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 미발표작품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소설)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2012년 11월 13일 07시 43분  조회:9904  추천:1  작성자: 최균선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
 
                                                최 균 선
 
《엄마, 내 눈, 내 눈, 보이지 않아요》
   그때까지 실실상태에 있던 리미가 정신을 차리고 하는 첫마디는 그처럼 공포에 절어있었고 처절했다. 이제 겨우 열여섯살, 아직 활짝 피려면 몇년이 지나야 한다. 그는 병상에서 몸부림치고있었다. 마치 인간의 냄새가 없는 어디에 숨어버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였다.
    그러나 그의 동작이래야 손가락이나 움직일 정도였다. 겨우 뜨고있는 오른쪽 눈에서《공포》두글자만 흘러넘쳤다. 한쪽눈은 며칠전에 안구축출수술을 하여 붕대가 감겨있었다.
    《얘야, 무서워 말아, 그놈은 다시 네앞에 나나타날수 없게 되였다. 경찰이 잡아갔어. 좀 진정해다오, 이것아, 응》
    리미는 방대춘이라는 악마의 이름도 떠올리기를 꺼려했다.
    궂은비가 내리리는 그날 밤은 리미의 인생에 악몽같은 불행을 덮씌운 날이였다. 중학교 3학년생인 리미가 자습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데 한마을에 사는 안면있는 방대춘이란 사나이가 마주쳐왔다.
  《리미야, 너 아버지 부탁을 받고 널 데리러 왔다.》
  《우리 아버지는요?》
  《얘, 긴말할 시간이 없다. 늬들 아버지랑 엄마랑은 지금 마을뒤산에 숨어있단다. 집에가면 변을 당한다. 너 외삼촌이 일을 저질러서 지금 사람들이 너희들 식구들을 도륙낸다고 벼르고있다. 그래서 늬들…》
    나이보다 숙성하고 령리한 리미는 반신반의하다가 아버지의 장기친구이기도 한 이웃아저씨인지라 방대춘의 모터찌클뒤좌석에 고분고분 올라탔다. 시내를 벗어난 모터찌클은 리미네 마을을 에돌아 곧추 뒤산으로 치달았다. 방태춘이는 수림이 우거진 숲속에서 모터찌클을 세우고 리미를 안아내렸다.
    산속은 쥐죽은듯이 적막했다. 멀지 않은 곳에 파먹고 내버린 석탄굴이 악마의 아구리처럼 공포를 자아낼뿐이다.
  《리미야, 얼른 들어가자, 저 굴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주밋주밋하며 굴어귀에 다가서는데 방태춘이가 갑자기 리미의 길다란 머리채를 휘여잡고 씨벌거렸다.《들어갓, 여기서 오늘 밤 나와 함께 노는거다.》
   방금전까지 그렇게 온화하던 방태춘의 목소리는 몸서리치게 랭랭했다. 그제야 리미는 펄쩍 놀랐다. 이 무인산중에서 반항해봤대야 힘이 약한 그로서는 소용없음을 직감한 리미는 빌고들기로 작정했다.
  《아저씨,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울아버지, 엄마랑은요??》
  《흐흐흐, 너 그렇게 손쉽게 얼리워 올줄은 몰랐는걸, 맹랑한 계집애라구야. 잔말 말고 시키는대로 하는거다. 알았지?》
   리미는 그제야 사태의 엄중성을 깨달았다. 반항했대야 이 산중에서 구원을 받을수 없고 야수의 성깔만 건드릴것이니 책략을 바꾸기로 작심했다.
  《방아저씨, 아저씨는 울아버지의 좋은 친구잖아요, 난 이제까지 아저씨로 대접했지요? 난 아저씨를 존경해요, 아저씨도 알다시피 난 이제 열여섯살밖에 안되고 아직 학생이예요, 이웃집 아저씨로서 어쩜 딸같은 저의 일생을 망칠수 있나요? 아저씨에게 이렇게 무릅꿇고 빌게요 네?》
    그러나 진심으로 비는 그의 가련한 목소리가 야수의 심통을 찔렀는지 대답이 세괃은 주먹세례였다.
