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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조선족 동포에 고함』
<조선족동포에게 고함>-30
갈등은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만 해소됩니다
21세기 정보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로 사람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말하곤 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필연적으로 사람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고 질시할 뿐 아니라 대립하는 모습을 시시때때로 목격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결코 간단치 않은 일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있는 곳에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갈등을 야기하는 주체와 갈등의 이유도 다양하기 그지없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감안하면 갈등은 일견 사람이 살아가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며 그 광경을 그저 바라만 보는 뭇사람들의 모습이나,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역사가 발전하는 이치를 보면 그렇게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따라서 갈등현상을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며 지나치게 문제시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갈등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갈등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화되거나 고착화되고 있다면 얘기는 조금 심각해집니다. 문제의 본질이 바뀌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싸움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좋은 것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그냥 방치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기도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갈등이 있다면 미리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는 1992년 한중수교를 계기로 본격적인 관계맺기를 시작했습니다. 어언 17여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양자 간의 관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졌지만 관계의 질도 그에 비례해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갈등현상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가 공히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어쩌면 갈등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 만큼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시간이 약이겠지요’를 되 뇌이며 저절로 치유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갈등은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만 해소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감안할 때, 오늘날의 갈등현상을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문제가 얼마나 더 심각하게 될 런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듭니다.
갈등이 저절로 치유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나는 치유 과정의 어려움을 미리 염려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상대가 먼저 치유에 나서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치유과정을 미리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갈등현상에 대한 올바른 진단을 통해 갈등의 원인을 밝혀 이를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의 치유는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상대를 이해하며 역사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를 탓하거나 상대가 먼저 행하기를 바라며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미래를 예단할 수 없으며 또 예단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역사적 소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것은 인류가 의도하는 바람직한 역사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함으로써 의도하지 않는 역사적 결과를 배격해야 한다는 대의와 맞닿아 있습니다. 조선족 당신이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역사적 소명을 다함으로써 바람직한 미래를 만드는 시대의 선구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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