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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본 재중동포의 지위와 역할 (이승률)
2010년 09월 24일 10시 28분  조회:7089  추천:43  작성자: 이승률
 한국에서 본 재중동포의 지위와 역할


이승률 한국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연변과기대 부총장



Ⅰ. 조선족의 독특한 민족속성

1. 조선족의 정체성 
조선족의 중국 이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 년 전인 조선 말기부터 시작되어,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 시작된 이후 1918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 약 4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 민족의 항일 독립 투쟁에 참여했고, 해방 후에는 중국 공민의 일원으로 편입돼 변경 지역의 패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숱한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면면히 조선 민족으로서의 민족 문화를 지켜며 연변 조선족 자치구를 일구어왔다.

인구가 325배나 많은 12억 명의 한족과 함께 살면서 한족문화와 언어를 배척하지도, 민족문화와 민족어를 잃지도 않은 조선족은 현재 약 200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과 한중수교(1992)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인재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2. 조선족의 민족성과 변연복합문화(邊緣複合文化)
조선족은 한반도에서 이미 하나의 단일민족으로서의 한민족성과 자체의 한민족문화가 형성된 후 중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언어, 문자, 생활습성, 음식문화, 민족감정, 민족의식 등 여러방면에서 한민족의 민족성을 지켜왔다. 더불어 장기간 중화민족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투쟁 속에서 점차 중화민족의 민족 속성도 습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원래의 한민족 민족 속성과 중화민족의 속성을 함께 지닌 이중 민족 속성을 구비하게 되었다.
 
또한 조선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그리고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고등학교 이후 일본어 또는 영어까지 교육받는다. 이와 같이 중국의 한반도 양대 국가 사이에 끼어 있는 변경 소수민족으로 이중 문화를 무리 없이 융합하고 재창조하는 유연한 문화적 감성적 특질을 생래적으로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변연복합문화(邊緣複合文化)형의 구역 가치와 경쟁력을 갖춘 집단으로 성장해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인정이 많고 우애롭다. 여기에 근면한 성품과 명석한 두뇌로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뛰어난 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중지능 인재라 할 수 있다.

3.주목받는 조선족의 국제성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국경을 맞댄 중국 지린성 연변 조선족자치주는 철조망과 폭이 좁은 두만강이 국경선으로 된 특이한 접경지대이다. 접경지대라는 지역적 특성과 한민족의 높은 교육열, 특히 세계 어느 민족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언어 능력이 합해져 국제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본 자질을 갖춘 인물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Ⅱ.조선족의 중국 내 정치적 위상

1.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며, 이들의 화합이 나라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한 민족구역자치정책에 따라 합리적이고 인도적으로 국가 통일과 민족 단결, 사회 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 내 각 민족은 언어, 문자를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민족적 다양성과 민족의식, 민족문화의 발전을 허용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은 조선족이 제도적 행정적인 면에서 중국 정부의 지배를 받는 중국 국민인 동시에 정신적으로는 한반도 남북의 영향을 받는 한민족의 동포로서 정체성을 갖게 한다.

2. 개혁개방이후 조선족 사회의 변화
중국의 개혁개발 흐름을 타고 조선족 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영역들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중국 중앙정부가 국가급 개발계획으로 비준한 장춘(長春)과 지린, 투먼(圖們)을 잇는 두만강 유역 개발계획(창지투 계획)은 3국 접경지대인 이 지대를 국제산업단지를 육성해 경제 규모를 2020년까지 현재의 4배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 북한,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의 핵심 배후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조선족의 고향이며 우수한 언어사용 능력 등이 어우러지며 조선족 사회의 도약의 발판이 되고 있다.

3. 한중관계변화와 조선족 사회의 변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두 나라는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진행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은 이래 더욱 폭넓은 발전의 기초를 다졌으며,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로 인하여 한중 경제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선족은 양국의 언어 사용이 가능하다는 호조건을 살려 한중경제협력의 중개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문화적, 경제적으로 한반도와 중국을 연계시키는 인적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많은 조선족들은 한국에 진출하거나 재중 한국 기업에 취업하여 일하고 있다.
 
