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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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편지 쓴다
2017년 05월 20일 18시 47분  조회:2084  추천:0  작성자: 륙도하
밤 하늘에 편지 쓴다

장경매(외3수)

까만 하늘에
서러움이 눈물을 찍어
탁탁탁 타자한다

노오란 빛줄기에
그리움을 구슬처럼 꿰여서
언어를 만들고

명절날에 모여 앉았을때
가끔 힘들었을때
생각나서 울먹했던 사연들을
줄을 세워 행을 만들며
자판기 위에서
하늘 나라 엄마께로 달린다

외로움에 쩔은 아버지 슬픔을
행간에 꽁꽁 박아 싣고
비틀 젖어 달리던 손을 멈추면
하늘도 까맣게 소나기 퍼붓는다
엄마 생각

눈물에 문자들이 지워 지고
지워지면
또 타자하고
온 하늘에 꽉ㅡ 채우면
하얀 구름 카텐을 거두고
읽어 보실거야
하늘에 계신 우리엄마



치마저고리

천지 푸른 물을 길어다
저고리라 지어 놓고
왼쪽 가슴팍에
손을 얹고 귀를 기울이면
겨레의 심장박동이 쿵쿵 뛴다
장백산 폭포를 끊어
주름 잡아 치마를 지어 놓고 바라 보면
하늘색 열두폭 자락에
연분홍 진달래
살포시 내려와 앉는다
얼굴 반쯤 묻고 눈을 감으면
거대한 양수가 쏟아진 흔적
두만강 압록강 송화강
삼둥의 씩씩한 발자국이 보인다
도라지 춤에 다슬린 코신을
그 밑에 집어다 놓으면
하얀 쪽배들이 동동
백의민족의 꿈을 싣고
바다에 새 아리랑으로 흘러 간다


시간이 기어간다

붕대감은 마음이
술병을 기대고 앉아
죄없는 명태만 쫙쫙 찢는다
비참하게 찢기고 씹히면서
울컥 짜증들이 일어서는 광란
술병이 꺼꾸로 흔들리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털리며
좌우로 발버둥치는 상처
더뎅이도 앉을가 말가 망설인다
예고없이 와서 사정없이 뿌린 맹세
하루아침 이슬로 사라져
빈 그 자리서 피멍으로 돋아난 아픔
술에 타서 마시고
눈물에 찍어 삼킨다
빨리 흘러간다 원망했던
시간도 나를 닮아
신음하며 기어간다


지평선

하늘 두 끝을 휘어다 땅의 두 끝에 이은
직경선 저 너머엔
달이 둥실 떠서
"으"하고 숫한 별아기를 낳는다

우주를 반으로 접은
별들의 밥상 반원 안에는
아기들 흘린 밥알을 밀어 내며 
둥실 뜨는 아침해
"으"하고
대지에 파란 애기들을 해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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