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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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령혼의 저곡에서
2012년 10월 02일 09시 52분  조회:9707  추천:1  작성자: 최균선
                                              령혼의 저곡에서
 
                          사실은 허구보다 더 기이한 법이다. 그러나 비극을
                          희극으로 오해하는 일처럼 세상에 두려운 일도 없다.
                                                                   ㅡ작자ㅡ
                                                                   
                                                                   최 균 선
 
                                                                                1.
 
    영모는 벌써 열번도 넘게 놀러오라는 하나꼬의 전화를 받았다. 하도 열정적인 그녀자의 초청을 거절할수도 없었거니와 자기도 알수 없는 일종 호기심도 나서 방학을 한 이튿날로 오사까행 렬차에 몸을 실었다. 오사까에 도착하니 그녀는 언녕 자가용을 가지고 역에 마중나와 있었다. 하나꼬의 집은 오사까교구에 있었다. 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더없이 유족한 생활을 하고있다는것을 대뜸 보아낼수 있었다.
    아담하게 꾸며진 객실벽 한가운데 걸려있는 커다랗게 확대한 한 남자의 사진이 눈길을 확 끌었다. 안경을 걸었지만 눈빛이 기지에 넘치고 무척 온화해 보이는 얼굴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어느새 실내옷으로 갈아입은 녀자가 진한 향수냄새 풍기며 나왔다. 영모는 눈길 로 사진을 가리키면서 넌짓이 물었다.
   《당신의 남편되시는분입니까?》
   《아니, 저의 정부예요. 몹시 사랑했어요. 저이때문에 리혼하구 아들의 부양권두 상실하고 말았지요.》
   《아주 인정미가 넘쳐있군요. 참 좋은분 같아보입니다.》
   《어쩜, 그렇게 사람을 잘 보아내는가요? 그래요, 열정적이구 랑만두 넘치는 분이였지요. 저이도 기실 조선사람이지요. 역시 긴상이구요. 저분의 아버지가 제국시대에 무슨 죄를 지어서 중국에서 잡혀와 여기 감옥에 있다가 대동아전쟁이 끝나자 풀려 난후 일본녀자와 결혼해서 저분을 낳았대요. 그래서 조선사람의 성미가 다분하지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아주 익숙한 얼굴이라고 했지요? 다 까닭이 있었던거예요. 자세히 보세요. 어쩜 남남끼리 이리도 비슷하게 생길수 있을가요? 》
 《나의 얼굴이 저분과 비슷하다구요? 알수 없는 수수께끼군요.》
 《저이가 다 말해주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 력사가 복잡한것 같아요.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조선인이 기시를 받고있어서 모르는 사람들앞에서는 조선사람이라는것을 나타내려하지 않았을 뿐이였지요. 자기 자식들도 이 땅에서 태여나면 전도가 암담하다고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았대요. 그래서 날 어찌나 사랑해주었는지…그런데 불행하게도 몇년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난 고독한 녀자가 되였어요.》
    영모는 하나꼬가 보통 일본녀자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솔직하고 예리한 눈길을 가지고있음을 발견했다. 녀자가 자기에서 눈길을 뗄줄 모르자 등허리가 스멀스멀해 났다. 40고개를 바라보는 하나꼬는 젊은녀자들을 찜쪄먹을만큼 멋을 내고있었다.
    아까 역에서 만났을 때 영모는 웬간히 놀랐다. 무늬가 화려한 하오리를 입고 일본식으로 틀어올린 머리에 선글라스까지 낀 그의 모양은 똑 마치 뒤골목의 기생을 련상시켰다. 아무튼 하나꼬는 영모에게 있는정 없는정 다 쏟아주며 깍쟁이 나라의 주부답지 않게 극진히 대접했다.
  《 긴상, 내가 야마구찌교수댁에서 낸 숙제는 답이 나왔나요?》
    영모는 자기를 동생으로 삼으려는 이 일본녀자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아무리 궁리해도 알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확답을 줄수 없었다. 그가 쭈밋거리자 하나 꼬는 역시 그 유혹하는듯한 눈길로 영모를 어루더듬으며 아양떨었다.
 《괜찮아요. 정 마음 없으면 그만두는거죠. 자, 이돈 받아요. 여기 일본에는 소비가 높아서 류학공부하기 힘들것이예요. 이 돈 다른 뜻이 없으니까 부담없이 받아요. 긴상의 얼굴을 보면 꼭 마치 그이의 젊었을 때 모습을 보는것같아서 애정이 왈칵 솟구치는걸 어쩔수 없어요.》
    영모의 두손이 저도 모르게 두툼한 봉투를 받았다. 그것을 보는 하나꼬의 입에 미묘한 웃음이 비껴갔다. 그녀는 영모를 역까지 바래주면서 련련한 정을 금치못는 련인처럼 렬차가 떠날때까지 손을 저었다. 영모는 이 일본녀자가 정말 고독에 못이겨 친구라도 삼자는것이 아닐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 까닭없는 사랑이 없고 까닭없는 미움이 없다지 않는가? 녀자가 그렇게 진심으로 나온다면 친구질을 못할것도 없었다. 돈걱정없이 몇년 공부만한다는것은 아무에게나 차례지는 행운이 아니다.
