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믿지 못해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뒤로 넘어지기‘ 훈련이라는 게 있다. 뒷사람이 자신을 바쳐줄 것으로 믿고 눈을 감은 채 꼿꼿이 뒤로 넘어지는 행동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넘어지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뒤쪽으로 넘어지는 것에 더욱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경우엔 이런 심리적인 불안이나 공포를 벗어버리고 `뒤로 넘어지기' 훈련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지 않으면 넘어질 엄두가 나지 않거나 넘어지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옮겨 버티게 된다. 중국동포와 한국동포 모두들 한겨레 사회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92년 중국과 한국의 수교 이후 우리 민족은 급속한 교류를 하게 됐지만 서로 다른 체제와 문화 속에서 지내온 것을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못한 탓에 보이지 않는 불신의 싹을 키우게 됐다. 결국 서로 믿음을 저버린 데 대한 책임을 전가하면서 상대에 분노하고 스스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믿음이 깨진 사회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배척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황폐하게 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뢰‘란 사전적 의미는 ’믿고 의지함’이다. 이는 경험 또는 관념을 바탕으로 한 확신을 일컫는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는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한다. 예수의 제자 바울은 `보지 않고 믿는 것이 더 복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믿게 만들려면 나 역시 그를 믿고 있음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뒤로 넘어지고 있는 그 순간에도. `뒤로 넘어지기‘ 실험은 가족이나 학교, 직장 같은 한 집단 구성원 사이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도 이용된다. 이를 통해 서로 마음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음의 대화를 통해 믿음을 키워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족의 신뢰 회복을 위해 나의 불리함과 손해를 감수할 수 있을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아니 나를 믿고 기꺼이 뒤로 넘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 눈을 감은 채 꼿꼿이 뒤로 넘어져 보자. 비록 골통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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