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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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위축, 해법은 없는가?
2007년 03월 24일 14시 18분  조회:1551  추천:149  작성자: 장춘식

                     문학의 위축, 해법은 없는가?
               
                                                                장춘식

우리 문학이 위축되였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7-8종 되던 문예지가 이제는 4-5종으로 줄어들고 그나마 일부는 나오는지 나오지 않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영향력이 축소되였습니다. 또 그나마 지금 간행되고있는 문예지 역시 발행량은 많이 줄어든것으로 압니다. 《연변문예》가 몇만부 발행되던 1970년대말 1980년대초반의 눈부셨던 력사는 그야말로 어제날의 휘황찬란함으로 잊혀져가고있습니다.

문예지만 그런것이 아닙니다. 단행본도 발행량이 뚝 떨어져서 이제는 서점의 문학코너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것 역시 리근전의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가 만부 이상 발행되던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룹니다.

작가협회 회원수는 놀라울 정도로 많지만 정작 작품 쓰는 문인은 별로 없습니다. 연변대 조문학부나 중앙민족대 조문학부 졸업생중 진짜 문학지망생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한국에 가서 공부한 문학전공자들 또한 대부분 희망 직업은 대학교 교수입니다. 대학교 교수라고 해서 문학창작을 못한다는 법은 없으나 문제는 창작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사실이지요.

신진 배출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문단세력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리고 그 얼마 안되는 신진들중에서도 쟝르적으로 시와 수필에 많이 몰린편이고 소설쪽 신인들이 너무 적은것 같습니다. 대학교수 지망생들 또한 우리 문학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정도면 심각하다고 볼수밖에 없겠지요? 문학은 정신적인 량식입니다. 배만 부르면 뭐합니까? 머리가 텅 비어있는데 말이죠. 정서적인 건강은 문학이 해야 할 일인데. 그렇다면 문학이 빈약한 민족은 머리도 비고 정서도 메마르고…한 마디로 살멋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정신적으로 살멋이 없다고 물질적으로만 살멋을 찾아 나선다는것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물질적욕구란 끝이 없는것이고 그에 비해 물질적자원은 제한적이기때문이지요. 또한 사람마다 물질적 부만 추구한다면 세상 민심이 각박해지고 삶의 모습이 삭막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가요? 문학이 제 구실을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것은 정한 리치인데 그러면 어떻게 제 구실을 회복해야 하겠습니까?

먼저 우리 문학이 위축된 원인부터 찾아봐야겠지요. 원인을 알아야 해법도 찾을수 있기때문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저는 실용주의적인 사회의식이라고 봅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것만을 찾는것이 실용주의입니다. 그렇게 실용주의를 쫓아가다 보면 먼저 닿는 곳이 어디겠습니까? 당연히 돈이지요. 저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만 돈의 매력은 그렇게 무섭습니다. 이는 문학의 생산자인 문인이나 구매자인 독자 모두 마찬가지지요.
문인도 사람이기때문에 글을 써서 돈이 돼야 할텐데, 그래야 밥도 먹고 가끔 분위기 내며 술 한잔 마실수도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요즘은 돈 좀 있어야 인격도 올라가는 세월 아닙니까? 독자의 립장에서도 그렇습니다. 전보다 엄청 비싸진 책 사 읽기보다는 그래도 지금 당장은 남들처럼 유명 브랜드 옷 사입고 깨끗한 음식점 가서 외식하는게 훨씬 폼나고 기분 좋겠지요. 문학작품의 생산과정(문예지나 문학도서의 편집과 간행)과 류통과정에는 더구나 돈이 필요합니다. 지금이 어느때입니까? 시장경제사회 아닙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에 이미 론의한바 있어 여기서는 줄이겠습니다. 다만 아래에서 론의하고자 하는 여타의 원인들은 모두 이 실용주의적 사회의식에서 비롯되였다는 사실만은 확인하고 넘어가야겠군요.

