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칼럼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취몽유천당기
2015년 04월 07일 21시 14분  조회:5337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취몽유천당기
 
   꿈을 꾸었다. 꿈은 밤의 환각이라던데 내 꿈은 뚱딴지같이 대낮에 둥글었으니 백 일몽인가, 남가일몽인가? 긴 하품끝에 시한구절 어줍잖게 묻어나온다.
                    사무한신(事无闲身)태평선비님아
                    팔베개 새우잠에도 꿈은 달던가
                    창밖에 해그림자 길기도 한데
                    내 낮꿈은 오히려 짧기만 하느니
                    어즈버, 무딘 붓끝이나마
                    취몽유천당기(醉梦游天堂记)나 적어보랴
      꿈한마당 해괴해서《허허…》혼자 웃어본다. 글쎄 내사 꿈에 훨훨 날아서 어떤 기이한 곳에 이른것이 아니겠는가!《어랍쇼, 여기가 천당이 아닌고?》하고 은근히 좋아하는데 한 선풍도골(仙风道骨)의 로옹이 오더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미궁같은 땅굴속을 내려가다가 이른곳은 커다란 연회청이였다. 장방형의 긴 식탁우에 산해진미가 즐비하게 차려져있었고 목덜미가 기름지고 앞배가 두둑한 사람들이 둘러앉 아있었는데 멋진 장정노복들이 앞에 놓인 접시에 연신 각가지 음식을 담아주건만 웬일인지 모두들 마른 콩을 먹은 소처럼 눈이 데꾼해서 지켜만 보고있었다.
   내가 자리에 안내되자 잡담제하고 포그를 접어드는데 노복 두놈이 달려들어 내 두팔에 엷은 판대기를 처매였다. 곧은 팔이 되여 아무리해도 먹을수 없게 되자 부아통이 터지는 중에 가만히 살펴보니 모두 내 처지와 같았고 불만이 자자했다. 워낙 성미가 급한 나인지라 로옹을 찾았디.
   《여긴 어딥니까? 예? 련옥이라구요? 그럼 천당은 어떤지 가보게 하시오.》하고 강경하게 나오니 로옹은 두말없이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미궁을 나와서 산우에 있는 큰 아치형문의 건물로 들어갔다. 랑하의 굽이를 돌아 이른곳도 연회홀이였다. 기다란 식탁우에 진수성찬이 그들먹하게 차려져있었는데 학자풍도의 로옹들이 근엄하게 둘러앉아있었다.
   로옹이 자신을 소개하고 여러 학자들도 인사시켰다. 그는 다름아닌 유토피아주의자였던 토마스 모어선생이였다. 그다음 차례로 쌩 씨몽, 푸리에, 오엔 등 공상적사회 주의자들이였다.
   그들이 누구든《옳거니, 여기서는 만포식할수 있겠구나.》하며 안자바람으로 포크를 드는데 또 노복들이 두팔에 판대기를 쳐매였다. 앙앙불락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놀라운 정경이 벌어지고있었다. 모두 나처럼 불편한 팔이였지만 음식을 집어서는 대방을 먹여주느라 열성이였다. 그냥 제배를 채울 궁리만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늦게나마 크게 꺠우친 내가 음식을 대방의 입에넣어주엇더니 그도 나에게 먹여주었다. 코마루가 시큰해질 정도로 감동되였다. 만찬이 끝나자 모어선생이 자기 서재로 나를 안내하였다. 우리는 허물없이 대담을 시작했다. 성미급한 내가 먼저 말문을열었다.
