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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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한가위 보름달 만들 ‘반달 송편’을 빚자 댓글:  조회:6240  추천:91  2006-09-20
차한필/칼럼니스트, 중국동포 전문가, 한겨레신문 기자, 저자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올해는 윤7월 때문에 다른 해보다 좀 늦은 10월 들어 한가위를 맞게 됐다.중국 국경절과 맞물린 탓에 동포들도 모처럼 명절다운 명절을 지낼 수 있게 됐다.중추절 또는 추석이라고도 하는 한가위는 설날, 한식, 단오, 동지와 함께 우리 민족 5대 명절 가운데 하나지만 오늘날에는 민족 최대 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가 도시화하면서 한가위가 다른 명절에 비해 풍작을 이룬 고향의 넉넉함과 청명한 날씨 등 계절적인 편안함을 지닌 탓이기도 하다.한가위는 신라 때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락국으로부터 전해졌다고도 한다. 6부로 이뤄진 신라에서 각 부의 여자들이 7월16일부터 한달 동안 길쌈과 적마를 해 많고 적음을 살펴 8월15일에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어 서로 축하하며 가무와 각종 놀이를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가배’라고 했다.한가위 풍속으로는 강강술래와 씨름, 활쏘기, 가마싸움, 소싸움, 거북놀이 등 풍년을 축하하는 놀이문화가 있다. 또 여름내 농사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함께 만나 하루를 즐기는 ‘온보기’와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에서 만나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반보기’ 전통도 있다.우리 민족은 한가위와 함께 오월 ‘단오’를 중요한 명절로 여겨왔다.중국도 단오 때 대나무 잎으로 싼 원추형 모양의 찹쌀밥인 ‘종자’(중즈)라는 음식을 먹고, 한가위 때는 보름달 모양의 과자인 ‘월병’을 나누어 먹는 등 나름대로 전통 명절로 지내고 있다.하지만 오늘의 중국은 설날인 ‘춘절’과 한식이나 단오에 해당하는 ‘노동절’과 한가위에 해당하는 ‘국경절’을 명절처럼 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동포 대부분은 중국의 절기에 맞춰 휴식을 하고, 설날이나 단오, 한가위 같은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은 잊어버리거나 알고 있어도 중국 습관을 따라 지내고 마는 게 현실이다.우리 민족의 명절과 중국의 절기는 같은 날이라 하더라도 그 유래와 지내는 의미와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고 그래서 엄연히 다르다.중국동포 민속학자인 천수산씨는 “민속명절은 민족 전통문화를 이어나가는 데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며 “특히 우리 민족의 명절은 우주 만물과 공생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새로운 힘을 얻는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민족의 명절이 1960~70년대 민족분자 대숙청과 문화 대혁명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져버린 뒤 지난 40년간 민족 전통문화의 맥이 끊어진 상태로 무관심 속에 지내온 것이 오늘의 동포사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민족의 명맥을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명절을 지내는 일조차 변질된다면 민족 문화의 상실은 말할 것도 없고 민족의 정체성마저 잃게 된다.동북3성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동포사회에서 민족의 특성을 살린 명절을 지내는 일을 시급히 되살려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단오절과 추석을 민족의 대명절로 정하고 이를 고리로 민족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가위 음식으로는 '송편'이 대표적이다.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해서 쌀 반죽에 손자국을 내며 꿀·밤·깨·콩 등을 넣어 반달 모양의 송편을 쪄냈으며, 솔잎을 깔아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 멋도 곁들였다.송편은 왜 반달 모양으로 빚었을까?서로 반달을 만들어 결국 보름달을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가 아니었을까?이번 한가위에는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서로 ‘반달 같은 송편’을 빚으며 ‘보름달 같은 공동체’를 이뤘으면 한다.
39    ‘끈 떨어진 연’과 ‘박쥐형 문화’ 댓글:  조회:4095  추천:116  2006-01-21
칼럼니스트 차한필/한겨레신문 기자, 중국동포 전문가지난해 북경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중국동포 김철 원로시인은 현재 중국동포의 처지를 ‘끈 떨어진 연’으로 표현해 참석한 사람들의 공감을 불렀다.중국동포가 한-중 수교 이전에는 중국으로부터 아주 신임(?)받는 소수민족으로 중앙정부를 비롯해 자치주 등 각 정부와 기관의 주요 자리를 많이 차지했으나 한중수교 이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중국에서의 입지가 좁혀지고 있지않나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돈을 벌 기회를 잡아 어렵게 한국에 나간 수많은 중국동포는 같은 민족임에도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불법체류를 하고 있어 결국 지금의 중국동포는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푸대접을 받는 ‘끈 떨어진 연’ 같은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김문학씨는 중국동포의 의식문화를 이솝우화에 나오는 ‘박쥐형’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박쥐 한 마리가 그만 발을 헛디뎌 땅에 떨어져 쥐들한테 붙잡혀 죽을 위험에 빠지자 박쥐는 나도 쥐라는 주장을 펴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다 박쥐는 불행하게 또 땅에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새들에게 잡아먹힐 지경이 되자 자신은 날개가 있어서 새와 같은 종족이라고 주장하며 다시한번 목숨을 구하게 된다.김씨는 이 우화가 주는 파생적 의미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중국동포 문화를 들여다보는 듯해 ‘박쥐형 문화’라고 이름붙였다. 또 그는 중국동포 문화는 땅에 꽂으면 그자리에 쉽게 뿌리내리는 버드나무처럼 뿌리옅은 천근성 문화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 사회체제로 인해 자발적으로 또는 부득이하게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투쟁 속에서 자신의 문화에 대해 돌볼 겨를이 없었고, 그런 이데올로기의 절대적 우세 속에서 문화에 대해서 잊고 있었던 탓이라고 설명한다.다시말해 중국동포는 국적은 중국이지만, 문화는 한민족 문화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한국 문화와 한국인을 대할 때 중국동포는 중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이런 모습이 바로 박쥐의 전형적인 생태와 닮았고, 버드나무 같은 천근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철 시인이 말한 ‘끈 떨어진 연’이라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의 근저에 ‘박쥐형 문화’나 ‘천근성 문화’가 깔려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왜 중국동포가 지난 몇십년 전보다 중국 안에서의 위치가 점점 좁아지는가를 한국이라는 외부변수에 핑계대지 말고 중국동포 사회 내부에서 찾아봐야 한다. 이른바 중국동포 영도들이 민족의 발전보다 자신의 출세만을 더 중시했기 때문은 아닌지, 나아가 민족이라는 명분을 팔아 제 잇속 챙기기에 더 바쁘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그래서 푸대접을 받는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중국동포가 똘똘 뭉쳐 민족을 먼저 챙기고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키워내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일이다.이 일을 위해서는 당연히 민족의 지식인이 앞장서야 한다. 당 간부나 영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자, 문인, 언론인, 대학생이 함께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을 탓하면서 한탄만 해서는 더이상의 미래가 없다.