 《아저씨, 성나면 마음대로 때리세요, 그러나…이제 이틀후이면 고중입학시험을 쳐요. 놓아줄거죠, 네? 아저씨, 다른 사람에게 이 일을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
  《다잡아 놓은 고기를 강물에 다시 넣는 바보인줄 아니? 헝, 그리고 날 속여넘기려구?》
   방대춘은 징그럽게 웃으며 리미의 머리채를 홱 잡아채여 뒤로 번져놓았다. 리미는 이것이 근근히 악몽의 시작이라는것을 미처 몰랐다. 그는 이 악마가 자기를 살려두지 않을것이라고 직감했다. 더는 빌고싶지 않았지만 어머니만은 해치지 말아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역시 한바탕 두들겨맞고 말았다.
    방대춘은 전지불로 리미의 얼굴을 찬찬히 비추어보았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놓고 양공질하다가 천천히 만찬을 시작하듯이 비둘기같은 소녀애를 오래 애먹이다고 윽개여놓을 심산이였다,
  《오늘은 네가 내손에 죽고 래일은 이 자리에서 네에미를 죽일거다. 그리고 네애비도 역시 내손에 튀를 해치울거다. 무섭지? 히히히》
    리미로서는 방대춘이가 왜 이렇게 악독한 마귀로 변했는지 알수 없었다.
  《어쨌든 당신이 나를 죽일것은 알고있어요. 그러나 죽기전에 다시 한번 빌어요. 나를 마음대로 하고 죽이겠으면 죽여요. 그러나 우리 어머니만은 살려둬요. 네?!》
   속담에 죽어가는 새의 울음소리 애처롭고 죽어가는 사람의 유언은 선량하다는데 이미 인성을 잃은 이 인간은 그런 속담의 의미도 모르고 있는것인가, 아니면 최저의 인간성마저 상실하고 광란하는것일가?
 《이 계집애야, 죽는 목숨에 무슨 비는게 그리 많니? 손이 발이 되게 빌어봐라. 내가 이미 인육만찬을 계획한지 오래고 오래거든. 하하하…그러나 한가지만은 인도주의적으로 답복하지. 내가 너를 가지고 논다음 여러가지 방법으로 죽일수 있다. 돌로 짓찧어 죽일수도 있고 칼로 얼겅채를 만들수도 있지. 에ㅡ또 목을 졸라죽일수도 있고 목을 달아맬수도 있는데 어느 방법으로 죽고싶으냐? 네가 해달라는대로 하자꾸나, 응? 히히히》
   한참 히히덕거리고난 방대춘은 허리춤에서 비닐바오래기를 꺼내더니 리미를 친친 동여매여놓고는 굴밖으로 나가버렸다. 온밤을 대성통곡하며《사람 살려요》를 수백번이나 부르는 사이에 날이 밝았고 어머니가 자기처럼 랍치되여 올가봐 근심하며 긴 하루해를 보냈다. 눈물도 이미 다 말라버렸고 소리칠맥도 없었다. 그는 땅바닥에 옆 구리가 터진 보리자루마냥 쓰러지고말았다.
   인기척에 깨고보니 사위가 캄캄했다. 다시 무서움에 발발 떨고있는데 전지불빛이 번쩍이더니 방대춘이가 킬킬거리며 다시 나타났다.
 《얘, 나 온 하루 너의 어머니랑, 아버지랑 함께 너를 찾아다녔다. 애두, 참 어째 도망가지 못하고 아직까지 여기있니? 그래 어떻게 죽을것인가 결정했니?》
    리미는 그만 두눈을 꽉 감아버렸다. 숨도 쉴수 없었다. 그 흔한 소녀의 울음도 터지지 않았다. 방대춘이 라이타를 켜더니 얼구을 한번 비춰보고 머리칼에 갖다대였 다. 그리고 다시 킬킬거렸다.
