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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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
2019년 11월 05일 15시 16분  조회:2493  추천:0  작성자: 한영철
     
배추김치


        촌에서는 이맘 때면 배추김치를 담구 었다. 너무 일찍이 담구면 쉽게 시굴어 질수 있고 너무 늦어 지면 가을 한철 먹거리가 적어 진다. 매개 가정마다 김치를 담구는 시간은 좀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촌에서 탈곡철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따로 배추김치 탈곡철이 없다. 왜냐하면 수확기로 가을과 탈곡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인력으로 가을하고 묶고 하지고 운반하고 동네에서 탈곡마당을 공구고 탈곡하던것을 지금은 수확기가 한번에 끝내여 버린다.

    그러니 탈곡철이란 말도 없어 질수 밖에 없다. 눈이 내리지 않고 큰 바람이 불어 치지 않는다면 수확이 조금 늦어도 별로다. 기계로 가을하면 바로 벼긁을 별수가 없기 때문에 벼집단을 얻을 수도 없다.

     배추김치를 담구는 절차는 대체적으로 세개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번째로 질 좋은 배추를 마련하여 해볓에 쪼여 시들게 한다. 그래야 배추가 상하지 않는다. 전에는 조선족마을에서 채소농사 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마을에서 심기도 하였으나 포전관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등 페단으로 질좋은 배추를 얻기 힘 들었다. 한족채대에서 심은 통배추는 포기를 쪼개면 노란 속잎이 나오는데 사각사각 하고 맛이 달았다.



 
배추농사에서 관건은 시비와 물주기 작업이다. 제때에 물을 주지 않으면 배추 잎이 질기고 속이 탄탄하게 앉지 못한다. 식구가 많은 집에서는 보통 1000근 정도의 배추를 마련하게 되는데 겨울철 채소가 부족하던 그 세월에 배추김치는 주요 채소 래원이였다.

    낮에는 배추를 해빛에 쪼여 어느 정도 수분을 빼여 버린다.  저녁이 되면 배추뿌리은 밖으로 잎은 안으로하고 둥그렇게 쌓아 올린다. 마지막으로 헌 이불 같은것으로 위를 덮어 주어야 하는데 주요하게 얼굼을 방지하기 위하여 서였다. 이런 작업을 열흘정도 거친다. 한해 겨울 먹을 김치를 할 배추이기 때문에 모든 사항을 허투로 대할수 없다.  

      두번째 순서로는 초절이다. 지난해에 사용했던 김치독들을 김치움에서  꺼내여 잘 씼는다. 김치란것은 발효음식이기 때문에 김치독을 잘 씼지 않으면 독에 붙어 있던 효소균이 번식되여 새김치에 곰탈이 나게 할수 있다.  맑은 물로 여러번 깨끗하게 휭구어야 한다.  마감으로 벼짚에 불을 붙여 독안에 여러번 돌려 준다. 불로 균을 잡는 절차인데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금물을 독에 붓고 배추를 한포기 한포기씩 곱게 독에 넣는다.  꽁꽁다져 넣은후 돌로 위를 눌러준다.  이때 배추는 반드시 소금물에 잠기여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배추가 공기와 접촉하면 변하기 때문이다.

      마감으로 덮개를  잘 덮어 주고 돌로 눌러 준다. 그것은 주요하게 바람에 덮개가 날려 다거나 짐승들이 법근하여 덮개를 번져 놓은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다.


   
      때를 맞추어 농촌에서는 김치양념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 간다. 고추가루 마늘 생강은 필수다. 집체농사를 하던 시절에는 촌에 회의가 많았다. 낮에는 밭에 나가 일하고 저녁이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대체적으로 상급회의정신 전달이거나 계급투쟁에 관한 학습과 토론이다.
 
    이때면 녀성들은 마늘을 소버치에 답고 회의에 참가하기 일쑤다. 남성들은 웃방 쪽에 모여 앉고 녀성들은 정주칸 가마목쪽을 차지하게 된다. 대장는 회의를 소집하는데 집중하고 남자들은 초담배를 피우는데 집안에 연기가 자옥하다. 녀성들은 소버치에 담아온 마늘을 까기에 여념없다. 지금 시장에서 파는 마늘은 쪽이 크고 까기도 쉽지만 전에는 토종마늘이라 쪽이 작고 껍질이 엷어 까기가 힘들다. 총명한 사람들은 마늘을 부수고 물을 뿜어 수분을 주는데 그러면 상대적으로 마늘 까기가 쉬워진다. 허나  껍질이 연한 붉은 색을 띠는 토종마늘은 즙이 많고 맛이 월등하다. 회의가 끝날 역이면 마늘 까기 작업도 완성되여 간다.