38    감정은행계좌 채우기 댓글:  조회:6141  추천:70  2005-12-22
감정은행계좌 채우기칼럼니스트 차한필/한겨레신문 기자(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이라는 책을 쓴 스티븐 코비 박사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감정은행 계좌’ 이론을 내세웠다.감정은행 계좌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를 나타내는 측도다. 즉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하나의 계좌가 개설되는데 상대에게 감동을 주면 신뢰 잔고가 늘어나고, 섭섭하게 하면 신뢰가 인출된다. 신뢰 잔고가 많으면 실수도 쉽게 용서되지만 잔고가 없을 때는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게 된다.감정을 저축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그 신뢰를 이용할 수 있다. 실수를 한다해도 신뢰 수준이 높기 때문에 상쇄가 가능하다. 또 의사전달이 분명치 않아도 전달하는 의미를 곧장 알아차리게 된다. 말 때문에 화를 내는 오해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반면 감정이 빠져나가면 그래서 저축보다 인출이 많게 되면 금전 계좌처럼 결국 부도가 난다. 부도 상태에서는 오해는 물론 사실 전달도 어려워진다. 항상 ‘두개 주고 하나 덜 먹은 것’처럼 불만을 갖게 된다. 나아가 준 것 없이 미워지게 되는 것이다.감정은행 계좌에서 잔고를 유지하려면 비록 작더라도 꾸준히 저축을 계속해야 한다. 저축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 사소한 일에 관심 가지기, 약속을 지키는 것, 언행일치, 진지한 사과, 친절, 예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것, 없는 동안 신의를 지켜주기 등이 필요하다.이에 반해 불친절, 무례. 약속을 지키지 않기, 기대를 저버리는 것, 신의를 저버림, 헐뜯기, 자만, 말을 막기, 과민반응, 무시 독단 위협, 실력 없이 뽐내기는 인출하는 행위가 된다.나아가 저축의 동기도 중요하다. 진실해야 한다. 만일 속임수로 저축을 하게 되면 냉소적으로 반응하거나 믿지 않게 돼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중국동포와 한국동포가 함께 살아가면서 애초 서로 넘쳐흐르게 가졌던 감정은행 계좌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데 애초보다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허탈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게 아니다. 어쩌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이미 부도가 나버렸는지도 모른다.돌이켜보면 서로에게 기대감만 갖고 바라기만 했지 베풀고 나누려고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시 말해 처음 한번 채워놓은 감정은행 계좌에서 곶감 빼먹듯 인출만 했지 그 감정은행 계좌를 채우기 위한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한정 빼먹을 수 있을 것으로 여긴 탓도 크다.이제부터라도 서로 감정은행 계좌를 확인해보고 빚진 것을 갚아 부도부터 먼저 메우고, 작더라도 꾸준하게 저축하는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중국 땅에서 민족을 이야기하는 작가, 언론인, 교육가 등 이른바 지식인들은 자라나는 민족 후손에게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나서 실천해야 한다.
37    김진길 연변조선족자치주 주장께 댓글:  조회:4519  추천:82  2005-12-02
자치주장님.민족 최고 책임자로서 얼마나 노고가 많으신지요. 이전보다 덜 춥다고는 하지만 북방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기세를 부립니다. 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랍니다.이렇게 펜을 든 것은 다름이 아니라 2005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연변을 방문하고 난 뒤 감회를 전하고 싶어서입니다.잘 알고 계시다시피 연변은 우리 민족 최대 거주지이며, 중국 안에 흩어져 있는 모든 동포들의 정신적인 고향입니다. 그래서 동포는 어디에 있든지 연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중국을 여행하면서 다른 소수민족 자치구의 성도인 훅호트, 은천, 우룸치 등을 둘러보면서 예상보다 훨씬 발전된 도시 모습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좀 뒤처져 있는 연길을 떠올리며 못내 아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주장께서 부임하시고 난 뒤 연변의 변화는 실로 놀라울 만큼 컸습니다. 경제학 박사이신 주장께서는 연변 발전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오신 것으로 압니다.먼저 불편하고 초라한 시골역에 불과했던 주의 수도인 연길시의 기차역사가 현대식 건물로 신축돼 연변에 대한 첫인상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울러 시내에 초고층 빌딩이 앞다투어 들어서 도심에서 바라보는 하늘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또 좁고 울퉁불퉁했던 도로도 넓혀지고 깨끗하게 포장되었고 이에 따라 시민과 차의 교통질서도 하루가 다르게 반듯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질적이던 겨울철 매연문제도 집단 난방시설을 갖추면서 빠르게 해소되어가고 있습니다. 부르하통하 둔치를 거닐면서 아침 산책을 할 때면 다른 어느 도시 못지 않은 경관에 뿌듯함마저 듭니다.이런 노력의 결과 자치주는 올해 3회 연속 전국 민족단결 모범 자치주에 뽑히는 영예를 누렸습니다.하지만 연변자치주를 둘러보면서 아직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말씀드린 대로 연변은 민족의 고향으로 민족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어야 합니다. 언제나 돌아와도 민족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연변에서 그것을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민족에게도 내놓고 보여줄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거리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민족의 단결을 꾀하고 새로운 민족 얼을 지켜내는 한 방편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한국의 서울은 묻혔던 청계천을 파헤쳐내 잊혀졌던 서울을 되살려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청계천으로 말미암아 서울은 다시 유명 관광지로 떠올랐습니다. 이제 연변도 묻혀있는 '청계천'을 찾아 파헤쳐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민족을 위한 수고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건강을 빕니다.
36    자기부정을 통한 승화가 필요한 연변 댓글:  조회:4329  추천:55  2005-11-30
중국동포 여성작가 허련순씨가 문학자서전을 통해 "글쓰기는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부정'과 '파괴'의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1989년 이라는 중단편집을 한국에서 펴낸 그는 그곳에서 만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고 "1980년대까지의 자신의 소설에 부끄러워하면서 진정한 작가의 길을 들어서는 자세로 1990년대 문학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또 한차례 자신의 문학적 한계에 부닥쳤을 때는 이전보다 더욱 심한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눈과 사유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새로운 일탈을 꿈꿀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결국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한국으로 건너가 만학의 길에 들어서 다시 문학을 공부하며 처절한 글쓰기에 매달렸다.그 결과 2004년 그가 펴낸 장편소설 는 서울 교보문고 팬 사인회에서 한시간에 400여권이나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는 중국동포사회의 정체성과 여성성을 집중 탐구하는 대표적인 작가로 우뚝 서게 됐다.그는 "기를 쓰고 자신의 문학을 한국문단에 올려놓으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문학 공간을 넓히려는 목적과 함께 연변이라는 지역문학에서 탈출을 꾀함"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탈출이란 연변이라는 특수성을 버리고 남의 문학을 좇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그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에 적응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수성을 한 지역에서만 통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논리적인 함정에 빠져 '우물안 개구리'가 될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더 높은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것, 우리 것만이 좋고 최고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독일의 철학자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자기부정 자기상실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결코 참된 자기를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인식'이나 '사물'에서뿐만 아니라 '존재'에서도 변증법적 전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그는 "역사나 개인의 주체가 되는 주관적인 정신은 객관적 정신으로, 객관적 정신은 절대정신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정신이 자기를 '부정'함으로써 생겨난다"고 말한다.이 부정을 통해 '모순' 상태에서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지양'이 이뤄지는데 지양이란 독일어 아우프헤벤(aufheben)'을 번역한 말로 '보존하다'와 '폐기하다' 그리고 '승화시키다'는 뜻을 가진다. 즉 보존하고, 폐기하여. 승화시키는 다시 말해 '부정을 통한 승화'로 모순을 해결해내는 게 헤겔 철학의 핵심이다.2005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찾은 연변은 활기가 넘치고 현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고향으로, 세계적인 보편성에 발맞춰나가는 곳으로 연변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구현해내고 독특한 문화를 창출해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연변도 처절한 자기부정을 통한 승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35    연변,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 댓글:  조회:4407  추천:70  2005-11-23