 《죽기전에 머리를 지져주는거다. 하, 나 기실 마음이 착한 사람이야, 일이 이 지경이 되였으니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감옥밥을 먹게 되지, 그러니 네 나이가 아깝지만 늬 그 잘난 에미대신 먼저 죽어야 하는거다.날 원망하지도 말고 원혼이 되여서 날 찾지도 말아라, 알았니? 그리고 내가 선택해 주지, 돌로 쳐죽여야 하겠다. 아프긴 하겠지만 억세게 참으면 될거다. 너 혁명가들의 견강한 의지를 좋아하지? 안그래? 응, 자꾸 몸을 떠는걸 보니 추운 모양이구나, 좀 있다가 널 잘 덥혀줄게 기다려라.》
   리미는 죽음보다 더 몸서리치게 하는 방대춘의 악마상을 보며 가녀린 몸을 잔뜩 옹소그리며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었다.
방대춘은 얼마나 큰지 모를 땅땅한 물건으로 리미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온 몸 아래위를 미친듯이 짓찧기시작했다. 리미는 빌엄두도 못내고 고스란히 돌다듬이질 당하며 매한번 내리칠때마다 이를 악물고 하나, 둘, 셋…하고 세기 시작했다. 
    다섯개를 넘으면 그만두고 딴짓을 하려니 하고 속으로 빌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악마는 히덕거리며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열개를 넘으면 그만 두려니하고 요행을 바랐는데 스믈세번이나 내리치고서야 손을 멈추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내리친 돌은 이리저리 뒹구는 리미의 오른 눈을 사정없이 짓쫗아놓았다. 리미는 까무라치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먼 꿈속에서처럼 징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해놓고 하니 정말 딴멋인데. 히히히, 먼저 산매장을 해주지. 래일까지 죽지 않으면 다시 놀아줄게,》
   뒤이어 크고 리미는 작은 돌들이 몸우에 하나둘 놓이는 감을 느꼈다. 그러나 죽은체 하기로 작심하고 입을 악물었다. 정신이 점점 가물가물해졌다. (엄마는 왜 아직도 날 깨우지 않을가? 오늘 고중시험을 치는 날인데…아니야, 내가 어제밤에 산 매장을 당하였지 않았나…)
   이윽고 리미가 정신을 차리고보니 꿈인지 생시인지 알수 없었다. 한눈은 죽어라 고 아파나는데 한눈에 희미한 광선이 비쳐들었던것이다. 그러나 한눈이 어찌나 아파나나는지 돌에 머리를 쳐박고 죽고싶었다. (엄마, 왜 날 부르지 않나요? 오늘 입학시 험을 치는줄 번연히 알면서두요, 엄마, 흑흑흑)…
   참을수 없는 동통이 리미의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그는 집이 아니라 어둠컴컴한 굴안의 축축한 바닥에 누워있었고 아래도리가 허전해진 감이 들었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 낮인가? 밤인가? 모진 아픔속에도 사유는 그냥 멋대로 달렸는지 생각이 났다. 자기가 크고 작은 돌무지속에 매장당하여있다는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방대춘 이라는 악마의 징그러운 웃음소리가 귀전을 때리는듯 하였다.
    아무도 들어올리 없는 후미진 산속의 페갱된 탄굴에 묻혀버린것이다. 그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수 없었다. 갑자기 엄마가 악을 쓰며 끌려들어오는 환각에 다시 온몸을 떨며 《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입속에 가득찼던 흙모래 확 뿜겨나 가는것 같았다. (그래, 그놈이 오기전에 어떻게든 살아서 도망치자. 엄마가 나처럼 되여서는 절대  안된다. 그 악마를 나 죽어도 용서하지 않을거다. 지옥에 가서라도 복수하고야 말테다.)
