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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착오 자아의 탈출
2009년 05월 16일 14시 20분  조회:1423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에텐동산을 떠나기전의 아담과 이브는 자연인으로서 거의 동물적인 생존욕구로부터 일하고 먹고자고하였다. 그러나 악마의 지배자인 사탄이 그들을 꼬드겨 지혜의 금과를 따먹게 한후로부터 인간의 원죄는 시작된다.
고고성을 울리며 태여난 어린애는 아직 자연인으로서 동물적인 생존욕망에서 먹고자고한다. 그러난 어린애는 점차 자라는 과정에 문화인으로 성장하면서 혹은 훌륭하게 혹은 나쁘게 혹은 밝게 혹은 어둡게 인생의 일기를 적어간다. 적어도 인간의 원죄란것도 결코 생명본체에 원초적으로 내함되여있는것이 아니라는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원죄의 근원은 무엇인가?
사람을 고급동물이라고도 하고 또 사회동물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으로도 사람의 속성은 드러나는것이다. 말하자면 사람이란 바로 사회속에서만 독립할수 있는 동물이라는것이다. 그러므로 일정한 사회는 일정한 형태의 사람들을 제조해내는것이다. 즉 인간의 모든 회로애락과 선과 악은 모두 사회적생장물이다.
리화숙의 <<인생실습>>은 바로 이와 같은 인간학적 또는 사회학적 문제를 떠올리고 <<나>>와 그 주위의 인간군에 대한 형상적묘사를 통하여 그네들이 삶을 펼쳐놓은 사회를 재조명하고있다.
<<나>>는 원래 머리를 수굿이 하고 일만 하는 <<누른한 소>>였다. <<신문사에 배치받은 그날부터 국제시사부에서 번역만 하다보니 인간관계테두리가 딸년의 팔목걸이만큼도 안되였다.>> 그래도 <<나>>는 <<나>>대로 누구에게도 원망없이 <<나>>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나 <<나>>의 진실성과 솔직성이 얼마나 허망했고 또 막연하게 믿어왔던 법칙이 얼마나 령활한것이였던가를 <<내>>심장이 아프도록 절실하게 감수했다. 람용되는 권력, 미꾸라지는 살고 <<누른한 소>>가 채찍받는 불공평한 세월, <<나>>는 다년간 80여원의 로임에 네식구가 목을 달아매고있지만 배치돼온지 3년도 안되고 글재간은 손톱여물만치도 없는 관계학우등자에겐 주임자리를 주고 새 아빠트를 배당해주는 원통한 현실, <<실로 너무도 밑지는 인생이고 너무도 억울한 신세였다.>> 오직 권력과 아첨만으로 할수 있는 일을 <<나>>는 어떻게 할수 있겠는가? 죄도 바로 한가지 생각에만 골몰하는데서 일으켜지는것이다. 이와 같은 기형적인 사회현실이 청춘의 반항을 불러일으켰다. 네가 권력으로 사람을 압제하고 희롱한다면 <<나>>는 <<부정기풍사냥군>>이 되여 너의 기염을 꺾어놓아 사나운 사자를 온순한 양으로 만들고말테라는것이다. <<내>>가 처음 이런 못된짓을 시작한것은 전적으로 <<내>>가 당한 억울함과 고통에 대해 복수하고싶은데서였다. 그러나 얼마 안되여 그것이 원인이 되여 3%로임조절에서 보살핌을 받고 또 신문사 보도주임의 요직에까지 바라오르게 되자 <<나>>는 <<승리의 희열>>에 도취되여 영원한 악의 미궁에 빠져들어갔다. 비밀현장을 쥐고는 농촌사람을 도시사람으로 변신시키고 앓는 놈을 군대에 내보냈고 통신원을 기자로도 만들어보았다. 그 수고비로 들어오는 돈은 슬쩍 눈감고 아닌보살했다. 하여 수입은 가관으로 불어갔고 승직도 번개식속도였다. 워낙 인간은 일단 악에 마음잡히면 야수보다 침략성이 더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본성은 아니다. 그것은 일정한 사회거나 사회환경이 키워준 생장물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또 모종의 생존의식 내지 생명의식의 극단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남처럼 살아보겠다는것이 소박한 생존의식이라면 남보다 더 잘 살아보겠다는것에는 벌써 어느정도 화약냄새조차 풍기는것이고 악마의 그림자가 비껴있는것이다.
<<살아있어도 소리칠수 없는 사람>>인 <<내>>가 소리치며 살려면 <<나>>한테 소리치는 권세자를 <<소리칠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던까닭에 그처럼 교활하고도 루추한 방법을 착안해냈던것이다.
