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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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무리를 짓게 되면?
2013년 07월 08일 08시 41분  조회:906  추천:0  작성자: 홍천룡
•수필•

범이 무리를 짓게 되면?

홍천룡


경인년에 범이 남산에서 내려올가? 백년전에 국자가와 가까운 봉림동어구에 어슬녘이면 범이 어슬렁 어슬렁 내려오군 했단다. 범이 한마리만 내려와도 온마을 수십호되는 인가에서 집집마다 문을 닫아걸고 숨도 바로 쉬지 못했다. 그래서 녀석은 육개장이 생각나면 송아지를 잡아먹고 개장국이 생각나면 강아지를 잡아먹군 했었다. 허지만 호랑이의 호시절은 오래 가질 못했다. 그 누구도 당할 자 없고 세상무적인 백수의 왕 호랑이는 그 누구의 공격이나 침해를 받지도 않고 자기 스스로 멸망의 길에 들어서서 스르르 꼬리를 감춰버렸던것이다. 너무나 용맹스러웠기 때문이다.

영웅은 언제나 그 한때 그 한시절이다. 범은 늘 자기의 용맹만 믿고 독단독행하는 독단주의자였다. 그 독행행위가 그들을 멸망에로 끌었다. 거기에 법도 모르는 무뢰한 무송으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침해가 그 멸망을 가속화시켰다. 오늘날 숱한 재력과 인력을 동원해서 녀석들을 보호해주고 서식지를 만들어주자고 해도 곤난하게 되였다. 반면에 영웅이라 일컫기에는 너무나도 하찮은 벌이나 개미, 지어 겁쟁이 쥐새끼들마저도 수천년을 내려오며 그 가세가 번성해지기만 했다. 녀석들은 근면하고 민감하며 분공이 명확하고 똘똘 뭉칠줄 안다. 개미를 놓고 봐도 그렇다. 매일 대지에 서광이 비끼여 어둠을 밀어낼 때면 척후병 개미들이 순라의 길에 나선다.

비가 오지 않나 바람이 불지 않나 하는 천기의 변화를 알아보고 또한 주위에 그 무슨 위험이 닥쳐오지 않았나 하는 군사정보도 탐지해 가지고는 돌아온다. 척후병의 무사보고가 떨어지면 먹이찾기 공정병소분대가 잇따라 출발하게 된다. 그들이 주변에서 영양이 풍부하고 맛갈스러운 먹이자원을 발견하고 저마다 먹이를 물고 개미굴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일부 근무병들을 이끌고 다시 나간다. 만약 먹이자원이 풍부하면 그들은 부지런히 쉴새없이 나른다. 그 거동에 로동대군이 출동하게 된다. 만약 먹이자원이 적으면 녀석들은 쉬염쉬염 거드름을 피우며 나른다. 그러면 로동대군은 출동하지 않는다. 많은 로력을 작은 수입에 랑비하지 않는것이다. 정말 집체의식이 강한 동물군체이다. 경탄하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다.

력대로 사람들은 약육강식이란 도리를 믿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과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강한 자는 강한 자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고 약한 자는 약한 자로서의 생존방식이 있었고 번성해나가는 비법이 있었다. “동물세계”프로를 보노라면 들소, 들말, 산양 등 초식성동물들은 수십마리, 수백마리씩 무리를 지어다니지만 그걸 잡아먹고 사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성동물은 많지 못했다. 사자는 기껏해야 대여섯마리씩 짝을 지어 다니고 호랑이는 단독행동이 많다. 그걸 비유해서 인류력사에서도 육식하는 민족이 강세할 때가 많았고 소식하는 민족이 그 압박을 받을 때가 많았다고 인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것이 력사의 진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있는 얕은 력사의 숲을 헤집고 봐도 대개는 그러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늘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를 바란다. 범처럼! 민족도 강해야 하고 나라도 강해야 한다는 도리이다. 나는 우리 민족도 강한 민족이라고 자호감을 느낀다. 접수력이 빠르고 사유가 민첩하고 교육이 앞서고 경쟁력이 강하다. 세계 그 어느 곳이든 단독으로 보내줘도 리더십이 강한 엘리트로 자라날수 있는 파워민족이다. 허지만 아직까지 세계적무대에서 자기가 서야 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고 놀아야 할 배역을 놀지 못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역시 강한 민족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할가! 세계적으로 말썽이 많던 독일의 동부와 서부도 합친지 이슥하고 미국양코배기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던 웨트남의 남부와 북부도 한동네가 되여 아담한 살림살이에 들어갔는데 오직 우리 민족만이 아직도 동족상잔의 미열로 서로 아웅다웅하며 세간을 웃기고있다. 한덩어리의 반도에서 한 민족으로 살면서 말이다. 아무튼 우리 민족은 력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꼭 고치고 극복해야 할 허점이 심각하게 존재하고있다. 그래서 나는 천진하게도 범이 무리를 지을줄 알았다면 지금도 저기 저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남산에서 으르릉거리며 그 호기를 자랑하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새해벽두에 빌고싶은 것은 경인년에 저 남산으로부터 범이 무리를 지어 못내려 올지언정 짝이라도 지어 내려왔으면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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