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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락자>>의 생명송가
2013년 02월 06일 10시 16분  조회:755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실락자》의 생명송가
 
                                                    최 균 선
 
    문학이란 본질상에서 인간의 사회, 인성에 대한 인식과 재건이며 아울러 형상의 구성속에 침투된 작가의 자아의식으로서 작가의 내재적요소의 외향적투영의 결과이다. 인간의 생명본체는 평화로운 환경에서 자기 삶을 복되게 영위하려는 원초적욕망을 고유하고있다. 그런데 인간의 이러한 심령에로의 자유적도달과정중에 인간의 생명존재의 력사에 모식화된 생존방식가운데에는 흔히 사회적조절이 있기마련인데 이런 조절의 극단적표현이 곧 전쟁이며 말그대로 파괴와 살륙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단순한 본능적내구력에 좇아 살려한다. 이는 사회력사의지와 개체생명간의 모순충돌을 생성한다. 소설《인생숲》의 작자는 바로 전쟁과 전쟁이 가져오는 죽음(특히는 혈육상잔, 동족상잔)으로 인한 고통, 비애와 환멸, 허무 등등 인간의 심리심층을 파고들어 인간의 평화로운 생존과 건강한 발전을 촉구, 도모하는 반성의식을 제시하고있다. 여기서 소설인물의 운명적인식이 주제로 설정되고《인생숲》에 깔린 심층적의의가 흘러나온다.
    재능있는 청년소설가 류연산은《인생숲》에서 사실주의소설과는 다른 예술별미를 보여주고 있는바 초연한 태도로 객관현실을 관찰하고 핍진하게 묘사한것이 아니라 한《실락자》의 심층세계에서 태치는《생명송가》를 체현시킴에서 교차적묘사수법, 특이한 서술자의 인입(비리성적인 동물의 인성화)서술방위, 각도의 부단한 변화 등으로 독특한 구성을 시도하였다.
    작자는 소설에서 비관정서로 생활을 감수하고 객관현실을 내재화하는 과정에 농후한 주관적색채를 짙게 비껴놓았다. 이러한 사상관념층차와 함께 구성된 작품의 예술세계에서의 심층결구는 자연히 예술적정감결구를 이루게 된다. 이런 정감결구는 작품의 예술스찔, 심미특성에 직접 영향을 주게 되며 작가의 심미리상이 작품속에 시종 맥맥히 흐르게 한다. 따라서 소설에서는 인물성격발전의 내재적론리성과 성격형성의 력사과정에 주의를 돌리지 않고 작자의 정감태도의 복잡성이 우세하고 있는것이 특징적이다.
    말하자면 독자로 하여금 작자의 내심감수에 공명하도록 의도적인 구성수법을 펼쳐나감으로써 일정한 탐색과 예술기교를 보여주고있다. 소설은 재래식의 굴곡적인 슈제트 발전전개를 포기하고 의식공간의 립체결구방식을 취하여 작자의 정감경험, 환상을 예술적으로 체현시키고있다. 문제결구상 이런 산문화는 서사적예술재현의 성분을 감소시키고있는데 또 하나의 혁신적시도가 있다고 할수 있다. 총적으로 이 소설은 인본주의에 립각한 작가의 내재적심령세계와 현실적존재, 및 옹근 사회생활 에서의 비리와 선악, 력사적착오에 대한 감수 및 비판에서 작가적립장을 세우고 전쟁일반을 질책, 반대한 선량한 념원의 허구성정감소설이라 할수 있다.
    문학은 결코 정치, 경제에 제공하는 감성재료가 아니다. 따라서 생산관계, 계급 관계의 제약속에서만 인간정신세계의 풍부성과 복잡성을 인식하는것은 예술적인식 방법이 아니다. 문학은 반드시 력사학적, 인류학적, 철학적, 특히는 심리학(정서심리, 인격심리)적으로 인간일반을 인식해야 하며 문학의 내용도 이런 각도에서 소급되여야 한다. 이것이 곧 이 소설창작의 기점이며 소설의 내시각점이다.
    인간의 계급성, 생산관계 이외의 세계에서의 인생을 선험적으로 경화시키고 절대 부정하면서 생경하게도 계급관계, 생산관계의 척도로 인간을 표준하려는 용속사회학의 기형아인 페단문학의 규정모식을 벗어나서 비생산관계, 비계급관계에서의 인간의 사상감정, 행위, 감각정서를 파악하고 현시하려한데 일정한 돌파성이 있고 또 이러한 시도는 자체의 정당성을 충분히 보류한다.
 《인간은 일체 사회관계의 총화이다》아울러 인간의 심리체험은 복잡한 사회관계와 사회모순충돌이 인간내심에서 필연적으로 굴절된 반사이다. 따라서 소설이라는 이 성실한 한쪼각 거울속에서도 인간의 고유한 복잡성과 인간의 정신적인 광채, 혹은 음영이 비쳐지기 마련이다.