    나:《두 연회청 사람들이 처지는 똑같았는데 어찌하여 그렇게 심리품성들이 발로되였는지 의문입니다.》
    모어:《아, 그것말입니까? 그건 질적으로 다른 두 부류의 사람들이니까요. 처음 연회청에는 대탐욕자, 극단적리기주의자들이 모였지요. 인간은 자기중심에서 사고할 줄밖에 모른다면 그렇게 련옥에서 고행하게 되지요.》
    나:《원래는 그런 판이였구만요. 그러니까 듣던바처럼 이 천국에 입적하려면 평생 적덕하면서 백성들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말이겠습니다그려.》
    모오:《그렇지요. 그리구 기실 천당이란 별게 아닙니다. 목이 몹시 말랐을 때 샘터가 곧 그의 천당이고 아시지경에 이르렀을 때 따뜻한 국밥 한그릇이 곧 천당이며 노그라지도록 지쳤을 때따스한 잠자리가 곧 천당이고…그러니 자기 수요가 만족의 경지에 이르면 이른바 천당이 아니겠습니까?》
    나:《현시대 지구촌 주민들은 고도의 물질문명을 창조한만큼 응당히 모든 사회공존자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이 중요한 과정을 무시하고 자아와 자족에만 집착하고있습니다. 》
    모어:《우리가 살았던 19세기 주민들도 매한가지였지요. 일찍 오엔이 미국땅에서 조직하려했던 <뉴하모니(새로운 조화)>실패한 근원도 바로 개체적인간의 그 렬근성에 있었습니다. 보편적사랑과 박애가 메말라가는 현시점에서 지구촌 락토건설에서의 급선무는 어떻게 탐심을 절제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
    나:《고도의 물질문명과 인간의 도덕적인격력량이 너무나 탈리되였다는 그 말씀입니까?》
   모어:《그렇지요. 인간심령의 이률배반이라 할는지…어쨌든 탐욕서은 자고로 인간을 망친 확실한 독약이였습니다. 탐욕자들속에 자신이 사회정체의 한 부분임을 모르는 바보가 있을가요? 아니지요. 탐욕에는 거인이지만 홍익인간에는 난쟁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맞는 말입니다. 세계적거인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전임대통령이였던 수하르토를 꼽아야겠지요. 사취한 재산이 200억딸라도 넘었다니 얼마나 한심합니까? 한 성장의 천년 로임에 해당한 거금을 챙겼다가 지옥에 간 성극걸같은 탐관이 우리 거기에 있었습니다. 부패는 전 인류의 암증이라 할수 있겠지요.》
   모어:《암, 인간의 탐욕성이란 그렇게 무한정입니다. 그러기에 자산계급사회에서만 개인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을 기초로 한다고 말할수 없습니다. 인간의 생명중에서 만족한 그 순간에만 집념한다면 그 하루의 천당이 종당엔 지옥이 될것은 불가피적입니다. 자기만의 천당을 얻으려는 그 용속한 근성때문에 영원히 지옥의 구석에 쭈크리고 앉아야만 한단말입니다.》
    나:《이제 인간에게서 더는 진실한 기도와 박애를 기원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인간의 무절제한 탐욕에 속수무책인것같습니다.》
    모어:《이제 하느님이 인류의 징벌을 시도한다면 더는 <노아의 방주>가 없을것입니다. 그만큼 인류는 사악해져서 스스로 지옥을 파고있다는 말입니다.》
    나:《남보다 특별히 크고 편리한 사욕의 주머니를 앞뒤에 차고도더 채우지 못해 혈안이 된자들이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인간악의 련쇄에서 최초의 고 리가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모어:《그렇다고 할수 있습니다. 인간사회에 성원을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누어 볼수 있는데 극도의 빈궁은 도적놈, 강도, 무뢰한, 교활한자, 몹쓸놈을 배출하고 반대로 부정축재는 교만한자, 기만자, 허풍쟁이 등을 속출합니다. 물론 인류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황금앞에서 약자이기를 원하고 않고 있지만 그건 민중의 저주를 받는 <석서>들의 탐욕과는 구별됩니다.》
   나:《사람들이 거리에 나온 쥐를 때려잡으라고 소리치지만 그건 본능적인 웨침이지요. 쥐들은 제멋대로입니다. 쥐들도 무척 개화되고 총명해졌지요.》
   모어:《저마다 저그만치 차례받는것을 사회적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인식시키는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주걱을 든 년이 한술 더 뜨고 정주간을 파고도는 쥐가 더 기름기가 돈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현실세계입니다. 안그런가요?》
