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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 한겨레 사회의 ‘뿌리내리기’
2005년 09월 27일 00시 00분  조회:4350  추천:67  작성자: 차대형

시인 티 에스 엘리어트가 ‘성자에 가까운 위대한 영혼’으로 묘사한 프랑스 여성 철학자 시몬느 베이유가 쓴 <뿌리내리기>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2차대전 말기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의 드골이 이끄는 런던 임시정부 요청에 따라 해방 뒤 새로운 프랑스 건설을 위해 쓰게 되었다. 집필을 마치고 폐결핵으로 서른셋에 요절한 베이유는 이 책에서 ‘뿌리내리기의 성공’ 즉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진리에 대한 복종인데 이는 인간은 반드시 죽는 존재라는 사실과 인간 생존의 기초는 땅에 대한 육체노동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뿌리내리기의 구체적 실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물도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뿌리내리기가 필요하다. 옮겨 심은 화초나 꺾꽂이 식물의 뿌리내리기는 더욱 어렵고 특히 착생란(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나무나 돌의 표면에 뿌리를 붙이고 사는 난)인 ‘풍란’의 경우 작은 움직임에도 뿌리를 붙이지 못해 뿌리내리기 아니 ‘뿌리붙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자칫 죽는 경우가 많다.

풍란은 돌(석부작)이나 나무(목부작), 숯(숯부작) 위에 올려 재배되는데 대부분 완전히 뿌리를 붙이지 못한 상태에서 화원으로 팔려나간다. 따라서 뿌리를 붙이지 못한 풍란은 채광과 통풍이 잘 되는 창가에 두고 뿌리를 실로 묶어서 돌이나 나무, 숯에 딱 붙도록 한 다음, 반그늘 상태에서 20~25도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식물영양제 등을 뿌려주면 한달 정도 지나 뿌리가 달라붙게 된다. 이렇게 식물의 뿌리내리기도 적절한 조건과 시간과 보살핌을 통해야 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민족의 뿌리내리기 또한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정착한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야 한다는 자세와 상당 기간 눌러 붙어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하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

‘중국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특별기획 취재를 위해 닿은 산동지역은 수교하자마자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한 한국 중소기업과 동시에 이곳으로 달려온 중국동포들로 중국 안에서 가장 많은 동포들이 어울려 지내는 곳이다. 수교 초기부터 서로 부대끼며 좋고 싫은 온갖 모습을 모두 보고 경험한 이들은 애초의 불신과 원망을 넘어 이제는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가는 역동적인 한겨레 사회를 이루고 있다.

산동지역은 다른 연해 지역과 달리 민족의 터전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제반 여건들을 두루 갖춰나가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중국동포 기업들도 급성장해 한국으로 진출을 하고 있고, 청양, 이촌 등에는 동포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이 형성돼 동포학교까지 운영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민족 신문과 잡지들이 출간되는 등 민족 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나아가 새로운 문화 창출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동포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지 않고 민족 관련 행사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등 사회 환원을 꾀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베풀 줄 아는 진정한 한겨레 사회로 뿌리내리기에 성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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