   리미는 한동안 꼼짝않고 누워서 힘을 기르고나서 어떻게 움직여보려고 마음먹고 아픔을 씹어삼키며 마음을 걷잡았다. 한참후 리미는 두발을 움직여 보았다. 발목이 꽁꽁 묶여있는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는 두다리를 있는 힘껏 버둥거려보았다. 맥이 진하면 좀 쉬고 쉬고나서 다시 용을 썼다. 그저 악마가 갑자기 들이닥치지 말기를 빌면서 젖먹던 힘까지 다 내여 몸을 비틀며 두다리를 버둑거렸다.
   몸우에 돌들이 더러 굴러떨어지는것 같았으나 무거운 돌덩이들이 그냥 가슴과 배를 지지눌러서 숨이 가빴다. 당장 심장이 튀여나오고 곧 죽어버릴것같기도 하였다. 리미는 귀동냥으로 들은 말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방대춘이란 놈은 무슨 죄를 범해서인지 감옥에 오래동안 있었고 자식도 없었다. 그러나 리미네는 그를 업신여기지 않았고 잘 대해주었다.
    그자는 리미의 엄마가 꾸리는 상점에서 맥주도 마셨고 아버지와 함께 늘 장기도 두곤 하였다. 그가 세맡은 집은 3층이여서 아버지는 그의 모터찌클을 리미네 집앞에 세워두게 하였다. 잡혀온 그날 밤에도 이런 사연들을 그자에게 말한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리미는 절대 죽어서는 안된다고 이를 갈았다. 리미는 그자가 가느란 비닐오래기로 두팔을 묶었다는 기억이 났다. 그는 앞으로 묶인 두 손목을 놀려보았다. 두팔목은 이미 마비되여서 아무런 감각도 없는듯 싶었다. (이 악마같 은 놈아, 제발 다시 나타나지만 말아다오. 난 어떻게 하나 살아서 나가고 나가서 널 복수할테다.)
    그는 갑자기 배가 몹시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맥을 버릴수는 없었다. 죽어도 엄마앞에서 죽으면서 그자의 악심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가 곰곰히 생각하며 살펴보니 돌들로 매장하다보니 숨쉴틈이 있었고 공간도 조금 있었다. 리미는 안 깐힘을 써서 두팔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한참 쉬고 나서 이발로 묶은 신끈의 매 듭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맥이 진했다. 다시 졸음이 오기시작했다.
   얼마후 다시 깨여났다. 그는 자기가 자서는 안된다는것을 알았다. 두발을 다시 버둥거렸다. 그러나 몸우에 쌓인 돌들은 찰떡덩이기나 한것처럼 끄떡도 없었다. 그렇 게 자꾸 버둥거리다가 아픔과 기아와 기진맥진이 한꺼번에 몰려와 기혼하고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것은 몸우에서 무엇인지 작은 생명이 기어다니며 찍직거리는것 같았다. 그러다가 아래배 살가죽이 찢기는듯 하였다. 쥐다. 쥐가 그를 물어뜯고 있는것이다. 리미는 정신이 펄쩍 들었다. 리미가 평소에 제일 무서워하는것이 쥐였다. (아이, 엄마는 어디에 있을가? 내가 이렇게 죽게 된거도 모르고 있을거야, 아니 엄마 아버지는 지금 사처로 나를 찾아다닐거다.)
   엄마생각이 나자 엄마까지 여기에 잡아다가 죽이겠다던 방대춘의 살기뜬 목소리가 방불히 귀전을 때리는것 같았다. (엄마야, 제발 그놈에게 얼리우지마. 나 죽는것 괜찮아. 엄마가 죽으면 아버지도 잇따라 죽을수도 있어, 제발 여기 오지마, 엄마야,) 리미는 목이터져라 단말마적으로 소리를 쳤다.
