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 중 원조 가출소녀는 선화공주였네
유행에 너무나 민감해서
잡스러운 노래 몇 마디에도
알라딘 담요표 바람 든 허파를 타고
금지옥엽,저 한번 본다고
활활 불 켠 낭도들이 별로 뜬
신라의 하늘 하나만 달랑 뜯어다가
장마 비 장단에 흐트러지는 궁남지
백제 하늘에다 걸어 놓고
개구리 울음보다 더 시끄러운 심장소리를
방생해 버렸는데
속세를 두고 속세로 건너 온 가슴이
파닥거리며 물고기로 물결에 놀다가
그만 삼라만상을 만났다 소식 있더니
이미 꽃삽 잡는 손이 되고 말았네
밥만 먹으면 할 줄 아는 것 오로지
연밥을 낳는 일 뿐이어서
어쩜, 부처의 말이기도 하고
또, 아드님의 가르침 같기도 한 향기로 ,
자명종을 틀어 놓았는데도,
펑퍼짐하니
살집 두꺼운 궁둥이가 다 닳도록
무더기 무더기로 사설을 휘갈겨 놓는데
별 대답이 없기는
천 년 전에도 그랬고
수 만년 뒤 까지도 그럴 것이라는
저 자비란 이름의 사랑도
알고 보면 정 많은 봄바람 하나가
제 철로 신고 다니던 백구두
미움하고 사랑 사이에서 사분지 이박자
삼바 조로 놀던 그 왈가닥이었네
아무리 그래도
선화가 서둘러 보쌈 당 한 날은
바람 불면 달빛 구겨진다거나
찡그리면 별빛 흐려진다고
눈짓만 살짝 가려 뜨는 봄밤이었을 것이네
그 때도 지역 사투리는 각각 서러웠겠지만
그늘에서 풀려난 햇빛처럼 환한 연애사
나제통문을 넘나들던 그 아미타였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