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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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고개를 넘으면서 부른 노래
2013년 07월 12일 10시 07분  조회:1435  추천:0  작성자: 홍천룡
•생활•예술•천당•

설산고개를 넘으면서 부른 노래

홍천룡


지난 세기 70년도 겨울이라고 기억되는데 우리 “연길시 3중학교모택동사상문예선전대”에서는 농촌순회공연을 나가게 되였다. 홍군의 2만5천리장정정신을 따라배운다고 도보로 돌아다녔다. 하루에 이삼십리씩 걷고는 저녁이면 절목을 공연했다. 대부분 우사칸마당에서 로천무대를 리용했고 조건이 괜찮은 고장이면 학교구락부같은데서 공연했다.

전기가 없는 고장이면 뜨락또르헤드라이트를 켜놓고 공연했고 뜨락또르도 없는 고장이면 아예 헝겊뭉치에 디젤유를 쳐서 불을 단다음 홰불처럼 사처에다 피워놓고 우등불공연을 했던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더 격정적이고 랑만적인 분위기를 돋궈주기도 했다 .당시 우리 선전대는 모든것이 군사화였고 전투화였다. 기률성이 강했고 규칙이 엄격했다. 농촌의 로천무대였지만 제대로 무대화장을 하고 나섰고 복장이나 공연도구도 제대로 다 갖춘다음에야 나서게 했다. 한번은 한 녀대원이 날씨가 춥다고 까만 장갑을 끼고 무대에 나섰다. 그랬다고 그날 밤, 하루총화에서 호된 비평을 받았었다.

자산계급아가씨들의 생활작풍을 무대에 옮겨놓았다는것이다. 요즘 중앙TV에서 녀가수가 까아만 그물식 장갑을, 그것도 장갑목이 팔굽까지 올라가고 끝머리에다는 파도식레스까지 달린 장갑을 끼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때 생각을 하며 허구푼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지금은 생활이 소부르죠아적수준에 이른 것 같다. 추구하는 예술적소양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날 눈물을 똑똑 떨구며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는 그 녀대원의 모습에 우리는 측은해나는 감을 금치 못해 눈을 감아버렸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농촌인심이란 후했다. 우리가 간다고 찰떡을 치고 두부를 앗고 지어 어떤 곳에서는 돼지를 잡아엎기도 했다.(당시 돼지 한마리를 잡자면 소대, 대대, 공사의 비준을 받아야 했음.) 구경군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어떤 고장에서는 집체로 손잡이뜨락또르를 타고 몇십리밖에서 달려오기도 했었다. 그 열정에 우리도 온하루 “장정”한 피곤을 싹 잊고 만강의 열정으로 공연했던것이다.

도끼봉기슭에 자리잡고있는 석산촌으로 갈 때였다. 당시 석산촌에는 전임 연변조선족자치주 주장이였던 전철수동지가 대대당지부 부서기 겸 민병련장책임을 맡고있었다. 그날 아침부터 눈이 펑펑 쏟아졌었다. 한 시오리쯤 눈길을 헤치고 가고나니 대원들은 저마다 기진맥진해졌다. 눈은 그치지 않았는데 바람이 일면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금방까지 낯이 빨개지면서 땀 흘리며 왔는데 조금 모여앉아 쉬게 되니 인차 낯이 파래지면서 추워져 몸을 오돌오돌 떨게 되였다.

다시 일어나서 걷자니 다리가 천근무게나 되는상 싶었다. 대원들은 저마다 자기의 공연도구들을 지고메고 떠났다. 그 짐이 적지 않았다. 특히 손풍금이나 튜바, 북과 같은 악기들은 체적이 컸을 뿐만 아니라 무게도 꽤나 무거웠다. 비록 서로 엇바꿔가면서 메주고 들어주었지만…

앞에는 높다란 산마루가 아츨하게 가로 놓여있었다. 그 고개를 넘어야 석산촌에 이를수 있었다. 대지의 모든것이 눈속에 파묻혀 주위는 하얀 면사포에 감겼고 눈보라에 그 면사포가 파르르 떨고있었다. 눈보라에 길도 알리지 않았다. 올리막에 들어서면서 숨이 점점 더 가빠졌다. 어떤 대원들은 벌벌 기기도 했다. 산중턱까지도 올라가지 못했는데 어떤 녀대원들은 아예 퍼더버리고 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난감한 일이였다. 뒤이여 대여섯명 되는 녀대원들이 련이어 덩달아 퍼더버리고 앉아 울어댔다. 아직은 열대여섯살밖에 안먹은 나긋나긋한 소녀들이였으니깐. 그 녀대원들앞에 남대원들이 모여들었다. 한명씩 업고 올라갈수만 있다면… 할수 없는 처지에 빠졌으니 부득불 돌아갈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인지 녀대원들의 울음소리가 더 높아졌다. 헌데 돌아간다는것도 막연한 일이였다. 절반도 더 걸어왔는데 돌아가자면 또 반나절이나 걸리게 된다. 지도교원과 대장이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애타게 서성거렸다. 어떤 대원들은 배고프다고 눈을 움켜쥐고 서걱서걱 씹어 먹기도 했다.