      다음은 순서는 깐 마늘과 정선한 생강 굵은 소금과 고추가루를 머리에 이고 방아간에 간다. 어려서 외할머니와 어머니같이 쌀가루 내려 방아간에 자주 갔었는데 김치양념 할 때도 예외가 아니였다. 먼저 마늘과 소금을 두르고 방아질하다가  거기에 고추가루를 넣는다. 그래야 마른 고추가 날리지 않는다. 쿵덕쿵덕 내가 방아를 딛으면 어머니는 밥주걱으로 뱁싸게 양념을 뒤번져 놓는다. 마늘 양념장을 곱게 찧으려면 골고루 자주 번져 주어야 한다. 아니면 통마늘이 나오거나 고추가루와 마늘이 잘 섞여 지지 않는다. 한해 배추 김치를 담구려면 양념장만해도  여러 소랭이를 준비하여야 한다.

     세번째 단계가 바로 김치를 담구는 날인데 제일 중요한 작업이다. 우리집에서는 통상적으로 버치를 리용하였다. 먼저 초절이한 배추포기를 맑은 물에 휭구어 준다. 소금물이 다 빠지도록 여러번 씻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김치가 너무 짭게 되여 맛이 없다.  다 씻은 통배추를 한포기씩 버치에 올려 놓고 물을 찌운다. 다음  배추속으로 부터 바깥으로 한잎한잎 번져 가며 손으로  양념장을 골고루 발라 준다.

      배추김치를 담군다기도 하고 번진다고도 한다. 아마 한잎씩 번져가며 양념을 바른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배추김치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하여 동네에서 녀성들이 도우려 오기도 한다. 대게 손바꿈이라고 보면 된다.  남정들도 할일이 많다.  물을 날라 주어야 하고 완성된 김치를 움에 운반하고 독에 넣어야 한다. 어떤 집들에서는 무우를 
손바닥 만큼씩 넓쩍넓쩍 썰어서 김치독맨 밑에 넣는데 그것도 별미다.




      촌에서 배추김치를 담구는 날은 큰행사날과 다름 없다. 왜서 글 첫머리에 탈곡철에 김치를 담군다고 했냐하면  그때가 배추김치를 담구는 가장 적합한 기온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갓완성된 배추김치를 소랭이에 듬뿍 담아 탈곡장에 내온다. 그러면 탈곡에 지친 녀성들이 둥그렇게 모여서서 빨간 양념이 가득 발린 배추김치를 손으로 쭉쭉 찟어 입에 넣는다. 마늘의 톡쏘는 맛과 생강의 당기는 향 달짝비근한 고추가루와  짭잘한 알소금의 맛이 조화되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은 후후하면서도 입가에 고추양념을 바르면서도 손은 저도 몰래 김치소랭이에 간다. 배추김치를 탈곡장에 내 오는데는 또한 자기의 배추김치솜씨를 자랑하려는 뜻도 은근슬쩍 비쳐져 있다.

    우리 민족은 김치를 떠날수 없다. 장춘에서 대학공부할때 우리 학교 담장밖에 배추밭이 있었다. 저녁이면 몰래 담장을 넘어 우리는 배추를 훔쳐 오기도 하였다. 서툰솜씨로 세수소랭이에 담군 초절이도 아니한 막김치였건맛 별맛이였다. 우리 침실 한족친구들도 먹어 보고는 맛있다고 야단이다. 자기들이 배추를 구해올테니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촌에서 먹거리가 귀하던 그시절 배추김치는 절반 량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온동삼 김치가 밥상을 떠날 때가 없었다. 시래기국에 밥 한그릇  그리고 밑둥이를 썩둑 자른 배추김치 한포기 이것이 전부의 밥상이였다. 우리는 그것을 먹고 자랐고 힘을 키웠다.

     한번은 서울의 어느해장국집에서 밥을 먹게 되였다. 뼈국한사발과 공기밥이 나오는데 김치는 자기절로 떠먹느라고 하였다. 부엌옆에 김장독이 있었는데 벽에는 "먹을 만큼 담고 랑비을 하지 맙시다. 김치는 우리의 자존심입니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글을 보면서 나는 뭔가 뭉클 해오는 감이 들었다. 김치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그렇다. 김치는 비록 산해진미가 아니지만 비록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이 아니지만  우리에게 특수한 감정이 있다. 우리민족은 김치에 밥을 먹고 일하고 자식을 키우고 공부시키였다. 비록 초졸한 밥상이였지만 우리는 그것을 먹고 자랐다. 김치는 단지 먹거리라는 범주를 떠나 고생 많던 과거에 대한 회억과 옹기종기 아이들이 모여 앉아 밥먹던 그시절을 환기시키는 매개물이 되였다. 우리는 우리 것을 아끼고 지키여야 한다. 우리가 김치를 가득 담아 내오고 먹지 않고 버린다면 남들도 우리 음식을 귀중하게 여기여 주지 않는다. 김치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김치움에서 방금 내온 시원한 배추김치 허연 밑둥이를 썩둑 자른 배추김치 생각만해도 슬슬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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