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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해를 잡아 공격하라
2009년 05월 16일 16시 03분  조회:1803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일반인의 접수심리로부터 보면 귀에 거슬리거나 내키지 않은 일을 강요당할 때 쉽게 반감이 생긴다. 일단 거부감이 생기면 어떤 권유나 강요도 아무런 효과가 없이 마이동풍이다. 특히 고집이 세고 외곬으로 잘 빠지는 사람이라면 어떤 설교나 비평이나 훈시 따위는 별로 마음에 닿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정복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바로 공격은 공격으로, 독은 독으로 치는 것이다.
조금은 과장된 이런 일화가 있다. 게으르기로 한심한 사나이가 어떤 일로 친구의 집에 유숙하게 되었다. 그런데 게으르기는 아침에 일어나서도 이불을 개일 줄을 몰랐다. 친구가 대신 개이자 게으름뱅이는 <<아무튼 저녁에 다시 덮을 것인데 그냥 놔두지>>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친구가 설겆이를 하느라고 바삐 돌아 치자 게으름뱅이는 또 <<다음 끼를 먹고 한꺼번에 설겆이를 해도 되는데 그래. 시끄럽지 않아>> 하는 것이었다. 친구가 그더러 발을 씻으라고 하면 역시 <<씻어도 그냥 더러워 질 건데>>하는 것이었다.
이튿날, 밥을 먹을 때 친구는 자기 것만 갖추고 게으름뱅이는 보는 체도 안 했다. 게으름뱅이가 <<내 밥은?>>하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밥만 먹었다. 게으름뱅이가 재차 묻자 친구는 <<아무튼 먹었대도 또 배고플텐데 먹을 필요가 있어?>> 하는 것이었다. 저녁이 되어 잠을 자는데 친구는 자기 잠자리만 펴고 게으름뱅이는 아예 잊고있었다. 게으름뱅이가 어디서 자라는가 고 묻자 친구는 배포유한 얼굴로 <<아무튼 다시 깨어나겠는데 자선 뭘 해.>> 급해난 게으름뱅이는 그제야 당황해하면서 소리쳤다. <<먹지도 말고 자지도 말라면 나더러 죽으라는 건가?>> 그러나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능청스레 말했다. <<그래, 아무튼 죽기 마련인데 고생스레 살아선 뭘 해>> 게으름뱅이는 그만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이튿날부터 게으름뱅이는 게으른 생활습관을 깨끗이 고쳤다고 한다.
전문 명인들과 약고 하는데 성공하여 이름 난 편집이 있다. 듣고 보면 별로 고명하거나 어려운 기교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상대방의 거절이유를 다시 약고 이유로 정립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조금 명성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첫마디에 통쾌하게 대답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 그냥 바쁜 것도 사실이겠지만 쉽게 대답하면 자기의 명예에 손상이라도 가는 듯이 여겨 한번쯤은 사절해보는 것이다. <<지금 너무 바빠서 눈코 뜰 새 없어요. 아마도 도울 것 같지 못해요...>> 그러나 노련한 편집은 바로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한 수 더 뜨는 것이다.
<<물론 바쁘신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바로 바쁘신 분이기에 우리 잡지를 위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지요. 할 일 없이 허송세월 하는 사람한테서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없지 않아요.>>
바쁜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바로 명성이 높으시기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하고 환심을 사는 말로 상대방의 명예욕에 자극하여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1917년의 어느 하루, 로씨아의 저명한 시인 마야꼽스끼가 거리를 지나다가 머리에 둥근 채양의 모자를 쓰고 손에 돈지갑을 든 여자가 길 가던 사람들을 불러 세우고 큰 소리로 볼쉐비크를 비방하는 것을 보았다. 마야꼽스끼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다짜고짜로 소리쳤다.
<<저 여자를 붙잡으시오, 저 여자가 어제 저의 돈지갑을 훔쳤습니다.>>
그 여자는 몹시 당황해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무슨 말씀을 하셔요. 사람을 잘못 보았어요.>>
그러나 마야꼽스끼는 아주 긍정적으로 말했다.
<<틀림없습니다. 바로 당신이요. 노란 꽃을 단 모자를 나는 알고있습니다. 저의 돈 25루블을 훔쳤습니다.>>
주위에 둘러섰던 사람들은 그 여자를 손가락 질 하면서 하나둘 흩어져 갔다. 자기 주위에 마야꼽스끼 한 사람만 남자 여자는 눈물콧물을 쥐어짜며 그한테 억울함을 하소연하였다.
<<하느님이여. 선생은 저를 똑똑히 보세요. 저는 당신을 처음 뵙는데요.>>
마야꼽스끼는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물론이죠. 그런데 마님은 이제 처음으로 볼쉐비크를 보고서도 방금 전에 크게 떠들어댔지요...집에 돌아가거든 괜히 식모한테 행패를 부리지 마십시오.>>
마야꼽스끼는 그 여자의 호소를 듣고있는 사람들한테 장황하게 연설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여자의 형상을 일그러뜨리므로 사람들의 신임을 잃게 하였던 것이다. 독은 독으로 친다는 전술을 썼던 것이다. 이런 전술은 상대방에게 숨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정곡을 찔러 순식간에 격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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