'디아스포라'(Diaspora)는 '이산 유대인' '이산의 땅'을 의미하는 말로 "팔레스타인 바깥지역에 살면서 유대적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던 유대인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킨다.기원전 8세기 팔레스타인 북부를 차지하고 있던 이스라엘 왕국이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잇단 침입으로 나라가 망하면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이집트 등지로 흩어지고 이후 상업과 교역의 발달로 유대인의 이산은 확대돼, 기원전 1세기 말엽에는 이집트와 시리아,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이탈리아 등지로 흩어진 유대인의 공동체 즉 '디아스포라'가 나타나게 된다. 디아스포라의 중심지는 로마제국의 3대 도시인 로마,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였다. 알렉산드리아에만도 100만명 가량이나 된 것으로 추정된다.디아스포라는 본토 팔레스타인의 유대인보다 그리스 문화에 훨씬 개방적이어서 그리스어를 상용하며 헬레니즘 문화권에서 주로 수공업과 무역에 종사해 본토 유대인보다 높은 수입을 올렸다. 알렉산드리아 같은 곳에서는 무역의 중요성 때문에 원주민보다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었고, 로마에서는 시민권을 얻은 사람도 많았다.디아스포라는 그리스 문화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 학문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리아가 자연히 '유대적 헬레니즘 학문'의 중심이 되었고, '필로'와 같은 학자와 저술가가 많이 나왔다. 이들은 그리스 문화에 물들었음에도 팔레스타인을 정신적 고향으로 생각해 예루살렘과 밀접한 연관을 가졌고, 그들 나름의 유대적 규범과 관습을 지켜왔다. 이들의 규범과 관습이 오히려 본토에 역수입될 정도였다.한편, 디아스포라를 통해 반유대적 풍조가 처음으로 생겨나기도 했다. 유대인의 배타적 민족성, 경제적 번영, 특권 때문에 많은 도시에서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퍼졌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결국 칼리굴라의 박해로 이어졌으며, 이 박해는 칼리굴라의 암살로 끝이 난다. 이런 반유대인 감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로까지 이어진다.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와 그 거주지 역시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다.그 가운데 연변자치주는 마치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중심지가 알렉산드리아였던 것처럼 중국 한겨레 사회의 정신적 고향 같은 곳이다. 그래서 동양 문화의 중심인 중국에 속한 연변은 '민족적 동양 문화' 즉 '자신만의 민족 문화'를 꽃피워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나 조선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족적 규범이나 관습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상업과 무역에 능한 유대인 못지 않게 중국 연안과 대도시에 진출해 성공한 동포 기업가들이 많고, 필로에 버금가는 민족문학가 김학철 선생을 두고 있으며, 같은 민족언론과 같은 민족문학 잡지와 같은 민족 인터넷 매체와 모임의 관심을 모으는 '민족의 디아스포라'인 연변은 더이상 한 나라의 변방이 아니라 민족의 중심이자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최근 한류 열풍이 몇몇 국가를 넘어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다만 경계할 것은 부러움을 넘어 반감을 살 정도로 배타성을 띠어서는 안될 일이다.
34    민족언론이 살아있는 길림 한겨레 댓글:  조회:4104  추천:50  2005-11-16
언론은 깨달음과 경각심을 이끌어내는 기능 때문에 '사회의 목탁'이라 하기도 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기능 때문에 '무관의 제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언론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와 더불어 새로운 권력으로 떠올라 '제4부'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다.사회가 다원화하고 정보화할수록 언론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중요하게 된다. 언론의 힘이 강해지는 만큼 그에 따른 책무 역시 만만찮다. 언론이 그 책무를 방기하거나 포기할 때 일어나는 폐해는 이루 말로 할 수 없고 또한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제 기능을 못하는 언론을 '권력집단이나 기득권자의 옹호자'로 부르기도 한다. 말하자면 '권력과 자본의 개'인 셈이다.미국의 정치학자 라스웰(Lass well)은 언론의 기능을 '환경감시' '상관조정' '사회유산전수'로 정리했으며, 라이트(Wright)는 '오락제공' 기능을 덧붙였다.환경감시기능이란 "각종 사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배포하는 것"으로 뉴스보도 같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말한다. 상관조정기능이란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처방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의제설정기능'을 말한다. 여기에는 편견이 개입되거나 고의로 중요한 사회 문제를 다루지 않게 되는 '불공정 보도', 권력 자본 이익단체 등의 영향을 받는 '왜곡 보도', 개인의 비판적·분석적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사회유산 전수기능이란 "사회의 가치, 규범 그리고 각종 정보를 다음 세대 또는 그 사회 새로운 구성원에게 전수하는 것"으로 '사회윤리 규범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시 문화적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역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오락기능이란 "의식주 등 관심거리에 관한 필요한 정보와 오락성 자료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최근 지나친 상업주의와 시청률 경쟁으로 선정주의와 저질문화 확산이 우려된다.2005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둘러본 길림에는 같은 민족신문인 '길림신문'이 있었다. 한때 그 명맥을 이어가기 급급했던 길림신문이 올해 들어 민족작가 출신인 남명전 사장 부임 이후 민족의 권익을 수호해내는 민족언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눈부셨다.특히 올해 초부터 한국에서 장춘공항으로 귀국하는 중국동포에게 강제적으로 물린 벌금 5천위안의 부당성을 줄기차게 보도하며 관계기관의 갖은 압력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법률적 판단을 해가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동포의 이익을 대변해낸 추적보도의 정신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보여준 것으로 같은 언론으로서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장춘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포 사회를 묶어내는 구심점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는 길림신문에 대한 은근한 부러움마저 느낀다.다만 길림신문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행정적으로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 민족의 중심지역인 연변자치주에 대한 언론으로서의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민족 언론은 독자인 민족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만 그 존재 의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의 거울이요, 민족의 횃불 구실을 하는 신문으로 거듭 발전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33    '불문율' 넘어선 요녕 한겨레 댓글:  조회:4175  추천:74  2005-11-12
스포츠 경기 가운데 가장 시비가 많이 일어나는 종목을 꼽으라면 역설적이게도 가장 신사적인 운동경기라고 자처하는 야구를 들 수 있다.각종 규칙이나 규정이 복잡할 정도로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는 미국이나 한국의 프로야구를 볼 때도 '스트라이크 존'(투수가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보는 범위)을 둘러싼 시비가 경기 때마다 벌어진다. 그런가 하면 도루나 번트(방망이를 공에 살짝 갖다대는 타법)를 하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다 급기야 빈볼(투수가 타자를 위협해 던지는 공) 시비로 난투극이 펼쳐지고 나중에는 집단 패싸움으로 번져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해마다 일어난다.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야구는 50가지의 불문율을 두고 있다. 이는 야구의 기본원칙부터 상대 팀에 대한 예의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을 때 보내기 번트나 도루를 하지 마라(얄밉게 보여 기분 나쁘다). 빈볼을 던지더라도 머리를 향하지는 마라(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다). 발빠른 타자의 다리는 맞히지 마라(동업자 정신은 있어야 한다). 패싸움이 벌어지면 모두 뛰어나가라(야구는 팀 경기다). 홈런 뒤 한참 동안 볼을 보거나 펄쩍 뛰거나 요란한 몸동작을 하지 마라(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2루 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훔치지 마라(비겁한 짓이다).불문율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지내오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으로 "은연중에 서로 납득하여 지키고 있는 규칙"을 말한다.한-중 수교 이후 중국동포가 한국으로 돈벌이 나가고, 한국동포가 중국으로 밀려오면서 동포 사회는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시비와 난투극과 집단 패싸움 같은 '불협화음'도 적지 않았지만 이젠 "서로 돕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생겨났다.2005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내려간 요녕지역(대련 단동 심양)에선 이런 불문율을 넘어서 진정 '하나가 되는' 한겨레 사회를 볼 수 있었다.대련의 경우 경제 축이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한국동포의 경제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중국동포와의 스포츠 교류 등으로 유기적인 결합이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한국외환은행 대련지점은 한국에 진출한 중국동포들이 밀집해 있는 대림지점과의 송금시스템을 중국 실정에 맞춰 운용함으로써 동포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했다.단동은 한국인회와 조선족문화원을 중심으로 각종 행사에 서로 참여하고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서로 생일 초대를 하는 등 마치 한 형제처럼 지내고 있었다. 생활 속에서 하나가 되는 동포사회의 본보기를 보는 듯했다. 다만 조선동포의 참여가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심양은 동북 중심도시답게 제법 규모를 갖춘 한국인회와 조선족연의회가 활동하고 있었다. 한국인회는 시정부로부터 유적 건물을 사무실로 기증받아 최근 입주했고, 설립 준비중인 한국학교의 건물도 기증받은 상태였다. 조선족연의회는 동포 관리 모두가 참여하는 단체로 자리잡아 최근 자체 회지를 엮어 발간하며 조직 발전을 꾀하고 있었다. 이들 두 단체는 정기적인 교류와 함께 서로 각종 행사에 찬조를 하며 우의를 높여가고 있었다.'불문율'을 넘어선 요녕의 한겨레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중국 어느 곳보다 밝아보였다.
