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필/칼럼니스트, 중국동포 전문가, 한겨레신문 기자, <중국 속에 일떠서는 한민족> 저자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올해는 윤7월 때문에 다른 해보다 좀 늦은 10월 들어 한가위를 맞게 됐다. 중국 국경절과 맞물린 탓에 동포들도 모처럼 명절다운 명절을 지낼 수 있게 됐다. 중추절 또는 추석이라고도 하는 한가위는 설날, 한식, 단오, 동지와 함께 우리 민족 5대 명절 가운데 하나지만 오늘날에는 민족 최대 명절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가 도시화하면서 한가위가 다른 명절에 비해 풍작을 이룬 고향의 넉넉함과 청명한 날씨 등 계절적인 편안함을 지닌 탓이기도 하다.
한가위는 신라 때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락국으로부터 전해졌다고도 한다. 6부로 이뤄진 신라에서 각 부의 여자들이 7월16일부터 한달 동안 길쌈과 적마를 해 많고 적음을 살펴 8월15일에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어 서로 축하하며 가무와 각종 놀이를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가배’라고 했다. 한가위 풍속으로는 강강술래와 씨름, 활쏘기, 가마싸움, 소싸움, 거북놀이 등 풍년을 축하하는 놀이문화가 있다. 또 여름내 농사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함께 만나 하루를 즐기는 ‘온보기’와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에서 만나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반보기’ 전통도 있다.
우리 민족은 한가위와 함께 오월 ‘단오’를 중요한 명절로 여겨왔다. 중국도 단오 때 대나무 잎으로 싼 원추형 모양의 찹쌀밥인 ‘종자’(중즈)라는 음식을 먹고, 한가위 때는 보름달 모양의 과자인 ‘월병’을 나누어 먹는 등 나름대로 전통 명절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중국은 설날인 ‘춘절’과 한식이나 단오에 해당하는 ‘노동절’과 한가위에 해당하는 ‘국경절’을 명절처럼 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동포 대부분은 중국의 절기에 맞춰 휴식을 하고, 설날이나 단오, 한가위 같은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은 잊어버리거나 알고 있어도 중국 습관을 따라 지내고 마는 게 현실이다.
우리 민족의 명절과 중국의 절기는 같은 날이라 하더라도 그 유래와 지내는 의미와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고 그래서 엄연히 다르다. 중국동포 민속학자인 천수산씨는 “민속명절은 민족 전통문화를 이어나가는 데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며 “특히 우리 민족의 명절은 우주 만물과 공생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새로운 힘을 얻는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민족의 명절이 1960~70년대 민족분자 대숙청과 문화 대혁명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져버린 뒤 지난 40년간 민족 전통문화의 맥이 끊어진 상태로 무관심 속에 지내온 것이 오늘의 동포사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족의 명맥을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명절을 지내는 일조차 변질된다면 민족 문화의 상실은 말할 것도 없고 민족의 정체성마저 잃게 된다. 동북3성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동포사회에서 민족의 특성을 살린 명절을 지내는 일을 시급히 되살려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단오절과 추석을 민족의 대명절로 정하고 이를 고리로 민족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가위 음식으로는 '송편'이 대표적이다.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해서 쌀 반죽에 손자국을 내며 꿀·밤·깨·콩 등을 넣어 반달 모양의 송편을 쪄냈으며, 솔잎을 깔아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 멋도 곁들였다. 송편은 왜 반달 모양으로 빚었을까? 서로 반달을 만들어 결국 보름달을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이번 한가위에는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서로 ‘반달 같은 송편’을 빚으며 ‘보름달 같은 공동체’를 이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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