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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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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속에서 찾는 예술미
2023년 01월 06일 12시 52분  조회:423  추천:0  작성자: 방순애
                                                            

   
                                    김영건의 <돌의 시>를 읽고
                                                                     방순애
 

   수천 년 동안 비바람에 몸을 갈고 닦아온 돌은 환상의 존재로 다시 영혼으로 떠오른다. 몽환적인 달빛이 슴베면 또 다른 여운을 재생시키는 능력을 갖춘 것이 돌이 아닐까. 푸른 잔디밭을 벗을 삼고 품위 있는 돌의 모습을 보면서 김연건 시인의 시 <돌의 시>가 떠오른다.
   김영건 시인의 시집 “물결이 구겨지고 펴지는 리유”를 받아 들고 놀란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창작하여 시인의 시 령역을 잘 보여주어 이미지에 의한 형상화를 중시하였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을 푹 고아서 우려낸 시라 할 수 있을 만큼 우아하고 멋스러운 시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 필자의 마음에 와 닿는 시 한편이 있었다. 
아래에 내가 향수해본 <돌의 시>를 재해석하려고 한다.
 
돌이 산이였다는
사실을 바람은 오늘도 들려주었다
개미가 인간의 길을 내고
나비가 하늘길 열고 물고기가 수평선을 틔여놓았다
바람을 받쳐올린 제전이
돌임을 립증하는 날
우주의 그물에 걸린 별들 하나둘 따다가
탐험대의 길을 놓아주었다
아름다운 흙의 품안에
뼈로 솟아있는 암석을 나와
지상에 얼굴내면 사내들이 돌의 시를 읽고 있다.
대지의 모든 나붓김을 안아준
암혹의 종자들이
오판된 생명의 근원들 수정하노라
일제히 강변에 돌아왔다
강물은 돌의 살이다
돌의 춤이다 또 돌의 언어이며
미래이다 마를 길 없는 영원한 돌의 노래이다
 
