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량의 외사촌형수는 장학량(张学良)보다 10년 년상이였으며 성이 림씨였다.
장학량과 외사촌형수의 연분은 빠나나로부터 시작되였다. 그 시기의 봉천(奉天)에서는 빠나나를 본 사람이 몇이 되지 않았다. 조이손이 총독직을 맡았을 때 그의 집식구가 쓰레기통에 한더미의 빠나나껍질을 던졌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개가 뼈다귀를 발견한듯 그 빠나나껍질을 주어다가 벗겨진 껍질을 원 모양대로 회복시켜 보았다.
“이것이 원래는 가지처럼 생겼는데 밭에서 달리는걸가?
장작림(张作霖)도 빠나나를 보지 못했다. 장학량의 외사촌형수가 장작림의 집에 빠나나를 선물로 들고왔을 때 장작림은 냄새를 맡아보고 “이게 무슨 물건일가? 먹는걸가?”하고 중얼거렸다. 외사촌형수는 공손하고 례의가 발랐지만 말은 거칠었다.
“이건 귀한 물건이예요. 남방사람만이 먹을수 있는거죠. 듣자니 180년만에야 이렇게 크게 잘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장작림은 신기하여 빠나나를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면서 말했다.
“제길할, 180년에만에 이렇게 자란다니? 장백산의 산삼처럼 진귀하구나.”
외사촌형수는 별게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
“뭐 진귀한것도 아니예요. 만리밖에서 나다보니 얻기가 쉽지 않을뿐이예요. 이는 우리 그이가 특히 대원수님께 드리는겁니다.”
사실 당시 장작림은 륙군27사의 중장 사장이여서 대원수급이 아니였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는데 장작림 자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장작림은 손에 쥐였던 빠나나를 도로 놓으면서 아이들에게 갖다주라고 했다.
이렇게 빠나나는 장학량의 손에까지 들어가게 되였다. 장학량은 빠나나에서 향기가 나는것을 보고 누가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하인이 외사촌형수가 가져온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장학량은 생각났다. 그 외사촌형수는 장학량의 집에 몇번 놀러왔는데 집의 몇몇 엄마(장작림의 첩)들은 그녀를 피하면서 접대하지 않았다. 장작림의 셋째첩 대헌옥(戴宪玉)은 그녀가 구미여우처럼 생겼다고 했고 장작림의 넷째첩 허주양(许澍旸)은 그녀가 날때부터 남자들의 혼을 빼앗아가는 눈을 가지고있어 당승이 그녀를 보아도 파계(破戒)할것이라고 했다.
장학량은 구미여우라는게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혼을 빼앗아간다는 말은 알만했다. 그는 도사가 구혼대법(勾魂大法)을 연기하는것을 보았는데 그 도사가 악한 매같은 눈길로 누군가를 바라보면 그 사람은 머리속이 웅웅거린다고 했다. 장학량은 처음 외사촌형수를 볼 때 머리속이 웅웅거렸다. 하지만 외사촌형수의 눈은 악한 매같은것이 아니라 수정같이 맑고 아름다왔는데 눈동자가 움직일 때마다 웃는것 같았다.
빠나나는 다섯개밖에 되지 않았다. 큰누나 장관영(张冠英)은 남동생 장학량, 장학명(张学铭), 장학증(张学曾)과 녀동생 장회영(张怀英), 장회동(张怀曈)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고 자신은 이가 아파서 먹지 못하겠다고 했다. 장학량은 누나가 일부러 양보한다는것을 알고 자신의 몫을 누나에게 주었다. 장학명은 빠나나의 뿌리부분을 한입 떼여 씹어보고는 도로 뱉아버렸다. 아이들은 이 물건이 생것으로 먹는것이 아니라고 여겼다. 외사촌형수에게 어떻게 먹는것이냐고 물어보자니 촌놈이라고 웃을가봐 겁이 났다. 아이들은 불에 구워서 먹어보기로 상의했다. 빠나나를 화로우에 놓으니 쯔륵쯔륵 소리가 났다. 30분이 지나 소리가 거의 사라지려고 할 때 불과 가장 가까운 부분에 닿은 빠나나에서 연기가 났다. 장회영은 갈구리로 빠나나를 끌어왔다. 장학명이 손을 내밀자 장관영은 그의 손을 탁 쳐놓으면서 말했다.
“야, 좀 기다려서 먹어. 뜨거워!”
빠나나는 이미 마르고 까맣게 모양이 변해버렸다. 장학명은 빠나나를 보다가 갑자기 웃었다.
“형, 저 빠나나가 뭐 같아?”
장학량은 연기가 나는 빠나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뭐 같니?”
장학명은 낄낄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개똥같아! 방금 싸놓은 개똥말이야.”
장관영은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넌 역겹지 않니? 그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그걸 어떻게 먹니?”
장학명은 한입 뚝 떼여서 질근질근 씹어먹었다. 아주 맛있게 먹는것처럼 하던 그는 갑자기 빠나나를 토해내며 울상을 지었다.
“형, 정말 개똥같아!”
장학량은 장학명의 손에서 빠나나를 빼앗아 먹어보다가 “웩”하고 뱉아버렸다. 다른 아이들도 먹어보다가 모두 토해내며 낯을 찡그렸다.
