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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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래진 광환
2013년 02월 08일 07시 34분  조회:875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색바래진 광환
 
                                                 최 균 선
 
    넓다란 교실을 촘촘히 메우고 바로 코앞까지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탐구욕에 타는 눈동자들. 그런데 졸업날이 다가올수록 그 눈빛이 학생마다 다른것을 느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동자의 심연이 깊어보였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걱정이 서려있는것인가? 내 추측이 틀리지 않을것이다. 혹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흥취로부터, 혹은 한국어를 배운 우세로 취업경쟁에서 한몫 볼가하는 목적에서 학생들은 열심히 한국어를 배운다. 그것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곤혹을 떨쳐버릴수 없다.
    대학공부는 왜 하는가? 대학을 다니기 위해 다니는 학생은 거의 없을것이다. 대학공부는 “도금”이나 “문화투기”가 아니라 자아완성과 자아실현의 현시대의 최적의 방식으로 되여있다. 그런데 현시대에 대학생의 광환은 더는 눈부시지 않다. 국립 대학의 졸업생도 무직자의 고배를 마시다못해 구두를 닦고 때밀이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취업난은 흑색7월의 시작으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대학생들이 겪는 가장 본격적인 인생고가 되고있다.
    물론 대학졸업생의 취업난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도 아니고 어느 누가 모르지 않는 사회적대화의 주제이지만 무대는 그냥 그 무대이고 사회는 역시 그 사회인데 왜 이렇게 되여졌는가? 지금 대학생들은 외국어도 장악했고 컴퓨터도 잘한다. 옛날 대학생들은 이 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그때 대학졸업생들은 금싸리기였고 그 광환은 천리를 비추었더랬다.
    하지만 지금은 하늘아래 간곳마다 대학생이고 부딪치느니 석사요 박사이다. 전국적으로 석사연구생이 무려 5만도 넘었다는것은 이미 지나간 사실이다. 뒤이어 박사들도 대량 쏟아져나오고있다. 돈찍는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빨깍거리는 지페들이 쏟아져나오듯 연구생들이 온하늘에서 날아옌다.
    인재거품은 인재의 가치저하를 낳을수밖에 없다. 엄격한 의미에서 학위증서의 거품은 학위를 싸구려로 만들어버린다고 해야 할것이다. 한마디로 정체성은 아니더라도 내재적질량문제가 아닌가싶다. 번쩍거리는것이해서 다 금은 아니다. 금과 황동은 다 금빛이다. 그러나 황동은 필경 금이 아닌것이다. 금자탑에서 나온 대학생들이 황동시대에 들어섰다. 아직도 겉면의 빛갈을 보고 금덩이거니 하는 진부한 관념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페단이 만연되였다.
    취업성공률은 대학졸업생들에게 에누리없는 시금석이 되였다. 한국 김우중이라는 기업가가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고 했지만 중국은 땅이 넓은만큼 인구도 많은데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졸업생들이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할것인가? 일컬어 최고의 학당에서 비적격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인과의 철칙 대로 교육체계의 운행에서 악성순환이 현시되고있다고 말하면 편견일가?
    부동산거품처럼 교육거품은 도처에서 부글거린다. 공업, 상업마당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괴이한 현상이 오늘 지식계에서도 만연되고있다. 호남 모대학의 박사생 한개반에 80여명 학생이 있었다. 급기야는 관원, 기업가 박사들까지 용솟음쳐 나오다보니 어느것이 진짜 금덩이인지, 동인지 혼동하기조차 어렵게 되였다.