32    우리말글 교육은 민족교육의 핵심 댓글:  조회:4035  추천:62  2005-10-27
'교육'이란 의 '득천하영재이교육지'(得天下英才而敎育之 천하의 영재를 모아 교육하다)라는 글에서 비롯된 것으로 매를 가지고 길들인다는 '교'(敎)와 갓난아이를 살찌게 한다는 '육'(育)이 합해져 '길들이고 기른다'는 의미를 지닌다.따라서 '민족교육'이란 민족 의식을 바탕으로 민족 역사와 문화를 길들이고 기르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고 나라의 독립을 이루고자 한 당시의 교육을 대표적 민족교육이라 할 수 있다.일제의 탄압을 피해 간도로 이주해온 우리 민족은 초기 생활난으로 자녀 교육에 관심을 쏟지 못했으나 마을이 형성되면서 서당을 만들어 교육에 대한 열기를 높여갔다. 첫 근대적 사립학교는 1904년 훈춘현에 세워진 동광학교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후 우국지사와 민족지도자들이 간도지역으로 망명해 민족의 생존과 독립을 위해 민족 의식을 고취하고 항일 구국투쟁에 나설 인재를 기를 목적으로 학교를 세우기 시작했다.이런 민족교육에 대해 일제는 친일 동화 및 탄압의 방법으로 방해하고, 식민교육을 통해 항일 독립투쟁의 근원을 말살하려고 했지만 민족의 생존과 독립을 위한 민족교육은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1916년 12월 당시 압록강 쪽으로 76개 학교, 두만강 쪽에 163개 학교 모두 239개 학교가 설립되었고 이 가운데는 저항시인 윤동주 등을 길러낸 연변 용정 대성학교도 포함되어 있다.한-중 수교 이후 한국동포의 중국 진출과 중국동포의 연해도시 진출로 또다시 우리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2005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둘러본 광동, 화동, 산동, 경진지역에서 예상외로 급속하게 몰려드는 수많은 동포들을 볼 수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동포의 수는 지난해말 30만명 수준에서 현재 이미 50만명을 넘어서 해마다 두배 정도로 늘고 있고, 중국동포 역시 각 지역마다 한국동포의 두배 규모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북경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이전에 한국동포는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고 중국동포의 도시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녀교육 즉 민족교육의 핵심이랄 수 있는 '우리말글 교육'이다. 공식적으로 한국학교가 있는 곳은 심천, 상해, 연태, 북경, 천진뿐이고, 또 중국동포 학교가 있는 곳은 청도, 북경, 천진으로 그나마 운영 상태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동포는 한인회 등이 운영하는 주말한글학교를 통해 우리말글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중국동포는 대부분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고 집에서 우리말글을 가르치는 게 고작이었다.대이동에 나선 동포들이 진정한 민족교육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반드시 우리말글을 가르쳐야 하며, 그런 노력은 한층 더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동포와 중국동포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참여하는 한글학교가 필요하고, 전세계 2500여개 한글학교에 연간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한국 정부도 중국동포가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한국어 교재, 교사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31    한겨레 사회의 ‘레드오션’과 ‘블루오션’ 댓글:  조회:4558  추천:84  2005-10-20
‘레드오션’(Red Ocean 피바다)과 ‘블루오션’(Blue Ocean 푸른 대양)은 ‘경쟁이 치열한 잘 알려진 기존 시장’과 ‘경쟁이 전혀 없는 새롭게 창조되는 시장’을 의미하는 상반되는 개념의 경제적인 용어다.레드오션은 이미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같은 목표와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치열하게 피터지는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률을 높여가야 하는 시장으로 이곳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은 ‘벤치마킹’이다. 즉 경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행태를 끊임없이 분석하여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반면 블루오션은 아직 시도된 적이 없고 현재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경쟁이 있을 수 없어 광범위하고 큰 잠재력뿐만 아니라 막대한 수익과 무한한 성장을 가능케 한다. 이를 만들어 내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가치혁신’으로, 새롭고 유연한 사고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이런 블루오션 전략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가 지난 1990년대 주창한 경영이론으로 기존 시장(레드오션)에서 이기기보다는 경쟁이 없는 새 시장(블루오션)을 창출하라는 의미로 사용됐다.하지만 영원한 블루오션은 없다. 블루오션이 결국 레드오션이 되고, 또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블루오션 전략만 있어도 안된다. 레드오션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와야 새로운 블루오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김위찬 교수 역시 “블루오션 전략의 목적은 ‘규모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성공한 사회는 창조적으로 블루오션을 만들어 내는 ‘혁신’적인 사람과 레드오션에서 부지런함으로 땀흘리는 ‘근면’한 사람으로 이루어진다.2005 특별기획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를 취재하면서 한국과 동북3성을 떠나 연해도시와 대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동포와 중국동포의 삶을 대체적으로 살펴보았다.각 지역마다 1990년대 초기 정착의 어려움을 벗어나 2000년대 들어 대거 몰려든 동포들로 이제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섰고 앞으로도 꾸준한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모두들 레드오션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나름대로 동포 사회를 이뤄나가며 고생한 만큼의 보람을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고 대견스럽기 짝이 없다. 한편으론 동포 사회가 더 이상 레드오션에만 머물지 말고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었으면 한다.블루오션은 중국동포와 한국동포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참된 한겨레 사회’를 이룰 때 더욱 폭넓고 가까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사회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 혁신의 ‘시너지 효과’와 ‘윈-윈’을 생각하면 다가올 블루오션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취재를 통해 중국동포와 한국동포 모두 참된 한겨레 사회를 이뤄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등 진지한 노력을 엿볼 수 있어 ‘푸른 대양’을 누비는 ‘한겨레호’를 볼 날이 멀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30    겨레 위해 일할 사람이 필요한 때 댓글:  조회:4003  추천:59  2005-10-13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스티븐 코비’가 쓴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이라는 책이 있다.그는 이 책을 통해 기존의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리더십(지도력)과는 달리 ‘자기혁신’ 등 근본적 가치관에 초점을 맞춰 이를 어떻게 생활의 중심으로 삼을 수 있는지 또 그 효과는 어떠한지를 자세하게 밝혔다. 얄팍한 처세술과 무한경쟁의 논리가 주름잡던 1980년대에 인간관계의 철학과 윈-윈(상승 相乘)의 논리를 들고 나와 신선한 충격을 던진 것이다.똑같이 ‘성공’을 말하지만 그는 진정한 인간적 충족감을 동반하는, 성공의 질과 성격을 따지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성공을 내세운 것이다.그래서 그는 “참된 변화는 내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뭇잎을 쳐내는 것과 같은 응급처치 방식으로는 태도와 행동을 바꿀 수 없다. 이것은 뿌리, 즉 사고의 바탕이자 기본인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만 가능하다. 이 패러다임은 우리의 성품을 결정하고,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창조해준다”고 강조한다.