    나:《그렇지요. 그래서 건전한 사회란 우선 평화와 번영이 약속되여야 하지만 보다는 인간들의 선의적인 협동정신, 봉사정신이 보편화된 사회라야 부익부, 빈익빈의 차별이 점차 풀릴테지요.》
    모어:《그럼요. 서로 주고받는 마음으롱 엉키고 감사의 정이 넘치는 삶의 현장이 당장에는 이루어질수 없더라도남이 가져야 할 몫까지 가로채는 무리들은 정말 가증스럽습니다. 인간은 그렇듯 탐욕앞에서 머리가 총명하지만 그만큼 연골증환자이지요. <아홉섬 추수한자가 한섬 추수한자더러 그 한섬을 채워 열섬으로 달란다>는 속담처 럼 탐욕을 앞세우면 누가 누구를 줄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모어:《천당은 지옥의 종국이고 지옥은 천당에 이르는 복도입니다. 그러나 지옥을 거쳐 천당에 이를 필요가 있을가요? 천당이냐, 지옥이냐 하는것은 각자의 량심에서 구분되고 제나름의 가치취향에 달렸습니다. 난 오래전부터 인간의 탐욕성의 절제에 대해 연구하고 방법을 모색했지만 미해결입니다.》
   나:《하긴 그럴수밖에 없겠지요. 인간이 개체적존재인만큼 사심은 영구불멸의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모어:《그래요. 우리는 현실적존재는 누구의 리념이나 의지에 의해 개변될수 없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사회부패현상을 성토하는 글을 쓰는것도 따지고 보면 무모한 짓이기도 하지요. 그건 명지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아니면 포도는 시여서 못먹는다고 한 여우로 오해받을수도 있고 자칫 재난을 자초할수도 있습니다.》
    나:《제생각도 그렇습니다. 산범은 감히 흘겨보지도 못하면서 죽은 늑대의 배때기나 걷어찬다면 얼마나 싱거운 일입니까?》
    모어:《시간더러 재판하라 하지요. 어쨌든 가짜는 진짜가 될수 없고 진짜는 가짜로 될수 없는 법입니다. 흙보살은 강을 건너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요.》
   나:《예, 그래서 문인의 시비는 탁상공론에 그치고만다는 옛날 할아버지네 말씀이 맞지요.》
   모어:《그건 문인의 영원한 비애이지요. 우리는 다 아름다운 념원에서 출발하다보니 늘 현실의 차디찬 벽에 코가 깨지고말지요. 최선생도 이젠 꿈을 깨시오.》
   모어선생이 말을 마치고 어깨를 세차게 치는바람에 나는 정신이 펄쩍 들었다.
   참으로 맹랑한 꿈이였다.《꿈속에서 천리를 달리다가 꿈을 깨고보니 침대머리에 있더라.》는 격언이 떠올라 웃음이 피식 나왔다. 프로이드씨는 꿈의 내용은 념원의 만족이라고 했으나 내 꿈은 중도에서 깨지고말았으니 실로 황량몽이라 하리라.
    막연한 생각에 가슴 답답한데 큰길 건너 교회당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어느 신도들을 천당에로 부르고있었다…
 
                           2002년 5월 24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0 고시조와 현대시조 2013-01-02 2 12228
119 명상시조(100수) 81-100 2012-12-30 1 9468
118 명상시조(100수) 61-80 2012-12-24 1 8762
117 명상시조(100수) 41-60 2012-12-19 1 9248
116 명상시조(100수) 21 ㅡ40 2012-12-16 1 8877
115 (칼럼) 원, 저리 얄팍한 심통이라구야! 2012-12-15 2 10089
114 명상시조 (100수) 1ㅡ20 2012-12-12 1 8930
113 (중편소설) 밀림의 련가 2012-12-09 1 11525
112 시래기찬가 2012-12-06 1 8692
111 (중편소설) 아름다운 착각 2012-11-29 1 11416
110 (소설) 도깨비의 향연 2012-11-22 1 11186
109 (소설)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거라 2012-11-13 1 9852
108 (소설) 6호병실 진찰일지 2012-11-02 1 10027
107 (소설) 바르게 살려는 녀자 2012-10-23 1 12947
106 (소설) 사랑의 의미 2012-10-18 0 11484
105 (소설) 출세기 2012-10-13 0 10541
104 황혼애가 (2000년대) 2012-10-07 4 10660
103 (소설) 령혼의 저곡에서 2012-10-02 1 9723
102 언어의 빈곤증인가? 아니면... 2012-09-29 1 8674
101 옥상수잡감 2012-09-26 0 9091
‹처음  이전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