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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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역사는 어디로 흐르는가」

동북아 시대가 오고 있다
2008년 12월 31일 23시 57분  조회:6190  추천:55  작성자: 이승률
  첫 번째 이야기  동북아는 우리의 미래다

                                           여태까지는 아니었다 해도 우리는 이제부터 치열하게 그리고 정말 열심히 동북아라는 말과 친해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도 한국인에서 동북아인으로 확대해석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한국인의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한 동북아인이 되는 데 성공하는가 실패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동북아는  우리 후손들의 풍요와 선진한국의 자존심이 걸린 생존코드다. 


동북아 시대가 오고 있다


나는 세계지도 보기를 좋아한다.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을 하면 한쪽 벽
에 칠판 크기로 붙어있는 커다란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세계지도를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한국은 가까이 다가서야만 겨우 보이는 작은 나라이지만 묘하게도 그 세계지도의 한 가운데, 중요한 거점처럼 위치하고 있다. 그 의미심장해 보이는 점 위에 서서 동서남북으로 드넓게 펼쳐진 오대양 6대주를 보고 있노라면 일찍이 함석헌 선생이 말했던 세계역사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역사의 시작은 동양에 있고 발달은 서양에 있다. 정신만이 높고 물질은 낮다는 말이 아니요, 발달만이 장하고 지킴은 작다는 말이 아니다. 높음 낮음도 없다. 다 제 할 것을 할 뿐이다. 정신문화의 씨가 동양의 흙에 떨어지자 역사의 주역은 서양으로 갔다. 그리하여 충분한 분화의 자유로운 토구(討究)가 허락되었다. 만일 동양에 그대로 있었다면 약해지고 갇혔을는지 모른다. 분석에 또 분석, 의심에 또 의심, 비판에 또 비판하는, 가만 두는 것이 하나도 없는 서양의 손으로 갔으니 발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대신 그 물질의 큰 힘으로 동양사람을 가혹하게 훈련시켰다. 동양은 그 밑에서 자유와 진보가 귀한 것임을 배워야 했다.

        

        이제 오늘은 서구 문명의 폐해가 끝에 오르게 된 때다. 이제 동양은 그 품갚음을 하여 서양을 건질 때가 되었다. 그 교만하던 서양의 입에 동양소리가 차차 높아가고, 동양은 그 힘든 곤학(困學)을 거의 마칠 때가 되어온다. 이제 당한 문제는 동서종합을 하는데서 한 단 높은 새 지경에 오르는 일이다. 이러한 세계역사의 테두리와 방향 안에서 우리의 자리와 할 일을 발견해야 한다......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중에서


함석헌 선생의 이 글은 내가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소중한 가르침 중의 하나다. 이 구절을 생각할 때마다 한국이 인류 역사 속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은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되새겨보곤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도도한 인류 역사의 흐름속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는데, 그런 시각으로 인해 나는 인류가 흘러온 역사 크게 다음과 같이 구분짓는다.  


<지중해시대>

기원 전후, 중앙아시아와 북부아프리카, 그리고 중남부유럽이, 반도국가 로마제국을 중심으로 인류역사상 최초의 복합적인 지역통합 문화권을 탄생시킨 시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으며, 법 제도와 군국주의 공화정치의 질서가 세계를 지배했다.


그런데 이 화려했던 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것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팔레스타인 반도의 작은 바닷가마을인 갈릴리에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기독교를 탄생시켰고, 이후 수많은 고난과 핍박속에서도 불길처럼 전 세계로 확산됐다. 마침내 위대한 사도인 바울에 의해 기독교는 지중해를 건너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다. 기독교는 인류 역사상 서진(西進)을 일으킨 출발점이 됐다.

 

<유럽대륙시대>

로마제국의 분열과 멸망 이후 세계 역사의 중심은 다시 서쪽으로 이동해 유럽대륙으로 옮겨갔다. 이른바 유럽대륙시대의 시작이었다. 이 시대의 특징은 강력한 전제정치제도와 카톨릭에 기반을 둔 귀중심의 문화였다. 이 시대의 리더는 프랑스와 독일이었다. 그 시대 파리는 세계 문화와 산업, 문학을 지배하는 강력한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소비문화와 갈수록 심각해지는 계층 간의 극심한 신분격차와 빈부격차로 인해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자각하는 정치적 실험정신이 태동하기 시작했고, 한편에서는 합리주의에 기초를 둔 사회과학의 발달, 부국강병을 위한 중상정책, 종교개혁 및 시민운동 등이 파생했다.


<대서양시대>

침체된 유럽대륙문화에 뒤를 이어 세계 질서를 지배한 세력은 뛰어난 경험주의적 수용능력과 해양성기질에 바탕을 둔 진취성이 뛰어났던 영국이었다. 영국은 유럽 대륙의 서쪽에 있던 섬나라였다. 유럽의 변방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영국은 유럽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데 그 어느 나라보다 열심이었다. 여기에 기독교(성공회)를 국교로 받아들여 민심을 결집시킴으로서 섬나라의 한계를 뛰어넘어 쟁쟁한 유럽 국가들도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서양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대서양은 섬나라 영국의 앞마당이 되었으며, 그 후 영국은 남유럽의 스페인, 포르투칼 등과 함께 제국주의적 경향을 같이 하면서 세계의 3분의 1을 식민지화하는데 성공함으로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했다.  