어느 사회나 그 집단의 통일을 유지하고 구성원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도자란 무리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으로 규정되어지며, ‘앞장서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지도자는 보통 사람과는 달리 어딘가 특별한 소질을 가진 것으로 보고 이를 실증적으로 밝히려는 심리학적 연구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 지도자가 보통 사람과 다른 특성은 지성■외향성■지배욕■자신감과 사회활동에의 참가 정도 등으로 나타나고, 그것도 정도상의 차이일 뿐 결정적인 차이점은 없다고 한다. 말하자면 지도자의 특성이란 ‘랭크앤드파일’(Rank and File)로 불리는 일반 대중이 가지는 욕구가 지도자에게 확대 투영된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따라서 정치적이든 민족적이든 사회적이든 누구라도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주체 의식과 사명감으로 ‘7가지 습관을 통해 성공하는 사람’이 된다면 지도자로 나설 수 있는 것이다.특별기획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밟은 경진(베이징과 천진)지역은 역시 수도권으로 정치의식이 높은 도시였다. 베이징 왕징지역은 이미 한겨레 사회가 주류를 이룬 코리아타운으로 발전하고 있고, 천진 빈하이지역은 상하이 푸동과 같은 신개발지로 떠오르고 있다. 누가 뭐래도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 있고 몰려들고 있는 이곳은 민족의 통합과 미래를 이끌어낼 중심 구실을 해야 할 곳이다.모두들 민족의 단합과 발전을 위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누가 할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답이 시원찮았다. 정작 나서야 할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을 이을 만한 적당한 사람이 없다, 모두가 믿고 따를 만한 큰 인물이 없다며 좀처럼 의견을 좁혀내지 못했다.민족의 지도자가 혜성 같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것만이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7가지 습관을 갖춘 성공한 사람’이 돼 ‘민족을 위해 일할 사람’으로 나설 수 있으면 좋겠다.
29    성공적인 민족의 ‘모내기’ 댓글:  조회:4380  추천:51  2005-10-04
소설가 안수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라는 중편소설이 있다.1930년대 이민 초기 선조들이 갖은 고초와 박해 가운데 이곳 황무지와 습지를 개간해 생명의 양식인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논을 만들어나가고, 민족 정신의 양식인 ‘우리말과 글’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세워나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우리 민족과 떼어 이를 수 없는 것이 바로 ‘쌀’이요 ‘우리말과 글’이다.이 쌀을 얻기 위해 선조들은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 땅에 들어와 죽을힘을 다해 춥고 메마른 벌판에 물을 끌어다 ‘논농사’를 지어 벼 재배 북방 한계선을 새로 그으며 정착에 성공해 오늘에 이르렀다.벼 농사법으로는 모내기와 바로뿌리기(직파)가 있다.쉽게 옮겨 심을 수 있는 벼의 특징을 이용해 못자리에서 기른 모를 논에 옮겨 심는 모내기는 수리 시설을 제대로 갖춰야 하고, 모판 만들기, 육묘, 모내기 등에 따르는 노동력과 농자재 비용이 더 들어가는 단점이 있는 반면, 바로뿌리기에 비해 모를 못자리에서 집중 관리․보호할 수 있으며, 옮겨 심을 때까지 논을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고, 논에 물 대는 기간을 줄여 관개수량을 절약할 수 있으며, 벼 재배 관리와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모내기가 널리 보급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부터이며 그 이전에는 논에 물을 대고 바닥을 고른 다음 볍씨를 뿌리거나, 밭 상태의 논을 고르고 볍씨를 뿌리는 바로뿌리기 방식을 이용했다. 최근 들어 농촌의 노동력 및 규모화 문제로 바로뿌리기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잡초 없애기, 벼 쓰러짐, 적은 소출 등의 난제가 많은 재배법으로 인식되고 있다.‘중국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특별기획을 취재하면서 우리 ‘민족의 모내기’가 성공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소설 의 배경인 이민 초기 개척시대엔 우리 선조들이 이곳에 난제가 많은 ‘바로뿌리기’ 방식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면, 오늘날 광동, 화동, 산동지역 등 연안지역에 대거 진출한 중국동포와 한국동포들은 비교적 좋은 여건을 갖추고 큰 장점을 가진 ‘모내기' 방식으로 새로운 한겨레 사회를 형성해나가고 있었다.더욱이 한국 기업과 중국동포의 진출이 서로 맞물리면서 마치 ‘이앙기’를 갖춘 기계화 방식으로 모심기를 하는 것처럼 민족의 터 잡기가 더욱 수월해지고 빨라진 모습을 보여 한겨레 사회에 대한 전망을 무척 밝게 했다.앞으로 중국 전역에 뻗어나갈 성공적인 민족의 모내기를 위해서는 좋은 모를 길러내는 ‘못자리’의 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설 에서 못자리에 대한 해답도 찾아볼 수 있다.그 못자리는 바로 불타 없어져도 다시 세운 학교 즉 ‘우리말과 글‘을 지켜나가는 민족 정신일 터이다.iwbback@hanmail.net
28    산동 한겨레 사회의 ‘뿌리내리기’ 댓글:  조회:4444  추천:67  2005-09-27
시인 티 에스 엘리어트가 ‘성자에 가까운 위대한 영혼’으로 묘사한 프랑스 여성 철학자 시몬느 베이유가 쓴 라는 책이 있다.이 책은 2차대전 말기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의 드골이 이끄는 런던 임시정부 요청에 따라 해방 뒤 새로운 프랑스 건설을 위해 쓰게 되었다. 집필을 마치고 폐결핵으로 서른셋에 요절한 베이유는 이 책에서 ‘뿌리내리기의 성공’ 즉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진리에 대한 복종인데 이는 인간은 반드시 죽는 존재라는 사실과 인간 생존의 기초는 땅에 대한 육체노동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뿌리내리기의 구체적 실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식물도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뿌리내리기가 필요하다. 옮겨 심은 화초나 꺾꽂이 식물의 뿌리내리기는 더욱 어렵고 특히 착생란(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나무나 돌의 표면에 뿌리를 붙이고 사는 난)인 ‘풍란’의 경우 작은 움직임에도 뿌리를 붙이지 못해 뿌리내리기 아니 ‘뿌리붙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자칫 죽는 경우가 많다. 풍란은 돌(석부작)이나 나무(목부작), 숯(숯부작) 위에 올려 재배되는데 대부분 완전히 뿌리를 붙이지 못한 상태에서 화원으로 팔려나간다. 따라서 뿌리를 붙이지 못한 풍란은 채광과 통풍이 잘 되는 창가에 두고 뿌리를 실로 묶어서 돌이나 나무, 숯에 딱 붙도록 한 다음, 반그늘 상태에서 20~25도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식물영양제 등을 뿌려주면 한달 정도 지나 뿌리가 달라붙게 된다. 이렇게 식물의 뿌리내리기도 적절한 조건과 시간과 보살핌을 통해야 가능해진다.마찬가지로 민족의 뿌리내리기 또한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정착한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야 한다는 자세와 상당 기간 눌러 붙어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하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중국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특별기획 취재를 위해 닿은 산동지역은 수교하자마자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한 한국 중소기업과 동시에 이곳으로 달려온 중국동포들로 중국 안에서 가장 많은 동포들이 어울려 지내는 곳이다. 수교 초기부터 서로 부대끼며 좋고 싫은 온갖 모습을 모두 보고 경험한 이들은 애초의 불신과 원망을 넘어 이제는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가는 역동적인 한겨레 사회를 이루고 있다.산동지역은 다른 연해 지역과 달리 민족의 터전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제반 여건들을 두루 갖춰나가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중국동포 기업들도 급성장해 한국으로 진출을 하고 있고, 청양, 이촌 등에는 동포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이 형성돼 동포학교까지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민족 신문과 잡지들이 출간되는 등 민족 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나아가 새로운 문화 창출지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동포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지 않고 민족 관련 행사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등 사회 환원을 꾀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 줄 아는 진정한 한겨레 사회로 뿌리내리기에 성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7    공존지수(NQ) 높여가는 룽바이 코리아타운 댓글:  조회:4663  추천:57  2005-09-14
