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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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98) 약자영탄곡
2018년 08월 10일 08시 31분  조회:218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약자 영탄곡
 
                                                                    진 언
 
    강약은 절대개념이 아니다. 종래로 약자에 대한 정의가 없는바 “약” 은 근근히 일종 비교급일뿐, 나보다 사회지위가 낮고 나보다 못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약자” 이다. 쉽게 말하면 나의 눈에 강대하게 보이는 요소의 반면이 곧 “약”이다. 조물주가 억조창생을 내실 때 강약의 본성까지 금그어 주었다고 할지라도 “약자”에게 잘못이 없고 사회가 불공평한 탓이라는 말은 약자들을 각성시키는 의의를 띠고있다.
    지금은 온갖 매체에서 보이고 들리느니 잔인한 가해와 피터지는 피학대에 대한 뉴스인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강자와 약자로 나뉘여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비극이 비일비재인게다. 가정폭력, 교내폭력, 군내폭력, 국제적 비피린 폭력과 죽음…더구나 약육강식의 인생현장에서 약자였던 자가 제보다 더 약한 사람을 찾아 공격하는것으로 “봉창”을 하는 악순환이 빚어진 참담한 인간세상이다.   
    일컬어 잘난자, 똑똑한자, 부자, 지자, 권세자를 강자라 하고 못난이, 빈자, 우자, 무식자, 권세없는자, 그리고 게으른자, 의지가 박약한자를 약자라 할것이로되 그게 운명적이라면 누가 시비할수 있으랴? 약자는 선량하다는 전통관념이 약자들의 자아위 안이 되였던가? 약자가 선량하지 않으면 어쩔테란 말인가?
    자고로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고 했다. 힘센놈이 왕질하던 아이적에는 단주먹에 상대를 코피나게 한 놈이 완력이 센 놈이었다. 주먹심아래에서는 아무리 머리좋고 공부를 잘해도 가나오나 뛸데없이 침먹은 지네가 되였다. 사실 어른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일단 믿는것이 주먹이다.주먹이 약하면 제집에 들어온 강도에게 두눈을 펀히 뜨고도 란타질을 당하며 굴욕을 삼켜야 한다.
    가령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시되는 인간사회라면 강자와 약자로 극명하게 갈리지 않을것이고 강자는 강자대로 으시대고 약자는 약자대로 기시, 릉멸, 불안이라는 구름아래서 살지 않아도 되였으련만 정글법칙아래 운행되는 인간사회도 약육강식이 상식이 되고 강자독식이 합리화되였다. 약자의 눈물을 씻어줄 사람이 이 세상에 없고 약자의 심병을 치유할 약이 이 세상에 없다.
    약육강식은 야만시대의 잔습으로서 동물에게 한한것이라고 할수 있으나 우승렬패는 분명히 합리화되고있는 현실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나 또는 인생의 원리냐? 아니냐? 하는것은 별개로 하되 이는 력사가 증명하는바이다. 약자가 원한다고 세상이 원하는 데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 력사란 기록된적이 없다. 강자가 힘으로 지배할 때 약자는 강자에게 무조건 굴종해야만 생존이 가능하였다.“인류에게 하나밖에 없는 진정한 원칙은 정의이며 약자에 대한 정의는 보호와 친절이다.”라는 명언이 있더라만 자유와 평등은 공백수표처럼 공리공담이다.
    진정한 강자는 약자의 아픔을 리해하고 어루만져주는 사람이여야 하는데 우수한 자는 렬등한자를 무시하고 박대하며 부자는 빈자를 향하여 “왜 그리 가난하냐 ?”고, 강자는 약자에게“그렇게 약해 빠질것이 무엇이냐 ?”라고, 학자는 무식한 자를 대놓 고 “너무 무식하지 않냐 ?”하고, 건강한 자는 병자를 대하여“어찌 그리 약골로 태여났냐?”라고 빈정거려도 재하자는 유구무언(在下者有口無言)이라,
강자들의 시각에서 약자의 천성이란 무엇일가? 역경속에서 인생고를 읽고 새로운 삶의 계기를 발견하려는 자는 생활의 강자로 보고 불행과 고통속에서 마냥 위축되여 보이는것도 안보려고 눈을 감는 자를 현실도피자라 한다. 약자가 역경에 위축되고 강자앞에서 기가죽고 무력해지는것이 천성이라면 불행한 운명이다. 그래서 약자는 자기보다 강한 자들의 생각을 빌려 생각하고 그들의 입을 빌려 말할수밖에 없다.
