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름난 도시들은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운치와 표정을 간직하고있다. 따라서 클론(克隆) 불가능한 이런 도시의 매력은 일종의 상징아이콘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히 각인된다. “천 안문”하면 명청시대의 웅장한 력사문화명소들과 더불어 찬란한 5000년 중화문명의 천년고도(千年古都) 북경을 떠올릴 수 있고 “피라미드 왕국”하면 나일강연안의 고대 이집트 문명성지 카이 로가 신기루처럼 우리 앞에 다가오는것 같다. “유럽의 도읍” 하 면 벨기에 수도 부뤼셀대광장의 오줌으로 타들어가는 도화선의 불을 꺼 도성을 구했다는 유명한 “오줌싸개 꼬마 줄리앙” 동상 이 방불히 우리를 반기는 것 같다.
한 도시의 독특한 매력과 멋진 이미지가 물론 자화자찬으로가 아니라 세상사람들에 의해 객관적으로 인식되고 평가된다고 하 지만 도시주인의 심오한 사상적 깊이와 확실한 미학적 품위에 의한 수준급 디자인이 되여있지 않는 도시일 때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 현대멋을 살리느라 애써도 결국 도시 혼이 빠진 서투 른 아마추어 작품으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수년전 재직에 있을때 필자는 서북의 어느 한 사막도시를 견학했던적이 있다. 풍부한 광물자원개발로 엄청난 부를 창조한 K시는 당시 거금을 투입하여 신도시 주택건설에 한창 열을 올 리고있었는데 필자의 눈에 맞쳐온 신도시의 화려한 별장식 주택단지들은 사람 사는 아늑한 공간보다도 무대세트장과 같은 텅빈 인상을 강하게 풍기면서 “유령도시”를 마주한것 같은 공포감마저 엄습해왔었다.
1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K시는 우리 나라 50여개 “유령 도시”의 앞자리를 내주지 않고있다고 한다. 어느 한 외신은 K시의 이미지를 초현실주의 기이한 색채로 만들어진 “유토피아 실패작”으로 정립하고있다. 화려함이 도시품위를 낳 을수 없고 돈다발이 도시매력을 사들일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가 아닐가 생각한다.
필자는 가끔 내 고향 연길을 떠올려본다. 50여만 인구에 100여년 력사를 품은 변강도시, 덩치 큰 천년고도와는 비교도 안되는 미니 도회지임은 분명하지만 나름대로 자기 개성이 뚜렷 한 체통을 갖추고 활력이 넘치는 청춘도시로의 도약가능성이 열려있는 향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거기에다 연룡도신구역 이라는 세기적 프로젝트의 가동에 힘입어 새롭게 업그레드 될 내 고향의 미래는 기대해볼만하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그 성공키워드는 “세기적 프로젝트”에 걸맞는 “세기적 디자인” 의 창출에 있을것이다. “유령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유토 피아 실패작”의 뼈아픈 교훈을 경계하면서 우리 체통에 걸맞는 우리만의 디자인으로 내 고향을 “제작”해냈을 때 세상이 내 고향을 보는 눈길은 정중해지리라 생각한다.
도시문화란 따져보면 순박한 민풍, 천연적 산수, 독특한 문화 풍토의 적절한 조합이라 할수 있다. 한 고장의 지역특성은 때려 맞추는게 아니라 생태, 력사, 전통, 문화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신장되여야한다는 도리를 “유토피아 실패작”인 “유령도시”들이 잘 말해준다.
연변은 중국조선족의 주요집거지이고 중국조선족문화의 메카 이며 조선족과 여러민족 다문화, 대화합의 정치풍경구이기도 하다. 연변의 가장 선명한 특색이 “조선족”이라는 점은 세상이 다아는 사실이다. 연길이 조선족 인문풍토의 대표자, 중국조선 족의 심장부라는 사실 또한 비밀이 아니다. 이것이 내 고향의 기본체통이며 미래지향적인 조선족메카, 조선족중심의 다문화 연길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감안해야할 지침으로 된다.
“조선족”하면 연변을, “연변”하면 친근하게 다가오는 브랜드가 어느때부터였는지 서서히 진달래로 자리매김하였다. 진달래가 함유하고있는, 그 어떤 조건부나 시주(施舍)를 바라지 않고 그 어떤 열악한 환경도 운명으로 받아드려 꿋꿋히 뿌리를 내리며 싱글매치가 아닌 화끈한 단합으로 정열을 사르고 힘을 과시하는 그 풍격이야말로 조선족의 정신, 연변의 상징이라는 점에 대해 서 반론을 제기할 이는 없다. 진달래의 외연보다도 진달래가 품고있는 내적함의와 품격을 내 고향 연길과 일체화시켜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문, 지역과 세계의 숨결이 느껴지는 사랑의 향토를 완벽하게 디자인하는것은 우리가 숙명적으로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고속철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연길공항이주확장공사의 가동, 연룡도 신구역건설프로젝트의 출범, 연변초요사회진입 청사진의 발족 등 굵직굵직한 대상들은 내 고향의 세기적 디자인이 국부 적인 아마추어 터치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수준급 조감에 의한 균형감각으로 이뤄낸 감동의 파노라마이기를 갈망하고 있다.
솔직히 오늘날 세인들 앞에 펼쳐진 연길도시의 총체적 디자 인은 중국조선족의 심장부, 중국조선족문화메카의 구심점, 다문 화 대화합 인문풍토의 전당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상당히 거리 가 있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조선족이 여러민족과 함께 한 100여년 개척, 항쟁, 건설의 력사와 정채로운 조선족 범문화의 맥락을 박물관이나 당안관, 도서관의 사료가 아닌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가슴뭉클하게 피부로 느낄수 있는 그같은 탑재물, 구조물, 기획물의 미숙함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되고있다. 가장 섬찍한것은 연길 심장부에 도시의 “핵”이 없다는 점이다. 넋이 없는 도시의 매력은 상상할수 없다. 도시의 넋이 정착해야할 “성지”라고 판단되는 공간은 늦더라도 가차없이 “수술칼”을 들이대는 단호함을 보여야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성지”가 바로서야 도시의 귀틀이 안정감을 찾을수 있다.
올해는 진달래가 자치주 주화(州花)로 추대된 30주년이다. 이 력사의 해를 맞아 내 고향이 멋진 세기적 디자인의 꿈을 무르 익혀 우리체통에 맞는 매력적인 “생태, 민족, 변강” 테마도 시로의 행보를 거듭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변일보 20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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