사람의 능력을 수치로 나타내는 다양한 지수(Q)가 있다.잘 알고 있는 아이큐(IQ 지능지수), 이큐(EQ 감성지수)를 비롯해 엠큐(MQ 도덕지수), 피큐(PQ 인성지수), 시큐(CQ 창의력지수), 제이큐(JQ 잔대가리지수), 에이치큐(HQ 건강지수), 엠큐(MQ 돈관리능력지수), 알큐(RQ 글쓰기지수), 비큐(VQ 비주얼지수), 에이큐(AQ 역경지수) 등이 그것이다. 시대적 환경과 사회적 배경에 따라 강조되고 요구되는 인간의 능력 또한 달라지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는 지능지수와 감성지수만으로 부족해 도덕지수, 건강지수, 창의력지수, 인성지수 등이 연이어 강조되고 있다.최근엔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재는 잣대인 ‘엔큐’(NQ=Network Quotient 공존지수)가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공존지수’란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운영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으로 공존지수가 높을수록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쉽고, 또 그것을 자원으로 삼아 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만 잘 되고 다른 집단은 소외시키는 ‘패거리’ 개념이 아니라 서로 잘 살도록 도와주는 ‘이타적’ 성격을 띤다고 한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도 나와 같은 한 뿌리라는 생각으로 먼저 배려와 사랑을 베푸는 것이 곧 공존지수의 근본 바탕일 것이다.몇해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안정과 번영을 위한 제휴’에서 세계 유명인사들은 “나눔과 상생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을 아느냐(Know What)가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Know Who)가 더욱 중요한 시대라는 말에서 ‘나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의미를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이렇게 공존지수가 강조되는 이유는 공존지수가 높은 개인이나 사회는 본래 가진 잠재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으며, 위기에 강한 면을 보인다는 데 있다.‘중국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특별기획 취재를 위해 찾은 상하이 룽바이(용백) 지역은 이미 중국동포와 한국동포가 한데 어울려 생활하고 있는 코리아타운으로 자리잡고 있었다.즈텅루(자등로) 칭산루(청산로) 황화루(황화로) 홍송루(홍송로) 등에 늘어선 상가의 세련된 한글 간판은 이 거리가 마치 서울 무교동 거리나 연길시 해방로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상하이에 있는 중국동포와 한국동포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주 이곳을 찾아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며 타향살이의 시름을 이겨내고 있다. 화동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기업 진출에 이어 중국동포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 서로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삶의 터전을 찾아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동포와 한국동포의 교류가 그리 활발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룽바이 코리아타운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의 폭을 넓히며 서로 같은 민족임을 확인하는 한편, 공존의 공간을 넓혀나가고 있다.화동지역 한겨레 사회가 룽바이 코리아타운을 통해 공존지수를 높여나가는 그래서 잠재력 이상의 성과를 이뤄내고 어떤 위기도 이겨내는 우리 민족의 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26    ‘귤’로 변한 광동 한겨레 사회 댓글:  조회:4061  추천:55  2005-09-11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에 “귤이 회하(淮河)를 건너 북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옛날 회하(하남성에서 강소성을 가로질러 대운하로 흘러드는 강) 이북에는 귤나무가 없었다. 한 사람이 남쪽 지방에서 귤 묘목을 얻어와 옮겨 심었으나 몇 년 뒤 나무에는 귤 대신 작고 신 탱자가 열렸다. ‘남귤북지’(南橘北枳) 또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이 말은 식물이 토양과 기후에 따라 달라지듯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의 이름난 재상 안영의 일화를 다룬 ‘안자춘추’(晏子春秋)에도 이 말이 나온다. 초나라의 영왕이 안영의 명성을 듣고 만나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는 생각으로 그를 청했다. 영왕은 안영의 키가 너무 작은 것을 빗대어 제나라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조롱했다. 그러자 그는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제나라의 관례에 따라 가장 작은 자신이 뽑혀 초나라로 왔다고 말했다.'한방' 먹은 영왕은 마침 포졸이 죄인을 끌고가는 모습을 보고 죄인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었다. 포졸이 제나라 사람으로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이라고 하자 영왕은 다시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느냐고 창피를 주었다. 안영은 “강남에 귤이 있는데 그것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만다”며 이는 토질 때문으로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면 초나라 풍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영왕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크게 잔치를 벌여 안영을 환대하는 한편 다시는 제나라를 넘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2005 흑룡강신문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사회 어디까지 왔나’를 취재하기 위해 선전 광주 등 남방인 광동지방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의 남방과 북방은 그 기후나 토양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 또한 많이 다르다. 남방인 특히 광동인은 특유의 부드럽고 싹싹한 태도와 술을 적게 마시고 시간을 잘 지키며 일에 대한 성실한 자세 그리고 계약한 내용은 손해보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는 책임감 등으로 오늘 중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또 1980년 중국 경제개방 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25년 만에 1인당 연간소득이 7천달러가 넘는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로 급성장했으며, 광주 동관 혜주 나아가 주해 불산 등과 함께 광동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다.뒤늦게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함께 동북 3성에 있던 중국동포가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0여년 전 일본기업에 취업을 하면서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중국동포는 비교적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두루 갖춘 건실한 한국기업이 속속 진출하면서 동시에 늘어났다.한 중국동포는 “이곳에서 일한 1년 동안 일의 량이 예전 5년 동안의 량보다 훨씬 많다”며 “이곳 생활 습관과 풍토에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설명했다. 한 한국 기업가는 “전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중국동포에게 회사를 맡기고 두달 정도 비워도 세무조사를 받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중국동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곳에서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며 윈-윈(상생과 상승)하는 마치 ‘귤’로 변한 한겨레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5    형상기억합금과 중국 한겨레 댓글:  조회:4382  추천:63  2005-08-23