    선량함은 약자의 덕성이 될수는 있어도 이 험난한 인생길에 통행증일수는 없다. 약자라해서 무조건 동정심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슬픈 조우이다. 약자들이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세상이나 상대방을 아주 작은 크기로 축소시켜놓고 그 앞에서 제 크기의“충분함”에 자족한다면 그것은 확실히 그들의 저렬한 근성이다.
    많은 “약자”들은 종종 자신을 긍정하는 강자들과 혼동하며 그런 자신을 스스로 강자라고 착각한다면 구제불능이다. 이들이 알고 있다고 믿으며 보는 세계란 자기가 사는 작은 동네에 지나지 않는다. 능력 있는 난쟁이란 알수 없는 어떤것을 아주 익숙한 자기 동네의 별것 아닌 소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운명이 걸린 대결조차 전쟁놀이로 만드는 골목대장같은 자들이다. 이들과 만날 때 세상은 불행해진다. 저도 모르게 그들의 크기만큼이나 작아지기때문이다. 난쟁이의 어이없는 자신감과 갖잖은 교만은 꼴불견이다. 실속없이 환상적인 “강자” 는 상대방의 강점과 대결하려하면 유부가 되기십상이다. 약자들은 거개 자기의 유약함을 증오심으로 전환시켜 다른 약자에게 성풀이 한다. 이것은 약자들의 렬질품성이다.
    약자들은 위축된 마음으로 세상이나 상대자의 크기를 과대평가하여 그와 마주선 자신의 크기를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내면적소인이라면 난쟁이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세상이나 상대방의 크기를 축소시켜 그와 비교되는 자신의 크기의 충분함을 긍정하는 내면적“거인”이다. 전자가 세상을 착각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보지 못한다면 후자 는 자신의 무능력을 잊기 위해 세상을 전도시킨다.
    약자에게는 강자들 속에서 살아남는 수단인 유연성이 다행일지 모른다. 강자가 약자들앞에서 개잡은 포수처럼 으시대는 심리가 생기는것은 이때문일것이다. 누구를 압제하지도 누구에게 굴욕당하지도 않을 때 사회에 조화가 영주한다는것을 진실로 아는자는 오직 약자들속에 있지만 그런 속절없는 하소연에 누가 귀를 기울일가?
    선천적으로 구제불능의 약자는 자기보다 강한 자들에게서도 약점이나 단점을 찾아 자위한다. 강자는 어디서나 공격성을 앞세우지만 약자는 어디서나 비난거리를 찾는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자가 진정한 강자이건만 그런 강자는 가물에 콩싹처럼 희소하다. 이는 약자가 강자와 공생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로 되였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통탄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약세군체의 숙명이요 인생에서 가장 큰 비애가 뭐냐고 자문하면 약자의 비애이라고 대답할것이다. 아마도 태생적으로 육체적강자가 못되고 후천적으로 지적인 강자로도 못된 자신이기에 처처에서 새여나 오는 약자의 “영탄곡”에 비애를 느끼며 공감하게 되고 동조하게 되는지 모른다. 그리고 묻지 않더라도 내가 절치부심 미워하는 무리들은 약자들을 기탄없이 짓밟으며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유린해 온 “강자”들이라고 말할것이다.
    약자가 자기를 위안할수 있는 유일한 론거는 “세상에 상승장군이 없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나뽈레옹도 워털루에서 패전하지 않았나?”하는것이다. 사실이라도 약자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는 “용서, 관용” 이다. 용서와 관용은 강자들의 특허이다. 약자에게는 용서받을 자격은 있되 누구를 용서하고 말고 할 권리란 없다. 힘이 약하면 인애로 감화시키라고 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자고로 약자의 평화적“공생”의 구호가 그들 자신의 권익을 보장해 준적이 없다. 힘의 론리가 종횡무진하는 세상에서 무조건 강해지고 볼일이다. 강력하다는것과 선량함은 상충되지 않는다. 선량함과 나약함이 결코 등호로 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자강의 길밖에 없다. 정글법칙이외엔 모두 공리공담이다.
     “약자여,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이 호소가 약자영탄곡의 미성이다.

                                 2015. 10.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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