<미주대륙시대>

1500년대 들어서자 영국은 인구증가와 더불어 심각한 실업율에 시달리게 됐다. 자연히 콜럼부스가 발견한 신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런 흐름은 당시 런던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연극이 ‘서쪽으로!’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드디어 1606년 영국인 105명이 신천지를 향한 꿈을 품고 미주대륙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신대륙에 영국의 법률과 가치관이 똑같이 적용되는 ‘새로운 영국’을 건설하려고 했던 그들은 결국 인디언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아 모두 몰살당함으로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최초로 미주대륙 정착한 사람들은 1620년 영국 성공회의 핍박을 피해 상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국대륙으로 향했던 102명의 청교도들이었다. 이들은 이전의 영국인들이 허황된 꿈을 품고 금광을 찾아다녔던 것과는 달리 스스로 땀흘려 농사를 짓고 마을을 일구었으며 인디언들과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아나감으로서 미국대륙을 발판으로 인류역사의 전환기를 만들어냈다. 이들의 청교주의는 미국대륙에 민주주의와 민본주의를 심는 원동력이 되었고, 귀족중심의 사회를 완벽하게 탈피해 진정한 시민사회를 미주대륙에 정착시키는 주역이 된다.


미주대륙시대를 특징짓는 두 축은 유럽대륙문화의 반성과 영국의 영향력이었다. 유럽대륙 문화의 반성은, 크게 정치적, 종교적 개혁, 상업과 교육과 기술을 숭상하는 시민사회 등장, 그리고 인간의 이성을 존중하는 합리주의적 세계관 등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영향력은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근면과 정직, 땀과 평등을 중시하는 도덕관 형성과 증기기관 및 기계식 동력장치 같은 영국의 발달된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자본주의의 발달, 그리고 경험론적 가치관과 입헌 민주주의 체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미주대륙에 뿌리내린 법치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 합리적 실용과학주의 등의 가치규범은 다양한 인종, 문화, 개성을 폭넓게 통합하는 국가통치 질서를 낳았고,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자로서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투쟁과정에서 세계정의의 주역으로 떠오른다. 이후 소련의 몰락과 동서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에는 대중민주주의와 세계화 정책의 기수로서 국제정치, 외교, 통상, 경제, 군사, 교육, 과학, 기술,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석권하는 초강대국`(Pax Americana)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환태평양시대>

20세기 세계에 가장 큰 변화와 영향을 끼친 2대 사건은 소련의 몰락과 일본의 등장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의 지식층 관료들과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가 일본의 등장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흔히 말하는 20세기 후반의 환태평양시대는 미국과 일본의 합작품이다. 두 개의 핵폭탄으로 제국 일본의 단말마적인 야욕을 잠재운 미국은, 패전국인 일본의 정치안정과 경제회복을 지원함으로써 반미감정을 해소하고 친미노선을 확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적성국가인 중국과 소련을 방어하는 태평양지역 최전방 군사전략 요충지로 필리핀과 일본(한국포함)을 선택하고 두 나라에 막대한 군사력을 지원했다. 그 덕택에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한국전쟁 특수를 계기로 세계가 놀랄만한 빠른 속도의 경제건설에 성공했다. 성공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태평양을 발판삼아 미국, 캐나다, 호주, 남미, 동남아, 중동, 유럽 등에 메이드 인 재팬 선풍을 일으켰다.


그 결과 ‘탈 아시아’정책에서 볼 수 있듯 아시아 국가이기를 거부했던 일본은 패전 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미국과 함께 환태평양시대의 주역으로 발돋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 대륙시대>

우리는 잘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일본의 세기적인 성장 이후 전 세계 국가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아시아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18세기말부터 한국을 찾아온 선교사와 상인 그리고 일본과 청을 통해 들어온 신기술들이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동안 잠복상태에 있다가 20세기 중반 광복과 더불어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한국전쟁 뒤 국토분단이라는 상처 속에서도 한국은 민주공화국의 통치체제를 갖춘 뒤, 빠른 근대화과정과 국제화, 그리고 개방사회로의 변신을 거듭한다. 


북한과의 긴박한 대치상태, 군사정권의 독재로 야기된 정치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지만 월남전 파병, 중동건설 붐,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내수산업의 활성화, 그리고 수출입국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60년대부터 치열하게 계속되어온 민주화운동은 86년 민주항쟁으로 결실을 맺었고, 마침내 88서울올림픽을 통해 불과 30년전 전쟁의 폐허였던 한반도의 기적같은 성장과 변신,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한 한국인의 저력을 세계만방에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신생 독립국가로서 50년 만에 이룩한 세계 경제교역규모 10위, OECD가입, 개인소득 1만불, 등의 주요 경제지표가 말해주듯 한국은 아시아 대륙의 발전모델로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20세기 후반 최대의 역사를 만든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오랜 경침체를 극복하고 새롭게 아시아의 리더로 재등극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과 함께 아시아는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년간 서구중심의 역사속에 깊은 침체기에 빠졌던 아시아의 불꽃이 다시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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