도꾜에 돌아온 며칠후, 영모는 하나꼬가 보내온 최고급의 세비로 두벌을 받았다. 영모는 돈많은 녀자의 남다른 배려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왼고개를 비틀었다.
    …영모가 일본에 오던날, 영모의 옆자리에 관광겸 회사일로 왔다는 나이 지긋한 일본녀인이 앉았다. 보기엔 찬바람이 쌩 돌것같던 녀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말소리가 처녀애들처럼 어찌나 간드러진지 이 녀자가 도대체 몇살이나 될가하고가 의심이 날지경이였다. 아무 빽도없이 빚을 가득지고 일본류학을 떠난 영모로서는 제쪽에서 먼저 열정을 쏟아내는 녀자를 마다할 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좋은 일이 있을지 누가 알랴,
    여러해를 국내일본회사들에서 굴러먹어서 말에 구애될것이 없는 영모는 대뜸 녀자의 호감을 샀다. 그녀는 그저 너무너무 익숙한 얼굴이라며 무척 친절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되여 익숙한 얼굴이 될수 있느냐고 물으니 차차 알려주겠다며 화사하게 웃기만 했다. 유별나게 반짝이는 눈이나 웃는 모습이 환각을 가져올만큼 어떤 매력을 남기고있어서 그다지 역겹지는 않았다.
    하나꼬라고 하는 그녀자는 어렵게 류학을 온다는 영모의 가벼운 한숨에 동정어린 눈길을 주면서 정나미돌게 속삭였다.
《선생, 사람을 알아볼줄 아는 사람은 첫눈에 대방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빈구석을 짚어내지요. 마치 거울을 보면서 오점을 인차 발견해내듯이, 이 하나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녀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나 녀자의 환심을 살생각이 꼼지락거렸다. 석사과정을 거의 마치고있는 친구 최헌군도 운수좋게 일본양아버지를 삼아 별걱정없이 공부하고있지 않는가, 그러나 영모는 대번에 엎어질수는 없었다. 비록 도금하러 일본땅에 오긴하지만 워낙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있는 그였다. 아마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선입견에 거부감이 얹혀 진탓이리라.
    영모의 할아버지는 통화에서 유격대의 지하련락원으로 활약하다가 40 년대초 그만 일본헌병대에 체포되여 도꾜감옥에 압송된후 소식이 끊기고말았다.그런데 초면강산인 이 일본녀자와 친해지고싶은 생각이 솟으니 별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야말로 항일투사의 손자가 중일친선의 새편장을 쓰게될지 알수 없는 일이였다. 녀자는 의미있게 웃으면서 혹시 도움이 될수도 있을것이라며 은근하게 굴었다. 그렇게 친해진 하나꼬였다. 그의 주선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야마구찌라는 교수도 소개받았다. 
   오사까에 다녀온지 두어달 지나서 하나꼬가 영모를 찾아왔다. 영모앞에 나타난 하나꼬는 혈색이 무척 좋아보였고 젊은색시들처럼 희한한 양장을 하고 굽높은 구두에 값이 막중할 보석가락지까지 끼고있었다. 역시 멋진 선글라스까지 척끼고 폼을 잡고 있는데 그야말로 섹시한 로처녀를 방불케했다.
    하나꼬는 영모에게 비싼 일본료리를 사먹이고 다방에 끌고 들어갔다. 한 녀자가 자기의 진실을 말하려 할 때 흔히 자기의 혼인사에 대해 말하는게 보통이다.
 《긴상, 내 얘기 좀 들어봐요. 애인이 사망된후 고통과 슬픔을 달래려고 여러 남자들을 사귀였어요. 하지만 내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나의 그이와 너무도 비슷한 긴상을 우연히 만나게 되였어요? 정말 꿈만같아요. 긴상, 나는 당신을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당신은 나를 사랑할수 있나요? 》
    영모는 대낮에 괴물을 보는듯 하나꼬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돌봐주고싶다더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녀자는 애교어린 목소리로 정담을 했지만 영모는 오히려 뱀을 만난듯 등곬이 써늘해났다. 놀라웠다. 아직 나이는 둘째치고 가다오다 만난 이국사람에게 어쩌면 그렇듯 쉽게 사랑이란 말을 꺼낼수 있단말인가? 영모는 그 말을 내뱉은 녀자를 얼없이 바라보며 바보처럼 웃었다.