며칠후 장학량이 외사촌형수를 만났을 때 외사촌형수가 “빠나나를 먹은 감각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때 장학량은 장학명이 빠나나를 개똥같다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러나 선녀같이 아름답고 정이 넘치는 외사촌형수의 앞에서 장학량은 그런 더러운 말을 옮기고싶지 않았다. 더구나 빠나나는 그녀가 선물한것인데 례절상 사실대로 말할수 없었다. 그래서 장학량은 “빠나나가 맛있었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여태껏 그처럼 맛있는 과일은 처음 먹어보았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날 장학량은 선물을 가지고 외사촌형수의 집으로 갔던것이다. 장작림은 평생 남에게 인정빚을 지는것을 원하지 않았다. 누구에게 뢰물을 받았거나 은혜를 입었다면 후에 꼭 갚아주군 했다. 마침 길림에 갔던 오준승이 10여병의 인삼고를 가지고왔다. 장작림은 장학량을 시켜 장학량의 외사촌형수에게 인삼고 몇병을 가져다 주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이런 일은 장작림자신이 나설수 없었고 몇몇 첩들도 그 구미여우한테 가기 싫어했다. 장작림은 이런 심부름을 아들 장학량한테 시키는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장학량은 그번 걸음에 인삼고와 함께 그 자신까지 외사촌형수에게 선물하게 될줄을…
외사촌형수의 집은 조양가의 동쪽 만주철도가 있는 고려회관(지금의 심양소년아동도서관)옆에 있는 청기와집이였다. 때는 바로 양춘가절이여서 온 정원에 느티나무꽃이 만발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외사촌형이 외출하고 집에는 외사촌형수와 하녀 하나만 남았다. 이 외사촌형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장학량은 몰랐다. 장작림의 셋째첩 대헌옥은 그가 세력이 있는 사람에게 붙어서 바라올라온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장작림의 넷째첩 허주양이 한마디 보충했다.
“담장밖의 담쟁이덩굴을 보았지? 누가 오줌을 쌌는데 거기서 담쟁이덩굴이 자라서 담장을 타고 올라온거지.”
그날 저녁에 발생된 일을 장학량은 몇년후에 풍용에게 말해주었다. 풍용은 장작림의 의형제 풍덕린의 아들로서 장학량과 동갑이였다. 장작림과 풍덕린은 권력과 세력다툼을 했지만 두 사람의 아들은 형제처럼 친했다.
그날 장학량이 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던 외사촌형수는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다. 그녀는 장학량의 손을 잡아 자기의 옆에 앉혔놓고 꾸짖듯이 말했다.
“쬐꼬만 녀석이 왜 외사촌형수를 보러 자주 오지 않느냐?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가봐 그러냐?”
모르는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가까운줄로 알것이다. 사실 장학량은 이 외사촌형수를 두번밖에 만나보지 못했고 한마디 말도 건너보지 못했다. 장학량은 인삼을 꺼내놓고 어물거리면서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우리 아빠가…형수한테 주라고 한건데…장백산의 인삼고예요.”
외사촌형수는 인삼고를 받아가지고 과장하여 말했다.
“이건 나를 주는거냐? 와아, 정말 좋아. 꼬맹이야, 넌 인삼고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느냐?”
장학량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외사촌형수는 장학량의 얼굴에 입을 붙이다싶이 하고 말했다.
“넌 장백산의 선녀라는 말을 들어보았느냐? 천지선녀라고도 하지. 바로 그 선녀가 인삼고를 바르고난후 누구나 한번 보면 한평생 잊지 못하게 되는 미인으로 되였지.”
장학량은 외사촌형수의 뜨거운 눈길을 피하여 고개를 숙였다.
“전 몰라요. 전 장백산선녀를 본적이 없어요.”
말이 끝나자 외사촌형수는 바람같이 문을 열고 나갔다. 장학량은 무거운 짐을 벗은듯 홀가분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문이 열리더니 진한 향기가 침습해왔다. 장학량은 머리를 숙이고있었으나 외사촌형수가 눈앞에 다가온것을 느꼈다. 겉옷을 다 벗은 외사촌형수가 장학량을 껴안았다. 장학량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나의 외사촌형수입니다. 아빠가 알면 나의 다리를 분질러놓을것입니다.”
외사촌형수는 장학량을 더욱 힘주어 껴안으며 말했다.
“넌 기효람(纪晓岚)을 아느냐? 그 청나라의 대재자(大才子) 기효람을 말이야?”
장학량은 머리를 끄덕였다.
“알아요. 선생님이 알려주었어요.”
외사촌형수가 말했다.
“기효람은 ‘날 낳은 엄마와 내가 낳은 딸을 내놓고 다른 녀자는 모두 범할수 있다’고 말한적이 있지. 넌 이 말의 뜻을 알겠느냐?”.
장학량은 외사촌형수를 한번 바라보다가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전 몰라요.”
“모른다구? 그럼 내가 알려주지. 오너라, 요 꼬맹이야!”
장햑량이 인삼을 들고 들어와서부터 외사촌형수가 전등을 끄기까지는 불과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장학량은 어리벙벙하여 외사촌형수의 치마밑에 빨려들어갔다. 그해 장학량은 13살밖에 안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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