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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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우를 바꿔놓은 한겨레 상인
2007년 10월 20일 09시 18분  조회:3220  추천:98  작성자: 차한필


하루평균 전세계 구매자(바이어) 10만여명 몰려


“성탄절은 서양인이 만들었지만 장식은 이우 사람이 한다.”

저장(절강)성  이우(의오)시 상인들이 들려주는 자랑이다.

이우에서 수출된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스 모자 등 성탄 관련 상품이 미국,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나온 말이다.

성탄 용품만이 아니다. 전자제품, 가전제품, 문구, 피혁, 장난감, 실내 장식품, 액세서리, 스타킹, 심지어 이쑤시개에 이르기까지 온갖 소상품이 이우에서 중국 전역 나아가 세계시장으로 퍼져 나간다.

이우 시내 있는 소상품 시장(점포 5000여개)과 국제상무성이 대표적인 상가 건물이다. 4층 규모의 대형 도매쇼핑 센터인 국제상무성은 현지에서는 푸티엔(복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도매점포 2만7천여곳이 들어서 있다. 이어 100만제곱미터에 약 1만2000개의 점포가 들어선 국제상무성 제2센터가 2005년 말 개장했다.

중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이곳에는 중국은 물론 주변국가 10만여개 기업에서 만드는 32만여종의 상품이 모두 모여 있다. 그러다 보니 전세계 구매상인(바이어)들이 모여들어 하루평균 10만여명이 이곳을 찾느다.

푸티엔 시장의 제품은 애초 논바닥이었던 이곳에 들어선 근처 공장에서 대부분 만든다. 이우가 소상품 집결지가 되면서 중국 전역 소상품 제조상들이 생산공장을 옮겨 공장과 점포, 세계시장을 연결하는 원스톱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무역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동포가 5000여명으로 가장 많고, 중동인이 4000여명이며, 일본인은 100여명으로 숫자는 작으나 대부분 직접 공장을 가지고 무역을 하며 고급품을 취급 하고 있다. 중동인은  악세서리에 관심이 많으며 손이 커 상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푸티엔시장은 2002년 10월 건립 당시 9㎡ 기준으로 임대료(1년)가 2만위안이었으나 현재 3년 사용권을 가진 매장 한곳이 100만~200만위안으로 급등했다.


이우의 발전 뒤안길엔 한국동포가 있었다.


한국동포 무역상들이 이우의 소상품 유통시장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동포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는 아이엠에프로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던 1998년. 당시 이우의 상품은 값은 쌌지만 제품의 질이 따라가질 못했다. 한국동포들은 현지 상인들에게 제품의 질을 높일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제품을 주문하면서 손수 디자인한 물건(샘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우 상품이 자연스럽게 세계 수준으로 향상됐다.

송용구 이우한국인(상)회 사무국장은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우 상인들은 사실 한국동포들에게 상당히 고마워한다”며 “한국동포 무역상들이 한국과 이우뿐 아니라 이우와 제3국 시장을 연결하는 고리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동포들은 주로 악세서리를 위주로 양말, 넥타이 등을 취급하며, 현지에 공장을 차리고 있는 사람도 30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물류,운송업체와 요식업, 오락, 숙박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100여명 된다.

푸티엔시장에는 한국상품 매장이 30여개가 성업 중이며, 푸티엔시장 제2센터에는 2500제곱미터 규모에 45개 한국상품 전문매장이 들어선 한국관이 2004년 7월 문을 열어 세계 구매상(바이어)에 한국상품을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인(상)회, 동포사회 문제점 해결에 적극 나서


소도시 이우시에도 한국동포와 중국동포들이 몰려들어 몇 년 사이 급속한 팽창을 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먼저 동포 무역업자들끼리 과당경쟁을 불러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업에 실패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식당, 술집, 민박, 슈퍼 주인 등 누구 하나 무역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심지어 술집 아가씨까지도 낮에는 무역을 할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수수료가 20% 수준에서7%까지 내려가 독자적인 유통망과 특성 있는 품목 없이 맹목적으로 뛰어든 수많은 한국동포들이 사업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기술 유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악세서리 디자인과 제조공법이 현지인에게 그대로 전수돼 현지 상인들로부터 오는 경쟁 압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동포 가운데는 돈을 좀 벌면 곧바로 유흥업소 업소를 찾아 흥청망청 하는 바람에 열심히 살아가는 이곳 동포들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 중국동포 가운데서도 꾸준하게 일을 해나는 것보다는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한건’만을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많아 조심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우한국인(상)회가 발벗고 나섰다. 2000년 설립된 한국인(상)회는 2004년 7월19일 서울에서 열린 저장(절강)성투자유치행사를 성공적으로 주관하고 이우시와 서울시 중구청 사이의 자매결연을 성사시키는 등 시정부를 적극 돕고 있으며, 한국동포체육대회, 교통안전캠페인, 자연보호캠페인 등 행사를 벌여 한국동포의 이미지 향상을 도모했다.

그리고 한국기업 중국동포를 위한 중간관리자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미 세 차례나 진행하는 등 중국동포와의 협력 공생관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중국동포들도 이성환씨를 초대 조선족협회 회장으로 추대를 하며 협회를 만들어 이우 한겨레 사회에 동참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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