  《왜 그렇게 웃죠? 내가 무슨 못할 말이라도 했나요?》
  《정말 제가 행복의 천사를 만난것같군요. 친구하자던 목적이 결국 이것이였군요. 어쩌면 그런 천방야담을 생각해내게 되였는지요? 밥알에서 싹이 나는 그런 기적입니 다. 미안합니다. 합당한 일본남자를 골라보시지요.》
  《애인을 삼는데 국적이 다 뭐게요? 세상뜬 그이를 내놓고는 마음에 꼭 드는 남자를 나는 아직 못봤거든요. 오직 당신이야말로 나의…》
   영모는 례절이고 개나발이고 훌쩍 일어나 나와버렸다. 하숙집에 돌아온 영모는 귀신에게 홀렸다가 깨여난듯 마음이 뒤숭숭했다. 세상일이 조화라더니 이런 제길할 조화가 있는가? 아버지가 아시면 하늘이 낮다고 길길이 뛸것이다. 이 땅에 원혼으로 떠돌아다닐 할아버지의 넋은 또 어떻게 나오실가? 아무리 영원한 친구가 없고 영원한 원쑤가 없다고 하지만 영모로서는 그게 아니였다.
   헌데 하나꼬는 검질기게 나왔다. 며칠을 어둡고 침침하고 슬슬 불안해지는 마음 으로 학교에 나가며 말며하는데 하나꼬가 100만엔짜리 지표를 보냈다. 그리고 편지 에 또 그 빌어먹을 애인말을 꺼냈다.
  《영모씨. 이렇게 불러도 좋아요? 당신은 나의 애인으로 될 마음이 전혀 없나요? 나이차가 우리의 사랑에 담벽이 되는가요? 난 아직도 탄력이 있는 피부와 정열을 가지고있어요. 당신은 중국식전통관념의 속박을 받고있지만 돈많고 열렬히 따르는 녀자를 애인으로 삼아 마음껏 사랑을 누리며 공부도 시름놓고 할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잡고싶지 않은가요? 난 누구에게나 매인 몸이 아니여서 마음껏 즐길수 있어요. 절로 굴러들어오는 호박을 발로 차내던지는것은 무모한 짓이지요.
    나에게는 나의 그이가 남겨놓은 돈이 아주 많아요. 내가 한평생 쓸수 없이 많거든요. 나를 따르면 이 많은 돈이 다 당신의 소유로 될수 있어요. 나의  재산도 상속받을수도 있거든요. 이런 행운은 아무 남자에게나 차례지는것이 아니지요. 잘 고려해 보아요. 나 억지사랑은 싫어요. 이번에 보내는 돈은 나의 저그마한 성의얘요…》
   영모는 녀자의 사랑타령이 역겨웠지만 돈냄새는 역겹지 않았다. 시궁창에 떨어진 호떡이라도 호떡이렸다. 범의 코등에 돈도 떼먹야 난놈이지, (헝, 그래 오냐, 이 바 람둥이 왜갈보야, 돈 자꾸자꾸 보내주면 이 어른이 잘 써줄테니까,) 영모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돈을 찾아내왔다.
    절로 나오는 코노래속에 쎈티멘탈한 느낌이 불쑥불쑥 튀여나왔다.(하긴 늙은 할미꽃이지만 이국녀자맛이 있을지두 모르지…)일본녀자들이 침대우에서 남자를 특별히 잘해준다는 말을 자주 들어오던 그였다. 어릴때부터 돈고생을 모질게 해온 영모는 모든 감정에 대해 무게를 달아보며 금전의 딱지를 붙이는 그런 괴짜이다보니 여직 이렇다 할 녀자친구도 없었다.
    그의 눈앞에는 진한 화장에 가리워진 하나꼬의 바탕좋은 얼굴과 열기띤 가느다란 눈과 아직 채꺼지지 않고 솟아있는 하얀 젖가슴이 보이는듯 싶었다. 저절로 얼굴이 화끈해났다. 아직 한번도 분출하지 못한 로총각의 불붙는 정염이 속에서 꿈틀거리는것도 숨길수 없었다. 몸의 어덴가 궁금중에 떨리는듯 하였다.
    (지금 세월에 동정이 다 무어냐? 까지껏, 꿩먹고 알먹기가 아닌가, 먹지못하는 고기에 침만 흘리라고 해,) 며칠후 영모는 하나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기빵이면 그만이지 빚은 맵시를 두고 옴니암니 따질것없다고 결단을 내린것이다.
《아이구머니나, 끝내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됐군요. 당신의 건장한 모습을 생각 하면 벌써 속살이 파르르 떨려요.호호호ㅡ그리고…난 당신이 수요돼, 당신의 사랑과 애무와 당신의 일체가!》
 《동경으로 오시지요. 뜻대로 해드리지요. 》
 《그ㅡ래요? 사실은 나 동경에 빌라가 있어요. 그럼 나 비행기로 곧 가요.》
하나꼬가 날아왔다. 그들은 긴자의《천국》에서 최고급의 일본료리로 배불리고 불빛이 명멸하는 번화가의 주록세계를 거닐었다. 하나꼬는 통천하를 얻은듯 가슴가득 넘치는 희열과 흥분을 안고 소녀처럼 영모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속닥거렸다.