 《엄마, 엄마, 어엄마아 ㅡ》
   리미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치자 배우에서 꾸물대던 쥐가 어데론가 내빼는것 같았다. 그러자 가버린 쥐가 아쉬웠다. 그래도 이 지옥같은 굴속에서 동무해주는것은 이 쥐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쥐야, 쥐야, 가지마, 어서 오렴, 나 물어뜯겨도 괜찮아 쥐야. 다시 올라와!》
  리미는 마치 정다운 친구와 속삭이듯 몇번이고 쥐와 속삭였다. 그는 다시 생각을 달렸다. (며칠이나 지났을가? 고중시험은 언녕 끝났을거야,) 이렇게 생각이 엉뚱한데로 굴러가자 머리를 흔들었다. (시험은 명년에 다시 치면 되는거다, 어떻게든 살 아남으면 모든것이 잘 될거다. 엄마, 그 놈은 우리와 무슨 원쑤를 졌기에 나를 이렇게 못살게 구나요? 난 그놈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머리도 숙이지도 않았어요.)
    …그가 다시 깨여났을 때 진정 빛을 보았다. 리미는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빛은 하늘에서 해가 선물하는 그런 밝디 밝은 양광임에 틀림없었다. 그가 눈을 거의 뜨지 않고있었지만 광명은 그의 눈속으로, 마음속으로 비쳐들어왔던것이다. 리미는 두발을 움직여 보았다. 너무너무 가벼웠다.
   눈을 떠보았다. 그러나 모든것이 희미할뿐이였다. ( 이 악마야, 난 네놈을 다시 보고싶지 않다. 물러가, 물러가란말이야, 아악, 이 악마야) 리미는 방대춘이라놈이 말처럼 다시 찾아와서 다시 돌로 짓찧어놓고 마구 뭉개놓으려 전지불을 비추는것으로 알았다. 그는 울지 않았다. (한쪽눈은 그놈이 망가놓았지. 인제 아프지도 않구나. 나 이번엔 어떻게든 그놈을 가만놔두지 않을거다. 그때 정신을 잃었으니 말이지 네놈을 마구 물어뜯어 죽이거다. 그래 덤벼봐라)
   《리미야, 리미야, 무서워마, 여긴 병원이다. 나 엄마다, 엄마란 말이다.》
    리미는 엄마의 따스한 손이 자기 두손을 꼭 쥐여잡아주며 자꾸 엄마라고 말하자 저으기 마음이 진정되였다.
    《엄마야, 나 정말 살아난거야, 엄마, 이게 천당이여서 다시 엄말 보는거 아니야? 아버지는? 아버지는 왜 날 안아주지 않는거지,》
   정말 아버지의 두툼한 손이 두볼을 쓰담는것을 느끼며 리미는 다시 생각은 더 듬어보았다.…며칠이나 흘렀는지 갑자기 웅성웅성하는 말소리가 들리고 한두개 아닌 전지불이 굴속을 환하게 비추면 돌틈사이에도 비쳐들었다. 엄마의 통곡소리가 터지고 여러 사람들이 몸우에 돌을 치우고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등같은데 업히워 오래오래 굴속을 나가고있었다. 그리고 자동차에 눕혀지고…그 다음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리미의 어머니는 이 작은 현성에서 이름짜한 미인이였다. 딸이 실종된후 친척친 우들을 다 동원하여 찾아다녔지만 며칠가도 찾지못하자 공안국에 제보하였다. 그동안 리미의 내외와 함께 안달이 난 모습으로 동분서주하던 방대춘이가 갑자기 들이 닥친 경찰들에게 덜미를 잡혀 끌려갔다.
