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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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선전 한겨레 마을 '이젠 돌아가기 싫어요'
2007년 10월 20일 09시 13분  조회:3301  추천:101  작성자: 차한필

 

▲ 도원거 아파트 단지에 더불어 살고 있는 중국동포들. 이들은 대체로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천에 자리잡는 한겨레 마을

   

중국이 개혁 개방도시로 시범 개발한 선전에는 랴오닝(요녕)성 선양(심양)의 시타(서탑)과 같은 집중적인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도원거 동방화원 등에 중국동포가 20~30가구씩 모여 살고, 화교성 등엔 한국동포가 20~30가구 모여들어 한겨레 마을이 형성되고 있다.


모두 ‘돈 따라 자식 따라 날아온 철새’들로 새로운 중국 한겨레 거주 판도를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도원거 아파트 단지에는 30가구가 입주해 있는데 대부분 헤이룽장(흑룡강)성 계서지역 출신으로 해마다 10여가구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나이든 사람들 중심으로 노인협회(중국에는 노인협회의 활동이 왕성한 편이다. 정년퇴직을 하고 난 뒤에도 연금 등의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데다 느긋한 생활과 태극권 춤 등으로 건강을 다지기 때문에 주로 춤을 추거나 마작을 하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등 친목을 도모하거나 사회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도 설립하고 각종 문예행사도 가지며 동포의 단합과 미풍양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도원거 아파트 단지는 심천에서 5만여가구 규모의 최대 아파트단지로 가격(제곱미터당 3000위안 수준)이 싸고, 교통이 편리한데다 교육 여건도 좋아 동포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 있는 심천 최고 청화실험학교는 외지인도 도원거 아파트를 사 입주하면 현지인과 동등한 혜택을 주어 연간 학비를 2만5000위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동포들 대부분은 아들이나 딸이 직장에 나가면 손자, 손녀들을 돌보거나 민박이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고령층이 많다. 노인협회를 맡고 있는 김재덕(72) 회장은 “동포들 대부분이 손자나 손녀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데려오는가 하면, 단지 안 휴게실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면 수다를 떨기도 하고, 주말엔 자식들과 함께 해변가로 소풍을 나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최근 노인협회가 발족되면서 각종 문예공연, 단체쇼핑, 공원하이킹 등의 행사를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날씨나 음식 등이 맞느냐는 질문에 “첫해 적응하기가 어색했지만 겨울에도 꽃이 피며 춥지 않은데다 김치나 된장 등 전통음식은 담가 먹고, 동북지방 쌀이나 소고기 등도 시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며 “이제 추운 동북지방에 돌아가면 오히려 못살 것 같다”고 말해 주거와 생활여건이 뛰어난 이곳에 대체로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동포도 "돌아가기 싫어요"


한편, 대기업 선전지사나 중소기업 관리자로 파견 나온 사람이 대부분인 한국동포들은 비교적 새로 지은 아파트인 화교성, 동방화원 등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거주환경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 개념으로 집을 사놓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홍콩과 가까워 홍콩지사 등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도 가족은 심천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흑룡강성 하얼빈에서 사업을 하다 3년 전 이곳으로 와 한국인(상)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희방씨는 “선전 지사에서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거주환경이 뛰어난 이곳에 가족을 두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따라 한국인(상)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이들 자녀도 많이 등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천에는 베이징에 있는 국제학교 수준으로 학비가 꽤 비싼(연간 1만5천달러 이상) 한국국제학교가 있으며, 심천대학에도 중국어 등을 배우는 한국 유학생이 30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라진 고향마을 심천서 되살려


2003년 10월 벌어진 제1회 광둥조선족운동회에서 ‘학모팀’이라는 축구팀이 화제에 올랐다.


이들은 자신들이 떠나오면서 사라진 고향마을을 잊지 못해 애틋한 맘을 담아 이곳에서 만든 축구팀에 고향마을 이름을 붙여 되살렸다.


1980년대 중반 흑룡강성 계림향 계동지역에서는 일어학교를 졸업하고 이곳 일본 투자기업에 취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중국동포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계림향에서 가장 작은 마을인 80가구의 학모촌에서도 박영철(37)씨가 먼저 심천으로 오고난 뒤 친구와 친척들이 하나둘 떠나오면서 고향마을은 날로 줄어들었다.


2003년 초 중국 전역에서 시행된 행정구역 합병 때 학모촌은 인구 수가 기준에 미달해 이웃마을 동명촌에 합병되어 사라졌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70여명의 이 마을 사람들에겐 할아버지 세대가 개척하여 부모의 태줄을 묻은 곳이고 자신들이 태어나 자라며 꿈을 키우며 정이 든 70여년 역사의 고향 마을이었으니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에 이 마을 출신 박영철, 임학철, 심정남 등이 축구팀에 마을이름을 되살리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도 만장일치로 찬성해 학모팀이 탄생하게 됐다. 학모촌 사람들은 1950년대부터 축구를 잘했다. 마을 대항전을 벌인 땐 훨씬 큰 마을 팀과 맞붙어 늘 이기곤 해 ‘학모촌 개고기’란 별칭도 얻었다.


학모팀을 구성한 뒤 선전 둥관 혜주 등지에 거주하고 있는 선수들이 모여 칠갑산, 서라벌 등 동포 축구 동호회와 경기를 펼치며 고향 잃은 설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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