《여긴 내가 님과 함께 늘 오던 곳이예요. 오늘밤 맘껏 즐기자요. 온천욕도 하고 미식도 맘대로예요. 오늘 밤만은 빌라에 가지 말고 련인려관에 가자요. 우리 거기서 신혼의 밤잔치를 베풀어요. 아! 벌써부터 살이 떨리네…》
 
                                                                               2.
 
    하나꼬는 정말 통이 크게 놀았다. 최고급호텔방에 앉은 영모는 황홀하기만 해서 몸둘바를 몰랐다. 연길 백산호텔에도 총통방이라는게 있다고 하더라만 그저 심드렁하게 넘겼지만 자기가 여기 도꾜의 최고급방에 들줄은 몰랐다. 그는 오래동안 자기를 추스르고 했지만 자기가 이 시각부터 타락하게 된다는 허구픈 생각만 고패쳤다.
    그는 잠자리날개같이 투명한 잠옷을 걸치고 한들거리며 걸어오는 하나꼬를 시들하게 바라보며 짜내듯 내뱉았다.
   《당신은 동생같은 나를 정부로 삼자는것을 전혀 리해할수 없군요. 나중에 어쩌자는건가요?》
   《긴상, 당신 아직 이 일본의 밤생활을 모르는군요. 여기 귀부인들은 젊고 잘난 총각들만 골라서 즐긴다구요. 기실 현대에는 남녀사이의 나차이가 큰 문제가 아니라요. 오히려 당신은 큰누님같은 녀자의 정욕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달착지근한지 몰라서 그래요. 그리고 그보다 더 큰복을 이 일본땅 어데서 찾는다구요. 흥.》
    영모는 철두철미한 육체교역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젊은 웅성의 자극을 갈망하는 이 일본녀자를 바라보며 무료함과 비애를 느꼈다. 그랬다. 향락주의자로 되려면 우선 리지적인 추리과정을 거쳐 의식적으로 미리 향락의 대상을 골라잡고 예측할수 있는 악과를 피면할 궁냥도 있어야 하는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기로서는 외려 상반대로 향락의 대상이 되여 뛸데없는 금전의 포로로 되여지려 할뿐이다. 선택하는것도 자유이고 선택하지 않는것도 일종 자유이다. 하건만 영모ㅡ자기는 어떠한 자유도 없이 붙잡혀온 새끼사슴이 주인이 칼을 대기만 기다리는 그런 처경이랄가, 자기도 알수 없는 욕망이 괴상한 열대식 물처럼 꿈틀 거리며 뻗어와 꼼짝 못하게 칭칭 얽어 놓는것을 어쩔수 없다. 한편으로는 자기의 숫총각을 내대고 금전과 야망을 얻고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소중한 인격과 동정을 돈앞에 구겨박으려는 자신의 용속함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점도록 목석처럼 앉아 심드렁한 눈길만 비틀거리고있는 남자의 랭담에 언녕 신경이 까칠해진 그녀였지만 일본녀자의 특유의 그것으로 남자를 유혹하기에 쉽게 지치지 않았다. 하나꼬, 그녀는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너무나 잘알고있다. 본토 남자들중에서 젊고 건장한 남자를 돈으로 못살것은 없지만 홍콩의 어느 영화배우처럼 잘생기고 건장하고 정나미 넘치는 이 남자만큼 시들어버리려는 정염을 불사르는 남자는 없을듯 싶었다. 그래서 놓치고싶지 않았던것이다.
    녀자는 그저 자기를 한껏 방임하고 남자가 녀자를 즐긴다는 성관념은 너무 진부한것이다. 녀자도 돈만 있으면 아무리 추녀라도 웅성을 마음껏 롱락하고 즐길수 있다는것이 하나꼬의 고집이였다. 죽은 오까무라도 자기보다 몇살이 아래인 남자였지만 밤마다 얼마나 정열에 불탔던가? 하긴 하나꼬는 영화배우를 내놓고 일본에서는 보기드믄 미녀였다. 그 자신은 자기의 미모에 대한 넘치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왔던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세월의 비바람이 그렇듯 안타까워하는 미인의 심정은 아랑곳 없이 미모를 서서히 거두어간다는 현실에 눈을 딱감고 버티려했다.
    그러나 아무리 질좋은 기타도 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소리나고 격조높은 노래에 반주될 때에라야만이 조화되는법이다. 하나꼬는 하나꼬대로 윽벼르고있었다. 애인이 죽은후 한번도 만족시켜보지 못한 욕정이 그대로 활활 타오르는 불뭉치가 되여 육신을 지지는것을 참을수 없었다.