'기억'이란 "감각적으로 느낀 무엇을 나중에 재생 또는 재인식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생물체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무생물체인 금속에서도 '기억'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망가지거나 변형되어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원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금속"을 '형상기억합금'이라고 한다.형상기억합금은 1960년대 미국 해군무기연구소의 '뷸러'라는 과학자가 형상기억 반응을 나타내는 합금(니티놀이라는 니켈과 티타늄의 합금)을 우연히 발견해 연구가 진행됐으며, 실용화된 합금으로는 니켈-티타늄, 구리-아연-알루미늄 합금 등이 있다.이 합금은 일정 온도(형상회복온도)에 이르면 형상 회복을 위한 복원력이 발생하고, 몇백만번을 반복해도 없어지지 않는 형상기억력을 갖고 있다. 이런 형상기억합금의 특성 즉 '복원력'과 '반복력'을 이용해 실용화한 것으로 전투기 파이프 조임새, 인공위성 안테나, 온실 창문 개폐장치, 인공관절 및 심장펌프, 방화문, 온도 센서 등이 있다.일반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여성용 '메모리 브라 와이어'가 있다. 이 와이어는 세탁 때마다 휘고 구부러지는 일반 브래지어 와이어와 달리 피부에 닿으면 사람 체온 때문에 처음 모양으로 되돌아온다. 더욱이 형상기억합금의 '초신축성' 때문에 와이어가 체온에 따라 점차 가슴을 받쳐주게 돼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고 있다.또 의료용으로는 치열교정용 와이어가 개발됐다. 이 와이어는 느슨한 채로 이빨을 묶어둬도 체온 때문에 줄어들면서 치아를 단단히 묶어 주게 된다. 몸이 더우면 자동으로 소매가 올라가는 셔츠도 있다. 이 셔츠는 온도에 따라 소매 길이가 조절되고 주름이 잡히거나 구겨져도 입기만 하면 체온 때문에 처음 상태로 펴지므로 애써 다림질할 필요도 없다.이런 형상기억합금의 쓰임새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진화하면서 그 적용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특히 생물체가 접근할 수 없는 우주개발 분야나 극한상황에 대한 연구나 실험에 생물체보다 더 정확한 기억을 가진 이 합금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어느 민족에게나 그 민족의 얼(정체성)을 기억해 복원해낼 수 있는 형상기억합금이 필요하다. 아무리 망가지고 변형되었다 하더라도 형상기억온도에만 이르면 곧바로 민족의 얼(정체성)을 기억해내고 복원할 수 있는 민족은 분명 살아있는 민족일 터이다.중국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국동포와 한국동포를 보면서 서로 니켈과 티타늄으로 이뤄진 우리 민족의 형상기억합금 구실을 했으면 한다. 그동안 중국동포와 한국동포는 하나로 이뤄진 합금이면서도 서로 불신하면서 찢어지고 헝클어져 원형을 잊어버리고 변형되어 왔다.이제 형상복원온도를 찾아 우리 민족의 얼(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참 모습을 찾아갔으면 한다. 그때 나타나는 강한 복원력과 변함없이 반복되는 기억력을 보면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다시한번 확인했으면 한다.언제나 형상를 기억해 하나될 수 있는 중국 한겨레는 갈수록 그 쓰임새가 커져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는 남과 북의 통일뿐만 아니라 동북아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24    불신을 극복한 프시케의 사랑 댓글:  조회:4294  추천:73  2005-08-17
'사랑의 신' 큐피드는 프시케를 보며 자신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꽂았다.'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인간 프시케를 시기해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못생긴 사람을 사랑하도록 자신의 아들인 큐피드에게 지시했지만 막상 프시케를 본 큐피드는 그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다. 키스의 달콤함을 세상에 처음 알려준 '신과 인간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어머니 아프로디테의 말을 거역하며 '태양의 신' 아폴론의 도움을 받아 프시케와 함께 살게 된 큐피드는 밤에만 나타나 프시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려고 하면 영원히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큐피드의 음성은 사랑에 가득 찼고 프시케 또한 같은 애정으로 둘은 행복했다.그러나 프시케가 잘 지내는 것을 본 두 언니가 질투해 남편이 괴물일지 모르니 밤에 얼굴을 확인해보라는 부추김에 의심을 품게 된 프시케는 남편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등불을 밝혔다. 잠에서 깨어난 큐피드는 "사랑은 믿음이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며 프시케의 불신을 원망하며 떠나버렸다.잘못을 뉘우친 프시케는 진정한 자신의 사랑을 찾아 각지의 신전을 돌아다니다 아프로디테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기로 했다. 아들을 감옥에 가두고도 여전히 분노가 풀리지 않은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일련의 가혹한 시험을 냈다.어려운 시험을 거쳐 다다른 마지막 관문에서 프시케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저승에서 아프로디테에게 전해달라는 상자 속을 훔쳐 보다 그 속에 있던 '죽음의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잠자는 그녀를 깨운 것은 큐피드였다. 감옥에서 탈출해 프시케 곁으로 달려온 그는 죽음의 잠을 상자 속에 다시 집어넣었다.그리고 제우스를 찾아가 어머니를 설득해 노여움을 풀어달라고 간청했다. 마침내 아프로디테도 둘의 결혼을 허락했다. 프시케는 영원히 죽지 않는 신의 반열에 올라 큐피드와의 사이에 '희열'(Pleasure)이라는 딸을 낳았다. 프시케의 진정한 사랑이 '고통을 통한 정화'를 거쳐 끝내 불신을 극복하고 사랑의 기쁨을 얻어낸 것이다.누구의 시기와 질투 때문인지 우리 민족은 아직도 엄청난 불신에 시달리고 있다. 남과 북은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잘려 있으며, 한국 사회는 고질적인 지역감정으로 갈려 있고, 중국 안 한겨레 사회도 물질만능으로 피폐해지면서 불신의 골만 깊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족의 장래를 기대하기란 힘들다.우리 민족도 '고통을 통한 정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한 핏줄이라는 인식' 즉 진정한 사랑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이런 인식이야말로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게 하고, 용서를 할 수 있게 하며, 서로를 감동시킬 수 있게 한다.신보다 더 아름다웠던 프시케가 진정한 사랑으로 온갖 시련을 이겨내 불신을 극복한 것처럼 우리 민족도 한 핏줄이라는 인식으로 현재의 난제를 해결해내는 그래서 영원한 민족적 희열을 맛보는 그런 한겨레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23    윈-윈과 시너지 효과 댓글:  조회:4175  추천:64  2005-08-11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그림이다.첫 번째 그림은 서로 묶인 말 두 마리가 각기 반대 방향의 먹이를 먹으려고 힘 겨루기를 하는 모습이고, 두 번째 그림은 같이 한쪽 먹이에 다가가 먹은 다음 반대쪽 먹이를 먹으러 가는 장면이다.다툼이나 고집을 부리지 말고 힘을 합해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이를 다시 말하면 ‘윈-윈’이 된다.윈-윈(Win-Win)이란 “두 지역에서 일어난 전쟁을 동시에 승리로 이끈다는 미국의 군사적 전략”에서 나온 용어이다. 이것이 경제적인 용어로 탈바꿈하면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이 힘을 합해 둘 다 이익을 얻게 되는 경우를 뜻하는 말”이 됐다. 한마디로 ‘같이 살자’는 것이다.이를테면 음식찌꺼기를 거둬들이는 사람과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서로 협력해 음식찌꺼기를 돼지사료로 공급한다면 둘은 각각 음식찌꺼기 매립비와 사료값을 아낄 수 있게 된다. 또 경쟁사였던 두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져 하나로 합병해 큰 이득을 얻었다면 이 역시 적을 없애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윈-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적과의 동침’인 경우 윈-윈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평가한다.윈-윈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두 개 이상의 다른 개체가 힘을 합쳐 둘이 지닌 힘 이상의 효과”를 내거나 “하나의 기능이 여럿으로 이용될 때 생성되는 효과”를 말하는 ‘시너지’(Synergy) 즉 ‘상승(相乘)효과’ 때문이다. 시너지란 말은 어떤 약품 하나를 넣어서 1의 효과를 본다면 다른 약품 반과 또다른 약품 반을 넣어 3이나 4의 효과를 보는 화학적 현상에서 비롯됐다.윈-윈을 위해서는 비록 이전엔 적대적 관계였다 할지라도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협상의 과정’이 필요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이런 윈-윈과 시너지 효과는 비단 경제나 과학 분야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민족에게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중국에는 200만 중국 동포뿐만 아니라 30만 한국동포와 몇만 조선동포가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아직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 윈-윈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진 못한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시너지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라는 것이다.한 일본인이 만약 중국에 일본동포가 30만명만 있었더라면 일본은 중국 사회에 속속들이 진출했을 것이라며, 200만명이라는 중국동포가 있는 한국이 중국 사회에 이렇게 더디게 자리잡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아마 그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윈-윈을 염두에 두고 한 소리였을 것이다.오늘 세계 경쟁시대에는 윈-윈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동포 한국동포 조선동포 모두가 중국 안에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절박성이 여기에 있다. 이전에 관계가 어떠했든지 이젠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진지하게 윈-윈을 협상하는 자세가 요구된다.이때 나타나는 빅뱅(우주 폭발)과 같은 시너지 효과는 중국에서의 한겨레 앞날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갈라진 남과 북을 보듬어 민족의 통일도 앞당겨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iwbback@hanmail.net