    운명은 매개 사람들을 앞으로 떠밀지만 결과가 영원히 과정보다 더 중요시되는 한 이런 문화반차현상은 피할수 없다고 말한다면 설득력이 없다. 지금은 3류 사립대학들에서도 석사나 박사가 아니면 아예 문전사절이다. 그러니 본과생은 더구나 명함장을 내밀 곳이 없게 되였다.
   교육은 자고로 신성하였다. 그것은 하나의 사회교환법칙하에 그 가치실현을 하기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고등교육의 내용체계에 문제가 있다는것을 지성인들은 다 개탄한지 오래다. 4년을 능력형의 인재가 아니라 구태의연하게 공부기계를 만들어 내고있다. 그러니 졸업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싶어하면서도 무서워도 하는것은 그들의 잘못만이 아니다.
    물론 대학생들의 취업난은 선진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급격한 경제성장이 없어 젊은 사람을 받아들일수 있는 흡수력이 부족하기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비슷한 국정은 아니지만 취업문제에서는 상황이 비슷하다. 대학생들의    취업난을 시대발전의 필연적 결과라고 가볍게 말해버릴수 있는가? 속담에 손바닥이 따르고 손등이 다르다고 했다.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면서 대도리를 풀라면 아무나 할수 있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들을 보고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할수 없다.
이전엔 동등한 조건하에서도 학력이 높을수록 환영받았지만 학벌시대이면서도 학벌이 찬밥신세로 되고있는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만약 학습을 일종 생산 흐름선으로 비유할 때 지식이 만약 상업가치로 전화되지 못한다면 지식은 한낱 재고 품에 지나지 않는다. 재고품은 리윤을 내지 못하는데만 그치는것이 아니라 자금 류통을 가로막는 원흉이 되고만다.
    현시대 취업난은 산업구조의 부조화에도 있다고 할수 있다. 그가 누구이든 업주는 렴가로동력을 가지고 더 많은 리윤을 얻어내는것이 최종목적이지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려는 사회적책임감을 앞세우지 않는다. 눅거리 양말을 생산해내거나 겉모양 만 그럴듯한 아이들 놀음감을 만들어내는데는 설계사도 별로 필요없다. 남의 기성산품을 모방하면 되는것이다.
    렴가로동력으로 고리윤을 짜내면 만사대길인데 요구높고 로임이 높고 자태가 높은 대학생이 어디에 설자리가 있을것인가? 기업주들이 대학생들을 채용하지 않는 비뚤어진 심리태세도 문제거니와 채용한다 해도 박사를 석사졸업생으로 쓰고 석사를 본과졸업생으로 쓰며 본과생을 전과생으로 쓰는게 상례로 되였다.
    그런데도 이화된 현시대 젊은세대들의 일의 가치와 보람을 알려하지 않고 로임을 주는만큼 일한다는 약삭빠른 타산, 자기중심주의의 팽배. 직업관 인생관 가치관은 기성세대와 차이가 많다. 대학은 나왔으나 바람직하게 성숙되지 못한것은 사실이나 학벌로 사람을 선발하는것은 능사가 아니다. 지식과 능력은 동전의 앞뒤면과 같고 량쪽의 수레바퀴와 같지만 별개의 문제로서 졸업증과 학벌은 백프로 필연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 창조정신을 비롯한 인격 력량이 꼭 학습성적에서 체현되는것만은 아니기때문이다.
    객관현실 탓도 있지만 대학졸업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내재적에너지의 여하를, 자신의 취업심리자세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이 얼면 얼음이지 그냥 물은 아니다. 어떤 대학을 나왔던간에 모두 대학생이다. 그러나 기억하시라. 도금제품보다 속속들이 녹쓸지 않는 불수강이 되는게 더 실용적이고 항국적이라는것을,
   감각의 량면은 모두 필요하지만 영원히 하나로 합쳐질수 없다. 사회의 많은 현상은 리론이나, 정신이나, 경제학원리나, 철학으로 해석할수 없다. 이 땅에 류류별별의 “별”은 지천이지만 진정한 별들은 저멀리서 반짝거린다. 자기의 별자리를 잘 찾으 라! 꿈속에서는 사시장철 꽃이 필수 있고 파초잎에 떨어지는 비방울소리 정겨울수 있으나 현실은 준엄하기 그지없다는것을 교문을 나서면 곧 알게 될것이다.
 
                                        2010.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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