    시들어가는 꽃이 한줄금의 폭우를 기다리는 심정, 비는 바야흐로 내릴것같지만 아직도 우산을 씌워놓고있다. 하건만 아무리 혈기방장한 영모일지라도 잠풍한 날에 고요한 늪마냥 감정의 물결은커녕 육욕의 물보라같은것도 일지 않았다. 지금은 중국 에서도 돈많은 녀자가 젊은웅성을 살수 있는것이다. 영모는 자초에 돈과 육체교역을 단순히 남자대 녀자로만 생각했던 자신이 다시 한번 허무하게 무너지고있었다.
    하나꼬는 알몸으로 죽은듯이 이불우에 누워있었다. 세월의 언덕에 서서히 무너져 내린 하얀 젖무덤만이 가느다란 지진을 일으키고있었다. 불을끄고 영모는 녀자의 곁에가 누웠다. 이상야릇한 전률이 육신에 쭉 건너갔다. 로총각의 본능적인 심리에서 오는 전류일가? 하나꼬는 개구리를 노리고있던 늘메기처럼 스르르 감겨들었다. 영모는 저도모르게 숨이 거칠어졌다.
    《이 하나꼬도 인격이 있고 신분이 있는 녀자여요. 원래는 이러자는것이 아니였는데 참을수 없었요. 모두 가져요. 당신 할탓에 있어요. 괜찮아 처음이니까, 응, 그렇게 날 속으로부터 폭발시켜요.》
    처음엔 삯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저 인형을 만지듯이 했지만 영모의 손끝에서도 필경은 이성의 오묘한 감성이 전달되기시작했다. 하나꼬도 비록 서툴고 성의없는 남자의 손길이였지만 젊은이성에게서 전해지는 이상야릇한 쾌감이 푸떡푸떡 뛰면서 전신에 쫘악 퍼져나갔다. 온몸이 해면처럼 나른해지면서 방종한 웅성이 마구 짓쳐들어가건만 하나꼬는 연신 환성을 터뜨린다.
 《당신 멋져! 기실은 말이야, 옛날에도 우리 일본녀자들은 키작고 암팡지게 생긴 일본남자들보다 늘씬하고 끼끗한 조선남자들을 좋아했다나. 우리 외할머니도 조선남자에게 시집을 갔어, 그러니까 내 혈관속에 반도인의 피가 흐르고 있거든요. 우린 그만큼 연분이 있는거잖아?》
    그녀는 작고 보드라운 손으로 영모의 남기를 교묘한 솜씨로 자극하였다. 그 몸놀림이 마치 오랜 훈련을 받은 고급기생처럼 얼마나 익숙하고 자극적인지 영모는 한번 또 한번 무아몽중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3.
 
    그렇게 첫날밤을 정욕으로 빨래질한 하나꼬는 주일마다 영모를 찾아와서 자기의 별장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하나꼬는 더구나 기탄없이 육욕의 향연을 벌렸다. 그냥 수동적이고 교역적이던 영모도 차츰 생리감각에 적응되여 가긴했으나 뒤끝에 허무와 자비심, 굴욕감으로 차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갔다. 녀자나이40이면 승냥이가 다 된다던가, 그래 그런지 그녀는 버거울만치 찰거마리처럼 들어붙었다.
    하나꼬는 스스로도 자기가 이 세상에서 괴이하게 생겨먹은 녀자라는것을 얼굴을 붉히며 생각할때가 많았다. 그는 결코 막굴러먹는 갈보의 기질은 아니였던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식을줄 모르는 정염의 불길이 미칠정도로 온몸을 휩싸는것을 어쩔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밤마다 여느 중년녀자들처럼 조용히 잠을 청하려하여도 자궁속의 어디선가 알수 없는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어서 미칠듯히 초조한것을 참을수 없었다.
    그것은 또 까닭없이 그녀의 심장을 마구 고동치게 하면서 잠이란놈을 멀리멀리 쫓아버리군했다. 그리하여 하나꼬는 자기를 억제하지 못하고 한주일이 멀다하고 영모에게 매달려 온힘을 다 빼버리며 만족했을 때에야 이상야릇한 자부심을 가지고 잠들수 있었다. 허무, 삶의 커다란 허무를 성으로 채우지 못하고 그냥 맨숭맨숭해서 받아들인다는것은 삶에 종지부를 찍는것과 같다. 돈많은 그녀로서 허무감을 채우데는 성유희만큼 현실적이고 감각적인것은 없었던것이다.