4. 중국내 모범적인 소수민족 사회로의 등장
점차 심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중국 내부의 소수민족과 한족 간의 갈등을 일방적인 억압과 규제로 증폭시킬 것인지, 아니면 상생과 협력의 관계로 완화시켜 갈 것인지에 대해 중국 사회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민족으로서 부각되고 있다. 조선족 인재들이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많은 중국인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자신들만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 있는 여러 소수민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공동의 책임감을 느끼고 적절히 대응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5. 중국의 동북아전략으로 구축 
조선족 사회는 한반도와 중국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문화적이고 경제적인 공동구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족 사회의 이중 언어적 문화기능을 극대화시켜 한반도, 남북문제 나아가 동북아지역 국제협력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전략적인 문화구역으로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조선족 사회가 동북아 지역협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그들의 복합문화자원의 조정력과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더욱 기여하게 될 것이다. 

Ⅲ. 조선족 사회가 한중 교류에 미치는 영향

1. 동포사회로서의 민족적 유대관계 역할
조선족은 세계 한인사회의 일부분으로서 그 민족적인 유대관계로 인해 한중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 조선족과 한국 간의 교류 초기에 일부 조선족들은 모국의 구성원이 된 듯, 일부 한국인은 조선족을 우리나라의 당연한 구성원으로 착각하였다. 이러한 민족감정에 치우친 인식으로 인해 조선족들의 모국에 대한 기대감은 차츰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한국인들의 자세 역시 부담거리로 간주하는 쪽으로 흐르며 불신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 이러한 갈등을 거듭하면서 조선족은 점차 중국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한국인들도 조선족 사회를 중국 국민집단으로서의 동포사회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하여 조선족 사회는 점차 양국 간의 중개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서 한국과 중국 사회 발전에, 민족의 화합에, 나아가서는 동북아평화와 공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선족은 한중교류에서 중개적인 작용 뿐 아니라 양국관계를 조화롭게 만드는 조해(調解)자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2. 한·중 간의 경제, 문화교류의 매체적 역할
1) 한중관계에서 조선족의 사회적 위치
조선족 사회는 비교적 완벽한 변연문화 체계를 지키고 있으므로 미래 한중 관계발전에 있어 중요한 매체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동북아 지역협력에서의 전략적인 중개구역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한중관계의 발전에서 더욱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중관계발전에 있어서의 미래지향적인 조선족 사회의 위치이다.

2) 한중 협력과 조선족의 역할
a. 한중관계의 중개자 역할

상이한 문화체계를 가진 두 국가 간의 교류는 문화적 장애로 인해 이해를 위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조선족 사회의 역할로 한중간의 교류는 문화적 장애를 뛰어넘어 빠른 시간 내에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한중 관계 발전에 따라 조선족의 한국 진출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조선족 문화의 강점이 작용하였고 또한 조선족의 중개역할이 체현된 것이다. 동시에 조선족의 중개역할로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지 불과 18년만에 이루어진 이와 같은 교류는 중국 조선족들이 직간접적으로 한중 경제교류 중개에 참여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b.한국기업의 대중국 진출에 있어 교두보 역할
한국인 관광과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중개적 지역은 연변 조선족 사회이고 가장 중요한 매개자 또한 조선족이라 할 수 있다. 한국기업의 대중국 진출에 실패한 사례를 분석해보면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결핍되어있고, 중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시도가 적은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중국 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한국인과 조선족 간의 화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중국 측면에서는 조선족이 한국의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촉매역할을 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Ⅳ. 조선족 사회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1. 한반도 내에 조선족의 위치
위치상 세계의 변방에 있으며, 남북 분단과 중국 및 일본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과제로 안고 있는 한국과 조선족 사회는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변방에 있으면서 한반도와 중국의 접경지대에 살고 있어서 간도(間島)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분단된 모국 즉 한국과 북한 양쪽을 공히 잘 대응해야 하는 이중 구조 속에 살고 있다.