물론 목적의 정당성을 내걸고 수단의 악을 미화할수는 없는것이다. 악의 수단을 쓰게 된것은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였다는 변명은 악에도 좋고나쁨이 있다는 언어도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때면 악의 정체도 모호해지고마는데 바로 <<나>>와 같은 권력지향의 인간들은 그런 모호한 정체의 악을 리용하여 자기의 정당성을 변호하는것이다.
인간의 삶은 과정이 곧 목적이라야 한다. 풀어말하면 참된 삶은 참된 삶의 과정을 통해서만 이룩될수 있다는것이다. 참된 삶에 악의 과정 내지 악의 수단이 필요하다는것, 그것은 도저히 맞물릴수 없는 론리이다.
그럼에도 삶의 현장에선 왜 이런 론리가 성립되는듯싶은 실례들을 찾아볼수 있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생명본체의 자연적이고 본성적인 민주, 평화와 평등이 파괴되고 인권이 권력의 억압과 유린을 당하고있는 구속의 현실을 새삼스럽게 체험할수 있다. 지금도 우리는 원시적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살고있는 미개한 민족들로부터 아무런 인위적인 요구나 구속이나 착취도 없이 환경의 요구에 따른 자기식의 생활을 하는 원시적인 민주와 평화 내지 생의 만족을 엿볼수 있다. 또한 력사를 뒤져보면 인류는 기원전 4천년 내지 3천년에 이르러 자신이 생리적으로 수요하는것을 훨씬 초과하는 필수품을 생산할 능력을 가지면서부터 빼앗고 훔치고 착취하는 등 후천적인 침략본성이 자라나게 되였고 원래는 그 부속물인 노예, 군대, 정부, 전쟁, 등급 등이 잇따라 산생되였던것이다. 따라서 동물적인, 자연적인 민주는 소실되고만것이다. 물론 이런 동물적이고 자연적인 민주가 인류의 리상으로 될수는 없다. 인류의 조상이 금과를 따먹은후로 무궁무진한 지혜를 갖게 된 인간은 부단한 창조로써 하느님이 가르쳐준 미의 세계를 구축하는것이다. 바로 인류가 풍부한 물질적토대우에서 생리적수요를 초월한 절대적인 향수를 누릴수 있는 새로운 민주와 평화를 제조하는 과정에 력사는 굴곡적인것이다. 그러나 될수 잇는한 인류는 이 과정의 곧음을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를 시험하고 자기를 다듬어야 하는것이다.
그런데 지금 바로 진실과 순결이 <<나>>에게 참다운 삶과 그에 정비례되는 생활환경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데 비극적인 운명이 있다. 여기엔 구체적으로 말하면 권력담당세력의 청렴성이 제기되는것이지만 총괄적으로 보면 우리가 꾸며온 력사를 총결산해본 사회정치문화적의미가 담겨져있는것이다.
권력담당자에 대한 해부로부터 착수해보면 자기의 능력을 초과하는, 권세욕에 눈이 어두워 상급에겐 비굴한 아첨을 보내고 하급에겐 상대방의 인격이나 재능보다는 안면과 지갑의 크기에 더 관심하는 권력람용자들, 위세나 풍모가 더 큰 권력이나 돈 앞에서 기운을 잃고마는 위선자들, 명철보신하면서 사리사욕만 채우는 무능한 권세자들을 우리의 생활권내에서도 얼마든지 볼수 있다. 권력담당자란 한사람이 만사람을 지배하는자이다. 그만큼 청렴한 몸에 지혜가 깃들면 만사람이 복을 받게 되고 추악한 몸뚱이에 놀라운 재능이 깃들면 만사람이 해를 입게 되는것이다.
이런 얼굴을 우리는 김사장의 형상에서 보고있다. 자신은 아주 청렴하고 사원들의 리익을 위해 힘다하는듯이 자처하면서 <내>>가 <<어쩌다 한번 식료품공장의 보도기사 한편을 써주고 과자상자 한개를 받은것을 갖고 뭐 위성이나 발견한것처럼 떠들어대면서 못살게 굴었다>>. 그러나 자기는 도리여 기자들한테 사진기를 사주고는 상점측으로부터 과자 한상자가 아니라 과자상자에 넣은 5천원이란 거액의 감사료를 받아먹었던것이다. 그리고 <<머리를 수굿하고 일만 하는 나>>에겐 그냥 손해만 주고 <<배치받은지 3년도 안되고 글재간은 손톱여물만치도 없는 관계학우등자>>에겐 주임자리를 주고 새아빠트를 배당해주었던것이다.
