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시인의 시
너는 늙지 마라
이생진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도 미안한데
피곤한 젊은이의 자리까지 빼앗아
미안하다
‘너도 늙어봐라’
이건 악담이다
아니다
나만 늙고 말 테니
너는 늙지 마라
늙으면 서러운 게
한두 가지 아니다
너는 늙지 마라
있었던 일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널 만나고 부터
이생진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 부터는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흰구름의 마음
이생진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가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
꽃과 사랑
이생진
꽃은 사랑의 변명이다
아름답다며
코를 갖다 대는 동기와 동일하다
이런 동일함 때문에 시를 쓴다
하지만 시를 코에 대는 사람은 없다
시는 머리로 읽고
가슴에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는 시드는 일이 없다
그래, 너에게 시를 바치는 일은
너에게 꽃을 바치는 일보다
더 그윽한 일이다
성산포에서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다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나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 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버려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
내가 백석이 되어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 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 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티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 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이 그려 놓고 간 그녀의 스무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 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서산에 해는 지고
이생진
서산에 해는 지고
나처럼 갈 데가 없어 지는 해
가지 말라고 날 붙잡는 사람이 있다
마지막 길을 동행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유혹에 약한 내가 먼저 쓰러진다
해가 지더니 해가 내 옆에 쓰러지고
달이 오르더니 달도 내 옆에 쓰러진다
아무도 일으켜 세우는 이가 없어서
쓰러진 채로 밤을 새웠다
자고 일어나니
따라오던 사람이 없다
그럴 줄 알았다
어디서 또 만날지
그건 전혀 모른다
그렇게 가고 있다
시집 < 무연고 > 작가정신, 2018
강물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시한잔해요
우리 집 뜰
천상병
서울과 의정부가 맞붙은 곳에
자리 잡은 이 집은 가난한 집이다.
그래도 뜰은 볼 만하다.
감나무와
버드나무와
무궁화 꽃이 피며
이름도 모를 잡나무가 있다.
장모님과
여고 삼 년인 영진과
마누라 그리고 셋방 든 홍 씨와
합해서 일곱 명이 살고 있는 이 집은
뜰로서 부끄럽지 않다.
언제나 푸르고 녹색인 뜰
맑고 곱고 아담한 뜰
나는 생각나면
이 뜰에서 쉰다.
그 포근함이여
깨끗한 공기여.
깊어가는 가을밤
-인사동
이생진
허무는 일이 한창이다
인사동은 옛집을 허물고
먼 섬은 옛 벼랑을 허물고
뭘 믿고 허무는지 모르겠다
인사동은 모래에 돌을 섞어 철근을 박고
섬은 허리를 잘라 바람을 막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쫒아다니며 막는다
사람의 힘으로 바람이 막아질까
세워놓은 제방이 사람과 한꺼번에 무너진다
오늘만 살고 말 것인지
이쪽에서 허물고 저쪽에서 허무는 바람에
내일이 견디지 못한다
내일이 없는 시를 귀뚜라미가 읽는다
귀꾸라미는 슬픈 시만 골라서 읽는다
깊어가는 가을밤
휴지통 옆에서 시 읽는 소리
내일이 없어도 시는 아름답다
- 시집 『인사동 』 (우리글, 2006)
가난한 시인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훈장처럼 달아주고
참아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한 시인보고는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없이
시간이 아까와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되어 읽는다
ㅡ 시 감상
* 자고로 시인은 가난했다. 아니 가난해야만 했다. 가난해야 시인 같았고 배고파야 시인다웠다. 하여, 시인에게 있어 가난이란 천형과 같은 굴레이거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 양 도금이 되었다. 그러므로 감히 배부른 자는 시인이 될 수 없고, 어찌어찌하여 시인이 된다 해도 제대로 된 시나, 이름을 얻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천상병이란 시인은 거지나 다름없이 평생을 가난과 더불어 살았으므로, 그의 삶 자체가 온통 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속한 세상일수록 가난한 시인의 노래가 더욱 진실하고 애절한 법이니까. 그래도 가난은 아프다. 시인에게도 가난은 많이 아프다. 가난의 절반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김인육 시인.
가난한 시인
이생진
가난한 시인이 펴낸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는다.
가난은 영광도 자존도 아니건만
흠모도 희망도 아니건만
가난을 훈장처럼 달아주고
참아가라고 달랜다
저희는 가난에 총질하면서도
가난한 시인보고는
가난해야 시를 쓰는 것처럼
슬픈 방법으로 위로한다.
아무 소리 않고 참는 입에선
시만 나온다
가난을 이야기할 사이없이
시간이 아까와서 시만 읽는다.
