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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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96) 과잉시대 경탄조
2018년 08월 01일 08시 52분  조회:228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과잉시대 경탄조
 
                                                      진 언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를 보고 듣고 느낀대로 말하면 한마디로 “과잉시대”라 해도 어페는 아닐것이다. 우선 물질적인 공급의 과잉, 막아낼길 없는 유혹의 과잉, 욕 망의 과잉, 대홍수로 비유되고 있는 정보의 과잉,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추구로부터 빚어진 영양과잉…아무튼 물질적, 지적, 심리적인 모든것의 앞에 관형사처럼 “과잉” 두 글자를 붙일수 있는 이 시대이다. 례컨대 과잉생산, 과잉정보, 과잉영양 등등…
    무어나 넘쳐나는 과잉시대에 살고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천방야담같은 얘기가 되겠 지만 개혁개방 이전까지 몇십년은 참으로 무어나 결핍하던 시대였다. 그리고 모든게 결여하니 누가 권장하지 않아도 가슴에 새겨진것이 절약정신이였다. 깁고 또 기워입으면서도 오로지 넘치는것은 혁명사상과 혁멸열의, 혁명기개였는데 돌이켜보면 그것은 일상이 정치생활로 이화되였기때문이다.
    사람은 오래살고 볼일이라더니 참으로 상전벽해라 할가, 무어나 수요대로 가질수 있다는 공산주의사회에 대한 막연한 꿈이 시들해지던차에 물질풍요시대, 무엇이나 넘쳐나는 과잉시대가 올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상품들이 과잉이다보니 돈만 있으면 무엇을 못살가봐 걱정할 일도 없고 상점이 지천이라 줄을 서서 조바심칠 일도 없다.
    많을수록 좋다는 인간욕심의 계률로 말하면 많아도 근심, 걱정이라는 론제가 모순되기도 하겠으나 지나침을 뜻하는 “너무”라는 단어가 있다싶이 무엇이건 너무 많아도 일종 부담이 되지 않는것은 아니다. 무어나 결핍하던 시대에 가장 매력적인 단어가 다다익선이였다면 지금은 너무 많은것도 아름다운 걱정거리가 된것이다.
    이를테면 과잉생산으로 인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현상도 떠올려볼수 있다. 무엇이나 표제를 하던 그런 “계획경제시대”를 좋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생산과 소비, 공급 과 수요가 맞아떨어지지 못하는 극한적 상품경제 그 자체에 제약성도 고유된것이다. 보편적으로 그리고 정체적으로 본다면 없는것보다 있는것이 장땅이고 부족한것보다 충족한게 좋다는것은 상식이로되 과유불급은 또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나로 말하면 지금 세월에 잘산다고 말할 처지가 못되지만 옷장엔 남을 주기도 별로이고 버릴수도 없어 그냥 걸어둔 옷으로 넘쳐나고 신발장에는 어둠속에 갇혀 지내는 묵은 신들이 삭고있다. 서재에는 읽은 책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있다. “부족함의 시대”를 용케도 넘어 “과잉시대”에 살게 되였으니 군소리를  한다면 배부르니 흥타령 한다고 흘겨볼 사람도 있을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나로서는 정치경제리론을 들먹이는것이 주제넘지만 싱념은 굴레벗은 말처럼 사유의 광야를 마구 내달리는것을 말릴수 없어 횡설수설하는바이다.
    이를테면 지금 부르는게 값이 된 가치실현에서 가치실체가 어떠하며 가격이 가치량에 비례되는가? 치솟는 물가는 수염같고 로임증장은 눈섭같은 현실상황에서 로동량으로 형성되는 가치실체가 가치량을 결정하는 가치법칙이 합리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가? 교환관계가 화해로운가? 상품이 가치와 호상 대등한가? 등등,
    2001년이후 중국경제가 세번째 계단에 진입하였는데 바로 기본과잉시대라 한다. 우선 옷과 신류에서 과잉생산징조가 나타나더니 강철, 세멘트, 유색금속도 과잉상태 에 빠져 이 류의 기업들에서 우는 소리가 터지게 되였다. 마침내 전국적으로 소비시장이 너무 배불러 소화불량에 걸리고만것이다. 상품경제시대는 호황기를 넘어 양한 마리에 몰이군이 아홉이 된 격이다. 그리하여 광고업이 극성을 부리게 된것이다.