22    학생이여, 주류사회에 뛰어들라 댓글:  조회:6042  추천:110  2005-08-02
중국 안 한겨레 대학생 수가 크게 늘고 있다.현재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등 베이징에 있는 15개 중점대학에 다니는 중국동포 대학생이 1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원생(연구생)도 10개 중점대학에 50명이 넘는다.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에 다니는 한족 학생은 한족 인구의 0.001%인데 반해 중국동포 대학생은 0.005%나 차지해 인구당 대학입학률에서 다른 민족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그런가 하면 한국동포 유학생 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유학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유학 외국학생은 8만5829명으로 전년에 비해 28.7%나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 유학생이 3만6093명이나 돼 외국 유학생 5명 가운데 2명 꼴로 국가별 순위 1위를 차지했다.이렇게 많고 젊은 한겨레 인재들이 자라나는 일은 민족의 앞날을 위해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오늘의 대학생을 바라보면서 우려 또한 적지 않다.중국동포 학생의 경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꿈과 희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적인 성공과 미래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중고교 시절 입시에만 매달려 자아를 인식할 겨를이 없어서인지 대중 앞에 나서거나, 자신을 내보이거나, 미래에 대해 믿음을 갖는 자신감이 부족하다. 대학 생활에서도 학생회 활동이나 전교 행사 등에 적극 나서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원 진학은 늘고 있지만 순수한 학문연구보다는 더 나은 취업 기회와 대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취업을 할 때도 안정적이고 성취도가 높은 국가기관 쪽을 희망하지만 기회가 많지 않아 일찌감치 포기하고 일반 기업이나 대학 등으로 눈을 돌린다. 그동안 취업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던 언어적 우세가 이제 와서는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단점으로 되고 있다.그 결과 중국동포 학생은 중국 주류사회에 나설 생각은 아예 안하고 스스로를 ‘소수민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고 안주하려는 경향마저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한국동포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도피성 유학’이니 ‘유람성 유학’이니 하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실제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뒤 별 생각 없이 언어연수나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중국으로 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홀로 중국으로 오는 ‘묻지마 유학’도 있다고 한다. 결국 이들도 더 가까워지는 한-중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펼쳐 보이려던 애초 목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한국동포 유학생은 중국 주류사회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같은 핏줄인 중국동포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든 중국에서 자신의 삶을 꾸리든 앞으로 중국과 또 중국동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한겨레 학생이여, 중국 주류사회에 뛰어들어 진정한 세계화를 이뤄내라.이것이 중국 속에서 당당한 한겨레 민족으로 살아가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21    민족 의식 일깨우는 ‘깨달음’ 댓글:  조회:4171  추천:48  2005-07-27
‘깨달음’은 애초 구원이나 해탈에 이르게 하는 종교적인 명제로서 인류가 관심을 가져왔지만, 오늘에 와서는 일상 생활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깨달음’에 관심을 가지는 등 그 의미가 보편화하고 있다. 그만큼 깨달음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깨달음의 종교’라는 불교에서는 해탈의 경지인 ‘돈오’(頓悟)를 이르는 말로, 석가모니가 사문유관(四門遊觀:생로병사라는 실존문제를 고뇌하게 되는 계기) 이후 출가해 6년 동안 고행을 하다,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수행을 계속해 35살 12월8일 이른 새벽 떠오르는 샛별을 보고 크게 깨우치게 되었다는 ‘성도’ 즉 ‘득도’의 상태를 말한다.기독교에서는 구원에 이르는 ‘확실한 믿음의 상태’를 뜻하며, 예수도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기도를 하며 자신이 치러야 할 일에 대한 확실한 믿음의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마귀의 시험을 이기고 십자가의 고난을 감당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기독교인은 이런 ‘확실한 믿음’만 있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최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명상과 기 수련을 하는 곳에서는 “자기 속에 새겨진 ‘전체’에 대한 의식을 체험하는 ‘자각’(awreness)을 거쳐 주체와 객체가 구분이 없는 상태, 다시 말해 ‘참자아’만이 오롯이 남아 존재하는 상태”를 이른다. 기 사상가 이승헌은 저서 ‘힐링 소사이어티’(사회 치유)를 통해 천지 우주와 하나되는 깨달음만이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종교적이든 명상적이든 ‘깨달음’은 환상이나 신비주의적인 특별한 것이 아니라, 고행보다는 수행에 의해 얻어지는 것으로 한 개인의 ‘자의식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곧 깨달음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으로 이를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은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로, 그 선택을 실천하고 유지할 수 있는 힘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깨달음의 증거는 생각(의지)과 체험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 민족에도 이런 깨달음이 필요하다. 민족의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민족 의식을 일깨우는 깨달음’만이 민족의 얼(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그 얼(정체성)을 찾아 가꾸고 꽃피우고 자손 만대로 이어나갈 힘을 가져다준다. 다시 말해 민족 구성원 개개인의 민족 의식을 일깨우는 깨달음을 통해 민족의 얼(정체성)이 승화하는 것이다.최근 중국 동포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동포 숫자가 해마다 줄어들고, 갈수록 동포 학교가 없어지고, 소수민족으로서의 중국 주류 사회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민족의 위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위기가 아니다. 이런 민족 문제에 온몸으로 부딪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진정 ‘깨달은 사람’이 적다는 것이 오히려 위기인 셈이다.은은한 시선과 미소로 우리 내면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와 같은 ‘깨달음’을 간직한 동포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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