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흑인 최초로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고 수락연설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새삼 역사는 꿈꾸는 자의 편임을 실감했습니다. 오바마의 후보지명에 열광하는 흑인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스케치한 한 기자는 이렇게 전했습니다.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순간 덴버 인베스코 미식축구경기장은 터져 나오는 환호 속에 검은 눈물이 흘렀다.” 8만여 명의 청중 가운데는 백인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에 검은 눈물이 흘렀다고 표현한 것은 흑인 대통령후보가 탄생한 역사적 순간에 흑인들이 느꼈을 진한 감동을 묘사하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바마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은 실로 엄청난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흑인들이 염원해온 차별없는 세상이 이루어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바로 45년 전 이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흑인들의 가슴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심어주었고 그 꿈이 드디어 실현됐다는 사실이 이 역사적 사건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흑인들은 자신들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인 킹 목사가 워싱턴광장에서 행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연설을 들으며 가슴속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4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오바마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움으로써 그 꿈을 현실로 승화시켰습니다.
흑인들이 꿈을 이루어낸 과정은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꿈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일장춘몽과 같이 허망하지만 꿈꾸는 사람이 많을수록 현실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는 것이지요. 구성원 모두가 함께 꿈꾸기 위해서는 그 꿈이 대의(大義)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가르쳐줍니다. 뭇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만 그 대열에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까요. 무엇보다도 그러한 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킹 목사와 같이 구성원 모두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역사는 계속된다는 믿음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역사가 고단하였고 당장의 삶이 버거울지라도 한민족의 역사는 계속됩니다. 그 믿음을 가지고 한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미래를 꿈꾸어야 합니다. 비록 당장은 이념이 다르고 감정이 상해서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아픈 현실을 여하히 극복하여 한민족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민족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어쩌면 눈앞의 장벽이 너무 높아 그 꿈이 부질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킹 목사의 꿈이 흑인 모두의 꿈이 된지 45년이 지나 현실이 된 것처럼 우리가 지금부터 함께 그 꿈을 꾸기 시작한다면 이 또한 멀지 않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킹 목사와 같이 한민족 모두를 하나로 묶어 한민족공동체 건설의 꿈을 꾸도록 인도할 존경받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체념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지금부터라도 그런 지도자를 염원하며 그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들 모두가 스스로 ‘지도자 후보’가 되어 각자의 위치에서 지도자가 해야 할 역할을 다하는 겁니다. 혹시 ‘내가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어’ 하고 겸연쩍어 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도 마음만 먹으면 조선족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모두 민족의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가 되어 함께 한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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