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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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아래 구름같은 잡념
2014년 04월 17일 12시 48분  조회:5149  추천:1  작성자: 최균선
                                         구름아래 구름같은 잡념
 
                                                최 균 선
 
    구름같고 바람같은 인생이지만 구름도 가지가지요 바람도 류류별별이거늘 인생도 각양각색일지라. 누구들은 청청 하늘에 피여나는 채운처럼 아름다운 양상을 지으며 살다가고 누구는 가관을 이루는 뭉게구름같은 삶을 수놓고 누구는 비늘구름처럼 높이 펼쳐진 인생을 영위하고 또 누구는 부운같고 부평같은 삶에 지치고 누구는 외딴 산봉우리에 걸리는 삿갓구름처럼 외로운 삶을 살았을수도 있으리.
     누구는 머리우에 비구름, 매지구름, 뢰우, 번개, 천둥, 돌풍 등을 일으키는 소나기구름을 드리운채 살고 누구는 안개구름속같이 오리무중으로 살기도 하고 누구는 노상 바람에 밀리는 양떼구름같이 이리저리 몰리우며 살고…햇목화송이 같은 하얀구름. 허허장공에 구중굴궐을 짓는 멋진 구름, 새털같이 가벼운 새털구름, 높은 하늘에 흰장막처럼 펼쳐지는 털층구름, 조개구름…변화무궁한 구름이 지어내는 천태만상은 그처럼 매혹적인데 내 인생은 과연 어떤 구름같은것인가?
    어린시절 밭김매는 엄마따라 간 날이면 땀에 절은 엄마의 베적삼이 저만치서 어른거리는 일송정 칼바위에 누워 팔벼개를 하고 보리알천지인 점심밥이나마 배부르게 먹을 궁리만 하며 구름의 조화에 온통 넋을 빼앗기군했다. 몽실거리는 흰구름이 다 백설기라면 얼마나 좋을가 하고 주린 환상을 실으면 생각은 많이도 바뀌였지만 그후 오래살다보니 인생은 생각대로 엮어지는것이 아니였다
    일찍, 비내리는 백두산정에서 산하를 굽어본적이 있다. 안개구름 휘감겨도는 련봉이 다 내 발아래 있어 목을 길게 늘이지 않아도 다 얻은듯 하였지만 넓고넓은 이 세상에서 내가 한소리 웨쳐 불러볼 일 없었고 웨쳐봤대야 되맞쳐올 메아리도 있을리 없었다. 힘겨웠지만 피끓던 청춘도 바람같이 흘러가고 파란만장했던 인생길도 구름에 묻혀 보이지 않거늘 정처없이 떠도는 구름아, 너의 귀속은 어드메냐?
    나는 향락에 젖어 살만큼 잘나지도 못해 가난한대로 그저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하였건만 이제 속절없이 마음에 병이 깊은 로구가 되였으니 세상이 밝다한들 내 인생의 황혼에는 구름만 머흐레라. 석양에 혼자 서서 갈곳 몰라하노라.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삶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말씀들을 하더라만 그게 다 셈평이 좋아서 하는 소리기 아닌지 곤혹스럽기만 하구나.
    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 결과적으로는 구름이요 못난 인생도 잘난 인생도 흘러가는 바람같을것이니 잘 나가노라 어깨힘 팍팍 살리는 사람들의 복받은 인생이나 못나고 지리멸렬한 인생이나 촉박하기는 매한가진데 어이 그리도 리욕의 돌풍을 일으키며 처처에서 부대끼고 찡내며 사는지…
    세상에 근심걱정 없는 사람이 있으며 일세영달을 싫어할 사람이 누구이며 영욕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가시밭 인생길을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떠돌다보면 지쳐서 주저앉을 때도 있고 다시 얻을 욕심에 무작정 내뛸때도 있더라만 인생은 그저 그렇고 그렇게 흘러가버리거늘 백년도 못살면서 웨 그리 천년욕망에 목매다는건가?
   본디 내것이 아닌것을 욕심내니 고달프기도 하거니와 가졌다한들 관속에 가지고 갈것이 아님을 모르지는 않으니 그래서 더구나 황당한데 이 세상에 우연히 오고서도 마치 얻음만이 필연인양 소유욕 덤벼쳐도 과연 얻은게 무엇이고 잃은게 무엇인가? 많이 가진자도 자족을 모르니 해답이 궁하리라.