    하나꼬도 배울만큼 배운 녀자요 사회명류는 아니지만 린근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녀사였던것이다. 그는 곧잘 인생에 대해 자기 나름으로 생각해보군 했다. 고도의 물질문명을 창조했다는 일본사회는 제정신이 아니다. 돈과 소위 사랑이란것, 이 두가 지의 광기가 란무하고있을뿐이다. 특히 돈의 광기는 날이 갈수록 심해간다. 일본인들은 돈과 애욕에 열중하고있다. 그래서 자기는 중뿔나게 애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녀자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가 낳은 기형녀일뿐이라고 자기를 변호할수 있었다.
(인간이란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모두 이런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기만하고 있었다. 악마가 자기의 음욕을 비틀고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천사처럼 영모에게 웃음을 던지고있다. 이 허위적인 교역이 언젠가는 악과를 낳을수도 있다는 공포심도 가지고 있기에 세월이 흘러가고 자기의 육체가 하루하루 시들어가는것을 애석하게 느끼면서 광기의 일종인 성적인 히스테리를 몰아오고있는 그녀였다.
    하나꼬는 집에 혼자 있을때면 대낮에도 샤와를 하던 발가숭이 그대로 큰거울앞에 서서 자기 몸을 이리저리 비추어보며 한창시절 아름다왔던 자기 몸매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녀자의 육체란 얼마나 잘 만들어진것인가? 그러나 발가벗겨 놓으면  너무나 애처러울만큼 연약하고 어찌보면 미완성의 유화같았다.
    탄성이 빠져나가는 몸에서 조금 위안을 가져볼수 있는것은 신경을 써서 잘 보양한 하얀 피부의 부드러움뿐이였다. 그녀의 탐스럽고 매끄럽게 흘러내린 그속에 풍만함이 은근히 자리잡았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간곳없다. 녀성의 풍요함을 영원히 잃어버린것이다. 원래 그리 크지 않던 유방은 지금 신선한 멋이 조금도 없다.  그러나 영모와 나란히 누우면 희열에 몸이 달며서 모래언덕같은 영모의 두둑한 가슴을 파고들며 처녀애처럼 애교를 부리고싶어진다.
 《녀자란 태양과 대지의 딸이지요.그래서 녀자는 미묘한 동물로서 애무와 긴 키스를 각별히 수요하고 있는거래요. 흔히 녀자에게 매여노는 남자를 머리가 없다고 하고 정에 린색한 남자를 박정하다고 하고 야성적인 맛이 없는 남자는 불알이 없다고 한대요. 그러나 긴상. 당신은 어느것도 아닌 진짜 사나이예요.》
    영모는 그러는 하나꼬가 어처구니없었다.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 맛보는 녀자가 이런 구미여우일줄이야, 영모는 석사과정을 겨우 마쳤다. 하나꼬가 잘 알고있는 야마구찌선생이 그녀의 양동생이라고 눈감아주지 않았더면 아마 석사증도 받지 못했 을것이다. 그래서 영모는 그 한가지에만은 하나꼬에게 감사하지 않을수 없었다.
   영모가 더구나 하나꼬에게 감지덕지할 일은 그후에 있었다. 귀국하려는 영모에게 대련에 부동산개발투자금으로5백만의 거금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하나꼬는 먼저 표현이 좋아야 돈을 가질수 있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극단적인 요구를 내세웠다. 자기의 회사를 가지는것이 평생의 꿈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줄은 꿈밖이였다.
    그는 돈앞에서 자기를 잃기로 작심했다. 갑부의 꿈이 이룩되려는 판에 이미 쓸대로 쓴 연장을 아낄필요도 없었다. 마침내 대련에 자리잡은 영모는 아직도 부동산개발의 황금시기가 지나지 않아서 한몫 단단히 잡을수 있었건만 하나꼬의 말대로 하지 않고 쾌속효률의 증권교역에 손을 댔다. 그런데 날고 뛰는 전문가들사이에서는 영모는 촌닭에 불과했다. 결국 5백만엔은 까마귀 밥이 되고말았다.
    하나꼬는 기막혔지만 영모가 그동안 기특하게 굴던 로고를 생각하고 영모가 회사의 이름으로 재투자를 요구하자 또 5백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건부가 붙었다. 첫째 그 사이에 사귄 녀자친구와 갈라지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자기 사람이 되여야 한다는것이였다. 이것은 영모로 말하면 혹독한 조건이였다. 몇년 나먹은녀자와 놀아먹다가 이제야 마음에 드는 생화를 꺾어 청신한 감각적으로 생활하게 된 영모로는 다시 버러지로 되라는것과 같았다.
  《뭐요? 내 사랑을 버리라구? 언제면 나를 놓아줄수 있습니까?》
    영모는 펄쩍 뛰였다. 영모의 그런 모양에 하나꼬는 랭소했다. 간교한 하나꼬는 벌써 영모의 약혼녀와 만나서 그동안 둘사이에 있었던 로맨스를 털어놓아 처녀를 기절시켜버렸다.
