판여부를 떠나 댓글을 통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념두에 두면서 창작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창작방향을 수정하는 것 또한 작가의 즐거운 경험이다. 오직 독자들에게 작품으로 인정되여야 오래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의 사명을 다해가는 김장혁 작가의 내심 고백이다.
381    통신 <<울고 웃는 고향>>은 민족의 대서사시 김태국기자 댓글:  조회:810  추천:0  2023-11-05
《울고 웃는 고향》은 ‘민족혼의 대 서사시’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9-20 10:22:45 ]            지난 2022년 9월 16일 오후,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77학번 동창회의 주최로 연길시 한성호텔 커피숍에서 개최된 기조발언에서 문학평론가 김몽(김룡운)은 다산작가 김장혁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민족혼의 대 서사시’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1981년 12월에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를 졸업하고 선후로 룡정중학교 교원, 연변인민방송국 기자, 연변인민출판사 《청년생활》잡지사 부주임, 《소년아동》잡지와 《별나라》잡지 련합편집부 부주임, 《농가》잡지와 《로년세계》잡지 련합편집부 주임과 주필을 력임하고 2018년 5월에 편심으로 정년퇴직한 김장혁작가는 30여년 동안 대하소설 《진달래소야곡》(총 4권),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총 7권), 장편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 《욕망의 천지》, 《황천의 유령》, 장편실화소설 《38선에서 싸우던 나날에》, 장편실화 《인민의 훌륭한 법관 록도유》(중문), 장편정탐실화 《부르하통하강반 살인악마의 유령》, 수필집 《리별》, 아동문학작품집 《호랑이와 사냥군》, 문학작품집 《사랑환상곡》 등 저서 10여부(20권)를 펴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혼인 풍속도를 보여주는 《졸혼》(총 3권, 현재 〈조글로〉에 련재중)을 창작하여 독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또한 백두문학상, 아리랑문학상, 전국소수민족아동문학작품우수상 등을 30여차 수상하면서 문단과 독자들의 인정을 받은 실력파 작가이기도 하다.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77학번 동창들과 문인들이 참가한 좌담회에서 평론가 장정일, 김성우, 허휘훈, 소설가 정세봉, 손룡호, 시인 전병칠, 박춘월 등이 자유발언을 하였는데 김장혁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년대기식 대하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한 세대를 새롭게 조명했다.”, “허구적인 인물을 통하여 시대적 인물을 재조명했다.”, “정착의식, 망향의식, 주인공의식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한 동시에 작가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사유를 가지고 있으며 사유의 끈을 이어가는 면이 돋보인다.”, “미칠 정도로 소설 창작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다산 작가이자 가슴에 뜨거운 민족애를 품은 작가이다.”고 각각 평가했다.        특히 평론가 김몽은 라는 제목의 기조발언에서 소설, 실화, 수필, 과학환상소설 등 여러 쟝르의 작품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창작하는 다산작가인 김장혁은 “가슴에 민족애를 품은 사람이다. ”고 하면서 그가 30여년간의 심혈을 몰부어 창작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웃음보다 울음의 빛갈이 짙고 찬양보다는 비판적 요소가 다분하며 인물형상 창조에서 긍정인물이든 부정인물이든 모두 한폭의 생생한 그림을 보듯이 실감이 나게 부각하였기에 독자들의 구미를 돋구었다고 지적하였다.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중국으로 온 고난의 이민사, 당의 령도하에 형제 민족들과 함께 일제에 맞서 싸운 감동적인 항일투쟁사 및 토비숙청, 토지개혁, 항미원조 등 부동한 시기를 반영했을 뿐만아니라 해방후 이 땅에 제2의 고향을 건설하고 반우파투쟁, 대약진 등 정치운동, 개혁개방이후의 민족 대이동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민족혼의 대 서사시’라는 평을 받는다.         김장혁작가는 답사에서 “나는 대학시절에 리기영의 장편소설 을 읽은 후 1900년대 초부터 말까지 아우르는 조선족 백년 력사의 한페지를 보여주는 장편소설을 써서 조선족 조상들에게 자그마한 기념비라도 세워주고 싶은 강한 충동을 받았다.”고 대하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파란곡절 끝에 평생 정력을 다해 350여만자 분량의 총 7권으로 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써냈다고 힘들고 지루했지만 사명감으로 불탔던 창작과정을 설명했다.