   방씨는 아닌보살하며 억울하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다가 이틀밤이나 잠을 자지 못해서 헛소리를 쳤는지 말문을 열기시작했다. 그리고 경찰에게 끌려서 자기가 리미를 생매장한 굴속을 가리키고는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 경찰이 아무리 목덜미를 잡아 추켜들었지만 소아마비환자처럼 다리를 펴지 못하였다. 그러나 얼마후 기적같이 살아있은 리미가 리청수의 등에 업혀나오자 벌떡 일어나서 달려나갈듯한 태세를 취하다가 경찰이 확 잡아채는 바람에 콩마대처럼 쿵하고 뒤로 자빠져버렸다.
    그는 이런 인간망나니였다. 리미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되자 대뜸 방대춘이를 의심했다. 이웃집에 김연이가 그날 저녁 학교에서 같이 나오는데 방대춘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리미를 태우고 갔다고 말해주었던것이다. 리미어머니는 딸이 필경 인신 매매하는 놈팽이들에 잡혀 먼곳에 팔려갔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아하였다.
   방대춘은 감옥에 갔다온 사람치고 무척 공순해 보였고 마음이 활달해 보였다. 다만 게으르고 거짓말을 곧잘하는 결점이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던터였다. 더구나 리미가 없어졌다고 리미어머니가 울며불며 달아다니자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면서 여기저기 뛰여다닌 사람도 방대춘이였던것이다.
    리미아버지를 따라 이웃도시에까지 찾아갔고 리미의 부모가 통곡하면 같이 가슴을 치며 방성대곡하며 이를 뿌득뿌득 갈기까지 한 사람이였다. 그래서 의심이 바람에 실려간 구름처럼 가시였다.
    그렇게 사흘이나 지나갔다. 리미를 구해냈을 때는 왼쪽 안구가 외상성파렬로 영못쓰게 되였다. 얼굴은 돌에 짓찟겨 엉망이 된데다가 일부 피부가 죽어서 썩어들기 시작했다. 회음부도 썩어들기 시작했고 온몸이 딩딩 붓겨있었다. 그야말로 무슨 힘이 그를 살아남게 했는데 의사들도 도리머리를 저었다.
    의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리미의 왼쪾눈알을 축출해냈다. 그대로 두다간 생명도 구할수 없다는 확진이 나왔던것이다.
《엄마, 아빠, 울지마요, 죽었다 살아났는데 난 현실을 접수할 마음준비가 되여 있었어요. 금후 어떻게든 살아갈수 있겠지요. 흐흑!나 그놈이 총살당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지옥에 가서라도 복수할거예요. 두고보세요. 내가 살아남은 리유가 바로 그 한가지예요.》그는 말을 채맺지도 못하고 홱 돌아누워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오냐,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2007년 8월 7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0 고시조와 현대시조 2013-01-02 2 12329
119 명상시조(100수) 81-100 2012-12-30 1 9544
118 명상시조(100수) 61-80 2012-12-24 1 8807
117 명상시조(100수) 41-60 2012-12-19 1 9348
116 명상시조(100수) 21 ㅡ40 2012-12-16 1 8994
115 (칼럼) 원, 저리 얄팍한 심통이라구야! 2012-12-15 2 10230
114 명상시조 (100수) 1ㅡ20 2012-12-12 1 8996
113 (중편소설) 밀림의 련가 2012-12-09 1 11617
112 시래기찬가 2012-12-06 1 8738
111 (중편소설) 아름다운 착각 2012-11-29 1 11478
110 (소설) 도깨비의 향연 2012-11-22 1 11282
109 (소설)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2012-11-13 1 9904
108 (소설) 6호병실 진찰일지 2012-11-02 1 10101
107 (소설) 바르게 살려는 녀자 2012-10-23 1 13099
106 (소설) 사랑의 의미 2012-10-18 0 11538
105 (소설) 출세기 2012-10-13 0 10652
104 황혼애가 (2000년대) 2012-10-07 4 10770
103 (소설) 령혼의 저곡에서 2012-10-02 1 9791
102 언어의 빈곤증인가? 아니면... 2012-09-29 1 8831
101 옥상수잡감 2012-09-26 0 9159
‹처음  이전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