    에머슨은 인간이란 그 사람이 생각하고있는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럿셀은 인간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의 인간이 된다고 했다. 너를 건강한자나 병자, 불행 한자나 행복한자, 혹은 부자나 빈자로 만드는 모든것은 오직 너의 마음속에 있다고, 그래서 한 개체생명에서 가장 나쁜상태는 자아파악이 없을때라고 한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딱히 그런것도 아니렸다. 인생에는 계획서가 통하지 않을때가 너무많다.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섭리가 엄연히 군림하는 각축장같은 인생현장에서 내가 공격적이 아니여도 남이 나를 건드리니 인생은 음양이 부딪쳐 번개,우뢰치는 구름같기도 한것이다. 누구나 젊어서는 하고싶은 일도 많고 가지고 싶은것도 많았을것이니 본디 온갖 욕망으로 빚어진 자기 육체를 어찌 스스로 주재할수 있으랴,
    흔히들 하좋은 세상이니 노래부르며 즐거이 살자고, 살다보면 좋은일 생기고 웃을일 생긴다고 가볍게 말하고있다. 도덕가는 흔히 자기가 할수 없는 사항들을 타자에게 설교한다. 그래서 나는 도덕적설교같은걸 잘 믿지 않는다. 하긴 울적한 오늘이 홀짝 지나고 불면의 밤도 밝아올 때 창문을 내다보면 예이제 싱그러운 아침해가 맞아주고 청신한 바람이 고달픈 한밤의 구겨진 꿈자락을 피려줄것이다.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살이든, 가진자이든, 못가진자이든, 어제가 빛났든, 비바람이 불었든, 덤덤한 하루였든간에 날마다 오는 아침은 새로운 삶, 새로운 도전, 새로운 눈뜸을 선사한다. 젊은이는 희망의 고무풍선을 띄우며 발밑을 등한시한다면 늙은이는 과거에서 자기 위안을 읽는다 그러나 과거는 이미 흘러간 세월의 잔류이요 미래의 물결은 아직 현실의 물레방아를 돌릴수 없다.
    물론 우리는 오늘에만 목숨을 걸고 사는것은 아니다. 어디엔가 있을법도 한 희망의 새언덕을 그려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래일을 동경하여 힘겨운 오늘의 비탈길을 허위허위 오르는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와서 밝은 빛을 본것만으로 만족하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지만도 나는 왜 괜히 심사가 뒤틀려지는것인가? 그래 힘겨웠던 인생을 다 살고나서 세상을 떠나는 날도 그냥 그렇게 흔쾌히 말할수 있을것인가?
    구름같은 인생이라지만 구름과 다르기도 하다. 비구름이 기웃둥 달려와 가물에 단비도 내리고 심술통 터지면 억수도 쏟아주다가 바람따라 갈때는 홀가분하게 떠나지만 우리는 너무도 많은것에 집착한다. 누구나 다 구름같은 나그네들이지만 너무나 많이 빚진 나그네들이다. 저저히 초탈한듯 구름같고 바람같은 인생을 사는듯이 표방하지만 그렇게 살수밖에 없기에 지어먹은 마음으로 비유하는것이 아니랴,
…구름에 실은 내 잡념은 어수선하여 두서없는데 서산락일은 구름에 싸여 피같이 타는구나. 황혼빛이 새여드는 송림에서 바람이 실어온 사과배냄새를 안주삼아 남은 술병을 굽을 내니 긴한숨 짧은 탄식에 단아장을 하누나. 송풍은 청량한데 바람이 세차니 모든것이 추초로다.
 
                                                바람에 구름같이
                                                살아온 나그네
 
                                                인생길 갈래갈래
                                                북망산 가는 길
 
                                                황혼빛 스며드는
                                                목숨이 서럽다.
 
                                                바람에 구름같이
                                                살아갈 나그네
 
                                              2011년 9월10일     (2014년 송화강 제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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