380    통신 연변주아동문학연구회 주렁찬 성과를 리련화 기자 댓글:  조회:719  추천:0  2023-10-21
   2023. 10. 20. 금요일 해란강문예판                     “시대에 걸맞은 참신한 아동문학 작품을…”                                          지난 9월 중순, 제3회 골든해양아동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설립 26돐을 기념하는 모임도 함께 펼쳐졌다.              자화자찬하는 아동문학 작품이 아니라 새시대 첨단과학기술 등 새로운 요소를 접목시켜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는 작품을 써야 할 것…         지난 9월 중순, 제3회 골든해양아동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설립 26돐을 기념하는 모임도 함께 펼쳐졌다.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는 올 3월에 제7기 회장단을 선거하고 새 당지부, 리사단, 운영위원회를 조직했다. 사단법인 김만석, 회장 김장혁, 부회장 김철호 등이 당선되였으며 운영위원회 주임은 해양항운회사 리사장인 김동철이 맡았다.       새롭게 거듭난 연구회는 관련 사업들을 하나둘씩 착실히 완수, 회원대오를 정돈하고 조직건설을 강화했으며 덕재가 겸비한 아동문학애호가들로 부단히 조직을 확충했다. 김장혁 회장은 사업총화에서 연구회가 걸어온 26년 세월을 회고하고 연구회가 아동문학 창작과 연구 면에서 이룩한 성과를 상세히 소개했다.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는 1997년 3월 21일에 설립되였다. 당시 연변대학 정판룡 교수가 연구회 고문으로 나섰고 김만석 교수가 초대 회장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초기부터 정판룡 교수는 연구회를 위하여 많은 건설적인 제안을 했는데 연구회는 말 그대로 학술연구에 모를 박은 채 아동문학리론을 총화하고 아동문학리론체계를 구축하며 아동문학 창작을 리드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김만석 초대회장은 사단법인 직무를 맡고 연구회를 사상 면에서 옳바르게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일을 추진했다.       특히 김만석 초대회장은 아동문학작품을 총화하는 사업 면에서 많은 일을 해왔는데 아동문학선집을 편집하고 출판하는 사업을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김만석 초대회장은 연구회를 설립하기 전부터 아동문학 총화 사업을 시작하였는바 1989년 북경대학 박충록 교수와 손잡고 《중국조선족문학선집》의 제10권인 《중국조선족아동문학선집》 편집에서 부주필을 맡아 출판한 경력이 있다.       김만석 초대회장은 연구회를 설립한 다음 본격적으로 《조선족아동문학선집》 편집 계획을 세우고 하나둘 실천해왔다.       지금까지 연구회는 《중국조선족아동문학대계》, 《우수아동소설선집》, 《중국조선족 아동문학 평론집》, 《중국조선족 2000년대 아동문학평론집》 등을 출판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출판한 선집에 발표된 아동문학작품은 도합 399편(수)으로 집계된다.       한편 2021년부터 연구회는 연변대학출판사의 위탁을 받고 《중국조선족 당대원작 50부 아동문학선집》의 편집 임무를 맡았다. 원래 계획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중국아동문학작품(중문)을 우리 말로 번역하여 출판하기로 되였었다. 연변대학출판사 조선문편집부에서는 상세한 조사와 조률을 거쳐 이 100부 가운데 중국조선족 당대아동문학작품집 50부를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선집은 국가신문출판서의 프로젝트도서 가운데 하나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출판하게 된다. 1980년대부터 2022년까지 아동문학 대표작품을 집대성한  《중국조선족 당대원작 50부 아동문학선집》은 개인동시집 16부, 개인동화집 8부, 개인소설집 15부, 개인종합집 3부, 련명합동집 8부로 구성되였는데 이미 편집을 마치고 출판을 앞두고 있다.       이 선집은 개혁개방 이래 중국조선족아동문학을 총화한 것으로 당대 중국조선족아동문학의 성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무려 50부나 되는 대형 문학선집이라는 데 그 력사적 의의가 있다.      김장혁 회장의 소개에 따르면, 연구회에서는 또 올 4월말에 회의를 열고 《중국조선족 아동문학 쟝르 발전사》 편집진을 구성, 향후 2년내에 편집을 완성할 계획이다.       김장혁 회장은 “우리 3, 4, 5세대 아동문학작가들은 시대의 사명감과 의무감을 지니고 창작에 림해야 할 것”이라면서 “과학정보 폭발의 시대에 성인끼리 써서 성인끼리 자화자찬하는 아동문학작품이 아니라 새 시대 첨단과학기술 등 새로운 요소를 접목시켜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는 작품을 써야 할 것”이라며 시대에 걸맞는 참신한 아동문학작품을 써낼 것을 호소했다.                                                                                                                             글·사진 리련화 기자                                                                                                                       责任编辑:南明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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