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의 일이다. 그때는 룡정에 대부분이 단층집이였고 볼일도 밖에 지어놓은 공중변소에 가서 보아야 했다. 지금은 집집마다 집에서 볼일을 보고 이름도 우아하게 화장실이라고 부르지만 그때는 변소, 뒤간, 측간이라고 불렀다. 어떤이들은 로골적으로 “똥쓰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변소는 내려다보면 사람키보다 더 깊은 곳에 배설물이 한눈에 보였고 지독한 구린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런 환경이였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때문에 느긋이 앉아서 일을 볼수 없었다.
말이 나온김에 변소줄에 대해 한마디 하련다. 남새(한국에서는 채소 또는 야채라고 함)를 사도 줄을 서고 물을 길어도 줄을 서야 했던 그 시절에는 소개신과 뒤문치기가 은을 냈지만 유독 변소줄만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제 아무리 시장어른이라고 해도 앞에 줄을 선 사람 먼저 들어갈수 없었다. 법률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은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하지만 변소줄앞에서는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말은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다.
화제가 변소이니 변소에 대해 계속 말해보자. 이 변소를 청소하는 인물이 바로 이 글의 주인공이다. 룡정에서 있은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변소라는것은 여기서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튼 이 변소를 청소하는 인물이 있었는데 50대의 한족 사내였다. 그 사내의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조선족들은 모두 그 사내를 “똥푸개령감”이라고 부르다가 간략해서 “똥령감”이라고 불렀다. 사실 인분을 퍼가는 차량(손잡이뜨락또르)이 따로 있었으니 엄격하게 말하면 그를 “똥푸개”라고 부르는것이 맞지 않는 말이다. 응당 “변소간청소부”라고 불러야 할것이다. 지금말로 하면 “화장실청소부”라고 해야 할가?
키가 작달막하고 사시장철 누런 군복에 남색바지를 받쳐 입고 다니는 이 똥령감은 다른건 잘 몰라도 변소청소만은 깨긋하게 잘 했다. 그리고 여가에는 얼음과자(冰棍)를 팔군 했다. 조선족들은 더럽다고 안 사먹었지만 한족들은 잘도 사먹군 했다. 아마도 아이 셋을 데리고 고정직업이 없이 살아가는 그를 동정했던가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똥령감한테 위기가 닥쳐왔다. 위생부문에 근무하는 어떤 사람의 가족이라고 하는 녀인에게 “밥통”을 빼앗겼던것이다. 변소청소도 뒤문치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밥통”을 빼앗긴 똥령감은 어디 해볼데가 없었지만 자신의 생계를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그의 투쟁방식은 그 녀자변소청소부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것이였다. 어떻게 방해했느냐 하면 참 웃다가 배꼽이 빠질 일이였다.
변소에서 뒤를 볼 때 일부러 똥이 구멍으로 내려가게 하지 않고 발을 딛는 디딤대에 놓이게끔 싸댔던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발을 딛고 들어설수 없게 만들었다. 심술이라면 심술이였다.
처음에 사람들은 어떤 어린이가 명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실수를 한것으로 알고 똥이 있는 곳을 딛지 않게 조심하면서 앉아서 일을 보군 했다. 그런데 날마다 그런 일이 생기고 또 똥을 배설해놓은 곳과 량이 많아서 얼굴을 찡그리며 똥이 없거나 적은 칸이 나기를 기다려서 일을 보군 했다. 그러다보니 보귀한 시간을 변소에서 랑비하는 일이 많았다.
똥령감은 이렇게 발디딤대에 똥을 싸놓는 일을 근 반년동안 견지했다. 그것도 두 아들까지 동원해서 변소에 발을 디딜 틈이 없이 만들어놓았다.
이렇게 되자 녀자청소부가 골탕을 먹었고 사람들은 그녀가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해당부문에 찾아가서 반영했다. 결국 해당부문에서는 하는 수없이 똥령감을 “복직”시켰다. 똥령감이 변소청소를 하게 되면서부터 변소는 다시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똥령감의 승리에서 배워야 할점이 많다고 본다. 물론 똥령감이 남들에게 해되게 한것도 있었지만 그런 약간의 피해쯤은 용서해줄수 있는것이라고 할수 있다. 자신의 “밥통”을 되찾기 위해서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불굴의 정신이 보귀하다고 본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 렴치불구하고 돈을 더럽게 벌어도 상관없다. 그 돈을 가족을 위해, 자식을 공부시키는데 혹은 투자하여 영업을 하는데 쓴다면 갚지고 보람있는 일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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