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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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곡에서 보노라
2013년 07월 12일 17시 23분  조회:7678  추천:8  작성자: 최균선
                             나는 계곡에서 보노라 
 
                                       최 균 선
 
   산이라면 십상팔구 정상에 올라야 하는것으로 인지되여있다. 하긴 정상에 오르면 산하ㅡ천리를 굽어보며“절승경개는 험한봉에 있어…”정복감에 호연지기가 얹혀져서일것이다. 옳거니, 산정에는 바람결 스쳐가고 발아래 구름이 흘러가고…그러나 절승경개 험한봉에 있다는 말을 인용할수는 있되 그속에 담은뜻은 시구의 임자만의것이니 역시 록록지배에게는 진정한 호연지기가 못되리라.  
    아무튼 남들이 산정에 오르느라 허위허위 진땀을 훔칠때 나는 계곡에서 여유작작하게 산속을 느껴보기를 더 좋아한다. 산이 꼭 높아야 할 리유도 없는것처럼 산속은 청정해서 좋고 그 산에 고유한 자연의 냄새만 있으면 좋다. 물도 꼭 격류여야 만족된다는 법도없어 그저 맑고 고요한 흐름을 즐기면 족한것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않은 산곡간에 혼자앉아서 각양의 기암괴석들을 쳐다보고 굽이굽이 좁은 계곡을 빠져나가느라 분주한 청계천 바위틈에 뿌리박고 간거하게 자랐건만 하늘을 찌를듯 오연한 로송의 자태에 경탄하고 무명초와 산꽃들에 넋을 흘린다….
    물가의 펑퍼짐한 둘위에 큰대자로 누워 푸른하늘에 유유한 흰구름을 바라보고 산새들의 지저귐소리에 산속의 고독을 달래보며…산꼭대기에서 그저 굽어보야 하는 풍경을 가까이 마주보는것도 별미다. 쳐다보는것과 굽어보는것은 초점이 달라서 감수도 다른것인가? 꾸밈이없고 조각하지않고 서로 조화를 이룬 모습을, 오염되지 않은 담담한 자연의 냄새는 여기 계곡에 있음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낮은 곳에서 쳐다보니 산이높고 하늘이 더 높은줄 알겠고 땅이 두꺼운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그런 질감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천지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의로움이 가슴그들먹이 고인다. 천지합일의 심오한 뜻을 새기며 스스로 한없이 왜소함을 다시다시 가슴에 간직하게 된다.
    인류는 자연에서 낳건만 자연을 떠나 도시문명에 찌들고 나서야 자연에의“회귀”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산정으로, 산정으로 흐르고있다. 떠들썩하고 뒤엉켜 붐비는 도시에서는 자연의 맛을 볼수 없게 된 현시점에서 저저히 산정에 오르려 하다보니 역시 산은 내외로 문명의 혜택을 단단히 받고있지만 여기, 깊고 으슥한 계곡에는 그래도 청산특유의 냄새와 멋이 아직 얼마간은 남아있어 더구나 찾고싶어진다.
    그대 야초의 싱긋한 냄새를 맡으시려는가? 편리하게 오르라고 닦은 콩크리트길과 기름을 잔뜩 먹인 널층계에서는 맛볼수 없다. 대지의 젖줄기로 흐르는 록수청산 맑은물은 계곡에서만 흐른다. 산은 각양각색의 인조가설물이 지천이지만 아직 계곡까지는 손을 대지못하고 있기에 산정기는 골령에 남아있음을 느낄수 있더라.
    등산과 인생을 비교해본다. 인생길에도 오르는 길밖에 없는가? 혹자는 인생이란 높고 험한산을 오르는것과 같다한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면 어느한 의미에서는 맞아떨어는것 같다. 등산해도 남이 오르지못한 천하제일봉을 제일먼저 올라 자기가 왕림했음을 새기고 싶어하고 청운에 뜻도 최고에 오를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욕심들이다. 갑부에도 앞자리를 차지하고 높은 명예욕의 한꼭대기에 오르고…그러나 사회지위와 인생의 높은경지는 벌써 다른 개념이다.
    산에 오르려면 숨이차고 힘이 빠지고 피곤하다. 인생도 왜 이리 힘들가? 따지고 보면 자꾸자꾸 오르려고 아득바득하기때문인듯싶다. 사람은 한평생 희망의 고봉에서만 살수는 없다. 절대대부분 사람들이 많은 경우 살기위해 살아간다고 해야 할것이다. 산정에서든, 권좌에서든 높은곳에서 굽어보며 한소리하면 자족감으로 끝나지만 올려다보면 어떤 바램이 생기게 한다. 바라본다는것은 일종 정신자세로서 우리네 생명으로 하여금 전률하게 할것이다.
