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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생명과 도의
2015년 11월 18일 11시 37분  조회:438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생명과 도의 


     사연은 고리끼로부터 시작된다.
     1920년대 로동개조범 마르자꼬브란 사람이 쏠로위쯔섬의 로동개조소에서 탈옥하여 영국에 도망쳐간후《지옥의 섬에서》라는 책을 출판하여 전 구라파대륙을 들썽해 놓았다.
     이 악영향을 없애기 위하여 쏘련정부에서는 정치상에서 믿음직하고 국제상에서 성망이 높은 고리끼를 쏠로위쯔도에 보내여 탐방한후 자기가 보고 들은 사실대로 글을 써서 그 비루한 국외의 위조서를 반박하려고 하였다.
     1926년 6월 20일 국가보안국관원의 배동하에 고리끼가 그 유명한《지옥의 섬》에 고찰을 왔다. 그때 섬은 이미 일신변모한 뒤여서 살풍경스러운 경상이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길가에 나무를 떠다옮기고 길에 모래를 폈으며 범인들의 숙소에 새 이부자리를 펴놓고 화분이랑 가져다놓아 정말 문명한 생활을 하는듯이 보였다. 행색이 더없이 람루한 범인들은 한데 모이게 하여 쭈크리고 앉게 하고 방수포로 덮어놓았는데 마치 한무지의 쓰레게더미같아 보였다.
    그러나 관찰력이 예민한 고리끼는 언녕 진상을 보아냈다. 장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신문을 보는 범인들을 살펴보니 모두 신문을 거꾸로 들고 읽고있었다. 그들은 이 섬에 일체가 꾸며놓은것이라는것을 암시하기 위해 이렇게 한것이였다. 고리끼는 아무말없이 다가가 그들이 들고있는 신문을 바로 잡아주었다. 이때 열네살쯤 되는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고리끼. 내가 당신에게 진상을 알려주겠습니다.》
    고리끼는 수종들을 물리치고 그 소년과 한시간반이나 담화하였다. 그가 소년곁에서 물러날 때 얼굴은 눈물범벅으로 되여있었다…
     여기까지 읽은 우리는 레닌이《무산계급예술의 가장 걸출한 대표》라고 칭송한 이 위대한 작가가 반드시 진실을 밝힐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을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정반대였다. 쏘련과 구라파의 중요한 신문들들에서 고리끼의 탐방록을 게재 했는데 글에서 고리끼는 《매와 해연의 명의로 선고하는바 쏠로위쯔섬으로 인민들을 놀래우 려한것은 전혀 무근거하며 죄인들의 생활은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구절이 있었다.
     고리끼자신도 자기의 글이 신문에 나갈쯤해서《해연의 노래》의 작자에게 진상을 알려준 소년이 총살되였다는것을 짐작하고있었다. 진실을 말한 그 남자아이는 죽었으나 고리끼는 살았다. 그러나 그가 먹으로 쓴 거짓말은 자기의 량지에 먹칠하였다. 뜬명성은 왕왕 사람들을 심사숙고하게 한다. 그 이후 고리끼가 어떤 심정으로 세상을 대하고 사람들을 대하였을가? 그것은 오직 그 본인만이 알수 있는 일이다.
     모르긴 해도 고리끼가 지옥의 섬을 탐방하고 보고를 쓰기전에 사상상에서 치렬한 모순투쟁이 있었을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채방할 때 말타고 꽃구경하는식으로 대충 살펴보고 그곳 관원들의 보고를 청취하는것으로 사명을 완성하였을것이다. 그리고 범인들이 거꾸로 읽는 신문을 바로잡아주지 않았을것이고 남자아이의 말을 들은후 얼굴이 눈물로 얼룩지지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고리끼는 결국 굴복하고말았던것이다.
     가령 그가 진상을 진상대로 보도했다면 어떻게 되였을가? 그 솔직하고 굴강한 남자아이의 뒤를 따라 비명횡사하였을것이다. 도의와 생명을 두고 한 선택에서 고리끼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런 선택에 대해 누가 왈가왈부할것인가?
    세인들이 잘 알고있는 이야기를 더 례를 들어보자. 한 초부가 다리를 건널때 도끼를 물에 떨구었다. 어쩔줄몰라 쩔쩔 맬때 물속에서 신선이 금도끼와 은도끼, 쇠도 끼를 들고나와 어느것이 자기것인가 말하라고 하였다. 이에 초부는 금도끼, 은도끼 를 알은체 하지 않고 쇠도끼를 자기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재물을 탐내지 않는 초부의 성실성을 찬미할것이다. 이야기의 숨은 주제도 바로 그것이였다.
     그런데 숙언중이라는 만화대사는 이야기의 결말을 고쳐놓았다. 신선이 금도끼나 은도끼를 들고 나온것이 아니라 머리에 쇠도끼를 박고 물우에 솟아올라서 대성질호하였다. 《이 도끼가 누구의것인가?》초부는 혼비백산하여 전전긍긍하면서《저 저의 도끼가 아니올시다.》하고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리익과 도의 가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사람들은 도의를 선택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할것이다.
    그러나 생명과 도의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도의를 선택하고 생명을 버릴사람은 극히 적을것이다. 그때 초부가 무치하다고 견책할수 있을것인가? 누구나 자기 신상에 불똥이 튀지 않을경우 정의를 운운하기는 쉬우며 자기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지 않는 한도에서는 용사인양 자기 동가슴을 툭툭 칠수 있다. 일단 자기 생명을 내놓아야 한다면 용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것이다. 고리끼의 비애는 중외고금의 모든 문인들의 비애인것이다.
     건국후 어떤 운동전에서든, 폭풍취우에서든 조어대에 안정하게 앉아있어서 넘어 가지 않는 로옹이 된 사람이 있었는데 중외에 덕망이 높았던 곽말약선생이다. 비결이 어디에 있는가? 바로 시국을 잘 따른데 있다. 례하여 위대한 향도자가 리백을 좋아하고 두보를 싫어하는것을 알고《리백과 두보》라는 대작을 써내여 리백을 한껏 춰올리고 두보를 여지없이 깎아내렸다.
    이 사실을 두고 비렬하고 무치하다고 질책할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문학거목인 곽선생은 만년에 패필을 쓴 무치한 문인이다. 그런데 위치를 바꾸어서 생각해 볼 때 그런 력사시대에 비렬하지 않고 무치하지 않았다면 그가 어떻게 살아남을수 있었 겠는가? 물론 모든 문인이 다 곽말약과 같은것은 아니였다. 로사는 진리를 위해 자기의 지조를 굽히지 않고 물에 뛰여들어 자살하는 길을 택했다. 전하는데 의하면 그의 시체를 물에서 건져낼 그때까지도 도고한 로사선생은 꼿꼿이 선채로 죽었다고 한다. 그렇게 꿋꿋이 선 대가는 무엇인가? 생명이였다.
    빈천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위무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이 극히 적었다. 이는 인성의 약점이다. 이런 인성의 약점은 참으로 대성인이 아니면 극복할수 없다. 그런데 대성인들 어찌한단 말인가? 대성인 공부자도“군자는 넘어지려는 담장앞에 서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공자도 생명을 가지고 만용을 부리지 말라고 한것이다.
    우리는 생명과 도의중에서 어느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아무도 명랑하고 통쾌한 대답을 하지 못할것이다. 아니 그런가?
 
 
                              2008년 2 월 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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