가난한 시인이 쓴 시집을
가난한 시인이 사서 읽을 때
서로 형제처럼 동정이 가서
눈물이 시되어 읽는다
ㅡ 시 감상
* 자고로 시인은 가난했다. 아니 가난해야만 했다. 가난해야 시인 같았고 배고파야 시인다웠다. 하여, 시인에게 있어 가난이란 천형과 같은 굴레이거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 양 도금이 되었다. 그러므로 감히 배부른 자는 시인이 될 수 없고, 어찌어찌하여 시인이 된다 해도 제대로 된 시나, 이름을 얻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천상병이란 시인은 거지나 다름없이 평생을 가난과 더불어 살았으므로, 그의 삶 자체가 온통 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통속한 세상일수록 가난한 시인의 노래가 더욱 진실하고 애절한 법이니까. 그래도 가난은 아프다. 시인에게도 가난은 많이 아프다. 가난의 절반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김인육 시인.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 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1000억의 재산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을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그게 무슨 소용 있어''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 쯤에서 태어나 문학할 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의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 데는 ''시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시집『그 사람 내게로 오네 』(우리글 ,2003)
시를 훔쳐가는 사람
이생진
"○○ 시인님
시 한 편 훔쳐갑니다
어디다 쓰냐구요?
제 집에 걸어두려고요"
얼마나 귀여운 말인가
시 쓰는 사람도
시 읽는 사람도
원래는 도둑놈이었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만 들끓어도
걱정을 않겠는데
시를 훔치는 도둑놈은 없고
엉뚱한 도둑놈들이 들끓어 탈이다
내 시도 많이 훔쳐가라
하지만 돈 받고 팔지는 마라
세상은 돈 때문에 망했지
시 때문에 망하지는 않았다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천상병 시인
이생진
1
북한산 올라와 건너편 수락산을 보면
천상병 시인 생각난다
어느 해 늦은 겨울 밤
혜화동 로터리 지하다방에서
<분수>동인들이 시낭송을 하고 있을 때
젊은 시인 김낙영의 등에 업혀 왔었지
의자에 내려놓자마자
"야, 생진아, 난 니가 스물 다섯 살인줄 알았데,
히히히"
늘 늙어보이는 시인 천상병
그때 나는 쉰 다섯이고 그는 쉰 넷이었는데
그는 나보다 서너 살 더 먹어보였지
자고 일어나면 하늘로 돌아가겠다던 시인
지금은 하늘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내가 주는 용돈 이천 원
천 원은 술마시고 천 원은 저축해서
아내랑 먼 여행 떠나고 싶다던 시인
하루에 몇 번씩 펴 보던 저금통장도
놓고 갔겠지
'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던 시인
지금은 누가 술을 사 주는지
지금은 누가 용돈을 주는지
지금은 누구하고 히히 웃는지
2
당신이 타계하던 날
문우 친지들이 내놓고 간 조의금 팔백 오십만 원
처음 만져 보는 거금을 어찌할 수 없어
당신의 장모가 큰 봉투에 넣어 아궁에 숨긴 것을
당신의 아내 목 여사가 그것을 모르고
연탄불을 지폈지
나는 5월 14일 아침 일곱시 이십분경
출근길 라디오에서 이 소리를 듣고 아차했지
'저승에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하던 당신의 말과
백 원 이백 원 모으던 당신이 생각나서
아차했지, 그러나 지금 당신은
타버린 돈을 보고 히히 웃겠지
저승에 와보니 돈이 필요없더라고
히히 웃겠지 (1993)
*천상병의 시<귀천>에서
**천상병의 시<소릉조>에서
-시집『서울 북한산』 (평화출판사, 1994)
우체국 아가씨
이생진
우체국 가면서 생각했다
꼭 연인네 가는 것 같다고
가다가 개울을 건너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를 꺼내 마시며 생각했다
꼭 연인네 집 앞에 온 것 같다고
우체국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난롯가에 앉았던 아가씨가 일어서서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냐고 묻지도 않고
일부인을 꽝꽝 내리친다
봉투가 으스러져 속살이 멍드는 줄도 모르고
꽉꽉 내리칠 때
내 손가락이 바르르 떨었다
- 시집 『인사동 』 (우리글 ,2006)
꽃처럼 살려고
이생진
꽃피기 어려운 계절에 쉽게 피는 동백꽃이
나보고 쉽게 살라 하네
내가 쉽게 사는 길은
쉽게 벌어서 쉽게 먹는 일
어찌하여 동백은 저런 절벽에 뿌리 박고도
쉽게 먹고 쉽게 웃는가
저 웃음에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닌지
'쉽게 살려고 시를 썼는데 시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네
동백은 무슨 재미로 저런 절벽에서 웃고 사는가
시를 배우지 말고 동백을 배울 일인데’
이런 산조(散調)를 써놓고
이젠 죽음이나 쉬웠으면 한다
<시감상>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도 오롯이 빨갛게 피었다 지는 동백을 시인은 잠시 부러웠던 것일까, 절벽의 아찔함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 동백이나 시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지만 팔십 평생을 시작업을 위해 고단한 길을 떠나는 시인이나 모두가 내공이 깊다. 그리고 선천적인 외로움이 참 많이 닮아 있다. 톡톡 동백꽃 떨어진 자리, 봄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문상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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