2. 한반도 남북관계 개선에 중개적인 매체 작용과 조해(調解)역할
1) 남북의 문화전환계통 역할

한반도의 중요한 동포사회로서 중국 조선족 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한반도 남북의 접촉과 관계개선, 나아가서는 통일문제에까지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원인으로 한반도의 남과 북 사이에서 중요한 문화전환계통, 즉 문화를 중심으로 경제, 무역, 기술교류에 있어서 중립적 중개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조선족은 한반도의 양측과 혈연관계가 있는 민족이며, 조선족 사회는 사회주의 문화와 자본주의 문화 양쪽에 모두 익숙하며 현실적으로 남과 북 간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내왕할 수 있는 교통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조선족의 이점을 활용한다면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세월 속에서 서로 다른 이념에 기초 한 상이한 문화체제를 가지고 있는 남북의 문화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문화신호로 전환하여 각각 전달함으로서 문화적인 소통과 융화를 이루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선족 사회는 남북한과의 교류에서 기본상 중립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남북 간의 문화충동에서 우호적인 완충지대(Buffer Zone)로 부각되고 있다.

2) 북한 주민의 시장경제 교과서 역할
두만강 무산광산 지역에 버려져 있던 폐석을 북한 측으로부터 사들인 것은 북한과 교류가 빈번한 조선족 기업이다. 이를 통해 아무 대책 없이 강변에 버려두었던 폐광석을 통해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북한이 버려진 폐석들을 조차도 기술이 있으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더불어 시장경제 논리를 습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대형 기업들과의 거래 뿐 아니라 심지어는 일개 보따리 장사들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경제를 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소위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도매로 의류나 여성용품들을 사들여 이를 중개무역 형태로 되팔기 위해 북한 국경을 넘나드는 조선족 보따리 장사들이 상당수이다. 이들은 폐쇄적인 김정일 체제 속에서 시장경제를 전혀 모르는 북한 주민들에게 배급이 아니라 재화의 교환 형태로 이루어지는 시장경제의 매커니즘을 가르치고, 실제적인 변방 무역의 민간경제교류를 현실화 시켜주고 있다. 장차 통일이 될 때를 대비하여 북한 주민들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3) 북한 주민들의 의식 개방 유도 역할
남북의 통일과정에서 남북의 정보교류가 한계에 처한 상황에서 남북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조선족이 남한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상황을 북한주민에게 전달할 수 있고, 북한의 상황을 남한에 정확히 알릴수가 있다.

특히 개혁개방을 실시한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인 중국의 경험을 북한에 전달하여 점진적인 개방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조선족의 역할의 중요하다. 사실상 중국의 많은 성공적 경험담이 이미 조선족 사회를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전달되었고 또 지금도 부단히 전달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전파는 의식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문화기능의 역동성이란 면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4) 남과 북의 화해자의 역할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근무하는 조선족, 이산가족 만남 연계, 조선족의 중계로 이루어진 남북한 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학술회의 등 비록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에 조선족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조선족 사회의 매개적인 역할은 남북 간의 이념적인 대결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통일문제, 경제협력 등 미래의 남북 간의 교류에서 더욱 큰 중개 매체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Ⅴ. 동북아시대 조선족의 초국가성

1. 다문화 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로 인식
전 세계 170개국에 살고 있는 700만 명의 재외동포는 오랫동안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상이한 문화 집단과 공존하는 방법 및 기술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재외동포의 역사와 현재 위상에 관한 연구는 한국사회의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위해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중국 항일전쟁과 해방전쟁의 과정을 겪으며 민족문화와 한민족 정체성을 지켜낸 조선족 동포의 성공적인 경험을 한국 다문화 사회의 교훈과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동북아시대 주류사회로의 등장을 위한 준비
오늘날 국제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세계화’와 ‘지역화(블록화)‘의 이중적 갈등 구조를 풀어 가는 데는 세계와 지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매체집단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화경제권을 배경으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크게는 일본과 북한까지 포함하는 동북아지역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집단이 있으니, 이는 곧 조선족 사회다.

동북아 국제 협력에 있어서 유능한 매체 집단으로 등장한 조선족 사회를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성 있는 단계로 이끌어 내어 한중간, 북중간, 중일간의 공동 문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일어와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선족 사회의 복합문화력을 장차 도래할 동북아공동체의 징검다리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조선족 사회에 대해 편협한 민족주의에 의한 값싼 동정심으로서가 아니라, ‘열린 민족주의’의 순수한 인류애(人類愛)적 차원에서 조선족의 미래를 바라보고, 이를 토대로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와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을 지키는 유용한 인재집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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