          --김영건  “돌의 시” 전문
 
 
   이 시는  이미지로 시적 분위기를 세련시키고 고조시키며, 현존의 의미를 최대한으로 배제하였고 상상의 이미지를 고양하였다. 하나하나의 안방 문을 열면 또 다른 세상이 나오듯 존재의 순수를 시와 허상으로부터 추구하였다.
   첫 안방 문을 열어본다. <돌이 산이였다는/사실을 바람은 오늘도 들려주었다> 여기에서 바람은 현실을 떠난 상상으로 일궈낸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오늘도 들려주고 있다> 에서 오늘도는 오랜 시간을 보여준다. 시간의 공간을 넘나들며 이미지를 끌고 간다. 돌을 이인화하여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다시피 돌을 산이라고 표현을 하였다. 그래서 시인은 돌에 내포되여 있는 함의를 더 강조한다. 돌이라는 사물이 어떻게 보면 우리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돌의 시를 오늘도 들려준다는 것을 해부해보면 하나의 어떤 역사인 것 같다.
   위의 이미지와 다른 의미를 부여한 두번째 안방문을 열면 인생의 행로와 닮아 있다. <개미가 인간의 길을 내고/나비가 하늘길 열고/물고기가 수평선을 틔여놓았다>에서 길을 내고, 하늘 길 열고 수평선을 틔여놓았다는 결국은 길을 개척한다는 뜻이라 하겠다. 개미, 나비, 물고기가 길을 낼 수 있는가? 현실에서는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는 허상이다. 하지만 시에서만이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이고 부재다. 이렇게 부재를 가져다 형상을 만들어 냄으로 언어구성이 더 참신해진다고 볼 수 있겠다. 개미처럼 부지런한 정신이 인간의 생의 길을 열고 나비처럼 하늘을 날며 지구촌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마음의 세속을 다 씻고 자유로히 고향을 지키고 개척하는 모습을 물고기에 의탁하여 표현하였다고 풀이된다.
   우주, 삶, 이미지는 떨어질 수 없는 시의 내용이다. 이 시에서 돌은 우주의 숨과 기운을 상징한다. 세 번째 안방 문을 열면 <바람을 받쳐올린 제전/돌임을 립증하는 날/우주의 그물에 걸린 별들 하나둘 따다가/탐험대의 길을 놓아주었다>에서 기존의 언어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감각과 상상력을 제시하였다. 제전이 별들을 따다가 탐험대의 길을 놓아주었다고 하는데 시적 언어로서의 묘사를 크게 상상적 구조를 나타내여 이미지화 함으로써 가상적인 이미지로 도드라져다. 시련을 겪으며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인간의 운명을 그린것이 아닐까 한다.
   상상의 이미지 돌은 시간에 이끌려 흘러가면서 변함없는 그 의지를 한 곳에 뿌리내리고 지상의 모든 사물을 굽어보며 지키고 있다. 네번째 안방 문을 열면 <아름다운 흙의 품안에/뼈로 솟아있는 암석을 나와/지상에 얼굴내민 사내들이 돌의 시를 읽고있다> 시인은 심리심층에 순수한 상태대로 버려져 있는 의식의 단편을 적용함으로써 표현된 언어들은 심상(心象)의 상태로 보여진다. 또한 돌과 우주만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원으로 파악하면서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다 보면 나중에는 역사를 다시 읽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라 하겠다.
   시는 보는 사람들이 글 그림 속에 담겨진 철학, 관념광맥을 금 캐듯 채취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지상에서 볼수 없는 광맥처럼 숨겨진 존재다. 시에서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 시의 깊이를 느낄수 있다.
    다섯 번째 안방 문을 열면 <대지의 모든 나붓김을 안아준/암혹의 종자들이/오판된 생명의 근원들 수정하노라/일제히 강변에 돌아왔다>는 종자, 오판된 생명의 근원들 수정한다, 돌아온다 등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여 독자와 공유한다. <암혹의 종자>는 추상어와 명사를 결합하여 눈에 보이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과거에 머물지 말고 강변이라는 마음의 령지에 돌아오는 것이라 본다. 이는 화자의 시간 인지가 물리적 시간 단위가 아니라 심리적 단위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시선을 이동한다.
   시를 해독하기 어렵지만 독자의 상상을 무한히 자극하고 시가 암시하는 의미의 자장(磁場)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인만이 창조한 독특한 미학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안방 문을 열면 거창하다. <강물은 돌의 살이다/돌의 춤이다 또 돌의 언어이며/미래이다 마를 길 없는 영원한 돌의 노래이다> 이 련에서는 살, 춤, 언어를 돌과 재치있는 결합을 통해 촉각, 시각, 청각 이미지를 다 동원하여 시의 내용을 더 감칠맛 나게 하였다. 여기에서 강물이란 언어를 통하여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그리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수법은 무의식의 심리를 대상으로 하는 초현실주의 시로부터 비롯된다. 이 시에서 돌은 결국은 강물 속의 돌이다. 강물은 우리의 마음이라 생각된다. 마음속에 담겨진 우리가 바로 돌이다. 돌은 바로 그 어떤 환경속에서도 변하지도 않고 쟁쟁하게 살아서 소리를 낸다. 돌이 환기하는 역사의 의미와 삶 속의 애환과 쾌락을 아무런 저애를 받지 않은 무의식으로 끌어낸 이미지들은 예술적이라 하겠다. 언어와 사물이 정확하게 결합할때만 존재는 참모습을 드러낸다.
   이 시의 시적대상은 ‘돌’이다. 어떻게 보면 돌 이미지 집은 지은 것이다. 첫문을 들어가 보면 시의 제목이 들어내듯 바람에 의탁하여‘돌’은 산이 되고 역사된다. 두 번째 문을 열면 ‘돌’이라는 사물에 대한 여러갈래 길을 통해 나아가는 긍정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세 번째 문을 열면 그런 길은 위태롭고 험난한 환경에서도 우주의 별을 따듯이 힘들게 가는 탐험의 길을 읽어낸다. 네 번째 문을 열면 깊숙히 묻혀있던 알려지지 않는 사람들이 나와 다시 ‘돌’을 재인식하고 있음을 부각시킨다. 다섯 번째 문을 열면 대지의 모든 나붓김을 안아줄 수 있는 종자, 즉 다시 말하면 차세대들이 마음을 여는 강으로 돌아가게 하여 미래를 지향하는 삶의 추동력을 작동한다. 여섯 번째 문을 열면 ‘강물’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돌’을 포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강조하는 ‘강물’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에 서로의 영역과 역활에 대해 상호존중의 자세를 인지한다. 그럼’돌’은 무엇인가? 여러가지로 생각을 할 수 있다. 민족, 삶의 넋, 영혼 등이다. 확실하게 어느것으로 택하는가 하는 것은 독자의 나름이라 하겠다.
   김영건시인의 <돌의 시>를 읽어 보면 작품 속에 나타난 모습은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낯선 것들이 만나 변형되고 탈령토화하며 시를 새기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창작물에서 변형된 사물을 다시각, 다층구조를 이루어 다양체적 존재로 표현했다. 시에서 바람, 개미, 나비, 물고기, 제전, 그물, 별, 탐험대, 흙, 암석, 종자, 강물 등 언어들은 영혼 속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밝혀주는 것이 시인의 목적이다. 시인은 <돌>이라는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내세워 시인이 만들어낸 언어가 또 다른 돌의 세계, 즉 다시 말하면 인간의 삶 속에 슴배여있는 세계를 그려내여 감동의 예술로 담아내는 것이 이 시의 특점이 아닐까 한다. 또한 시인 특유의 깊은 통찰력과 상상력을 우려낸 시라고 볼 수 있다.
   언어 련금술은 이미지 창작이다. 이미지 창작은 상상속에서 부재를 찾는 일이다. 어떤 이미지를 창작하느냐에 따라 예술의 령역은 확대되고 예술의 미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2021년4기 송화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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