  《당신은 아직 어려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내몸의 한개 부분이 되여 내 지배하에 있어야 해요. 당신이 젊은녀자와 가정을 이루면 내게 전심전의로 충성할수 없을것이 아닌가요? 난 그걸 그냥 참아낼 인내성도 관용도 없어요.》
    영모는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는 자기가 너무도 쉽게 리기적인 교역에 내바친 감정과  육체를 두고 사랑하는 미나와의 행복을 훼멸시킨 치사한 자기 행각에 몸부림쳤다. 그는 다시 미나의 앞에 나타날 용기가 없었다. 전화로 며칠간 도꾜로 일 보러간다고 했다. 미나는 아무 대답이 없이 전화를 끊었다.
    다시 일본에 건너간 영모는 하나꼬의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하나꼬와 3년을 동거하면서 그녀의 손에 든 인형처럼 되였다. 하나꼬의 회사도 불경기상태여서 그녀를 떠날수 없었고 일본을 떠날수 없었다. 그러다가 회사의 파견을 받고 북경주재 총재로 부임하게 되여서야 잠시 하나꼬에게서 떨어질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영모에게 전용차를 내주었고 공비로 아빠트까지 세내주었다. 그러나 미나는 영모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포해왔다. 어떻게 그 소식을 알았는지 하나꼬가 결혼하자고 제기해왔다. 영모의 정식안해가 되는것이 그의 꿈이였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은 차차 의논하고 먼저 대련에 본부를 옮기고 같이 생활해야 한다는것이였다.
    영모는 얼마전에 술집에서 만난 연변처녀 영미와 죽자살자하는 판이였다. 하나꼬는 하루건너 전화질했다. 하루는 자기가 죽을병에 걸렸으니 한번 왔다가라고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나 영모는 구미여우가 자기를 꼬여가려고 여기고 들은체도 않했다. 성이 상투밑까지 오른 하나꼬는 병이 좀 호전되자 북경으로 날아왔다. 하나꼬는 언제건 영모가 마음이 변하여 자기를 내칠줄 알고 영모의 일본류학 동창이였던 철훈 이란 사람을 끄나불로 붙여두고 영모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시로 자기에게 회보하도록 해놓았던것이다. 하나꼬는 영모에게 손가락질 하며 욕질했다.
   《사람이 량심없어도 유분수지, 발발이를 기른것보다 못해,》
    영모는 하나꼬가 악다구니질 하건말건 눈한번 치껴들지 않았다.
   《좀 랭정하시지요. 마님, 그러다가 혈압이 터지겠네.》
   《뭐, 랭정하라구? 내가 그동안 먹혀주고 입혀주고 쓰게 한 돈이 5천만엔이야, 인민페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아니? 한번 계산해봐, 눈이 꼭뒤에가 붙을걸, 이제라도 네가 돌아서면 용서해주고 같이 사는거야, 불원이면 다 게워내! 이 하나꼬가 돈이 썩어나서 그저 처넣을줄알아? 내돈으로 녀자에게 아빠트를 사주었다면서? 》
    영모는 온몸이 떨렸지만 참고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내 청춘손해를 돈으로 계산할수 있어? 당신에게 쏟아넣은 청춘만 팔아도 5천만엔이 더 된다,》
    영모가 갈범처럼 길길이 뛰자 하나꼬는 타협조로 나왔다.
   《그래, 그렇다 치자요. 우리 서로 다투지 말고 다시 시작하자요.》
   《썩 물러가지 못해! 그냥 당신에게 노리개로 될줄알아?! 넌덜머리가 난다. 넌덜머리가!》
    하나꼬는 더 참을수 없다는듯이 영모의 귀썀을 철썩 갈겼다.
   《바가야로! 니놈이 다 무엇이게 날 욕해? 돈에 꼬리저은 수캐같은놈, 어디 두고보자, 네놈을 18층지옥에 처넣지 않나?》
    이튿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있는데 류학동창 철훈이가 요긴한 일이 있다고 불러냈다. 식당의 독방에 들어서니 억대우같은 세사나이가 살기등등해 일어서며 그를 욱 에워쌌다. 
 《우린 하나꼬녀사가 보낸 사람들이야, 그가 당신에게 선대한 5천만엔을 언제 돌릴수 있냐? 모가지가 성하려거든 그 돈을 네가 이미 썼다고 서명하시지?》
 《뭐라구? 너희들이 무얼 안다구 그래! 그돈은 투자금이야. 이건 나와 하나꼬가  처리할 일인데 왜 네놈들이 참견이냐? 》
 《시끄러웟, 너와 이렇쿵저렇쿵 입방아찧기도 싫으니까 서명하든지 공안국에 가서 해결하든지 마음대로 해!》
   독불장군이였다. 말을 듣지 않으면 하나꼬가 고용한 이자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자기를 요정낼수도 있었다. 영모는 떨리는 손으로 서명했다. 그리고 아빠트 구매비, 회사건립비, 등으로 5천만엔을 받았다고 주명까지했다. 일주일후 법원에서 호출령이 내렸다. 하나꼬가 기소한것이다. 영모는 하늘이 핑그르르 돌아갔다…
    그렇게 충성을 다지던 영미는 어느새 낌새를 채고 잠적해버렸다. 가고올데가 없게 된 영모는 행차뒤 나발격으로 하나꼬에게 타협하는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자고 간청했다. 하나꼬는 좀 생각해 보고 오겠노라고 대답했다. 년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게라고 생각하며 영모는 일루의 희망에 매달렸다.