    력사전진운동중의 하나의 환절로 되는 전쟁은 그 어떤 개인의 선량한 념원일지라도 무시하고 거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면서 자기의 력사행정을 완수한다. 그런데 사회현실과 인간은 쌍향(双向)적관계에 처해있다. 현실적인간은 모두 가치관념과 리성의 지배하에 현실에 대해 돌이켜 생각하게 되며 개조하고 초월하려 한다.(이런 초월은 근근히 사유령역에만 국한된다) 여기서 이  소설의  창작합목적성과 주제의 적극성이 확인되는것이며 소설인물의 존재의 권리와 심미가치가 예견된것이다.
    사회적인간으로서의 산포수의 내심세계에 찍혀진 사회적락인은 심각하며 령혼,자아의 박투, 2률배반의 심리현상은 우리에게 비장한 사색을 안겨준다. 궂은비 내리는 숲속같이 침침한 정서세계, 침중한 정신부담, 심리상처, 그속에 활화산같이 내뿜는 혈육의정… 어떠한 력사거변이든지 불가피적으로 인간의 심령을 충격하여 흔들리게 하며 그로부터 인기된 심리평형의 파괴, 곤혹 등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또 이러한 심리심태가 해당시대 일부 사람들속에 산생되는것은 객관적필연성이 되기도 한다.
   력사적현실에 대한 부정과 인성긍정의 충돌은 인류적비애이다.《실락자》심태로 생활을 관조한 결론은 절망이다.《…그는 개의 눈에서 비로소 하찮고 보잘것없는 자기의 존재를 깨달았다. 마술처럼 착잡하게 뒤엉킨 거대한 동란의 세계에서 한민족, 한혈육이 어렵지 않게 산산쪼각이 나고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렇게 작자는 력사가 준 상처, 동란하는 인간세계에서 침몰된 인간의 생존상태를 선량한 리념을 안은 형상사유로 보여주면서《인간 스스로 빚은 화》에 대해 타매하고 영원한 평화를 촉구하고있다. 그러나 한《실락자》의 생명송가—영원의 인성도 엄혹한 현실, 불가항력의 력사거류앞에서 너무나 무력하고 비참하다.
    여기서 소설인물의 2중성을 씀에 있어서의 진실성문제가 제기된다. 인물성격 복잡화 역시 예술표현의 방법문제이지만 중요한것은 사회, 인성에 대한 작가적인식의 현실성, 과학성의 광도와 심도이다. 즉 인성의 복잡함과 그것이 예속된 사회력사범주 의 가치판단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납득되도록 쓰는가 하는 문제이다.
    작자는 소설에서 원거리, 근거리 묘사수법, 간접서술과 직접서술(혹은 묘사수법)의 빈번한 교차, 서술자와 서술대상, 서술자와 피서술자, 제1서술자와 제2서술자의 무시로 되는 교체, 시간과 공간관계의 임의의 확정과 배치, 인물행동의 로출과 은페 등 면에서 현대파적소설구성으로 예술기교를 보이고있다. 가령 일반독자들이 전통 적심미심리로 흔상한다면 눈에 설어하고 무엇을 말하는지 알뚱말뚱하다고 할것이다. 확실히 소설은 소설화한 산문감이 선견되고있다.
    탐구적각도에서 흔상한다 하더라도 소설인물(비록 자기 생명인격과 심미리상에 충성하고 있지만도)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며 너무도 막연한 인류의 원죄를 더듬게 한다. 평화적자유생존의식이 생명가치의 다른 한 중요한 요소임은 주지하는바이다. 전 인류적력사, 혹은 응집된 력사순간에도 인간생활의 천태만상이 드러날수 있고 또 매 종류의 생활이 다가 원천을 가지고있는것이 아니라 할 때 혹자는 철학적반영론의 원리로부터 과학성과 진리성으로 작품내용의 진실성정도를 흥량해서는 안된다고 반기를 들수도 있을것이다.
    나는 결코 소설을 사실주의각도에서 표상기억을 동원하여 력사적현실을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파작품의 환상, 혹은 변형된 형체—등으로 생활을 반영했다고 심미사유를 달려보는 경우에도 우리의 정서기억, 부호기억, 의의기억 등 면에서 공명된 감각적표상과 정서체험을 얻기 힘든것은 무엇때문일가?