새로 부임된 양사장도 그랬다. 다만 김사장보다 더 교활하고 음특할뿐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는 <<손톱눈만한 부정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사람이였다. 그래서 거의 오만할만큼 도고했다. 안해나 자식까지도 그의 사업열정과 자아의 관철에 얼마 소용되지 않는것 같았다.>> 허나 그 <<평화로움은 오히려 정상적이 아니>>였다. <<지나친 그 평화속에 부글부글하는 분렬의 암류가 잠재>>되여 있었던것이다. 굴레벗은 말처럼 날치는 <<나>>를 손아귀에 잡아쥐기 위해선 <<미인계>>조차 꺼리지 않는 위선적이고 음험한 자였다.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진실과 순결속에서 이런 권력담당자들의 인위적이고 추악한 권력중압에 지지리 눌리워 한탄과 원망과 저주와 실망의 십자가를 메고 인위적이고 불필요한 인생고행을 겪고있는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마비된 상태에서 기계사람이 돼버리고 혹자는 가망없는 소경의 헛막대질로 분노와 항의를 거듭하고 혹자는 <<나>>처럼 어둠이 깃든 자아에서의 허위적이고 절망적인 탈출을 시도하는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든지 결과는 모두 허황하고 비참한것이다. 마비된 사람은 자살적으로 리상과 전도를 동댕이친 사람이고 헛막대질하는 사람은 스스로 혹을 더 다는것뿐이며 <<나>>처럼 자아에서 탈출한 자는 사회와 도덕의 비바람을 막아낼수 없는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진단과 처방은 어떻게 되여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꾸며온 력사를 재결산해보고 사회정치문화적의미를 다시 매겨보는것이다. 왜냐하면 복합적으로 결정되는 사회현상을 단일한 인과관계로 급급히 설명해버리는것 자체가 칼로 부추베듯 문제의 화근을 덮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뿐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이와 같은 권력담당자들의 부패상은 결코 개개인의 일부 사람들에 의해 조장된 인간도덕문제인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타락의 요람을 마련해준 사회적착오의 반영인것이다. 여기에서 그것을 일일이 설명할순 없지만 간추려보면 그들이 타락하고 게으름을 피울수 있는 원인은 첫째로 사회발전(적어도 한 집단의 발전) 과 그들의 승강이 엄격한 련관을 갖지 않고있기때문이고 둘째로 경제적리해관계(경제적책벌도 포함)가 그들의 공과 죄와 아무런 관계도 발생하지 않고있기때문이며 셋째로 민주(선거와 해임을 포함)가 그들의 승강과 아무런 관계도 발생하지 않고있기때문이다.
든없고서는 게으름을 피울수 없다. 여기서의 <<돈>>을 <<마음의 여유>>라고 한다면 사회발전과 경제적리해관계와 민주의 중압이 가해질 때 게으름을 피울수 있겠는가?!
바로 <<나>>와 같은 진실하고 순결한 인간들이 권력담당자와의 씨름에서 도저히 이길수 없는것도 다만 그 권력때문에 아니라 그런 권력의 공고성을 담보해주는 사회적고질때문이다. 집단의식의 미명하에 명령과 복종을 원칙으로 하여 절대적인 조건반사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창조적인 인간은 비극배역을 맡을수밖에 없는것이다.
상술한 리해를 앞세우고 <<인생실습>>을 곰곰히 씹어보는것이 문학을 통해 삶과 현실을 읽어내는 옳은 방법이라고 믿어진다. 그렇지 않고 다만 김사장이나 양사장이나 <<나>>를 한꼬챙이에 꿰여가지고 비렬하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 사건적인 타매에 급급해한다면 그저 사회의 도덕결론을 전달하는데 그치고만다. <<나>>가 권력의 중압에 못이겨 나중엔 그처럼 비렬한 수단을 썼음에도 읽은이의 동정과 지어는 환심까지 사게 된것은 <<나>>가 복종에 중독되든 분노하고 반항하든 자아에서 허위적으로 탈출하든 모두 진정한 자아를 찾을수 없고 최종적승리를 안아올수 없으며 도덕의 질책에서 벗어날수 없다는것, 또 그만큼 <<나>>가 개인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는 도저히 이길수 없는 사회적착오와 씨름하는 필패의 씨름군 즉 절대적인 비극운명의 주인공이기때문이다.
<<인생실습>>은 일인칭수법을 리용하여 <<나>>가 권력의 중압에 못이겨 자아에서의 허위적인 탈출을 시도하면서 일어난 일련의 내면갈등--긍정과 부정, 량심적질책과 사회적변호, 도덕적반성과 사회비판 등을 현실감각이 짙게 보여주고 삶의 현장감을 뚜렷이 느끼게 함으로써 읽는이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의식에 몸달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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