자, 그러면 소학생단계부터 생각해볼가요?
여러해전에 룡정의 어느 문학하는 분께서 운영하는 서점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우리 문예지도 팔고 우리 작가들의 작품집도 팔고 또 한국에 가서 재고 도서들을 가져다가 싸게 팔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인상적인것은 서점 웃층에 열람실을 만들어놓고 주로 중소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책도 읽게 하고 작문지도도 한다는 점이였습니다. 거기서 책 읽고 지도받은 학생들의 우리글 글짓기 수준이 대단하다고 자랑도 하더군요.

바로 이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부모, 학교 선생님 할것 없이 조선어는 대학입시에 맞춰 점수만 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우리 아이들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저하된게 우리 문학 위축의 가장 기초적인 원인이 되였다고 할수 있지 않을가요? 우리의 학부모, 선생님들, 그리고 문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모두 룡정에서 서점 운영하는 분처럼 우리 아이들 글읽기와 글짓기에 신경을 좀더 써주셨다면 우리 문학이 지금처럼 위축되지는 않았을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문학의 꿈은 어려서부터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문학하는 분들은 모르지 않을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글읽기와 글짓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중 일부만 문학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는 어른이 되여 다시 문학작품의 애독자가 될게 뻔하지요. 문학인구(생산자와 소비자)의 수적인 팽창이 이루어질수 있다는 얘기지요. 일부에서는 우리 문학의 수준이 낮아 읽는 사람이 적다고 하지만 량적인 팽창이 전제되지 않고 어찌 질적인 향상을 생각할수 있겠습니까.

이와 관련하여 일부 우리 사회의 원로와 유지인사들에 의해 여러가지 류형의 글쓰기 백일장들이 운영되고있다는 사실은 꽤 고무적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문학의 량적 팽창과 질적인 향상에 분명 도움이 될것이라 믿으며 관련자 분들께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바입니다.

이렇게 문학지망생이 량적으로 많이 불어났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지망자들이 문학창작을 얼마간 시도해보다가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포기하는 수가 많습니다. 신나지 않기때문이지요. 읽는 사람도 별로 없고(명예의식) 돈도 되지 않는데(물질적 유혹) 누가 그 일 하느냐는거지요. 그래서 지금은 아주 일부만, 그야말로 문학 아니고는 삶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열성자만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상황입니다.

독자도 많아야 명예감을 느낄수 있고 돈이 생기는 일이 돼야 문학열성자가 많아질터인데, 독자는 소학생 때부터 키운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해야 문학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가 있을가요? 물론 책이 많이 팔리면 돈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있지만 우리 조선족 독자층을 대상으로 할 경우 그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조선족 독자만 대상으로 할것이 아니라 한국이나 조선 등 전세계 우리 민족 독자를 대상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입니까? 게다가 한국의 경우도 본격문학작품으로 돈을 버는 례는 별로 없습니다. 거기서도 문학인은 대체로 가난하거든요.

그러면 잡지사에서 원고료를 대폭 올려 일년에 단편소설 4-5편 쓰고도 괜찮은 직장 월급장이 정도 수입이 되게 하면 안될가요? 지금 원고료가 가장 높은것이 단편소설 1편에 500원 정도라고 하니까 5편이면 2500원, 이건 그냥 한달 월급 수준 아닙니까? 한달에 200원 좀 더 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할수는 없는 일이지요. 1편에 5000원 정도 준다고 하면 현재 웬간한 직장인 수입 정도는 되니까 모르긴 해도 그 정도가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거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작가의 전문성도 엄청 향상될것이고 작품의 질도 한단계 크게 업그레이드 되겠지요.