    영국의 시인 허버트는 말한다. 산을 칭찬하되 낮게 살고 바다를 찬미하되 육지에서 살라고, 사람들은 누구나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려 하지만 인생이란 골짜기와 언덕에서 사는 삶이 절대다수이고 또 그렇게 지낼수밖에 없게 되여있다. 산에 오르는 맛과 향상하는 인생의 맛이 비슷한지 어떤지 나는 모른다. 정계의 최고봉에 올라서도 그냥 그자리를 독차지하고 싶어할것다. 그러지 않으면 봉건제왕들이 늙어죽을때까지 왕좌에 연연하여 구린내나는 로망까지 부렸겠는가?
    현대인들도 별로 다를게 없다. 그런 무지경의 권력욕을 말리느라고 외국에서는 총통이나 대통령을 민주선거하고 임기제도를 만들었는데 결국 물리적으로 억제시킨것뿐 욕망자체를 두절한것은 아니다. 아마 그냥 해먹으라면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을게다. 그래서 련임제도 내오고 저저히 재당선되려고 기를 빡빡 쓰고…
    그러나 세상엔 깨지않는 꿈이란 없고 결국 한바탕 봄꿈이 되고만다. 송조때의 조금시(趙今時)의 "후청록(候鯖錄)"에 소동파에 대한 고사가 있다. 소동파(蘇東坡)가 창화에 있을 때 하루는 표주박 달랑차고 여유작작하게 밭길을 가는데 일흔이 넘을 어떤 로파가 개탄했다.“옳거니! 지난날 부귀영화도 한낱 일장춘몽(一場春夢)라….”(東坡老人在昌化,嘗負大瓢行歌於田間,有老婦年七十,謂坡雲:「內翰昔日富貴,一場春夢。」坡然之。侯鯖錄/卷第七)
    천하에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던 소동파였건만 늙어 초라한 모습으로 휘청이는 모습에서 인생의 불가피한 귀속을 절감했을것이리라. 그로써 로파는 (春夢)로파라는 미칭을 얻게 되고...이와 류사한 얘기가 더러있다.《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남가일몽(南柯一夢)”,《침중기(枕中記)》“한단지몽(한鄲之夢)”등.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엮어졌지만 아득바득 엮던 상승기(上升记)는 얼마나 허황하며 한동안 누린 부귀영화는 또 얼마나 덧없는가에 귀결된다.
    인생의 가치추구는 대체로 욕망이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채 현대인에 이른셈이다. 인생의 의미는 기실 각자 마음속에 근사한 해답이 있을뿐이다. 한것은 본능과 욕망으로 삶의 방식을 해석하는데 가장 진솔한 접근법이기때문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삶의 의미를 개체의 내적가치관으로만 해석할 수밖에 또 무엇이 있을가?
    인생의 의미는 한가지만이 아니다. 사전식으로 말하면 사람이 세상에서 사는것도 인생이요 살아있는 시간도 인생이요 살아온 경험, 삶, 생애, 일생도 의미한다. 삶에 대한 견해나 삶의 의미의 리해방식을 인생관이라 한다. 즉 개인이 가지고있는 개념 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을 대하여 나아가는 생각의 갈림길중의 하나라고 할가,
    산을 오르다와 산속에 들어가다는 그저 표현의 차이만이 아니라 풍물을 보는 시점이 달라지고 느끼는바도 다르다는 내함도 예시되여있다. 산도 산골짜기, 산기슭, 산허리, 산꼭대기 등 그 이미지가 각각으로 정체를 이루고있다. 산이 꼭 높아야 할 리 유가 없듯이 인생도 꼭 높이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포도는 시여서 먹지 못한다고 자위하던 여우의 심사로 하는 말은 아니여라. 결코!
    누구에게나 인생은 미완성작이다. 한생이 아무리 화려해도 감탄표는 별로 없고 유감이란 미성(尾声)이 있을뿐이요 그냥 점층식의 시작만 있을뿐이니 절대적인 절정이란 없는것이다. 인생은 쓰다가 채쓰지 못한 편지같기도 하고 그리다만 그림일수도 있고 새기다가만 조각품일수도 있듯이 무릇 인생마당엔 어떠한 완성품이란 없는법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그냥 높은곳에만 오르려 한다면 얼마나 허무한 추구인가?
 
                                                     2012년 7월 23일 ㅡ 흑룡강신문 2013년 5월 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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