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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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73) 비극영웅을 기리다
2017년 12월 23일 15시 03분  조회:265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비극영웅을 기리다
 
                                                                         진 언
 
    사마천의《홍문연》을 읽으면 감수가 각이할것이다. 관념상 항우는 폄훼하고 류방을 치켜세웠다. 항우는 용맹하나 무모하여 아낙네들같은 인정을 가지고 있어 류방을 놓아주었기에 종당에 사면초가에 빠지여 패주하다가 오강에서 자결하는 비극을 빚었다는것이 정설로 되여졌다. 승자가 력사를 쓰니까 그렇게 돌아가는가?
    패왕답지 않게 황제보좌에 오르지 못했거니와 목숨마저 잃었으니 대업을 이루지 못한건 둘째치고라도 천추의 비웃음거리로 된 “대머저리”라는것이다. 반면에 류방은 머리가 잘돌고 계략이 뛰여나며 인심을 얻었기에 시운이 틀어져도 동산재기할 웅심이 있고 기회를 잘 틀어쥐였기에 황제위에 오를수밖에 없었다는것이다.
    시비는 하기 나름인가? 력발산 영웅이 머저리로 락인찍히고 항간에 류망소인배가 영웅으로 추대되였다. 사실이 과연 그러한가?《홍문연》을 다시 읽노라면 생각도 다르게 된다. 아름다운것과 추악한것이 뒤바뀌고 선악이 전도되고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지 못했으니 력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리랴,
   진실된 력사는 아무나 치장해 내놓을수 있는 소녀가 아니다. 력사를 참고하면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를 열어가는데 유조하다. “홍문연”을 수업각도에서 개괄한다면 학생들로 하여금 진,선, 미를 흔상하게 할수 있다. 환언하면 문장의 사상예술성을 음 미하고 인격의 진,선,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인성의 진,선,미도 새겨보게 하면서 비극의 진,선,미도 반추해보고 력사의 진,선,미도 터득하게 할수 있다.
    1. 인격의 진, 선, 미
    “인격은 금이요 인격의 광휘는 어떠한 사악, 어떠한 세력도 마멸할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항우가 비록 실패했지만 인격매력은 천추에 빛나고 있는바 과시 “살아서 는 영웅이요 죽어서도 영웅귀신”이 아니런가? 항우가 영웅이란것은 옛날부터 정평이 나있었다. 항우는 뭇영웅만이 아니라 영웅중에 호걸이다. 유명한 거록대전 (巨鹿 之战)에서도 그렇고 해하에서의 일당백의 싸움도 그렇고 오강가에서 웃으며 사신을 맞으며 자결한 장렬한 거동도 그렇고 홍문연에서 항우의 영웅다운 아량도 그렇고…
    용맹무쌍하고 호방하고 종용하며 진솔하고 광명정대하며 도량이 넓고 인의가 있는 사나이, 이것이 바로 력사상의 항우의 본연이다. 항우야말로 위대한 인격을 한몸에 집대성한 인걸이라해도 손색이 없다. 위대한 인격은 일월과 같아 하늘을 가르 며 빛발 눈부시여 후세사람들이 기리게 한다. 간능한 류방에게 패하여 비극의 주인공 으로 남았지만 실은 영웅호걸의 인격을 갖추었을 뿐만아니라 제왕의 기질도 갖춘 영웅이다. 사마천이 제왕도 아닌 항우를 “본기(本纪)”에 써넣었을뿐만아니라《사기》 에서 가장 돌출한 인물로 부각시킨데는 다 생각이 있었기때문이 아닐가?
    류방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속다르고 겉다른 소인배이다. 범증의 예견처럼 그는 관중에 왕이 될 욕심은 굴뚝같았지만 입관후 재물을 취하지 않고 미색에 탐하지 않는 자태로 분장하였는데 군사력량이 잠시 항우의 상대가 아님을 알았기때문이다. 이역시 지모라하면 지모이겠지만 항우와는 인격차원에서 뒤틀린다. 하긴 꿩잡는게 매라고 승자는 왕이요 패자는 역적이라 실패한 영웅 항우를 위해서는 변명거리도 없으리라. 그 러나 제왕이 된 류방의 “교토사량구팽(狡兎死良狗烹)”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2. 인성의 진,선,미 
    지난세기 한때 소위 자산계급인성론은 대역부도한것이였지만 인성의 존재는 부정 하지 못했는바 “다만 구체적인 인성은 있지만 추상적인성이 없다”고 했을뿐이다. 그런 구체적인성을 항우의 몸에서 읽을수 있다. 항우의 인성미는 인성의 본질 질박함이 다. 항우는 대인격자이면서도 의연히 범부속자로서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 상정이 없을수 없다. 해하가에서 패하고 오강까지 밀리였을 때 사면초가로 갈길이 더 없었지만 “강동의 부로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강을 건너 도피하기를 거절한것은 항우의 진정한 마음의 메아리였던것이 아니랴!
