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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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같히다
2019년 08월 19일 08시 42분  조회:769  추천:0  작성자: 륙도하

 

바깥에 갇히다

정용화


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된다

계단에 앉아있는 30분 동안
겨울이 왔다
바람은 골목을 넓히려는 듯 세차게 불고
추위를 모르는 비둘기는
연신 모이를 쪼아댄다

내 것이면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디 문뿐이겠는가
낡을 대로 낡아버린 현수막이
바깥에 갇힌 나를 반성도 없이 흔든다
걸터앉은 계단이
제멋대로 흩어지는 길 위의 낙엽이
새들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허공이
나를 구속하고 있는 바깥이라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나는 지금 바깥이다

프로필
정용화 : 충북 ,동대 대학원 문창과,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바깥에 갇히다]외 다수

시 감상

어느 때 외출했다가 당혹할 때가 있다. 손에 아무것도 쥔 것이 없다. 현금도, 카드도, 전화기도, 차 열쇠도, 밀려드는 공포. 나는 여기에 이렇게 있는데, 세상의 밖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 어쩌면 나는 현금, 카드, 전화기, 열쇠로만 존재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애초부터 나는 없었고 다만, 한 여름 땡볕에 울렁거리는 저 그림자가 진짜 ‘나’인지? 분명한 것은 바깥은 안의 반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 바깥이라는 것이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변창렬  (길림시)서울:

7월의 바다 / 황금찬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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