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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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커피와 그리고 생활
2015년 07월 03일 09시 31분  조회:5300  추천:2  작성자: 최균선
   졸업한지 2년이 되는 졸업생들 여럿이 빈해를 떠나는 나를 보러 왔다. 신사숙녀로 번진 그애들이 너무 어엿하였다. 어떻게들 보내고있는가를 묻자 가뜩이나 부글거리던 속심을 터쳐놓은듯 중구난방으로 불평, 불만을 터뜨려놓았다. 사회생활은 학교에서 꿈꾸던것과는 너무 실망이라는둥, 사업이 힘들다는둥, 심리압력에 가슴이 막 답답해진다는둥, 상하관계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걱정이라는둥… 제자들마다 이 사회의 고아들인듯 더없이 상심해서 울상이였다.
  
나는 그저 시무룩이 웃으며 커피나 마시라면서 일회용이 아닌 물컵을 있는대로 다 꺼내놓았다. 모양새도 각각이고 크기도 저마끔인데 사기로 만든것, 유리로 된것, 비닐로 만든것, 우아한것, 보잘것 없는것… 여러가지였다. 그것은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전략이였다.
  
“내 집에 온 손님이 아니라 다 내 자식들 같으니 체면을 차리지 않겠습니다. 제각기 커피를 타 마시세요…” 학생들은 제 마음에 드는 컵을 골라 커피를 탔다. 나는 짐짓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 저마끔 제일 좋아보이는것을 골라쥐였지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비닐컵은 아무도 욕심내지 않는군요. 물론 당연한 현상입니다. 허, 다 알아들으면서도 왜 그리들 어리둥절해있습니까?
  
바로 컵을 고르는 심리에 여러분의 번뇌의 근원이 있어요. 만약 생활을 커피라고 한다면 사업, 금전, 지위 등은 모두 물컵에 비유할수 있고 컵은 우리들이 생활이라는 커피를 담는 도구에 지나지 않아요. 컵이 좋고 나쁘고 보기좋고 싫든간에 담긴 커피의 질에는 아무 영향도 없지요. 만약 그냥 컵의 겉모양과 재질에만 신경을 쓴다면 무슨 심리여유가 있어서 커피가 단지 쓴지를 알수 있겠어요. 그게 바로 스스로 번뇌를 찾는게 아니겠어요…”
   
나는 계속하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한 녀자애가 고중을 졸업하고 대학에 붙지 못하자 고향에 돌아와 고향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못되여 학생들이 의견이 분분하여 집에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딸의 눈물을 닦아주며 ‘한말지식을 되로 쓰는 사람이 있고 한되지식을 한말로 써먹은 사람이 있니라. 너에게 맞는 일이 꼭 있을테니 락심말아라’라고 위안해주었습니다. 녀자애는 외지에 가서 취직하였는데 손발이 굼뜨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리가 해고해버렸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온 녀자애는 삶의 의욕마저 잃었습니다. 역시 어머니가 고무격려해주었습니다. ‘얘야, 세상엔 손발이 잰 사람도 있고 굼뜬 사람도 있네라. 여태 공부만 하던 네가 어떻게 남들처럼 대번에 손이 잽싸지겠니? 너무 조급해말아라.’
  
다시 용기를 추스린 녀자애는 선후로 방직공질도 해보고 시장관리원, 회계일도 해보았지만 시종 여의치 않아 집에 돌아오군 했습니다.
  
그녀가 서른살이 넘었을 때 천부적인 언어재능으로 어느 롱아학교의 보도원으로 취직했습니다. 후에 그는 자기절로 장애인학교를 꾸리고 여러 도시에 장애인용품체인점을 꾸려서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파파 늙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지난날 내가 실패할 때마다 전도가 암담해 죽을 생각밖에 없었는데 엄마는 어찌하여 그냥 신심을 불어넣어주었나요?’
  
어머니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한뙈기 밭이 있다고 하자. 밀을 심어서 잘 안되면 감자를 심어보고 그도 적합하지 않으면 해바라기를 심어보고 그나마도 안되면 메밀을 뿌려놓으면 분명 꽃이 필수도 있지 않겠니? 우리 농촌에서는 그것을 그루바꿈이라고 하니라. 아무튼 한알의 종자에는 그에 알맞은 땅이 있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잠재능력이 있는데 발휘하기에 달렸습니다. 성공을 벼르는 사람은 자기의 분투의 길을 찾을것이고 좌절당하고 락심천만한 사람은 주저앉을 자리를 찾을것입니다.
  
두 이야기의 내용은 달라도 하나의 주제에 귀결됩니다. 말하자면 생활을 사랑하며 좌절하더라도 의지를 굽히지 말라는것이지요? 성공하려면 소힘줄 같은 끈질김이 있어야 하겠지요?
  
달리기를 할 때 대개 가장 빠른 서너명이 결승점에 이르면 나머지 사람들은 이내 맥이 풀려버리겠지요? 몇몇은 예정된 코스를 끝까지 달릴 용기조차 잃어버리고는 중도에 관중석으로 들어가버리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부러 넘어지는것으로 구겨진 체면을 살리려 하고요. 뒤떨어져있는데도 죽기내기로 뛰는 사람이 있을 경우 사람들은 비웃습니다. 그가 어리석게 꼴찌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리유때문이지요,
  
우승을 따내려 하는 마음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뒤떨어졌으되 기어이 결승점까지 달려가는 선수, 그를 위해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미래지향적인 심태라 할수 있습니다.
  
반디불은 미미해도 어둠속에서 다소라도 자기 생명의 빛을 뿌리고있기에 존재의 리유를 가지는게 아닐가요? 누구나 주위를 환히 밝히는 큰 홰불이 될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작더라도 신념이라는 자기만의 홰불을 높이 추겨든다면 여러분 모두가 인생마당에 퍼그나 유익한 빛이 될것입니다. 인생은 생각하는대로 되지는 않지만 자신이 애써 가꾸는대로는 거듭나게 될것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할수 있음을 안다면 부단히 성장한다는것을 의미하고 자기가 무엇을 할수 없음을 알면 당신은 부단히 성숙하고있다는것을 설명해준다는 명언이 있죠. 행복의 앞문이 닫겼더라도 다른 문이 열릴수도 있음을 믿으세요. 그러나 우리들은 흔히 오래동안 그 닫힌 문만 지켜보다보니 열려져있는 다른 한 문을 보지 못한다는 명언도 있지요. 물론 명언대로 되는 인생은 아닙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고생이 가장 훌륭하고 확실한 교육입니다. 공리공담을 많이 늘어놓았는데 여러분의 인생은 공리공담도 되지 말고 급공근리도 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연변일보 20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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