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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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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서 권선징악이여야 하는가?
2014년 08월 05일 15시 24분  조회:9091  추천:10  작성자: 넉두리

왜서 권선징악이여야 하는가?

 
김희수

 
 
권선징악(劝善惩恶)이란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한다는 뜻이다. 구전설화, 고대소설은 대부분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있다. 《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등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흥부전》은 착한 흥부는 잘 살게 되고 악한 놀부는 망하게 되는 이야기, 《춘향전》은 암행어사가 되여 내려온 리몽룡이 주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은 부패하고 무능한 탐관오리 변학도를 징벌해 사랑하는 녀인 춘향의 복수를 해주는 이야기, 《홍길동전》은 명문 재상의 서자로 태여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적서차별의 멸시를 참지 못하여 집을 뛰쳐나와 의적이 된 홍길동이가 고통을 받는 민중의 편에 서서 탐관오리들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춘향전》에 나오는 리도령을 춘향의 육체를 탐한 권력자, 리기적인 욕정의 사대부 남성으로 재평가하고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에 나오는 악녀 교채란을 가부장제 첩제도에 기대여 풍족하게 살아보려고 한 녀성으로, 당시에는 드물게 욕망에 충실한 녀성으로, 다시 말해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자신만의 생존방법을 터득한 인물로 재평가한 시각도 있지만 권선징악의 주제를 뒤집지는 못한다.
 
문화대혁명시기에 창작된 본보기극 《위호산을 지혜롭게 탈취》, 《백모녀》, 《홍색랑자군》 등도 권선징악을 다룬 경극 또는 발레무용극이다. 《백모녀》와 《홍색랑자군》은 발레무용극 먼저 영화도 있었고 《위호산을 지혜롭게 탈취》는 경극 먼저 곡파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영화 《림해설원》이 있었다. 《위호산을 지혜롭게 탈취》는 정찰 패장 양자영이 토비로 위장해 토비소굴인 위호산으로 들어가 독수리를 우두머리로 하는 토비들을 소멸하는 이야기, 《백모녀》는 청년농민 왕대춘이 팔로군에 참가하여 악패지주 황세인을 징벌해 사랑하는 녀인 시얼(喜儿)의 복수를 해주는 이야기, 《홍색랑자군》은 대지주 남패천의 하녀였던 오경화(吴琼花)가 당대표 홍상청이 거느리는 랑자군에 참가하여 죄악이 극도에 달하는 남패천을 징벌하는 이야기이다.
 
권선징악은 수백년 우려먹은 소재이지만 오늘도 소설, 영화, 드라마의 주제로 한몫을 하면서 여전히 그 독특한 매력을 유지하고있다. 김용(金庸), 량우생(梁羽生), 고룡(古龙) 등의 무헙소설, 《소림사》, 《곽원갑》, 《황비홍》 등 무협영화와 무협드라마는 대부분이 권선징악을 주재로 하고있다.
 
한국의 복수극드라마도 권선징악이란 주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류열풍을 일으킨 리영애가 주연한 《대장금》을 비롯하여 복수극의 녀신 장서희가 주연한 《인어아가씨》와 《아내의 유혹》이 대표적이다. 그외 《노란복수초》, 《쓰리 데이즈》, 《잘 키운 딸 하나》, 《나만의 당신》, 《황금무지개》, 《갑동이》, 《빛나는 로맨스》, 《너희들은 포위됐다》, 《골든 크로스》, 《빅맨》, 《트라이앵글》 《호텔킹》 등 드라마들도 모두 권선징악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현재 방영되고있는 《왔다! 장보리》, 《끝없는 사랑》, 《조선총잡이》 등도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될것으로 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권선징악의 대표적 영화라면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배우 알랑드롱(阿兰德龙)이 주연한 《조로(佐罗)》를 으뜸으로 꼽아야 할것이고 권선징악의 대표적인 드라마라면 김초군이 주연한 대만드라마 《포청천(包青天)》을 첫번째로 꼽아야 할것이다. 

우리는 가면을 쓴 협객 조로가 불합리한 세상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악당들을 징벌할 때마다 그 통쾌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 영화 《조로》를 본 분이라면 억압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폭압과 폭정에 대항해 가면을 쓰고 검을 빼든 조로의 형상이 지금도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고있을것이다.
 
또한 우리는 공평하고 사정을 돌보지 않는 포증(包拯)이 토호렬신과 악질무뢰한을 베는 개작두(狗头铡), 탐관오리와 나라에 해를 끼치는 간신들을 베는 호작두(虎头铡), 황제의 친인척과 황제나 귀족의 후손을 베는 룡작두(龙头铡)로 악한들을 처단할 때마다 그 통쾌함에 만세를 부르지 않을수 없다.
 
수백년이 흐른 지금에도 권선징악의 주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까닭은 악한이 징벌을 받는것을 보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즉 통쾌함때문일것이다. 너무 빤하고 단순한 스토리 같지만 대중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권선징악의 매력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 권선징악이 문학창작에서 창의성 발휘를 저해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사유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결코 빤하지만은 않은 반전이야기로 독자 혹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수 있을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고 악한 사람은 징벌을 받았으면”하는것이 만백성의 소원이다. 아이들은 권선징악의 결말을 보면서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게 되고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게 되는구나 하는것을 깨닫게 되고 어른들은 현실에서는 감히 건드릴수 없는 권세 높은 악한들이 징벌받는것을 보면서 위안을 얻게 된다.
 
권선징악이 아니라 착한 사람이 비참하게 되고 악한 사람이 징벌을 받지 않는 결말이라면 어떻게 될가? 그런 결말의 이야기, 소설, 영화, 드라마를 보고 자란 청소년들은 “악한 일을 해도 결국엔 벌을 받지 않는구나”하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자신의 리익을 챙기기 위해서 도둑질하고 강도질하고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려고 할것이다. 누구나 다 나쁜것을 따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선과 악의 기로에서 헤매는 청소년들에게는 범죄의 길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것이 계급사회에서 권선징악이 필요한 리유이다.
 
악한을 징벌하고 주인공이 행복하게 사는 속시원한 해피엔딩의 결말이 아니고 남주인공이 죽는 《홍색랑자군》이나 《상어》같은 새드엔딩의 결말일지라도 현재 가속화되고있는 반부패캠페인처럼 악한만은 마땅한 징벌을 당해야 세상이 바르게 되지 않을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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