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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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그 사람
2017년 02월 16일 14시 56분  조회:387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내가 만난 그 사람
 
                                                    최 균 선
 
    자기중심주의시대, 저마끔 자기 하는 일에 열중하다보면 누구를 어떻게 돌보고 이른바 “쓸데없는 일”에 오지랖 넓게 배려를 베풀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요 그것에 습관되여가는 우리네 삶의 마당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그 사람은 리해득실로 얽힌 일도 아니건만 참으로 백성의 공복답게 후더운 마음을 가지고 진심을 쏟았다. 나는 급별이 높은 관리들과 상종한적도 별로 없거니와 들은 풍월로 일종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터였다. 우물은 강물을 범하지 않고 강물도 우물을 범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례컨대 재정사업을 하는 사람이 우리네 문학활동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여도 누가 시야비야 할 일이 못된다.
    원래 문학에 별로 애호를 가지지 않는 행정간부들은 문학을 “소인”이 하는 일로 여길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편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보기좋게 금구를 깨뜨려보인 그 사람에게 왜 이처럼 감동받게 되였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였다.
    얼마전 “단풍수필회”의 일로 부회장인 장진숙녀사와 함께 주재정국에 간 일이 있다. 너렁청한 사무실, 커다란 사무상뒤에 50대의 사람이 한창 전화를 받고있다가 의미있는 눈길을 보내며 잠간 앉아서 기다려달라는듯 손짓하였다. 그 얼핏 들었다 놓는 손짓이 왜 아무 거부감도 담고있지 않았는지 모른다. 사업일군이 커피를 가져다주자 가슴속에서 다시 들척지근한 어떤 감응이 번져갔다.
    국장인지라 예상했던대로 아침부터 바삐돌았다. 련이어 손님이 찾아들었고 내부령도와도 무슨 토론을 하느라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러나 여느때와는 달리 조급증이 나지 않았다. 드디어 우리를 “접견”하러 이쪽으로 건너왔다. 손을 내미는 그 손이 친절했고 담배를 권하고 불까지 붙여주는 그 거동에서 틀거지를 전혀 찾아볼수 없어 마음에 쑥 들어오면서 챙겨가지고 왔던 거리감이 대번에 줄어들어버렸다. 우리가 찾아온 사연을 말하기전에 그쪽에서 먼저 허두를 뗐다.
    ㅡ우리 연변에 원로작가들이 “단풍수필회”라는 사회단체를 내와가지고 민족문화의 진지를 지켜가는 그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고 보귀하게 생각됩니다. 한개 민족으로 말하면 언어문자는 바로 그 민족의 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언어문자를 계승, 발전시키려고 로심초사하는 로작가님들 존경하고싶습니다.
    내가 놀라와하는것이 이상스러운 일이였지만 아무튼 나는 놀랐다. 아무 가식도 없이 하는 진심을 그 눈빛과 그 어조에서 얼마든지 확신할수 있었다. 일언중천금이였다. 첫마디부터 딱딱한 업무적인 대화가 아니여서 더구나 친숙감이 앞질러나갔다.
    ㅡ사실 나는 문학을 하지는 않지만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책도 보기좋아하구요. 찾아오신 목적을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갑니다. 내가 더구나 민족문자사업, 나아가서 문화사업에 더욱 생각이 깊어진것은 전번에 운남성려강 나시족 자치주에 사업차로 갔을 때 만난 나시족사람과의 대화에서였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들은 언어문자를 가지고있는 자랑찬 민족이라고 자호했습니다. 그 자신은 형상문자인 자기네 글을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냐며 긍지에 차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들보다 월등한 민족이 있는데 그들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내가 호기심이 동해서 그 민족이 무슨 민족이냐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연변이라는 곳에 조선족이라 하지 않겠습니까?내가 바로 그 조선족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슴이 부풀어올랐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문화대국이 되여야 진정 경제대국이 될수 있다는 큰도리같은것을 알고있는지 모르지만 그의 자랑스러운 모습에서 민족문화가 살아남아야 민족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더한층 다져지였습니다. 로작가님들은 바로 이런 대업을 위해 로심초사하며 석양을 불태우니 국외인이지만 참으로 우러러 보입니다.
    ㅡ참 말씀 한마디에 짙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슨 문제해결을 제쳐놓고 그런 문화의식을 가지시고 있고 말씀도 그렇게 하시니 정말 고마운분을 만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뜨겁습니다.
    ㅡ과찬입니다. 저만 이렇게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는것이 아니라 우리 주당위 등개서기도 문화사업에 매우 관심이 깊은 분입니다. 어느 작가가 출판난에 부딪쳤을 때 자기 주머니를 열어서 도와준 그런 분입니다. 세로운 리주장도 성에 있을 때부터 문 화사업에 깊이 관여하였고 많이 배려를 돌린 분입니다. 그리고 물론 자기의 주관범위이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주의 리흥국선전부장도 문학과 민족문화사업의 진흥에 심 혈을 붓고있습니다.
    이쯤해서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면 문학같은데 행정적으로나 대하겠지 하고 생각하던 편협한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 무너진 편견우에 민족문화사업을 지지성원하는 한 재정사업자의 지성적인 형상이 새롭게 부상되였다.
    ㅡ언제 기회가 되면 우리 늙은이들 자리에 모시고싶은데요
    ㅡ아니, 감사합니다. 우리 이렇게 서로 활짝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게 얼마나 좋습니까? 수필회를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많은줄로 압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어느 해 외인사나 단체에서 구차스레 지원을 받을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로작가들의 의로운 문필사업은 우리가 응당 적극 지지해야 할 일입니다. 다른 걱정은 말고 보귀한 문화유산을 굳건히 남기려는 사업에 만년을 빛내주십시오…
    나는 더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아니,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리념과 문화가치관이 동일선상에 놓여있음에랴! 등개서기나 리주장을 비롯해서 우리 민족간부들부터 민족문학과 문화사업을 진정으로 배려를 돌리고있다는것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 일이 있을것인가?! 나는 묵은 선입견을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는 겸손한 자태로 명함장을 내주었다. 조룡호국장 겸 당위서기였다.
    굳게 잡은 손에서 숭고한 묵결을 느낄수 있었다. 밖에 나와서 바야흐르로 가까와 지는 봄하늘을 쳐다보았다. 태양은 예이제 밝게 웃고있었다. 화사한 봄이 오고있는것이다. 나의 이 졸문은 조국장에게 그 무슨 후광으로 될수는 없다. 그도 이러는걸 바라지 않는 인격자인줄로 믿고있다. 그러나 돋보이지 않을수 없는 한 민족간부의 형상을 조명하고싶어 무딘 필을 다듬었을뿐이다.
 
                                 200 8년 3월 3일 (단풍잎)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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