하나꼬를 기다리며 그는 몸서리치는 참회에 빠져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정신기둥이 철저히 무너진것이다. 돌이키면 자신의 인생활극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머리칼을 와락와락 잡아뜯으며 오열을 토했다. 5천만엔, 5천만엔! 그 돈은 아가리를 짝 벌린 구렁이처럼 자기를 삼키려하고있다. 흔자만자 흘려버리고 려행에 날리고 장사에 떼우고 증권교역에 탕진되여버린 돈, 결국 남은것이 무엇이가?
 
                                                                               4.
 
    영모는 이미 녹쓸어버린 빈가슴의 항아리에다 참회의 숯불을 담고있었다. 돌이켜 생각하기도 부끄러운 치정이였다. 그런 무거운 정신보따리를 걸머지고서도 그냥 하나꼬의 성노리개로 충당되였다는 무서운 과거가 이 시각 그를 미치도록 괴롭혔다. 늦게나마 영모의 가슴속에서 회한과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검은 불길처럼 타래쳐 올랐다. 아니 올줄알았던 하나꼬가 이튿날 찾아왔다.
  《이제야 이 하나꼬가 만만치 않다는걸 안모양이군요, 그래 참회하고 다시 나와 살자구 결심이나 했나요?》
이기죽거리는 하나꼬를 보는 영모의 눈에서 불이 일었다.
 《하나꼬, 너, 너ㅡ 더러운년! 내청춘, 내정신, 내미래를 훼멸시킨 악독한 여우야, 나 법정에서 마귀같은 네년의 기소에 항소할테다. 여기는 일본이 아닌 중국이야, 법은 네년을 공정하게 징벌할거야!》
   그러나 그말이 너무도 무력하다는걸 하나꼬도 그 자신도 잘 알고있었다. 하나꼬가 남자처럼 머리를 흔들며 앙천대소했다.
《하하하…뭐 공정한 법이 날 징벌한다구? 지금은 중일국교가 맺아졌구, 중국사람들은 아직도 우리 일본사람을 막대하지 못한단말이야, 대학을 다녔냐? 류학도 이 하나꼬가 아니였으면 네절로 마치기나 했을것같냐? 그러나 인젠 나도 싫어,》
    하나꼬는 듣기에도 거북한 쌍욕을 한껏 퍼붓고는 한들거리며 돌아서서 문께로 걸어갔다. 깨진 방울이 소리가 날리있으랴, 모든것이 끝장났다는 무서운 상념이 영모의 뇌리를 쳤다.
  《야, 이 갈보야, 나만 이렇게 망가질줄 아냐? 너희들은 나의 철천지 원쑤놈들 이야, 이 악마같은 년아, 오늘 너와 나 함께 죽자꾸나, 》
    이렇게 모진 소리를 치며 영모는 하나꼬를 덮쳤다. 하나꼬가 미처 몸을 피할새도 없이 미처 구원을 청할새도 없이 미쳐버린 영모의 무지한 두손이 가냘픈 녀자의 목을 죽어라고 죄이였다. 하나꼬가 데리고 온 사나이들이 들이닥쳤을 때는 하나꼬가 이미  얼굴이 다 죽어있었다…
   사건자체는 끝나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어야 할것같다. 그러나 우리가 사색할 문제는 긴 여운으로 남을수 있다. 이 세상의 어떠한 일에도 지망자는 있는법, 돈많은 사람에게 사람들이 잘 모여드는 세상이다. 어떠한 권위도 군자도 그것에 혹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에서 행운아들이 드문히 나오기도하나 현재의 희극속에 비극이 잉태되여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사람은 욕망의 유혹으로 령혼과 육체에 상처를 입고나서 참회한다. 그러나 그 상처를 낫게 할 약초는 인생마당에서 자라지 않는다. 그리하여 《너는 욕망의 골짜기에 굴러떨어진 인간이거늘 지옥으로 가거라.》하고 말한다면 억울하다고 하리라.
    생활이 엄혹함을 어쩌리오. 오만가지 변괴가 마음에서 나오거늘 저승에만 귀신이 많은줄 알고 인간세상에 요괴가 많은줄은 모르더라.
 
 
                                            2006년 9 월 20 일  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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