    한 극단에서 다른 한 극단에로의 전이인가? 제조업이 과잉상태이고 에너지산업도 과잉상태이며 석탄산업도 과잉상태이고 부동산, 전력생산도 과잉상태이다. 연길시의 제1 백화상점을 비롯해서 지하상점, 강북강남의 국제무역청사, 서시장, 수상시장, 농부산품시장, 도매시장외에도 큰거리, 작은 골목들에 촘촘 들어선 각종 상점들…
    지금 전지구적으로 과잉산품이 어디 한두가지랴, 례를 든다면 컴퓨터나 핸드폰류, 자동차도 그렇다. 오래전 몇천원씩이나 주고 사놓은 컴퓨터가 후회될만큼 전자제품 값이 폭락했다. 자가용으로 엄청 비싼것도 있지만 웬간한 로임족이라도 작심하면 꽤 쓸만한것으로 갖출수 있는 정도로 차값이 미끄럼질한다. 너도나도 자가용을 굴릴수 있게 되여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볼수 있으나 불원간 작은 연길거리에 자동차 “과잉대란”이 생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게다.
    상품주택건설도 그렇다. 무작정 리윤추구를 내세우다보니 주택공급과잉이라는 일희일비의 괴리가 생긴게 아닌가? 아닌게 아니라 지난 12월 18일~21일에 열린 중앙경제공 작회의에서 앞으로 부동산 공급과잉문제 등 구조적 생산능력과잉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아주 많은 곤난과 도전에 직면해 있고 특히 구조적생산능력 과잉은 비교적 엄중하다”며 과잉생산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일언이페지하고, 그냥 부족감에 시달리던 그 시절에 비하여 좋구좋은 세상이 되였지만 한편 구매함과 동시에 신상품광고가 요란을 떨어서 사자마자 낡은것이 되지 않나 하는 불안감에 자족이 구겨질뿐, 선택할 시간과 낡은것을 버릴 시간이 부족할 뿐, 시간을 챙길수 있는 돈이 필요할뿐인 이 시대. 삶의 목적의 당위성을 다양화시킨 결과를 환호해야 하겠지만 마침내 정보의 과잉으로 정신적 비만의 시대에 진입한것은 또 다른 사색을 불러오고 있음도 사실이렸다.
    계획경제시대에 시행착오로 인하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였다면 상품경제(자본주의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것이다. 례하면 약이란 원래 병치료를 목적으로 만드는것인데 리윤만 앞세우다보니 눈에 보이나니 “대약방”이요 약방마다 약을 얼마만큼 사면 무엇을 준다는 “활동”이 통용되고있다. 길상스러운 일인가? 거품경제의 불길한 징표는 아닌가?
    역설적으로 과잉은 일종의 결핍이다.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계속된 공급으로 충족되여 넘어선 그 자리는 과잉으로, 과잉은 이미 그 자리에 다른 결핍을 생산한것이다. 넘어선 그 자리는 다시 채울필요도 채울수도 없으며 넘어선 그곳에 새롭게 채울 결핍만이 있을뿐이다. 우리 사회는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으로 결핍을 극복했으나 이젠 과잉으로 다시 결핍의 국면에 들어서있다.
    자발적인 과잉이든 피동적 과잉이든 과잉의 악순환은 이미 끊어버릴수 없는 사회문제로 되였다. 모든것이 넘치는 과잉시대지만 그만큼 불행해지기도 한 현대인들에게 행복해지는 하나의 방법은 둔감하게 사는것이라고 권고한다면 되우 마뜩치않게 볼것이나 어떤 깨달음을 주는것도 사실이다.
    동물들에게는 먹거리의 풍요로움이 시작이자 끝이지만 인간이 추구는 동물들의 그것과 다를수밖에 없다. 행복의 과잉으로 행복을 잃는다면 그게 맞아떨어지는 계산식일수 없다. 과잉시대에서 인간은 존재의 본연을 잊고있다. 모든것을 가지려 한다면 아무것도 가질수 없건만은 그냥 무한정 가지려고만 든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것도 낳을수 없거니와 깊이를 더하지 못하는 분주함 즉 심사숙고와 성찰이 없는 단순함의 반복은 인간자체를 파괴하고 있는것이다.
    일개 미미한 민초로서 시대조류로 되여버린 과잉생산→과잉구매→과소비를 두고 시야비야 하는것은 오지랖 넓지만 무어나 결핍하던 시대를 살다가 무어나 과잉된 시대에 살게 되니 그냥 꿈같아서 “과잉시대 경탄조” 가 절로 흘러나오는바이다.
                   
                                               2015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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