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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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씨수상록 43)“빨리빨리”의 리페
2016년 09월 12일 10시 04분  조회:4309  추천:1  작성자: 최균선
                                                                “빨리빨리”의 리페
 
                                                                       진 언
 
    원시인류가 현대문명인으로 진화하기까지 600만년이란 오랜오랜 세월을 걸어왔다. 그에 비해 고기술시대의 진입은 눈깜빡할 사이라고 할수 있다. 라이트형제가 1903년 최초의 동력비행기를 날린후 1957년 구쏘련에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까지 반세기가 걸렸고 지구인이 마침내 달나라에 발을 딛게 되고…고기술이 20세기에 이룬 성과 자체는 “빨리빨리정신”에 떠밀려 쌓은것이였다.
    토플러의《미래의 충격》에서는 기원전 6000년의 고속수단인 락타의 질주가 시속 13㎞ 이고19세기 증기기관차가 시속21㎞로서 8000년 동안에 겨우 8㎞가 빨라졌을뿐이라 했다. 한데 20세기에 들어 우주비행선이 시속 2만9000㎞에 이를만큼 고속화로 치달아올랐다. 이것은 인류에게 축복인가, 환득환실의 례증인가?
    고대희랍문화의 특징중 하나가 경쟁이였다. 경쟁은 속도의 추구이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유구한 력사의 장하에 만리장성,《사고전서(四库全书)》등 거대한 문화유산…모든 문명의 업적은 중국사람들의《만만디(慢慢的)》정신의 기반우에 창조된것으로서 그것의 버팀대가“만만디”기질이였다고 해석하고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란 성어가 있는데 홍수가 지면 말은 발버둥치며 물길을 거슬러 헤염치다가 힘이 빠져 죽지만 소는 물에 몸을 맡긴채 둥둥 떠다니다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일이 급하더라도 무리해서 억지로 풀리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성구대로 한것만은 아니다. 우공이산을 느림미학의 전형이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역시 먼길을 줄이려고 조급정서로부터 시작한 일이다. 곡식고갱이를 뽑아올린 송나라사람의 이야기는 성급함에서 기인된 우둔함을 풍자한것이고,
    욕망의 실현에서 아무도 만만디일수 없다. 이제는 “빨리빨리병”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조선사람들만의 특성이라고 할수 없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지 속도에 반하는 효률을 마다할수 없다. 때로는 장점으로 때로는 단점으로, 어떻든간에 "빨리빨리"는 우리 인간들의 지향이 되였다. "빨리빨리"가 주는 단맛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때문이다. "빨리빨리"의 급공근리에서 단맛을 본 이상 느림의 미학이 퇴색하지 않을수 있으랴, 기다림과 참을성은 인젠 미덕이 아니라 락후이고 어리석음으로 상징된다. 기다림과 느림의 미학은 현대인들의 체질에 맞지 않게 된것이다.
    21세기는 속도의 시대이다. 초고속 전자통신망이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구축되면서 초고속 인터넷시대에 들어섰다. 그만큼 초고속문명시대는 불확실성시대라고 이름지어졌다, 현대에는 더구나 불확실성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물극상반의 섭리에서 벗어날수 없다. 환언한다면 빨리빨리에는 적지 않은 리익과 페단이 병존하는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속도에만 집착한다. 그래서 생기는 비극이 그 얼마인지 모른다.
    시대의 급물살을 타게 된 중국사람들도 만만디를 차던지고 비상히 조급해졌다. “콰이콰이정신” 은 영국이 런던에 50년을 걸려서야 완성한 지하철을15년에 제꺽 해제겼다. 전통적으로 꺼리던 "빨리빨리" 문화는 중국만이 아니라 지구촌을 온통 속도전으로 풍미하는 근간이 되고 또 자국의 발전을 위해선 " 만만디 정신은 시대의 락오를 의미했다. 그래서 “빨리빨리"가 없으면 약육강식의 이 지구촌에서 생존할수 없다는 론리가 튼튼히 발을 붙이게 된것이다.