    그의 말 한마디에서 우리는 그의 심리바탕에서 가장 진실한 일면을 엿볼수 있으 며 종리매를 배를 타게 한 환난지우지정에서 그의 남아의 풍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목숨 건지여 강동으로 돌아가기를 거절한것은 기실 그의 지엄한 자존에서 나온것으 로서 그의 마음바탕이 선량하다는 반증이다. 사면초가에서 “패왕별희(霸王别姬)”의 장면은 얼마나 비장한가!그는 감히 사랑하고 감히 미워할줄 아는 심지가 명랑한 사 내대장부였다. 물론 여기서 그의 소인격의 치명적약점도 드러난다고 왈가왈부하지만 역시 인성미를 갖춘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반대로 사마천이 류방의 인성의 허위와 추악한 일면을 림리하게 기술하고있다.  그처럼 무뢰한의 무치함은 류방의 간판이요 잔인성과 추악성은 그의 본성이였다. 딸 의 혼인을 교역으로 삼거나 항백의 감정을 롱락한것 등 사실과 혈전만리를 헤쳐온 건국 영웅 한신을 의심하여 잡아죽인것이나 제애비마저 모른체 한 사실에서 그의 추악한 인성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는가? 선량함도 정치투쟁의 도구로 될 때 인성중에 진,선, 미로 이화될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원초적인 비애인지 모르겠다.
     3. 비극속에 진,선,미
     “비극은 인생에서 가치있는것의 훼멸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 인생에서 가치있는것이란 바로 인격의 진,선,미이며 인성의 진,선,미는 인간의 생명력이며 사회학각도에 말한다면 생산력이 되기도 한다. 항우로 말하면 원래 천지를 진감할 위업을 이룰 영웅으로서 력사의 한페지를 빛나게 장식할 인물이다. 그의 최후의 개탄처럼 하늘이 알아봐주지 못한 탓인가? 그의 우수한 품질은 그의 대업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은 용속한자가 왕이 된다는것을 믿지 않는가?”라고 한 서양격언을 떠올리면 항우의 실패가 더 애석해지는것이다.
    원래 고상한자가 비루하고 간능한 소인배에게 당하지 말아야 하지만 운명의 신은 못된 장난질을 잘한다. 시인 북도의 말처럼 고상함은 고상한자의 묘지명이고 비루함 은 비루한자의 통행증이 되는 현실사회에서 영웅에게도 막무가내함이 있는것이다. 전통적으로 항우의 비극을 성격의 비극으로 단정지어왔다. 꿩잡는게 매요 쥐를 잘 잡 는게 좋은 고양이라는 실용주의 철학으로 말하면 항우는 유구무언이라 하겠다. 더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한편 이런 평판은 력발산, 개세의 영웅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일수 없으며 그만큼 일종 모독이라 할것이다.
    항우의 실패는 기실 그의 개인의 착오만이 아니다. 그의 성격에 인간적인 결함이 없을수 없으나 그 시대가 항우같은 영웅을 리해하지 못하고 용납하지 못했던것이라 말하면 어페일가? 혹시 그의 출생이 시대착오일지 모른다. 어쨋거나 성패로만 영웅을 론할수 없다. 승리한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역적이 된다는 론제는 통치자들이 혹세무 민하는 랑설이며 용속한자들의 바람따라 돛을 달아야 한다는 편견일수도 있겠다.
    항우는 비록 실패했지만 명실공히 천하영웅임에 손색이 없고 류방이 비록 득세하여 황위에 올랐지만 뛸데없는 소인배이다. 이 시점에서 볼진대 항우의 개인적비극을 확장한다면 당시 사회의 대비극이였다. 어찌보면 항우의 조우와 운명적비극에 대한 서술에서 사마천의 인생조우와 비극적운명의 관조가 엿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사마천 의 명문장인 “홍문연”에서 력사의 진,선,미와 사상예술적인 진,선,미도 충분히 읽을수 있으나 일개 무명 훈장으로서 이만 말을 사리기로 한다.
                             
                                                     2015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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