    우선《인간의 존재가 인간의 본질과 같은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연성 역시 자연적인간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회고하게 된다. 사실상 한 인간은 사회적존재속에서 자기를 고립시켜 나올방법이 없으며 독립된 개체로 자재적이고 자위적으로 생존할 능력도 없는것이다. 반드시 자기와 타인 나아가서는 사회군체와의 협조적인 진행속에서만 가능한 우리 인생이 아닌가? 개체는 반드시 일부 사회행위 조절기의 작용을 승인하지 않을수 없으며 사회에 대해 져야할 일부 책임도 승인하지 않을수 없다.《…알면서도 범해둘수는 도저히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리될수 있을것인가?
    한 인간으로서 개체로 되려는 과정에 시종 모순의 2중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절대적평화원칙으로써 사회발전의 파동을 온정시킬수 있으며 인류의 평화일반을 보장할수 있을것인가? 이 역시 곤혹이다. 인간의 일계렬의 존재의 결과가 보여주다싶이 인간에게 가해지는 사회, 문화, 력사의 제약성과 영향력은 인간의 원초적욕망을 압박한다.(이는 인간의 영원한 비애이다)
    반면에 이러한 원초적욕망으로 하여금 리성의 력량으로 승화되게 하고 인류력사의 지속성을 보장하는것도 그것이다. 이러한 인간세계에서 숲속의 홀로선《봇나무》처럼 자기 생명의 상록수 내지는 한 민족의 생명인격을 도고히 지켜갈수 있을것인가? 이에서 오는 곤혹과 비애가 소설에서 노린 핵인지 모르겠지만도…그러나 진통하는 악의 력사의 작용은 력사운동중의 중간역일뿐 절대 종점이 아니라는것, 최종적으로 말하면 국부적인 일정한 정도의 그런 악의 강림은 오직 전방위적이고 더욱 높은 차원에서 착한것에로의 길을 닦아주는것이라고 하는것이 변증법칙에 맞으며 인류의 영원한 비애와 고통, 환멸에서 해탈되는《령약》이 아니겠는가? 또 이런 인간이라야만 현실적이며 진실한 인간이다.
    또 인류의 계급적행위도 특정된 력사시기에서의 인성의 일종 형식으로서 개인의 계급성도 인성내용의 한개 부분일진대《동족상잔, 혈육상잔의 비극, 그는 누가 옳고 그른지 모른다》라고 생각하는 인간보다 개성의 비교적 높은 층차에로의 발전 역시 개인을 희생하는 력사과정을 대가로 한다고 인식하는 인간이 더 사회적인간의 본질을 구비한 인간, 고통과 절망에서 해탈하는 현실적인간일것이다.
  《그는 개의 눈에서 비로소 하찮고 보잘것없는 자기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세기말적인 정신상태를 가진 인간을 민족의 실체화한, 또는 개체화만 민족적인간으로 용납할것인가?소설인물의 고통과 적막, 비애가 실존한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절해고도의《한적한 우환감》으로만 느껴지는가?작가는 비계급적인성의 충분한 표현의 권리를 가진다. 이면에서 쏘련의 소설《마흔한번째 포로》가 전범이다.
    소설에서 포로된 중위와 녀홍군전사의 계급관계가 희석되였을 때 그들의 비계급적인성은 충분한 표현을 가지게 되였다. 그러나 결국 중위는 마침내 자기계급에로 돌아서고 녀전사의 계급성도 당연히 인성의 주도방향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비애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며 아름다운 인성을 갈구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예술부호로 표현되는 작가 개인의 정감을 승화된 민족적(인류적?)정감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정감을 산생시킨 사건을 단순히 복술하지 말아야 한다는것은 다 아는 명제이다. 그러나 소설의 인물이 엄혹한 현실앞에서 하나의 참조물로 삼고있는《동화의 세계》,《잔디밭에 속잎나고 노고지리 우짖는 꽃동네》《머루, 다래를 뜯고》 피리불며 소를 몰고 물장구치던 그《못견디게》그리운《무릉도원》을 작가가 너무 리상화함으로써 현실적실감을 상실하고있다.
    이 소설에서처럼《시체를 빌어 혼을 부르는》정감형식화의 수법을 쓸수는 있다. 그러나 자연적정감으로 하여금 보다 보편적의의를 띤 정감으로 승화시켜 표현함에 있어서 인간의 내심의 풍부성, 복잡성에 대하여 현실적파악이 더 공고했더면 좋았을 것이다.
   군사제재가 아닌 반전쟁소설은 어데선가 제약성을 받고있다. 인성존재와 표현의 권리를 부인할수는 없다. 우에서 언급한바 이 소설은 어쨌든 선량한 념원의 허구성 정감소설로 음미의 가치를 다분히 가지고있다. 필자는 소설《인생숲》의 창작의도와 주제발굴에 적극 찬동하면서 보다 진실하고 현실적인 력작을 충분한 믿음으로 기대하며 천견을 마친다.
 
                                 문학과 예술 1989년5월9-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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