그러면 왜 잡지사에서는 원고료를 그렇게 높일수 없을가요? 묻지 않아도 뻔하지요. 돈이 없으니 뭐로 원고료를 높여줍니까? 제가 알기로 지금 3대 문예지들은 몇 안되는 편집자 월급, 사무실 임대료, 잡지 인쇄비를 지불하고 나면 원고료 줄 돈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습니다. 수입이라고 해봐야 정부 예산이 조금 나오고 잡지 판 돈이 또 수입이라면 수입일 터인데 그것으로는 태부족이라는거예요. 그렇다면 이제 더 나올수 있는 수입이 돈 많은 사람들의 기부금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문제라는거예요. 현재 들어오고있는 기부금은 겨우 각 잡지사들에서 운영하고있는 문학상금 정도가 전부가 된다고 하네요. 이래가지고서야 원고료 인상? 택도 없는 소리지요. 제 생각으로는 적어도 문학예술진흥기금같은것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그게 안될가요? 돈있는 사람들이 돈 안내기때문에 안되는거예요.
저는 벌써 오래전부터 조선족문예기금같은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되는데는 조직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고있는데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단언합니다. 돈 많이 번 사람이 없는것도 아닙니다. 몇백만원 가진 사람은 헤아릴수 없이 많고 몇천만원 번 사람도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학예술같은데는 별 볼일 없다고 돈 내놓지 않는거예요. 룸살롱같은데 가서 하루 저녁 몇천원, 심지어 만원 넘게 쓰면서도 말이지요.

만년 부자는 없다고 했습니다. 부자 3대 넘기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요.
그러나 가령 돈 천만원 번 사람이 백만원 기부하고 3백만원 개인 용도로 쓰고 6백만원을 재투자한다고 칩시다. 그렇게 되면 재투자에 실패하여 6백만원 다 날아났다고 해도 3백만원은 써보았고 게다가 민족문화의 진흥을 위해 기여했다는 자부감은 남을것이 아닙니까! 거기에 덤으로 수혜자들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도 받을수 있을거구요. 그렇지 않고 그냥 쓸만큼 쓰고 나머지로 재투자했다가 부도가 나면 동정보다는 오히려 깍쟁이라는 소리밖에 더 들을가요?

그 돈 버는데 얼마나 고생하고 속을 태웠는데 그냥 남 주느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걸로 압니다. 그렇다면 할말은 없네요. 삶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느냐는 문제이니까요. 물론 돈은 별로 번것도 없으면서 재투자할 자금도 남기지 않고 기부하라는것은 아니지요. 여유부분을 조금만 기부하면 그것이 십시일반 모여서 큰 돈이 되고 그 돈이 우리 민족문화의 진흥과 향상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것이라는거지요.
또 한가지 반드시 지적하고싶은것은 우리글 도서 발행망의 빈약함입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우리 민족의 지역적 분포는 큰 변화를 보이고있습니다. 과거에는 연변을 중심으로 하여 주로 동북3성에 집거해있었지만 현재는 북경, 천진, 연태-위해, 청도, 상해 등 중국 각지에 확산되여 가고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연변신화서점을 중심으로 동북 각지에 분포되였던 민족도서 발행망이 오히려 약화된 대신 새로 형성된 민족 집거지역에는 아직 발행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이것도 우리 문학도서 발행량의 확대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있는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작가지망생 강습제도, 해외연수, 작품토론회, 조선족문학전집출간, 문학의 전파와 수용을 위한 사이버공간 즉 문학사이트들의 활성화(《도라지》를 비롯하여 《연변문학》, 《장백산》, 《문화산맥》, 연변작가협회 등 조선족문학관련 사이트들이 오픈하여 운영되고있지만 아직은 쌍방향성 커뮤니케이션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있는것 같습니다) 등 여러가지 사항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더 전개하지 않겠습니다.

정리하면 결국 문학인구의 량적인 확대와 문학작품의 생산, 류통, 소비과정에 대한 인적, 물적 투입이 우리 문학의 질적 향상과 이를 통한 우리 민족의 정신적 풍요에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될것이라는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금의 투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문학예술진흥기금같은 조직이 시급할 때라고 확신하며 이를 위해 우리 민족 사회의 뜻있는 분들께서 헌신적인 노력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과 예술>> 200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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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경송
날자:2007-03-24 17:18:42
본문은 지난해 중국출장 갔을 때 본 기억이 있는데, **상을 받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문학의 위축의 원인은 다방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에서 벗어나자면 전 사회적인 지지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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