눈보라가 휙 몰아치자 모두들 몸을 오싹 떨었다. 더는 지체할수가 없었다. 돌아가면 가고 돌아 안가면 계속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퍼더버리고 앉아 울고있는 녀대원들은 어떻게 하고?…

그때 뒤켠에 선 누군가 굵직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장정”이란 노래를 흥얼거렸다.아마도 추워서 견딜수 없으니 저절로 나간 노래같았다.
“홍군은 원정의 곤난을 두려워하지 않네

만수천산을 한가로이 넘어가네……”
(红军不怕远征难,万水千山只等闲…)

인차 두세 사람이 따라 불렀다. 가락이 리듬에 맞춰지면서 모든 남대원들이 따라 불렀다. 노래소리가 점차 격앙되면서 우리의 가슴이 끓어번지기 시작하였다. 대장이 앞으로 썩 나서며 두팔을 힘차게 휘둘며 지휘했다. 노래소리는 눈보라를 타고 산골짜기에로 메아리쳐갔다. 가슴이 부풀어오르며 기운이 막 솟구쳤다. 대장이 먼저 눈우에 퍼더버리고 앉아 울고있는 가장 나어린 녀대원한테로 달려가서 짐을 몽땅 벗겨 자기가 짊어지고 한쪽 팔을 그 녀대원의 팔짱에 끼워넣고 부축해서 일쿼세웠다. 우리들도 저마다 달려가서 눈우에 퍼더버리고 앉은 녀대원들의 짐을 빼앗아메고 그녀들을 부축해서 일쿼세웠다. 노래소리는 멎지 않았다. 더욱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우리는 다시 산마루를 향해 올리 톱기 시작했다.

이어 노래는 모주석의 어록에 곡을 단 “결심을 내리고 희생을 두려워 하지 말며 만난을 물리치자”로 바뀌였다.우리는 사기가 충전해져 숨가쁜 줄도 몰랐다. 설산을 넘는 홍군전사가 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누가 미끌어 넘어지면 서로 달려가 부축했고 누가 무얼 떨구면 그걸 주어가지고 자기가 걸머메군 했다.

어록노래가 끝날무렵에 녀자들의 합창이 꼬리를 물고 터졌다. “앞으로! 앞으로! 전진! 전진! 전사의 책임 중하고 부녀의 원한 깊다네… 우리 랑자군들도 총을 메고…”

랑랑한 그 노래소리가 우리 남대원들을 더욱 흥분케 했다. 랑자군을 거느린 “당대표”가 된 기분이였다. 그제날 적진을 무찌르는 홍군전사가 영웅이였다면 오늘날에는 내가 영웅이 아닐소냐! 마치도 눈보라속에서 눈길을 헤치며 령을 톺아오르느라고 곤난을 겪고있는것이 아니라 천당에서 꽃보라속에서 행복에 겨워 흥분에 들떠 춤추고 노래부르고있는것만 같았다. 지금 와서 전반 중학교시절을 돌이켜보아도 그 시각만큼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각은 없었던것 같다.

나중에 우리는 남자가 녀자의 손을, 녀자가 남자의 손을, 서로서로 손에 손잡고 노래를 부르며 령마루로 톺아올랐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구쳤는지? 지금 그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역시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내리막길에서는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미끄럼질 치며 궁둥방아를 찧으며 즐거운 웃음소리를 반공중에 흩날리며 내려왔다. 얼마나 즐겁고 유쾌했던지! 꿈만 같은 시각이였다. 천당에 가서도 이처럼 생생한 쾌락을 맛볼수 있을가!

석산촌우사칸 회의실구들에 저마다 걸레처럼 축 늘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배가 못견디게 고파났고 얼었던 발이 녹아나면서 아려나는 고통을 느꼈다. 그때에야 인간세상이 천당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천당에는 극락세계만 있다지만 인간세상에는 천당같은 극락세계도 있고 지옥같은 고통세계도 있는것이다. 고통을 겪어봐야 락을 진정 알게 된다. 극락이 있으면 극통이 있게 되고 극통이 있으면 극락이 있게 되는 법이다. 예술의 매력이란 극락과 극통을 전형적으로 가공하고 반영하는데 있다. 오늘날 나는 우리의 사회가 나날이 발전하고있을 때, 우리의 생활도 점차 예술화되였으면 얼마나 좋을가고 천진한 생각에 잠겨보기도 한다. 그러면 천당에 갈 필요가 없게 된다. 예술화된 우리의 생활자체가 천당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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