    시간앞에 달리자는 구호가 있지만 우리는 그냥 시간의 노예로 시간에 쫓기우는 삶을 살고있다. 옛날에는 꿈에도 생각못하던 삶의 조건, 환경에서 살고있건만 우리는 늘 바쁘다. 시간이 금싸라기란것을 잘 알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빨리빨리를 웨치며 노상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 숨이나 쉬면서 살고있는지… 빨리빨리에 목맨다고해서 마냥 인생이 더 알찬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우리 말 속담에《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급하면 바늘허리에 실매여 쓸가》,《우물에가 숭늉 찾는다.》등은 예로부터 지나친 성급함을 경계하고있다. 옛날 농촌에는《뭘 그리 급해하냐? 급해 죽은놈 얼마인데》라는 말이 있었다. 역시 소박한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것이다. 현시대 다사분주한 인생살이에서 서둘러야 하고 침착해야 할 일들이 얼마일지 예상할수 없지만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것은 살아가는 기술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쌍소는 빠름을 버리고 느리게 사는것의 의미를 깨달으라고 호소하였다.“현대 사회는 느림이라는 처방이 필요한 환자다. 그런데, 현대인이 속도의 병에 걸려있다고 진단하는것은 나같은 학자들의 몫이다. 사람들은 철학자를 지나간 과거나 분석하고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철학자를 ‘미래를 처방하고 예언하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정의하고싶다. 예언하는 철학자로서 나는 정보화시대의 특징을 분석하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싶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사회는 빠름을 찬양하고 있지만 개인은 느림을 추구함으로써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삶에 도달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묻는다.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고,“라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게으른 상태인 반면, 느림은 삶의 매 순간을 구석구석 느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몸이 느림을 향수할 때 정신은 더욱 포만해지고 삶의 깊은 의미를 느끼게 된다.”
    속도가 빠른 자동차일수록 브레이크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듯이 인생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바쁠수록 느림도 필요하다. 인생은 100 메 터달리기가 아닌 장거리달리기이기때문이다. 성찰이 뒤로 밀린 무한경쟁의 고속도시대에도 때때로 황소걸음이 수요된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은 천천히 걸어도 아무도 막을수 없는 힘이 있는 걸음이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뚝심이 있는 걸음이며 얕은 꾀를 부리지 않는 정직하고 우직한 걸음을 의미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려로에 걸음을 너무 달구치는것은 좋은 일만이 아니다. 질풍같이 내달리는 자동차안에서는 풀잎에 맺힌 령롱한 이슬방울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잠간 멈춰서서 가쁜숨을 말리자.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서 주위를 돌아보자. 그러면 숨가쁘게 달려올 때 보이지 않았던 많은것들이 보일것이다. 그리고 그 발견은 당신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해줄것이며 당신의 삶에 다른 의미로 새겨질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속도로 달려나가지 않아도 된다는것을 알아챈다면 당신의 삶은 보다 여유로워질수 있을것이다.
    새의 울음소리, 바람소리를 들어보라. 자연의 소리는 일정한 리듬에 의하여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리듬은 단순하다.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열매를 거두기까지 순리에 의하여 진행된다. 자연은 타자와 비교하지 않는다. 사람도 자연도 모두 자기 몫이 있다. 삶은 단순할수록 좋은데도 인간들은 자연의 순리를 왕창 무시한다. 하여 마냥 빨리빨리를 앞세우고 달린다.
    빠름을 이기는 느림의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촉박한 삶의 여유와 멋은 느림의 미학이 선사한다. 느림의 미학은 곰삭은 젓갈처럼 일정한 발효시간과 때묻은 세월이 필요하다. 셀수 없을만큼 긴 우주의 시간속에 셀수 없을만큼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인간들인데 더 천천히 살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가? 그런데 스스로 채질하며 재촉할 필요가 무엇이랴, 천천히 그리고 또 천천히…


                                                                                         2011년 2 월 1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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